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read 8143 vote 0 2006.08.09 (16:21:22)

영화 괴물이 미증유의 히트를 칠수 있는 것은 김기덕 감독의 말이 정답이다.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났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괴물이 프랑스에 가면? 결과는 어떨지 가봐야 안다.

사실 괴물의 전략은 요즘 가요계가 써먹는 인트로(도입)부분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괴물은 예상을 깨고 영화 처음부터 괴물을 등장시켜 관객들을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다. 괴물이 안나오는 중간부분부터 지루해졌고 자리를 떠서 매점이나 화장실에 가는 학생들도 많았다.

영화는 지루하지 않아야 잘 만든 작품이라고 내 나름대로 잣대를 가지고 있다. 태풍도 이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한반도는 너무 지루했고... 지루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송강호의 출연료가 5억이라고 한다.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한국영화가 이러면서 스크린 쿼터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명분을 잃는 짓이다.

괴물을 보는 사람들은 김동렬님의 평론처럼 개인과 사회와의 대립이라는 이면을 알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괴물영화일 뿐...

아무튼 괴물이 작품성 이상의 돌풍을 일으키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왜?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났기 때문에...




소년

2006.08.10 (11:15:08)

우선 김기덕 감독의 발언은 매우 유아적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감독의 발언의 배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는 합니다만, 최소한 영화인으로서 소통하는 자세는 아니였죠. 결국 김기덕 감독 영화의 저변에 스며있는 '개인'과 '결핍'의 문제도 이 땅에서 생겨나고, 이 땅을 딛고서야 의미가 있습니다. 감독은 해답이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 듯 했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저도 영화로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입니다만, 스크린쿼터문제, 제협과 노조간의 문제 등 갖가지 문제들이 터져 나오지만. 저는 이게 출발선이라 생각합니다. 고름이 터지고, 재봉합을 하는 시기가 오겠죠. 누구보다 김기덕이란 감독의 외로운 투쟁을 기억할 겁니다. 그러나 오히려 행동하지 않는, 참여하지 않는 이런 유아적인 투정에는 저는 화가 치밉니다.

더불어 배우의 개런티 문제도 영화계 내부와 배급/극장 간의 소통 없이는 조정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배설은 재벌더러 너 돈 많이 버니까 뱉어내라 하는 수준이죠. 타국에 비해서 한국영화 제작기간이 유독 길고(1년에 한 작품 찍는 우리 배우들에 반해, 외국배우들은 1년에 2-3작품을 소화합니다), 그에 따른 제작비 상승도 큰 몫을 하기 때문에, 제작시스템이 최적화되고, 슬림화되고, 각 파트가 전문화되는 과정에서 배우 개런티 조정도 가능할 걸로 희망합니다.

괴물은 프랑스에서 실패할수도, 미국에서 실패할수도... 아프리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가능성은 언제나 오픈입니다. 그건 프랑스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할 때와 마찬가지 케이스입니다. 프랑스인이 환호한다고 그 영화가 진정으로 인정받는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왜? 괴물은 너무 당연하게도 대한민국의 봉준호란 감독이 찍은 영화고, 대한민국 국민의 700만이 본 영화로서도 토달 필요 없습니다.

한국관객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보셨거나, 아니면 폄하하셨습니다. 김기덕이란 감독의 일언(一言)으로 한국관객의 수준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같은 기간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는 실질상 대패입니다. 그렇다면 그 영화를 외면한 관객들은 현명했습니까? 관객은 관객입니다. 영화를 700만이 봤다면 영화에 대한 700만가지의 생각이 존재하겠죠. 그들이 과연 괴물이란 영화가 갖는 의미를 모를까요. 제 보기엔 '지루하지 않은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단순한 취향을 가지신 님보다는 아마 관객들의 수준이 더 뛰어날 걸로 판단됩니다.

제가 섭섭했던 부분은 어설픈 선민의식입니다. 김기덕 감독과 님이 통하는 지점인지도 모르겠군요. 그 안에서 여기 쥔장이신 동렬님의 '소통'이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영화는 오프닝 10분이 생명입니다. 스토리가 시작되는, 캐릭터의 여행이 시작되는 터닝포인트이기 때문이죠. 히치콕을 비롯한 전세계 어느 거장의 영화에서도 그 공식을 빠트린 영화는 본 적이 없습니다. 시나리오 작법상의 중요한 원칙이기도 합니다. 극소수의 실험영화를 제한다면 말이죠.
소년

2006.08.10 (13:10:55)

참, 근데 송강호가 5억 받는 것과 스크린쿼터 사수는 어떤 상관인가요? 모든 문제점에 대해 다 퉁쳐서 '한국영화'는 이러이러 해야한다라는 건 문법상 맞지가 않은 듯. 송강호는 5억을 받으니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스크린쿼터 사수하겠죠? 여기서 말하는 '한국영화'란 주체는 영화인 전체를 말하는 건가요? 스크린쿼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송강호 5억 받는 걸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닐텐데요.

참고로 전 스크린쿼터의 절반 축소는 (결국 폐지가 되겠죠) 어쩔 수 없는 문화의 흐름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대선 때 전폭적으로 노무현을 지지했던 다수의 영화인의 입장에선 개인적으로 서운하긴 합니다만, 개개인의 섭섭함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순 없죠. 한미FTA의 협상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대한민국이 한번 물청소되는 기회라 생각됩니다.

영화판도 한번 바닥치겠죠? 1년에 수십편씩 쏟아져나오는 개뼈다구 같은 영화들도 물갈이 되겠죠. 강우석 감독을 개인적으론 참 싫어합니다. 시네마 서비스의 경영인으로 한때 모 영화지에선 '충무로 넘버1'란 타이틀의 그 분은, 자신의 배급사를 통해서 허접한 영화들을-당장 입맛엔 달짝지근할 지 모르지만-무진장 쏟아내셨죠. 관객 수준을 탓하면 안됩니다. 정치에서도 정치인들끼리 결국엔 지역주의를 이용하며 다양한 정치적 스팩트럼을 보여주지 못한 것처럼, 영화도 마찬가지죠.

별별 쓰레기같은 영화도 '한국영화'란 이유만으로 봐야할 것 같은 압박이 시달린 것이 어디 한 두번입니까. 그만큼 양질의 영화들이 나오지 못했고, 이건 분명 제살 갉아먹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개봉영화의 생명이 고작 2주입니다. 2주 극장에 걸려고 그 난리를 칩니다. 제가 최근에 '짝패'란 영화에 마지막으로 참여했습니다만,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뚫고 나가는 것이 살 길입니다. 류승완 감독님과 제작사의 의지도 그러하듯, 거대한 세계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가 살아남는 방법은 '우리 것을 특화시키는 일' 밖엔 없습니다. 우린 비싼 자동차나 건물을 폭파할만큼 자본력도 기술력도 아직 따라주지 않으니, 내 몸 하나 부서져도 "생짜액션"으로 한번 밀고나가보자. 감독님이 우스개소리로 하신 말인진 몰라도 뭐 마음은 아파도 어쩝니까. 이게 현실인 것을. 동양인이 나오는 영화 뭐라도 하나 튀지 않으면 장사가 안됩니다. 그나마 해외마켓에서 20여개국 수출해서 제작비 반 건졌습니다. 이번엔 비경쟁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유일하게 베니스에도 간다고 하더라구요. 국내에서 120만하고 접었습니다만-전 이 스코어도 대단하다고 봅니다만-또 다른 활로를 개척한 셈이지요.
스크린쿼터의 축소 내지는 폐지가 당장은 걸림돌이 되겠지만, 영화판이 한바탕 청소 되겠죠. 거품 다 빠지고 알갱이만 남을 겁니다. 아마. 역으로 보면 이제 한국영화 질적인 발전의 시작일 수도 있죠.

괴물이 한 발짝 앞서 갈 수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 괴수영화의 잣대로 대고 '괴물' 욕을 참 많이 합디다. 제 보기엔 그냥 '봉준호의 괴물'인데 뭐가 그리 큰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김기덕의 나쁜남자'처럼 '봉준호의 괴물' 아니었던가요? 오히려 우리 속에 있는 집단적 타락 증후군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유명인의 부정(사실 부정도 아니죠. 영화 흥행시킨게)이나 추락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대신, 고소함을 느끼고 생채기 내고픈 마음이죠.

구질하게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저도 관객의 입장에선 자기 객관화를 유지하고픈 사람입니다. 아무리 영화일을 해도 결국 내 영화 아닌 이상에야 저도 영화 소비자입니다. 관객입니다. 관객의 눈높이에 걸맞는 한국영화의 선전을 바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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