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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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460 vote 0 2008.12.30 (22:56:49)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하나의 기준에 맞추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다. 그 하나의 기준은 관점이다. 관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다. 주인의 시선으로 보는가 아니면 노예의 시선으로 보는가다.

철학은 관(觀)을 얻는 것이다. 견(見)이나 시(視)와 다르다. 관은 보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스탠스에서 포지션을 보는 것이다. 약자는 언제나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고 강자는 늘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다.

관은 관계로 본다. 관계는 연동되어 있어서 하나가 바뀌면 전부 바뀐다. 세계관이 바뀌면 인생관이 바뀌고 인생관이 바뀌면 가치관도 바뀐다. 인식이 바뀌면 판단이 바뀌고 판단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관은 세상과 나 사이의 관계설정이다. 관계는 세상의 질서 안에서 상대적으로 규정된다. 내 인격이 성숙할수록, 사회에서 내 지위가 상승할수록 관은 변한다. 입장이 바뀌면 전략이 바뀌고 전략이 바뀌면 태도가 바뀐다.

관은 ‘네가 이렇게 나오면 나는 이렇게 맞선다’는 대응의 논리다. 세상이 이렇게 나오면 나는 이렇게 맞서고 내가 이렇게 나가면 사회는 이렇게 바뀐다. 각각 세계관과 인생관, 가치관을 이룬다.

● 세계관-세상은 이렇다. ≫ 인생관-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산다. ≫ 가치관-내가 이렇게 나가면 사회는 이렇게 바뀐다.

세계관과 인생관, 가치관이 있다. 셋은 서로 맞물려 각각 인식과 판단과 행동을 이룬다. 요는 어느 수준에서 맞서는가이다. 세상의 어느 수준까지 바라보고 나의 어느 수준까지 정립하고 사회의 어느 수준까지 내가 나서는가이다.

높이 바라볼수록 깊이 정립하고 크게 나아갈 수 있다. 세상을 낮게 바라볼 때 나는 정립되지 않을 것이며 사회로 나갈 수 없다. 그럴수록 사회와 나는 상관없는 존재가 된다. 세상 일이 남의 일이 된다.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세상과 어느 수준에서 맞물릴 것인가? 거기서 주류와 비주류, 저항과 굴종, 주도와 종속, 지배와 복종, 참여와 방관, 주인과 노예, 메인스트림과 아웃사이더로 나뉜다.

철학이 없다면, 그래서 맞서지 않으면, 남이 서는 줄 뒤에 가서 선다면, 남 따라 한다면 자기도 모르는 새 주변부로 밀려나고 만다. 종속되고 만다. 어느새 길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어느 수준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둘째 어느 지점에서 세상과 대립각을 세울 것인가? 셋째 어느 수준에서 사회와 관계를 맺을 것인가?

철학은 관을 얻는 것이다. 관은 세계관으로 인식되고 인생관으로 판단되고 가치관으로 실천된다. 최종적으로는 가치관이다. 세계관의 터전 위에 인생관의 씨앗을 뿌리어 가치관의 꽃을 피우기다.

가치를 얻어야 한다. 가치판단의 바른 기준을 얻을 때 비로소 당신은 사회의 일에 참견할 자격을 얻는다. 시시콜콜 나서서 한마디씩 거들 수 있다. 그럴 때 당신의 참여가 사회를 아름답게 한다.

● 가치 - 당신은 도무지 무엇을 근거로 세상 일에 참견하고 나설 것인가?

관은 기준이다. 기준은 가치판단의 기준이다. 철학의 최종결론은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전부 한 줄에 꿰기다. 먼저 세계관으로 세상을 꿰고, 다음 인생관으로 나 자신을 꿰고, 다시 가치관으로 공동체를 꿰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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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일로 되어 있고 일은 반드시 시작과 끝이 있으며 그 사이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를 한 줄에 꿰어내는 방법은? 그것은 먼저 자연의 완전성에서 진리를 찾고 그 자연의 완전성과 반응하는 내 안의 완전성에서 깨달음을 찾고 이를 토대로 인류의 집단지능과 접속하여 이상주의에 기반을 둔 공동체의 완성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완전성에 대한 비전이다. 완전한 자연에서 완전한 나를 끌어낼 때 완전한 사회의 지평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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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개인의 의견을 주장하며 독자를 설득하는 글이 아니라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분들을 위하여 필자의 입장을 최대한 요약하여 알맹이를 전하려는 글이다.

지식을 전하는 글이 아니라 지식의 체계를 얽는 방법에 관한 글이다. 체계는 공식이므로 외어야 한다. 이 글에는 연쇄적인 고리로 잇달아 끌어내는 연역적 구조의 공식이 들어 있다. 그 공식을 획득하기 바란다.

내용에는 팩트의 오류가 있을지 모르나 그래도 공식은 유효하다. 이렇듯 방대한 탐구가 가능하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세상을 구조로 보고 관계로 보는 시선은 얼마든지 유효하다. 또 타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늦게 팬 장작이 위로 올라간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철학은 글의 서문을 쓰는 것이다. 법학개론의 서문을 쓰면 법철학이요 정치학개론의 서문을 쓰면 정치철학이요 역사학개론의 서문을 쓰면 역사철학이다.

이 글은 3장부터 썼. 먼저 3장을 쓰고 그 서문을 쓴 것이 2장이 되었고 그 2장의 서문을 쓴 것이 1장이 되었다. 늦게 팬 장작이 위로 올라가서 순서가 바뀌었으므로 맥락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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