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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새벽이슬2
read 2487 vote 0 2015.01.21 (09:45:39)

아내가 어린이집 원장을 하고 있습니다.  늘 교사들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인천 어린이집 사건으로 더 마음 졸이고 있습니다.  평가인증 메뉴얼을 보니 영유아들과 상호작용하는 부분에서 영유아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기에 2페이지 분량으로 짧게 설명되어 있고 영유아들과 교사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부분은 전무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CCTV는 사건 후 필요 한 것이지 선제대응은 전혀 안됩니다.   교사와 영유아간의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 할 방법의 교사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고견 부탁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상우

2015.01.21 (13:14:36)

질문 감사드립니다.

이런 건 말씀으로 드려야 뉘앙스가 정확히 전달되어서 좋긴 한데, 글로써 하려니 한계가 느껴지네요.

우선 이 문제는 어른은 강하고 애들은 약해서 생기는 문제고, 어른은 혼자서 자기 구실 하지만, 

초등학생들도 힘드니 영유아들은 말할 것도 없이 끊임없이 문제(음식흘리기, 싸움, 안전사고)를 일으키니

교사라고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잘못을 자기 잘못으로 동일시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무리하게 아이를 강압적으로 이끌려는 시도 자체를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 부모와 떨어져 있는 순간부터 아이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제일 문제가 많이 생기는 아이는 24시간

맡겨지는 아이이고, 그 다음이 종일반 아이, 그 다음이 반일반 아이일 것입니다. 시간적으로만 그럴까요?

할머니한테 키워지는 아이가 문제를 제일 많이 일으키고, 그 다음이 아빠한테 키워지는 아이, 그 다음이

어머니가 키우는 아이입니다.

 

사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과정부터 제대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부모도 아이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고, 하루는 어린이집 구경오고, 하루는 좀 그냥 놀다가고, 그 다음에 시간을 늘리고, 부모가 아이와 집에서 소꿉놀이 하듯이 역할극하면서 어린이집 가는 것을 이야기로 만들어서 아이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그리고, 어른도 낯선 곳에 들어서면 어색함과 불안함을 많이 느끼니, 아이도 어린이집 선생님과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차근 차근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애들은 애들이니 자기 중심적인 면을 많이 보이긴 하지만, 오히려 어른들같은 편견이 적어서 적응하기 쉬운 면도 많습니다.

 

아이가 떼쓰고, 제멋대로 고집피우는 것은 애니까 그런거고, 그것이 교사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집에서는 싫은 음식 다 먹을 수 있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좀 편식해도 내버려 두는게 맞지요. 그걸 다 먹이려고 아이를 압박하니 가장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가장 괴로운 시간이 되고, 괴롭게 밥을 먹었으니 스트레스 받아서 친구들과 더 싸우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아이가 잘하는 것도 잘못하는 것도 엄마와 떨어지게 된 불안과 한편으로는 선생님께 관심받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잘 조절해주면 됩니다. 물론 그래도 싸웁니다. 오죽했으면 어른들도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했을까요?

 

교사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의 마인드를 바꿔야 하고, 마인드를 바꾸려면 교육으로 가능한데, 부모와 아이사이(교사와 학생사이), 교사역할훈련같은 좋은 책이 있어요. 비폭력대화도 좋구요. 한 권 정해서 먼저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부터 바꿔야 하고, 태도를 바꾸려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책(동렬님이 쓴 마음의 구조가 최고봉인데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을 읽어서 마음을 조절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죠. 요즘에 서점에 3세, 7세 심리에 대한 좋은 책들이 많아요.

 

물론 상부구조상에 어린이집원장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델이 되어야 하고, 어려우시겠지만 보수도 현실화되는 것도 필요하고, 어린이집 교사되는 진입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는데 이건 뭐... 어린이집 운영하시는 분들께 짐지우긴 어렵지요.  

 

하여튼 현실적으로 아이의 행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게 가장 중요해요. 어이없게도 6학년 여학생들 싸움을 제가 해결 못한게 없어요. 근데 여선생님들은 깐깐한 검찰취조하듯이 하고, 남선생님들은 이해해주려고 하다가 여자애들의 미묘한 감정 줄타기에 스트레스 받아서 감당이 안되니까 윽박지르다 애들이랑 관계가 나빠져요. 엄마들이 자기 자식 이해 잘한다 하면서 애들간 싸움 제대로 해결하는 것을 못봤어요. 역설적으로 선생님들이 연애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저한테 여자 애들 심리를 물어봐요. 근데 저는 이걸 참 잘해요. 셋째중 둘째의 포지션, 사람좋아하는 기질, 법도 공부하고 상담도 공부한 거, 원하지 않아도 쌓이는 풍부한 임상경험으로 잘하게 된거죠. 여자라고 애들 잘 이해하는게 아니고, 정답을 아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들 말을 듣고, 잘 적용하면 되지요.

 

아이들이 놀면서 상호작용하는 그 자체가 교육인데, 너무 이것 저것 가르치려고 하거나, 지나치게 통제를 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7개월 제 아들도 그렇지만, 유아들도 돌지나면 탐색기가 접어들면서 호기심을 갖고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만져보고 빨면서 관계의 촉수를 뻗칩니다. 그게 애들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환경도 마련하고, 교육목표도 적정화해야겠지요.  

 

멀지 않으시면, 방문해서 선생님들과 얘기도 나눠보고 저도 한 번도 안가본 어린이집 상황도 알아보고 하면 어떨가 싶기도 한데, 어디까지나 생각차원에서 그렇다는 말씀.  

    

[레벨:7]새벽이슬2

2015.01.23 (10:43:41)

답글이 늦었습니다.^^.. 아내 말을 들어보니 이상우님께서 말씀 하신 "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지나쳐 아이를 무리하게 강압적으로 이끌려는 시도... ,  상호작용 자체보다... 가르치려고하거나, 지나치게 통제하는 행동" 이 아이와의 갈등에 큰 문제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교사의 마인드를 바꿀 교육이 필요하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내도 이상우님과 말씀을 나눠보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회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레벨:11]큰바위

2015.01.22 (07:44:21)

이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순서를 말씀하셨지만, 지금 사회는 모든 것이 해체된 사회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붕괴된 사회지요. 


멘탈 붕괴까지 일어나 여기 저기 정신 병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정상이 비정상이라는 말, 

비정상이 정상이 되었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우선 어른들이 문제입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젖먹이때부터 떼어놓는 상황에서는 큰 것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설령 그런 상황이라도 "존엄"과 "가치"에 대한 개념이 들어설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기 때문입니다. 


상우 샘이 말씀하신 24시간, 종일반, 반일반,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순으로 나열한 거,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학교가 아이들 망치면 학교 보내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하는 부모 많지 않습디다. 

그렇다고 학교를 안보내고 방치하는 부모는 더 대책이 없는 거구요. 


선무당이 너무 많습니다. 


젠장. 

[레벨:11]큰바위

2015.01.22 (07:48:24)

지금 여기 저기서 평화운동, 비폭력 운동, 대화 및 소통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치원 원장님이시라면 "권"을 갖고 계실텐데,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에 관심을 가져보심은 어떨지요?


사실 UN에서도 "회복적 생활교육"을 권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말로 돈되는 것과 일회용 반창고는 잘 사지만, 본질적으로 접근하는데는 주저주저 댑니다. 


단 회복적 생활교육은 패러다임 전환이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러나 사건을 촉발시키면, 유치원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이 답글과, 유투브는 스포일러일 수 있습니다. 아무님께서 혹시 보시고 구조론에 맞지 않으면, 삭제해도 좋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uxB29CdNoB8


[레벨:7]새벽이슬2

2015.01.23 (10:45:29)

짧은 동영상이지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레벨:11]큰바위

2015.01.23 (14:23:43)

비폭력 대화는 위의 동영상에 나오는 캐서린 한 선생님이 이끌고 있고, 회복적 정의는 이재영 원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의 회복적 생활교육은 이재영 원장이 한국에 소개한 회복적 정의를 잘 교육 받아 학교에 접목한 박숙영 선생님이 이끌고 계십니다. 지금은 갈등해결, 갈등전환, 평화학 등이  봇물터지듯이 여러기관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교육은 어릴 적부터 제대로 개념을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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