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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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970 vote 0 2019.03.27 (14:11:51)


   바보들은 자중하자


    중앙일보가 요즘 시민단체 출신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때리는데 골몰하고 있나 보다. 중앙일보야 문재인 까려고 하는 소리지만, 필자 역시 시민단체 출신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시민단체 출신이라고 장관 하고 수석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대통령 입장에서 여성 몫 떼주고, 시민단체 몫 떼주고, 공신 몫 떼주고 하다 보면 되는 게 없는 것이다.


    대통령의 어려운 형편을 헤아려서 나라도 참아보자 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남들도 다들 한 자리씩 하는데 나라고 출세하지 말란 법이 있냐 하는 식이라면 한심한 거다. 시민단체는 너구리를 보고도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게 직업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통제가능성의 관점에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목청 높이기 경쟁은 곤란하다.


    미세먼지가 문제로 되면 시민단체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게 목적이고 정부는 격앙되어 있는 국민을 진정시키는게 목적이다.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 깨달음의 대화 게시판에 썼듯이 인생은 어차피 삽질이다. 정부도 삽질한다. 그런데 필요한 삽질이다. 예비군은 허무하지만 예비군이 없으면 민병대와 자경단이 등장한다. 위험한 거다.


    이승만 정권의 민간인 학살은 상당수 서북청년단이니 백골단이니 땃벌떼니 하는 민병대가 저질렀다. 경주시 내남면에서 이협우 부대의 학살이 유명하다. 소를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돈을 빼앗고 학살한 다음 가족들이 항의하자 산 채로 불태워 죽이는 식이다. 10살 미만의 어린이도 35명이나 죽였다고. 예비군이 없으면 이런 비극이 생겨난다. 


    예비군의 진짜 임무는 북한군의 기습을 막는게 아니라 애국과 반공이라는 이름의 살인마를 막는 것이다. 관료주의는 확실히 삽질이지만 그래도 괴력난신보다 낫다는 거다. 놔두면 이상한 짓 하는 사람 반드시 있다. 우리 안에도 있다. 어딘가에 꽂힌 사람들 있다. 시민단체 출신을 불신하는 것은 강박증 환자처럼 어딘가에 꽂힌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사람도 필요하다. 너구리를 봤다면 늑대가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떨어야 한다. 집단이 불감증에 빠져버리면 가습기 살균제 소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파수꾼이 리더가 되면 안 된다. 애국장사도 필요하고, 반공장사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그들이 완장을 차면 변희재가 되고 지만원이 되고 나경원이 된다. 목청 높이는 떼쓰기 습관 버려야 한다. 


    시민단체도 필요하지만 그들이 단체로 완장을 차면 안 된다. 천안함 음모론, 세월호 음모론 퍼뜨리는 사람도 일종의 그런 거다. 본질은 같다. 애국장사 이협우부대나 친북놀음 이석기부대나 본질은 같다. 민병대놀이 자경단놀이 재미가 있지만 하면 안 된다. 이쪽에서 하면 저쪽에서도 해서 개판되기 때문에 절대로 안 된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런 거다.


    모두가 도덕군자로 살 필요는 없다. 범생이로 살 필요는 없다. 매일 착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가만 놔두면 꼭 이상한 짓을 한다. 그냥 자유롭게 살면 되는데 꼭 히피짓을 한다. 히피짓을 해도 적당히 하면 괜찮은데 심하게 한다. 마약을 먹고 선을 넘는다. 통제가 안 되는 거다. 버닝썬도 그렇다. 적당히 놀면 될텐데 꼭 오바질을 하는 거다. 


    바보가 문제다. 양심적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이 바보가 맞는지 물어보시라. 바보로 판명나면 좀 나대지 말자. 천안함 음모론. 세월호 음모론은 기본적으로 지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구조지능 아이큐가 낮다. 팟캐스트 청취자가 절반이 떨어져 나갔지만 나는 대중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이름 팔려고 하는게 아니라 제자 모으려고 하는 일이니까.


    구조론이란 간단히 말하면 A에서 B로 사건의 단계를 건너갈 때 겉으로 봐서 링크가 한 개로 보이면 실제로는 다섯 개라는 거다. 생각보다 복잡하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의사결정구조가 있다. 인공지능도 잘 안 되고 있고 무인운전도 구글이 뛰어들어 다된 것처럼 큰소리치더니 꿩 궈먹은 소식이고 VR도 생각만큼은 진도가 안 나가 준다. 쉽지 않다.


    전기차도 바로 되는 거 아니고 그러므로 당장 수소차를 포기할 이유도 없다. 스마트폰도 처음 아이디어가 나오고 수십 년 걸려서 그것도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 덕에 겨우 된 거다. 패러다임의 딜레마다. 하나를 바꾸면 전부 바꿔야 하며 반대로 전부 바꿀 힘이 없으면 하나도 못 바꾸는게 패러다임 딜레마다. 하나가 천장을 뚫으면 다음 공짜 먹는다.


    그러므로 세상은 2천 년대 초반 벤처붐처럼 한꺼번에 우르르 일어나는 것이며 반대로 한 번 막히면 줄줄이 막혀 다 안 되는 거다.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안 된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된다. 안되는 흐름을 타면 죽어보자고 안 된다. 반대로 일이 술술 풀릴 때도 있다. 어느 분야든 1위가 되면 술술 풀리고 2위부터는 막혀서 잘 안 풀리는 거다.


    반대로 꼴찌가 2등까지 쉽게 가는데 1등 가기는 열 배로 어렵다. 10등이 2등으로 올라오는데 100의 에너지가 들었다면 2등에서 1등으로 가는 데는 1000의 에너지가 든다. 클래스가 다르다. 손흥민과 이동국은 다른 거다. 뭐든 쉽게 고비를 넘을 수 없지만 반대로 큰 거 하나가 해결되면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 거기에 줄줄이 묻어가는 거 많다.


    천장을 뚫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과 묻어가는 것을 잘 분별해야 한다. 강정호가 되니까 박병호와 이대호가 나도!를 외친다. 박찬호, 김병현, 류현진이 먹히니까 우르르 몰려가지만 급이 다르다. 에너지의 공급측 곧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 때문에 뭐든 입맛대로 간단치 않은 것이다. 천안함은 어뢰공격 외에는 다른 방법으로 파괴할 수단이 없는 거다.


    세월호는 세월호 자신의 관성력 외에 다른 것으로 넘어뜨릴 수단이 없는 거다. 사람들이 단순한게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없어야 하는데 귀신도 있고, 초능력도 있고, 타임머신도 있고, 외계인도 있고, 4차원도 있고, 초고대문명도 있고 서로 상충되는 여러 가지가 동시에 있다고 믿는 것이다. 유일신을 믿는다면 당연히 귀신을 부정해야 하는 것이다.


    유일신을 믿는다며 귀신아 물러가라 이러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그들은 뇌가 없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없으며 이 원리를 적용하면 모두 하나로 모아지며 궁극적으로 남는 것은 에너지의 방향성 하나뿐이며 이 하나로 모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안의 민병대들은 자중하자는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집권세력이니까. 변희재가 부러운가?


    처음 동탁을 타도하기 위해 18로 제후가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동탁에 18로 제후까지 나쁜 놈이 19명이 되었다. 동탁이 나쁜 이유는 무언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다. 나쁜 놈을 19명으로 새끼쳤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우리는 '쟤가 먼저 잘못했걸랑요.' 하고 일러바치기 좋아하지만 누가 먼저 원인제공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통제가능성이 문제다.


    '쟤들 놔두면 위험하다니깐요.' 하고 소리치는 자가 한 사람의 잘못을 19배로 증폭하는 증폭기다. 그들을 통제해야 한다. 상대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을 응징할 때는 무슨 짓이든 허용된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자들 있다. 무슨 까방권이라도 얻은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살인마 이협우다. 상대가 잘못한게 왜 내가 잘못을 저질러도 되는 권리가 되는가?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9.03.27 (19:01:01)

"  '쟤들 놔두면 위험하다니깐요.' 하고 소리치는 자가 한 사람의 잘못을 19배로 증폭하는 증폭기다. 그들을 통제해야 한다. 상대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을 응징할 때는 무슨 짓이든 허용된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자들 있다. 무슨 까방권이라도 얻은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살인마 이협우다. 상대가 잘못한게 왜 내가 잘못을 저질러도 되는 권리가 되는가?"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3.28 (03:52:25)

"우리는 '쟤가 먼저 잘못했걸랑요.' 하고 일러바치기 좋아하지만 누가 먼저 원인제공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통제가능성이 문제다."

http://gujoron.com/xe/107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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