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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465 vote 0 2009.02.18 (10:56:59)

신해철, 김장훈, 조영남, 김병현

‘지성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지난번에 최진실과 조영남의 처신을 비교하여 말했더니 ‘최진실은 지성인이 아니고 조영남은 지성인이란 말인가’ 하며 화를 내는 독자들이 많았다.

개념적 사고에 약하다. 지성이라는 개념을 무슨 자격증 시험 비슷한 것으로 여긴다면 곤란하다. 시험에 합격하면 지성인이고 불합격하면 비지성인인가? 과거에 합격하면 양반이고 불합격하면 상놈?

그런건 아니다. 지성 개념은 인류의 집단지성, 집단지능 시스템에 기반하는 것이며 결국 인류문명이 그 본질이다. 문명의 자가발전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느냐가 중요하다. 그 밖에서 따로 놀면 야만인.

깨달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깨달은 ‘사람’은 없다. 깨달음은 추상개념일 뿐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 면허는 없고 자격증도 없다. 그러나 아마와 프로의 수준 차는 참으로 크다.

중요한건 아마와 프로의 수준차가 의외로 크다는 사실 자체를 절절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프로기사만 되면 특별해지는 것이 아니다. 프로기사 단증은 편의적인 요식일 뿐 그다지 의미가 없다.

프로가 강한 이유는 프로테스트에 합격했기 때문이 아니라 프로가 소통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어느 그룹이든 내부에서 소통하여 그 그룹 안에서 가장 뛰어난 자 기준으로 상향평준화 된다.

프로와 아마의 수준차가 참으로 크듯이 깨달음의 시스템과 그 바깥의 수준차는 크다. 깨달은 사람이므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시스템 안에서 소통하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도 마찬가지. 우수한 스승이 우수한 제자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 제자들 중 가장 우수한 자가 그룹 전체를 상향평준화 시킨다. 그러므로 인물이 날 때는 무더기로 난다.

조선왕조에 인물이 많았던 시기는 선조대와 정조대다. 선조대에 화담과 율곡 뿐 아니라 내노라 하는 인물이 무더기로 나왔다. 문제는 그들이 한 동네 출신이라는 점. 이순신, 원균, 권율, 유성룡, 김성일 집 거리가 멀지 않다.

진보진영 안에서 한 명이 우수하면, 그 한 명의 스승이 크게 방향을 잡아주면 진보진영 전체의 수준이 월등하게 높아진다. 그러므로 어리버리한 아저씨라도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면 제법 강해진다.

프로는 프로와 대국하므로 강하고 아마는 아마와 대국하므로 약하다. 깨달음은 깨달음의 방법으로 소통하므로 강하고 지성은 지성의 방법으로 소통하므로 강하다. 신(神)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

깨달은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깨달은 사람과 대화가 되는 사람이 깨달은 사람이다. 그 소통의 레벨이 중요하다. 농부와도 대화가 될 때가 있지만 학자와도 꽉 막혀서 대화가 안될 때가 있다.

신(神)에 대해서도 자연의 완전성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신과 대화가 되느냐가 중요하다. 백날 기도해도 대화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대가 신의 역할을 떠맡아 나누어가진다면 바로 대화가 된다.

조영남은 여러번 뻘짓을 했지만 그때마다 사과했다. 왜 사과했을까? 주변에 조언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영남이 시스템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조영남의 지능이나 인격과 무관하게 그는 시스템 안에 있다.

최진실의 지능이나 인격과 무관하게 그에게는 좋은 조언자가 없었다. 그는 고독하게 시스템 밖에 있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조성민도 한심하지만 누군가가 조언해줘서 막판에 겨우 수습했다.

신해철도 마찬가지다. 서태지도 마찬가지다. 위성미처럼 조숙하더니 위성미처럼 망가지더라. 왜 위성미처럼 다시 부활하지 못하나? 김장훈도 위태롭다. 그들은 너무 잘났고 그래서 주변에 좋은 조언자가 없다.

신해철, 서태지, 김장훈에게는 좋은 스승이 없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다. 예술가라면 당연히 ‘하느님 다음으로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데 갑자기 쥐형에게 용돈 타쓰는 어리광쟁이가 된다.

서태지는 특별히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정신연령이 교실이데아에서 멈춰버렸다.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는 티가 너무 난다. 솔직히 촌스럽다. 위엄을 잃어버렸다. 옛날에는 위엄이 있었는데.

김장훈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위태롭다. 그의 선행은 개인의 선행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사(私)와 공(公) 사이에 큰 강이 있다. 그 강을 어이 넘을 것인가? 그 급류에 휩쓸려가지 않고 말이다.

류(流)가 있어야 한다. 흐름이 있어야 한다. 시스템 안에 있어야 한다. 뻗어나가고 전개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자가 생겨나고 세력이 생겨나고 그 세력 안에서 위엄을 얻는다.

그들에게는 좋은 스승이 없으니 좋은 제자도 없고 좋은 세력도 없다. 오빠부대가 있다지만 안쳐준다. 독불장군으로 고립되어 있다. 위태롭다. 공들여 쌓은 명성도 한 방에 날아가는 수 있다.

세력이 있어야 안전하다. 천명의 제자를 길러야 안전하다. 좋은 스승 밑에 있어야 안전하다. 혼자 다하려 말고 토대만 다지고, 씨앗만 뿌리고, 남은 일은 대를 이어가며 해야한다. 우공이산처럼.

김병현도 마찬가지. 잘못을 반성한다지만 반성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 지에 대해서는 전혀 보장이 없다. 뼈를 깎고 반성해도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도로아미 타불이다. 선수는 팀이 있어야 한다.

시스템은 생명이다. 그 생명 안에서 호흡해야 진짜다. 물을 떠난 고기는 살지 못한다. 인류문명이라는, 진보진영이라는, 집단지성이라는, 네티즌의 공론이라는, 깨달음이라는 시스템 밖에서 살지 못한다.

http://gujoron.com


[레벨:1]맑은하늘

2009.02.18 (11:41:57)

오늘 처음 가입하고 질문 답니다.

우선, 불쑥 글을 저의 무례를 넓게 용서하여 주십시오.



"인류문명 이라는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에 동의하지만,

기득권의 성공 시스템에 비해 그 실체나 구체성이 부족해 보여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의 섭리"에 자신을 맞추지 못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들어, 공부잘해서 좋은 대학, 좋은 직업, 고액 연봉과 같은 시스템은

일면 명쾌한 부분이 있는데,

인생을 미학적 관점에서 보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일반인들이 가기엔 조금 형체가 불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인간의 판단 실수나 무리한 욕망, 복수등이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것을 보면,

"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 고생을 동반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고생"이란 말과 "건전한 시스템의 확장"이 양립가능할 수 있는 것인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2.18 (12:25:46)


단지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라서 그럴 뿐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되어 있는
스웨덴이나 핀랜드라면 그런 걱정은 전혀 없지요.

신의 길은 이제부터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지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길은 아무나 개척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리를 아는 사람만이 개척할 수 있습니다.
 
아는 한 명이 나서면, 한 사람이 두 사람 되고, 두 사람이 네 사람 되고
점점 뻗어나가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단지 생산력의 향상 없이는 마른 섶에 불을 점화시킬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요.
인간의 도모가 하늘의 천시와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새로운 생산력으로 무장한 그룹이 나서면 대사는 이루어집니다.
조선왕조라 해도 그렇습니다.

시골 선비가 아는게 많고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 해도
생산력이라는 본질이 약하면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산력은 무엇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물질적 생산력 뿐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도덕적 생산력까지.

모든 분야에서 일관되게 힘의 우위를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경제야 뭐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니까 뒤에서 비판만 하면 되고'.. 이런 식은 아니지요.

[레벨:1]맑은하늘

2009.02.18 (18:34:50)

답글 감사드립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어서

심지어 그럴 필요도 없어진 사람들 조차도

조그마한 이익에 발끈 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예... 스웨덴이나 핀랜드라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네요.

다시한번 답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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