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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620 vote 0 2009.02.05 (11:39:07)

이안의 색계에 대해서
‘누가 대륙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넣겠는가?’

 

[갑자기 옛날영화 이야기를 해서 뜬금없지만 질문하는 분이 있어서]

이안의 ‘색계’에 대해서는 비디오로 봤기 때문에 집중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특별한 느낌을 얻지 못했다. 70년대 이장호나 배창호버전 한국영화를 재탕으로 보는 기분이랄까 뭐 그런거. 거장답게 그림이 세련되기는 했지만.

철학으로 보면 무게는 제법 잡았지만 알맹이가 빈곤. 인간에 대한 관찰이 있지만 단지 피상적 관찰이 있을 뿐 뚜렷한 결론은 없음. 지적 나르시시즘에 빠진 70년대 지식인의 ‘불안한 자기모색’ 운운에 결론은 허무주의 퇴행.

그 이면에는 조국을 등지고 방황하는 지식인의 자기위안이 도사리고 있고. 그 어리광 가득한 몸짓이라니. 언제나 타인이 자신을 이해해주기만을 바라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치고 나가지는 못하고. 언제까지 그러고 살테냐?

미학으로 보면 나름대로 진지했지만 통쾌함이 없다. 탐미주의로 갔지만 탐미적이지 못했고, 초극을 추구했지만 초극하지 못했고,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려 했지만 진정한 바보를 보여주었다. 사랑을 찾으려다 사고를 찾은 셈.

중국의 지식인은 아무래도 대륙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고 인정받으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만으로 내몰리고 미국으로 유랑하며 나약해지고 비겁해진 것. 일신의 안일만 추구하는 자기신세 한탄.

‘진정한 것은 없다. 출구는 어디에도 없다. 사방이 꽉 막혔다. 단지 불안한 자기모색이 있을 뿐’이라는 식의 실존주의 변명. 박정희 이후 30년 동안 들어왔던 그 지긋지긋한 변명. 김기덕은 잘 찾는 출구를 그는 왜 찾지 못할까?

내용은 스릴러도 에로도 코미디도 멜로도 다 약하더라. 사극도 아니고. 다 섞은 잡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잡탕을 꿋꿋이 밀어붙였는지는 의문. 치밀한 심리묘사와 자질구레한 복선의 사용이 돋보였지만 그것도 과잉이라는 느낌.

관객이 동의하지 않는 혼자 게임. 감독 혼자 즐기는 레고블럭 조립놀이. 역사로 봐도 고증이 충실한 점이 맘에 들었지만 그것이 포인트는 아닌듯 하고. 의미있는 역사적 재해석의 시도도 없는듯하고.

이 영화의 큰 틀거리가 된 섹스묘사와 심리게임이라는 도피로에 숨은 것. 왜 정면승부를 회피하는가? 역시 대륙에서 도주한 대만 지식인의 한계. 잘아졌고 소심해졌다. 본류가 되지 못하고 아류가 되었다. 그 증거는 반대편에 선 장예모.

이 영화는 여러모로 장예모의 ‘영웅’을 생각나게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두 영화는 판박이다.

대륙에 남은 자의 입신양명을 위한 변절과, 섬으로 도주한 자의 허무한 이중플레이. 둘이서 누가 더 최악인지를 겨루는 게임. 결론은 둘 다 최악이나 외국인의 품에 안긴 이안보다 독재자의 개를 자처한 장예모가 더 더럽다는 거.

무엇인가? ‘장예모의 영웅’과 ‘이안의 색계’가 가지는 공통점은 둘 다 자객이 죽이러 가서 타겟을 쓰러뜨리지 못했다는 거다. 왜? 왜 그들은 끝내 죽이지 못하는걸까? 왜 그들은 오자서의 통쾌한 복수를 재연하지 못하는걸까? 왜 그들은 월왕 구천도 하고 오왕 부차도 해낸 대업을 못하는걸까?

정답.. 그것은 중국의 현대사가 실패이기 때문이다.

장예모의 변명을 들어보자!

‘대륙은 말야. 워낙 거대해서, 우리같은 세치 혀 밖에 가진 것이 없는 지식인 나부랭이 따위가 감히 손댈 수 없는.. 그 어떤 거룩한 힘의 지배아래 있다는 거지.우리같은 나약한 지식인은 깝치지 말고 걍 찌그러지는게 맞아. 중국의 민주화? 어림 반푼어치도 없어. 포기하자구.’

자객은 큰 뜻을 품고 기어이 칼을 뽑지만 그 칼을 끝내 휘두르지는 않는다네. 썩은 무우라도 반토막 잘라보아야 하건만, 끝내 그러지를 못하네! 왜? 대륙이란 원래 그런거라네. 니들이 대륙을 알어? 누가 저 도도히 흐르는 황하를 막을 것인가? 거스를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네. 술이나 한잔 기울일 뿐.

비겁한 변명이다. 장예모는 더 이상 지식인이 아니다. 권력의 개일 뿐이다.

이안의 변명을 들어보자.

‘대륙의 상대는 워낙 강하고 섬으로 내몰린 나는 약하다. 누가 나를 지켜줄 것인가? 아무도 없다. 다들 겉으로는 애국 어쩌고 하지만 각자 지 한 목숨 건사하기 바쁜 조무래기들. 아 우울하다 우울해! 우울한 때는 섹스로의 도피가 제격이지. 아 완전한 사랑은 어떤 것일까? 한잔 술이 당기는구나. 홍알홍알. 엉엉.

바보같은 소리다. 나약한 지식인의 변명에 불과하다. 그런 식으로는 진정한 사랑조차 찾을 수 없다. (내맘대로 하라면 장예모의 영웅에는 별 0개를 주고, 이안의 색계에는 그나마 별 두개는 주것다. 거장의 그림솜씨를 평가해서 많이 쳐준 거. 그러나 근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뚤어졌다.)

과거 고도성장시대에 특별히 사회에 기여할 것이 없어서.. 변방에서 우울하게 모색하던 한국 지식인의 초상을 보는듯. 대만으로 미국으로 내몰리면서 공산국가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하지도 못하고, 대륙의 중국인들에게 환영받지도 못하는 그 어정쩡한 모습이 유신시절 한국을 떠나 해외를 떠돌던 지식인을 연상하게 한다.

지독한 사랑을 추구하다가 여성에 대한 지독한 편견을 노출한게 아닌가 싶다. 결론은 이안은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 조국이고 뭐고 다 부질없고 여자에겐 단지 자기를 끝까지 지켜줄 사내새끼 한 놈팽이가 필요할 뿐이라는 식의 비뚤어진 시선. 그는 사랑을 추구했지만 허상을 추구한 거다. 빛이 아니라 그림자를 좇아간 거다.

주인공 여자는 그 친일파 끄나풀을 사랑한게 아니고, 스파이로서 오르가즘을 연기했을 뿐이고, 같이 총살당한 동료 광유민을 사랑한 것인데 그 부분이 약했다. 이안감독이 칼을 빼고도 휘두르지 못했다고나 할까. 왜? 그는 진정한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진정한 사랑은 그 육체적 접촉의 대상에게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깊은 곳에 충만되어가는 것이며, 그것은 밖에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쌓아가는 것. 완성되면 폭발하는 것. 그리하여 낳아내는 것. 영화속의 그들은 불임. 왜? 가짜니까.

진정한 사랑은 있다. 그것은 육체관계를 넘어서는 것.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지만, 진실로 말하면 존재의 심연을 바라보고 있는 것. 신을 향해 포즈를 취하는 것.

진정한 사랑이란? 마지막 순간에 신이 존재하는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것.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마지막에 죽어가며 여인은 어디를 보았나? 그 시선의 끝에 누가 있는가? 친일파? 아니다. 광유민? 아니다. 조국? 아니다. 운명? 아니다. 여성의 본능? 아니다. 초극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왜 벽을 깨지 못하는가?

http://movie.naver.com/movie/board/review/read.nhn?nid=1067227&code=61101

이 리뷰가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쓴 좋은 리뷰가 아닌가 한다. 문제는 이 글을 쓴 먹물도 개발독재시대에 국가에 기여하고 싶은 열망은 가득하나, 차마 박정희의 개가 될 수는 없어서 떠돌이 경계인으로 머물렀던 70년대 나약한 지식인의 넋두리 관점으로 영화를 보았다는 것.

딱 이안의 포지션. 이안과 글쓴이는 너무나 쿵짝이 맞다. 문제는 이안도 포지션이 다를 뿐 반대편의 장예모와 쿵짝이 맞아버렸다는 것. 이안은 미국인에게 환영받고, 장예모는 중국인에게 환영받고. 결론은 둘 다 개.(독재자의 노예와 외국인의 창부라면 환상의 콤비.)

나는 말한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끝끝내 마지막 한 걸음을 더 내딛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변명에 그쳐서는 좋지 않다고. 마침내 벽을 깨뜨리고 극을 넘어서야 한다고.

진정한 사랑은 너와 나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과 나 사이에 있는거라고. 지구상의 그 누구를 사랑해도 결국은 그 사람의 모습을 빌어 나타난 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자기 안의 사랑을 완성해 가는 거라고.

주인공 남녀는 인간의 속된 사랑을 완성했을 뿐 신의 거룩한 사랑에 가닿지 못했던 거다. 경계인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던거다. 언제까지 경계선에서 머뭇거릴테냐? 언제까지 그 따위로 살텐가?

그렇다. 장예모는 진시황을 척살했어야 했고, 이안은 친일파를 쏘았어야 했다. 그래야 중국이 바뀌고, 민주화가 완성되고, 세계가 다시 살아난다. 왜 대륙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넣지 못하는가?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談담談

2009.02.05 (14:05:32)

본 것이 없으니 보여 줄 것이 없는 거지요. 영웅 결말을 보며 헛헛하게 웃어야 했던 기억 나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4]id: 굿길굿길

2009.02.05 (21:34:14)

제가 보는 눈이 좁았군요.. 영웅을 볼때 천하를 굽어보며 목숨도 던지는 호연지기로 보아서리..ㅠㅠ
프로필 이미지 [레벨:2]가혹한너

2009.02.06 (05:20:47)

김동렬님의 글엔 중요한 단 한가지가 빠졌어요

사랑...

이안감독은 사랑의 그 알수없음을 더 깊이 파헤친것 아닐까요/??

색계는 그저 로맨스 영화일뿐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2.06 (10:42:00)

 


생각 따위는 안하고

그냥 속편하게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지요.


물론 의도적인 행동입니다.

그건 저의 ‘계’라는 말입니다.


생각이라는 것을 안하고 보면

이문열 소설도 훌륭한 작품일 수 있지요.


이문열이 극우발언하기 훨씬 전부터 저는 이문열을 비판해 왔습니다.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에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는 ‘계’를 읽었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본토에서 30분이 삭제당했고

탕웨이는 결국 본토에서 쫓겨났습니다.


이안은 왜 30분 삭제당했는데도 본토상영을 고집했을까요?

단순 로맨스 영화라면 30분 삭제라는 모욕을 당하고도


굳이 본토상영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요.

그것은 이안의 ‘계’입니다.


색.계 중에서 색만 보면 로맨스영화지만

계를 보면 외국인을 끌고 와서 본토와 대결한다는 본질이 드러나 있습니다.


극중 역(易)은 원래 중국에서 급진운동을 하다가

좌절해서 일본군을 끌어들인 인물로 설정되어 있고


중국역사는 배신의 역사이며

12명의 배신자로 본 중국사라는 책도 나와있습니다.


극중 역이 명을 배신하고 청나라를 끌어들인

오삼계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의미가 반감되죠.


이안은 이 영화로 베니스에서 박수를 받고

대신 10억 관객을 잃은 것입니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

이안은 타격받은 것입니다.


이안이 이 영화로 타격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머저리라면

그런 머저리가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안맞지요.

중국사를 움직인 12명의 배신자는


오나라 군대를 끌고와서 자기의 조국 초나라를 파멸시킨 오자서

출세를 위해 서슴없이 아내를 베어버린 병법가 오기

진나라에서 벼슬하고 조국 위나라를 함락시킨 상앙

조국을 떠나 유세하여 여섯나라 재상을 해먹은 소진

소진과 대결한 장의


이들은 거의 모두 배신에 대한 배신을 당하여 칼맞아 죽었죠.

배신은 배신을 부르는 법이니까.


그리고 전한을 말아먹은 사악한 배신자 왕망

대를 이어가며 배신을 세습한 사마의

별 볼일 없는 배신자 왕돈과 환온

당나라를 말아먹은 안녹산

충신 악비를 제거하고 조국을 금나라에 팔아먹은 진회

역(易) 그 자체인 오삼계


이 영화를 보고 오삼계를 떠올리지 못한 사람과 영화이야기는 허무할 뿐입니다.

물론 중국사를 배우지 않은 외국인들이야 기립박수를 보내겠지요.


이안이 사랑에 눈이 멀어 조국을 유린한 오삼계를 생각하지 않고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중국역사는 한 마디로 배신의 역사이며

중국은 배신+배신+배신을 거듭하는 나라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색만 보고 계는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가혹한너

2009.02.07 (06:16:12)

제가 말하고 싶던것은 색에 치우친 "사랑"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닙니다

색이고 계에 속하지 않은 인간의 본질적 사랑을 뜻하고 이야기한 영화인거지요(여기서 로먄스영화라고 칭했어요)

영화의 전개에 색과 계가 포함된거죠

그리고 김동렬님의 전체적인 글의 의미와 무엇을 말씀하시는진 이해가 가는데

두가지 이해가 안되는점이 있어요

진정한 사랑을 거론하신것과

배신의 역사인 중국을 알면서도 표현할수 밖에 없는 이안감독을 못난사람으로 칭하는지에 관한겁니다

우선 첫째인 진정한사랑을 거론하신 부분을 다시금 휠마우스로 올려 읽어보세요
김동렬님이 말씀하신 사랑은 성찰에 가깝다고 느낄수 있습니다
진정한사랑을 타인이 타인에게 설명하는것이 조금은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둘째부분에 관해서 말하면 김동렬님이 말한대로 표현하려면 이런영화를 예를 들어지겠어요
실미도, 한반도...

글을쓰면서도 무언가 인지못하는 진리가 있을까 두려워요 ㅠㅠ
항상 작은 말에도 답변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글에서도 제가 인지못하는 부분이있으면 여지없이 알려주세요
대화수준이 제가 너무 낮다면 조금만 수준낮게 알려주세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2.07 (11:29:39)


고수들은 척 보면 통하는게 있습니다. 아 이 양반이 대륙과 어떤 방식으로 꼬여서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견적 딱 나와주지요. 어느 지점에서 각을 세우고 어느

부분에 계를 쳤는지. 물론 관객들은 그런 생각 안하고 액면만 보지요.
그러나 조금 있으면 그런 것이 다 드러납니다. 저절로 드러나요.

역사의 흐름과 동떨어진 채로 있는 것은 없어요. 왜 홍콩몰락시기에 비장한 느와르가 나오는지

왜 홍콩에 중겸삼림 나오고 대륙에 영웅 나오는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왜 개박이가 당선되면 충무로가 망하는지 다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 이면을 모르고 표면만 보면 우습지요. 본질적 사랑으로 도피하려 한 심리의 저변에 흐르는 것.
왜 암울한 시기에는 항상 유미주의로의 도피가 나타나는지. 역사는 항상 반복되는 법

중국 5세대 감독들이 왜 화려한 칼라 뒤로 숨는지. 공산정권에 직설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은유에 숨겼는지
결정적으로 이안감독은 사랑의 진정한 경지를 모르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것 보고 사랑타령 하는 평론가들은 사랑을 모르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사랑을 말할 자격이 없지요.
시련의 시기에 문학가들이 순수문학으로 도피한다지만 불순하지요. 과연 순수는 순수한 것인가? 천만에.

진정한 순수는 역사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역사의 활대에 자신을 현으로 걸어 울음소리를 토해내는 것입니다.
이안은 못난 감독이 맞습니다. 서양사람에 영합해서 과분한 명성을 얻은 사람이지요.

그의 사랑에는 동양적인 깊은 깨달음의 경지가 없습니다. 색계보고 감동받았다는 사람은 순진한 사람입니다.
물론 괜찮은 그림들도 있지만 본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헌걸찬 기개가 없는 삼류들의 아우성.

탁 치고 나가고 확 깨고 나가는 통쾌한 면이 없는 답답한 자들의 몸부림. 그들은 스스로를 옭아매었습니다.
또다른 형태의 오리엔탈리즘 영합.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면 예술가가 아니라 장사꾼일 뿐.
프로필 이미지 [레벨:2]가혹한너

2009.02.08 (06:50:35)

음...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제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영역중 하나가 저한테는 사랑과 음악이거든요

흠 이런게 숨겨있었다니...

사실 저도 색계를 극장에서 보면서 저한테는 이해가 안되는 사랑이었거든요 무언가 조금 이상한사랑??

이런게 내포되어 있었네요

저의 수준에 맞는 가르침 감사합니다^^
[레벨:1]hannah

2009.02.10 (18:54:39)

.
.

" 진정한 사랑이란? 마지막 순간에 신이 존재하는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것. "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군요.

나도 사랑과 음악은 아킬레스의 약점이라 할만큼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사실 사랑이란 삶의 명제나 다름 없지 않겠습니까.

조국에 대한 사랑이나, 부모 스승, 친구, 이성 모든 사랑은 단 하나..
신의 존재를 바라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언제나 신의 존재가 기본으로 바탕에 깔려 있는 동렬님 글은,
그래서 인터넷 안에서 가장 구심 점이 튼튼한 글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종교인이 아니면서 신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본 적은 없어도 위 글을 통하여
오늘 하루의 성찰에 도움이 되었음을 감솨드립미다..ㅜ.ㅜ.
.
.



[레벨:1]퍼즐조각

2009.02.10 (20:47:07)

김동렬님...좋은 글 감사합니다...그런데 사랑을 가장 잘 형상화한 영화나 소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2.10 (22:07:19)


글쎄요. 영화나 소설을 말한다는건 우습고. 논하자면 모든 문학이 결국은 사랑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제대로된 사랑 아닌게 어디에 있겠습니까? 참된 사랑은 사람으로 하여금 더 높은 가치에 눈 뜨게 합니다.


더 큰 세계를 바라보게 하고 더 너른 세계로 나아가게 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그랬습니다. 처음 어떤 사람의 포즈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고향을 떠나 목숨걸고 진리의 세계로 나아가기로 맹세했지요.


공주를 사랑하게 된 기사가 모험여행을 떠나듯이. 사랑을 하고도 더 큰 세계에 눈 뜨지 못했다면 삼류들의 너절한 신세타령일 뿐. 사람을 강하게 하고 단련시키고 더 높은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이 없다면 술잔이나 기울이며 몽롱한 표정으로 넋놓고 앉아있겠죠. 어차피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인데. 춘향만 하더래도 기생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넘어 인권을 깨닫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고독한 인간선언이죠.


왜? 사랑의 가장 큰 의미는, 자신의 낮고 추한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겠다는데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거룩하지 않아도 고귀한 척 해야 합니다. 그게 사랑의 진실입니다.


오스카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언급되듯이, 가장 천한 사랑은, 귀족남자를 사랑하게 되자말자 완전히 긴장을 풀어버리고, 마치 세상을 다 얻은 사람처럼, 배우가 연기를 포기해 버리는 그런 사랑이죠.


그건 가짜입니다. 진짜라면 사랑은 배우가 더 뛰어난 연기를 하게 되고, 진짜라면 작가가 진정한 작품을 쓰게 되고, 진짜라면 화가는 걸작을 그리게 됩니다. 그 동기를 부여하는게 사랑이지요.


좋은 남자를 만났으니, 원하는걸 가졌으니 이제 자신을 돌볼 필요없고, 남편이나 섬기면서, 자식이나 키우면서, 자신의 매력을 완전히 팽개쳐 버리고, 꼴은 아줌마처럼 해가지고설랑은, 뻔뻔해져설랑은.


남편자랑 자식자랑으로 수다나 떨고. 옷도 아무렇게나 몸매도 아무렇게나 음식도 아무거나, 남편과 자식을 위해 오직 헌신.. 이렇게 망가지는건 최악입니다. 사랑을 가장한 거래지요. 큰 거래 한건 댕기고 맘편하게 놀겠다는 심보.


진짜라면 그 반대라야 합니다. 누군가를 위한 희생은 사랑이 아닙니다. 희생은 크게 한번 양보해주고 이후로 맘편하게 살기 위한 수단일 뿐. 팽팽한 긴장을 끝까지 끌고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랑한다면 결코 인생의 꿈을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배우라면 연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 앞에서 자신의 고귀함을 끝내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분야의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연인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왜냐하면 남자 혹은 여자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세상 최고의 사람과 사랑했다는 사실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섹스를 천번하고 뽀뽀를 만번하고 자식을 백명 낳아도 아무 의미가 없어요.


단 1초라도 세상에서 최고인 사람과 온전한 소통을 하는 것. 그 이상은 없습니다. 그 순간 자신은 최고가 되는 거죠. 사랑은 몸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으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야기의 완성으로 하는 거지요.

  


[레벨:0]나그네

2009.02.11 (16:42:03)



 " 사랑의 의미는, 자신의 낮고 추한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 ! "
 
   화~ ...끝내줍니다 ^^
[레벨:2]천상인

2009.03.05 (10:42:11)

"진정한 사랑이란? 마지막 순간에 신이 존재하는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것. "

가슴이 뭉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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