저는 요즘 커피숍 운영을 돕고 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 중 하나를 나눠볼까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출근도중 오늘 사장인 여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어떤 노숙자가 가게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안나가고 있다고
어떻게 해야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전 가고 있는 중이니 금방가겠다고 했고
가는 도중에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카페는 을지로 게다가 역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노숙자 분들이 많습니다.
-
1.
노숙자는 어떻게든 엮일려고 한다. 그래서 무력으로 제압하거나
강압적, 고압적 자세로 대하면 더 화를 내며 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2.
그렇다고 잔돈 몇푼 혹은 무료 음료 제공으로 회유하는 호의를 베풀면
그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이다. 즉 그가 일으킨 게임에서 지는 것이다.
전혀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더 자주 찾아올 것이다.
일전에 친구와 을지로3가에 있는 유명한 면옥에 가서 냉면을 먹다가
어떤 걸인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걸 봤습니다.
'사장님은 나 오면 그래도 얼마얼마 주는 데 소주 사먹게 돈 좀 쥐어주면 안되냐'
관리자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그럴 수 없다고 말을 하는 데
걸인의 말에 일일히 대답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럴 수록 그 말을 붙들고 늘어지는 걸인의 모습을 봤습니다.
꾀 당당하고 뻔뻔한 그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끝내는 그냥 포기하고 간 걸로 기억합니다.
닝닝한 냉면을 먹고 친구랑 거리로 나가는 데 그 사람이 보였습니다.
원래 그러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3.
가게에 도착하기전에 대응전략을 세우자고 결정을 합니다.
노숙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노숙자로 보는 것을 알고있다.
기피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고압적인 자세로 대하면 더 행패를 부릴 것이다.
1) 노숙자가 아니라 손님인 것처럼 대해보자.
2) 멘트는 '손님 혹시 주문하셨어요? 아, 죄송하지만 계산하지 않고 테이블에 계실 수 없거든요'
3) 이 말을 해도 나가지 않는다면 경비를 부른다.
4.
가게에 도착했는데 노숙자가 안보입니다.
들어보니 혼잣말로 계속 욕을욕을 하면서 있긴 하는데
'계산!' 그러더니 아메리카노 마시고 가더랍니다.
5.
모처럼 마련한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되긴했지만
엮이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긴 했습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대처하실지 궁금해서
모처럼 글을 올려봅니다.
예전에 동렬님이 쓰신 글을 읽고서 써봅니다.
관련글 : http://gujoron.com/xe/293830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님의 말씀을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랑 사람이아닌새끼랑 어떻게 다른가
그러면 사람이 아닌 짐승은 어떻게 대접을 해줘야 되는가
전 그래서 요 질문을 썼습니다
사람이랑 사람이 아닌 거랑 구분하는 법 알려주는 게 학교에서 해줘야 할 거 같은데
학교가 사람이 사람이 안되게 가르치는 거 같습니다
생까기에는 가게의 손실도 있고 불편한거 못참아서요 ㅎㅎ
짐승조련하는 법도 구조론에서 알려주는 거 같아서 맘에 듭니다
가끔은 제가 짐승이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은 -,.-
노숙자 - 고압적으로 대하면 그냥 갑니다.
양아치 - 고압적으로 대하면 찌질하게 나옵니다.
조 폭 - 고압적으로 대하면 복수합니다.
진짜 노숙자라면 호통을 쳐서 쫓아보내는게 맞습니다.
세상은 넓고 가게는 많은데 공연히 엮이고 싶지 않은 것은 노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길가다가 어떤 외국인이 노숙자에게 귤 하나 건네는 걸 봤습니다
노숙인은 귤을 준지도 모른체 고개만 떨구고 있었습니다
근데 바로 맞은편에 노숙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전 달라고 화낼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은 조용했습니다
종로쪽이라 노숙인들이 많아서 자주 눈에 띄는데
평소에도 미친놈처럼 소리 고래고래 지르는 양반들이 있는 반면
조용히 지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노숙자님은 아직 사람이길 포기하지 않은 거 같네요
욕을하면서도 쿨하게 커피값 계산하고 나가시고
나중에 한 번 호통쳐보겠습니다
근데 아직 많이 젊어서 싸가지 없다고 혼날거 같습니당..ㅠ
서로에게 더 기대하지 말기. 서로가 훈련되어야 한다고 보임.
넹..훈련
반대로 노숙자앞에서 가식적이나마 따뜻한듯 웃어주는건 어떨지요.
노숙자 입장에선 불편해서 자리를 뜨고싶어 하지 않을까요.
카페의 분위기와 자신은 맞지 않다..라는걸 스스로 느낄테니까요.
어떻게든 그 공간에 있는 자신이 어색하다는걸 느끼게끔.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생각해본 방법인데 일단은 제가 억지로 잘 안웃어져서리
세상에는 참 여러 종류의 거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길가는데 붙잡고 '인상이 좋으네요'라고 말거는 대순진리회 다단계 영업사원들도
결국 거지죠.
다단계에 빠지는 사람들은 자기네가 합법적 거지가 되는 건줄 알까요?
차라리 노숙자가 더 쿨하고 솔직한 것이죠.
그런데 저같아도 저런 상황에서 별 대책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생까고 갈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