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read 3103 vote 0 2008.12.30 (22:40:06)

영혼은 있을까?

왜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를 말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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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란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삶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며

또 누군가를 사랑하게 하는 것이며

실천에 있어서는 자유라는 이름의 자기 주도권을 행사하여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자아는 어떤 주어진 사건에 대하여

그 주어진 일과 자신과의 명백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범위와 규모를 파악하고

테두리를 긋고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이유는?

어려서 우연한 일로

쥐를 무서워 하게 된 소녀는

일생동안 쥐를 무서워 하게 되는데

문제의 해결은 간단하다.

쥐를 무서워 하지 않기로 작심하면 된다.

쥐를 무서워 않기로 하면

바퀴벌레도 뱀도, 지렁이도, 파리도

무서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 연장선 상에서

지저분한 것도 무서워하지 않고

천박한 것도 사악한 것도 무서워 하지 않게 된다.

결국은 어떤 계기로 자신이 지저분해질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반대논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 불명예를 받아들이고 만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정으로 내켜하지 않는 짓도 하게 된다.

타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인간은 약해지는 것이며

포기하게 된다.

쥐를 무서워 하는 소녀는

처음 쥐를 보고 무서워 하는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혹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함에 따라 일생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삶에 있어서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있다.

하나의 결정이 다른 결정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 중심에 자아가 있다.

옛날에는 자아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프로이드 이후 라깡에 이르기 까지 근 1백년에 걸쳐서

심리학자들은 자아를 해체해 버렸는데

이는 잘못된 태도이다.

과연 라깡의 말대로

자아는 일종의 환각이며 상상에 불과한 것일까?

프로이드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 소녀가 쥐를 보고 깜짝 놀란다.

소녀는 심리적인 데미지를 당하여 트라우마를 입게 된다.

소녀는 사건을 잊어버렸지만 잠재의식에 남아있다.

그는 이후 쥐를 연상시키는 모든 것을 무서워 하게 된다.

거지도 싫어하고 가난뱅이도 싫어하고

쥐의 이미지와 관련된 모든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소녀가 쥐를 무서워 하는 것은

물론 일정부분 진화과정에서 얻어온 생존본능의 결과이겠지만

그것은 단지 하나의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

계기가 될만한 사건들은 무수히 일어난다.

그 계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스스로의 능동적인 판단에 힘입은 것이다.

소녀는 쥐를 싫어하기로 결정한다.

그것이 더 많은 사소한 판단들을 용이하게 해주는 까닭이다.

쥐를 싫어하기로 결정하면

자신이 해야될 판단과 실천의 범위가 극도로 좁아진다.

바퀴벌레는 보나마나 퇴출이다.

파리, 모기, 쥐며느리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을 세우는 방법으로

세상과의 대립각을 어느 지점으로 할 것인지를 정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소소한 많은 판단들에다 일관성을 부여하고

판단과 행동 자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사랑도 그러하다.

그것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결정이다.

물론 처음 사랑의 마음이 싹텄을 때는 생존본능이지만

그러한 계기는 무수히 주어지는 것이며

그 씨앗들 중 하나를 받아들이기로 지유롭게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며

내면의 자유가 담보하는 것이다.

자유가 없는 인간은 그러한 결정을 해내지 못한다.

한 소녀가

능력도 없고 재주도 없는 한 소년을

단지 친철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하기로 결정한다.

그 지점에서 사랑은 선택이다.

물론 겉으로는

반했다거나

빠져들었다거나

사랑하지 않으려는데도 자꾸만 생각이 난다거나.

이상하게도 그립다거나

이렇게 둘러대겠지만

소녀는 안다.

그 소년을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자신의 작은 두 어깨 위에 올려진 많은 무거운 짐들이

내려진다는 사실을

인생이 편해진다는 사실을

그 능력도 재주도 없는 소년을

단지 친절하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 가진 것 없는 소년을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자신이 해야할 일의 범위가 명백해진다.

자신에게 주어진 경우의 수가 좁아지고

해야할 일과 해야하지 말아야 할 일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비로소 인생의 큰 틀거리가 잡히는 것이다.

비로소 자신이 자유로와지는 것이다.

그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실이지 의미없는 많은 수집품들을 버리고

그 중 하나만 모으기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우표도 모으고 딱지도 모으고 구슬도 모으지만

대개 의미없다.

결국 의미란 자신이 부여하는 것이며

우표든 딱지든 구슬이든

단 하나를 완성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00에 못미치는 99에 다다른 미완성작 열개 보다는

퍼펙트로 완성된 하나를 가지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녀가 그 중 하나를 남기고 나머지 수집품을 모두 버리듯이

소녀는 친절한 소년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인생을 관통할 주제에 있어서의 가닥을 잡은 것이다.

삶의 미학적인 기준을 확립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빚되

백자 달항아리로 빚을 것인지

술병으로 빚을 것인지

꽃병을 만들어볼 것인지

그 지점에서 결정한 것이다.

그것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결정이다.

사랑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결정이다.

물론 자기 자신도 깨닫지 못한다.

우표와 구슬과 딱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때

나머지를 모두 버릴 때

불필요한 나머지들의 압박의 무게를 덜어버리는

홀가분함이 있다는 사실을 자기 자신도 모른다.

알아야 한다.

의미는 인간이 부여한다는 사실을.

가치는 신의 완전성으로부터 유도된다는 사실을.

세간의 평판 따위는 의미없는 것이다.

자신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공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하나의 완성을 좇는 일이다.

자아가 없다면 사랑도 없다.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고 영혼도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이 한 순간을 완성시키기 위해서이다.

만남의 순간에 너와 나는 완전하다.

우리는 거듭 만나야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 완전에 대한 비전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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