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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02 vote 0 2023.05.17 (13:05:52)

5/17 내가 간호법에 찬성하는 이유
1.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의대'에 반대한 전공의들의 대대적인 파업이 있었다. 그런데 의료 현장에는 의외로 특별한 공백은 없었다.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느라 나간 공백을 누군가 대신 채웠기 때문이다. 'PA 간호사'들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2.
PA는 Physician Assistant의 줄임말이다. 보조의사라는 뜻인데 그러면 'PA 간호사'라고 하면 '보조의사 간호사'라고 해석이 된다. 그냥 현장에서는 보조의사의 역할을 하는 간호사라고 통칭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환자들에 대한 문진(상담), 치료, 처방과 수술까지도 한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논문을 제외하고 의사들이 하는 모든 일을 다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3.
PA들이 주로 투입된 곳은 외과, 산부인과 등 수련의들이 기피해서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야다. 가령 지방대학병원 산부인과 같은 곳에는 레지던트 한 명에 PA 10명이 근무하는 곳도 있다.
4.
전공의들이 파업을 해도 PA들이 있어서 대학병원은 문제없이 돌아가는데 만약 윤석열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반대해서 간호사들이 파업을 한다면 의료현장은 그야말로 풍비박살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간호사협회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파업을 하지 않고 '투표로 심판하겠다'는 입장인 것이기도 하다. 리스펙~
5.
간호사들의 직무와 책임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담은 '의료법'에는 당연히 PA 간호사들에 대해 규정하지 않았다. 1951년도 제정된 의료법에는 간호사들에 대해 아주 심플하게 두 가지로만 규정했는데 '환자의 요구에 따른 간호' 그리고 '의사의 지시에 따른 진료의 보조' 뿐이다.
그런데 현 시대에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혹은 노인요양, 방문 간호(진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규정지어서 되는 것일까?
6.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PA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의사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또 같은 맥락에서 공공의대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의사협회가 거의 모든 것을 걸고 막고 있는 중이다.
7.
의사들은 의료수가만 조정이 되면 현재 흉부외고, 소아과, 산부인과 등 비인기 전공 과목에도 의사들이 충분히 지원을 할 것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10여 년간 그리고 앞으로 10여 년 이상 의대생들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미용에 관련된 학과로 몰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냐고? 돈이 되기 때문이다.
8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돈이 되는 이유는 미용과 관련된 진료의 경우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이다.
얼마를 벌어야 많이 버는 것인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일반인들은 연간 몇 억을 벌면 "많이 번다"고 생각하지만 의대생들은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를 하면서 몇 억을 벌기보다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개원해서 몇 십 억을 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료인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울하지만 현 세태를 보면 딱히 이상하지도 않다.
9.
의사들은 현실적이지 않은 의료수가 때문에 의사들이 현장에서 갈려 나가고 있고, 흉부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의료계에 필수 과목들이 기피 과목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의료수가를 올린다고 한들 대학병원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어 빡시게 고생하기 보다 그냥 성형을 해 주고 필러를 주사해 주는 것이 헐씬 편하고 돈이 되기 때문에 딱히 의료수가와 기피 학과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지금 초등학생 시절부터 의대입시반에 들어가 학원 뺑뺑이를 돌고 있는 애들은 낭만닥터 김사부가 되기 보다는 돈 버는 성형외과 의사가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될 확률이 현실적으로 매우 높은 것이다.
10.
다시 간호사들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미 의료현장에서는 PA 간호사라는 존재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그들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경제적 베네핏 문제로 기피대상이 된 학과들을 대상으로 본다면 PA 간호사들의 역할은 절대적인 수준이다. 내가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현재 의료계의 구조, 인간에 돈에 대한 욕망, 그리고 배금주의가 깔린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딱히 타개할 방법도 보이지가 않는다.
11.
또 다른 결정적인 문제가 있는데 만약 PA들에 의해 의료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의료사고 자체가 워낙 의사가 절대적 '갑'의 지위이기 때문에 다투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전공의가 없는 가운데 PA들에 의해 의료사고가 나면 법으로 환자가 그 책임을 묻고 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2.
현재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은 1951년도의 의료법과 동일한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보조 진료"라고 간호사의 역할을 한정 지었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지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바뀌었다.
13.
의사들이 가장 경계하는 간호사 단독 개원에 대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태이지만 간호사협회에서는 "첫술에 배부르랴"는 관점에서 그래도 일단 환영을 하고 간호법 제정에 포커싱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단독 개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지울 수 없어 간호법 자체를 원천봉쇄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무조건 힘이 센 쪽에 손을 들어주는 습관을 가진 검사 출신의 윤석열은 자신의 공약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정치인으로 최악의 짓거리를 저질렀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14.
내가 간호법을 찬성하는 이유는 의사들이 나쁘고, 간호사들이 좋아서가 아니다. 의사협회나 간호사협회나 이익단체로서 자신들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와 사안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어도 그들의 행위 자체에 대해 선과 악으로 구분지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이미 현장에서는 대체불가능하고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니 이를 법률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회가 혼란스러워 지지 않고 안정이 된다.
15.
적당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유시민 작가는 암호화폐 일명 코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가진 작가로서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기간에 삼프로에 나와 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혔다.
"이미 코인 시장은 크게 형성이 되었으니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제도권의 통제를 받는 것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냐?"
16.
나는 간호법도 이런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현장에서 대체가 불가능하다면 법과 제도도 거기에 맞춰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정치인들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윤석열처럼 그저 힘센 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공약을 깨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은 너무나 한심한 일이다.
17.
의료 현장의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 했지만 사실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만성질환자가 급증한 우리 현실에서 간호사들은 이미 취약계층에 대한 방문 건강관리, 노인장기요양 방문 간호, 만성질환자 관리 등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18.
이를 위해 지역보건법, 학교보건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10개가 넘는 법률에 간호사들의 역할이 규정되어 있기도 하다. 한국전쟁 시기에 대충 만들어진 의료법에 간단하게 나와 있는 것으로 간호사들의 역할을 규정 하기에는 이미 현장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위한 관련 법규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당연히 제대로 된 법률의 정비를 해야 할 것 아닌가?
19.
정치적으로 해석해 볼 때는 현재 60만명이 넘는 간호사협회 회원들이 (민주당) 정당 가입 운동을 통해 "선거 때 투표로 심판하겠다"는 스탠스는 민주당도 좋고 간호사들도 좋은 일이다. 이는 내년 총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국힘당과 정부에서는 간호사들 달래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글쎄, 간호사들이 한번은 속아도 두번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20.
마지막으로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영국, 독일 등에는 이미 간호법이 있다. 모두 간호사들이 1차 진료가 가능한 전문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있고 심지어 미국에서는 모든 주에서 독자적인 약 처방과 개원도 가능하다고 법에 보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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