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자유다 여전히 눈 부라리고 다니며 선한 사람 주눅들게 하는 무리들이 있어. 그냥 하고 싶은 말이라도 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것 조차 쉽지가 않아. 말이나 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 내 속에 하고픈 말만 다 풀어놓을 수 있어도 좋을텐데. 세상 근심 시름 다 잊고 사는 좋은 시절은 언제나 올까.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 ‘숨막혀서 못살겠다 숨좀쉬고 살아보자’는 그런 구호가 있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아. 바른말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간다는 그런 세상이 있었더랬어. 불과 얼마전 일이야. 아니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야.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가슴 한켠의 멍울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아직도 보안법은 나를 감시하면서 죽음같은 눈알을 희번덕 거리고 있어.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어. 정치에 대해서 조금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야. 신에 대해서, 진리에 대해서, 미학에 대해서, 깨달음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하기가 힘들어. 그것이 전부인데, 그것이 진짜인데, 그것이 본질인데 그것이 다인데 왜 말할 수 없는 걸까? 그걸 빼고 무슨 말을 하자는 걸까? 주변을 감싸고 있는 기이한 공기의 흐름을 보라구. 사랑은 장삿속으로 도배된 연속극에나 존재해야 한다는 식이잖아. 왜 사람들은 용기있게 말 하지 못하는 걸까. 사랑이 전부라는걸 뻔히 알면서 말야. 진정 말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말도 말이 아닌걸. 공허하기 짝이 없는 이 메마른 도시의 외침들을 보라구. 점잖게 말하고 있지만 들어보면 비명소리들. 현학적으로 꾸미고 있지만 들어보면 같잖은 넋두리들. 어설픈 신세타령들. 세상을 향해 단단하고 예쁜 말을 해주고 싶은데 동 트는 햇살 한가득 품어안고 가슴 벅차오르는 말을 하고 싶은데 사람들은 여전히 진실을 말하길 두려워 해. 이래서야. 무슨 말을 할 수가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