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read 3195 vote 0 2002.09.14 (15:51:12)

'드래곤볼'이라는 만화가 있다. 재미대가리도 없는 만화인데 애들은 기를 쓰고 본다. 하긴 애들이니까.

모든 성공사례를 수집하는 나의 습관대로 드래곤볼도 놓치지 않는다. 뭔가? 캐릭터다. 하여간 재미대가리도 없는 드래곤볼이 히트하는 것을 보고 캐릭터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배웠다.

엽기토끼.. 별거 아니다. 이야기도 여섯 개 밖에 안되고 그 중 두엇은 재미없다. 그러나 캐릭터 하나는 죽인다. 순전히 캐릭터만으로 뜨는 것이다.

슬램덩크에 와서는 나도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건 캐릭터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완벽 까지는 아니지만 기대치를 너무 높이지 말기로 하자. 만화인데 머)

캐릭터만화는 재미대가리가 없는데도 뭔가 수법이 있다. 모냐믄 중간에 재미없다 싶을 때 마다 새로운 인물을 하나씩 등장시키는 거다. 무협지도 그렇고 판타지도 그렇다. 사실 이 장르가 원래는 재미없는 거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소개되는 새로운 무공이라던가 기타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허황된 요소들 덕분으로 근근히 버티는 거다.

까놓고 말해서 나는 무협지 보는 애들 두뇌구조가 이해가 안된다. 그걸 왜보냐? 왜 봐? 밥통들아! 글자도 몇자 안씌어 있고 괜히 두껍기만 하고 재미대가리도 없는 무협지를 수업시간에도 눈이 빠져라 보는 넘들이 있는 것이다.

순정만화도 그렇다. 무슨 재미가 있다고 보는지 원. 하여간 나는 캔디를 조금 보다가 집어던졌고, 끝까지 안 본 것을 자부심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알고보니 캔디에도 뭔가 논리가 있더라는 것이었다.

씨네21의 오은하아줌마도 캔디를 죽자사자 봤다는데.. 뭐 있겠지.. 하여간.

화산고는 내게 있어서는, 영화의 본질은 그림이고, 그래픽이며 그걸 구현하는건 기술이고, 기술이 어떤 경지에 오르면, 갑자기 상상력의 여지가 크게 넓어진다고 주장해왔던, 나의 평소의 지론을 확인하기 위해서 의무감으로 보아준 영화였다.

노가다영화는 불안하다. 무사도 기를 쓰고 용을 쓰고 하더니 철푸덕.. 뭐 911테러를 저지른 빈 라덴에게도 책임이 있긴 하지만.. 들인 노력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이런 영화는 끝까지 캐릭터 위주로 가야한다니깐.. 꼭 내 말 안듣고 말이얌!

인물소개가 영화에서 90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왜들 그리도 모르는지?

영화감독들아! 시나리오 작가들아 정신 좀 차려라! 7인의 사무라이라면 7인의 인물들을 차례차례 소개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야 했다. 더 이상 영화가 진행되어서 안된다.

무사도 그렇다. 그 등장인물들이 다 소개되면 더 스토리가 나올 여지가 없다. 어쩌란 말이냐? 이야기? 거기에 무슨 이바구가 있기나 허냐? 어차피 없는거 있는 척 하지 말란 말이다.

화산고? 해리포터라는 오사마가 뒤통수를 노리고 있고, 그 뒤로 또 두사부일체라는 닌자가 어른거리지만 ... 그래도 무사보다는 들지 싶으다. 흥행 되겠지 뭐. 곧 방학인데 중고생들 안오겠냐.

으시대기 좋아하는 중고생들을 위해, 모방할만한 으시댈 거리들을 영화는 곳곳에 삽입하고 있다.(이거 흥행되면 내년에.. 창문난간으로 뛰어다니고..교실마다 뒤집어진다. 걱정된다)

화산고는 초반에 너무 진을 뺐다. 캐릭터소개에서 70프로 먹고 들어가야 했는데, 어차피 안되는 드라마를 해보겠다고 부질없이 용을 쓰다가 중반이후 졸음이 왔다.

하여간 만화라면 재미대가리가 없어도 캐릭터가 그럴듯하면 애들은 본다. 왜? 애들이니까.

슬램덩크라면 다르다. 물론 슬램덩크도 초반의 상투적인 설정하며 뻔한 스카웃전쟁하며 어리버리 하다가 농구가 진행되면서 흥미진진해지는데, 그건 서로 성격이 상반되는 인물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내용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덤으로 농구에 대한 상식백과까지)

여기서는 장량과 경수가 경쟁하면서 한편으로 협력하는 사이여야 하는데 그 경쟁과 협력이 약했다. 왜? 초반에 헛힘을 너무 쓰느라 공력을 낭비해버렸기 때문이다.

초반엔 장량이 혼자 설치고 후반엔 경수가 혼자 설치니 드라마가 안된다. 유 채이는 적절히 낑길 찬스도 없었다. 결국은 캐릭터가 부실했다는 거다. 캐릭터의 원칙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기는 했는데도(어벙한데 속에 내공을 감추고 있다는건 상투적인 규칙에 맞다)

캐릭터란 인물의 이중성이다. 장량의 경우 연기를 잘해서 돋보였는지 몰라도 작가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하여간 슬램덩크의 장점은 각각의 인물이 대조적인 가운데도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장량은 악역인지 우리편인지 조차도 불분명하다. 검도부의 여성 2인도 인물의 대립구도가 불분명했다. 누가 우리편이고 적군인지?

원래 이런 만화는 장량이 악역처럼 보이다가 막판에 주인공을 도와서 둘이 힘을 합쳐 적을 격퇴하는 것이 공식인데 말이다. 그래야 드라마가 살지.

인정사정볼것없다에서 다찌마와리까지 흥행한 만화와 영화의 공식들을 두루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영화의 발전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다만 그 공식을 좀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약했고 그것은 캐릭터의 부실 때문이다.

초반에는 캐릭터를 차례차례 소개하는 것으로 1시간은 먹고 들어가고 중반이후 캐릭터의 뒷심으로, 그저 싸움만 지겹게 해도 관객은 들어오게 되어 있다. 홍콩영화 보니까 그렇두만. 지겹게 쌈질만 하는데 관객은 들더만.

잘난 평론가들은 이런걸 좋아하지 않지만, 한국영화는 많은 것을 이루어내었다. 그 이루어낸 것이라는게 모냐하면 여러 가지 성공사례들에서 장점을 두루 받아들인 것이다.

이 영화 한 편에는 무수히 많은 성공한 만화와 영화들이 숨어 있다. 단 하나가 아쉽다. 그건 드라마와 캐릭터의 부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1) 천재적인 시나리오 작가가 나와서 쥐기는 소설을 쓰고 그걸 영화화하면 된다.(그러나 이런건 기대하지 말기로 하자. 하여간 이나라에는 되는 소설가가 없어. 글타고 매가리없는 이문열소설을 영화화 해봤자 흥행 안될거 뻔하고)

2) 캐릭터의 힘으로 밀어붙이되 더 전문화 하는 것이다. 전문화한다는 것은 일본 전문만화처럼 일반인이 잘 모르는 특정 전문분야의 상식을 소개하는 것이다. 살인과 관련된 영화라면 사람을 죽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죽이고 살리는 과정에서 의학지식도 소개함시롱.(영화 친구에 보면 사람 죽이는 방법도 가르켜 주는데, 마약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갈켜 주구 - 먼가를 갈켜주면 관객들은 좋아허지)

최근 한국영화의 성공은 좋은 시나리오 덕분이 아니다. 잘난 평론가들은 영화에서 영화를 찾지 않고, 자꾸만 소설을 찾는데 이건 답이 나오는 길이 아이고. 이문열이 버티고 있는 한 이나라 문단은 알게 모르게 이문열 영향을 받아서 모든 소설이 오직 지리멸렬 외길로 가는 것이다.

연출 부분에도 딱 한가지 안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 그건 기대치를 너무 높이지 말기로 하자, 그만하면 많이 진보한 거고 - 하여간 '무사'나 '화산고'처럼 노가다를 많이 한 영화는 안타까운게 결정적으로 딱 한가지가 안되는데 그건 물론 드라마의 취약이지만 원래 드라마를 잘하는건 어렵고 그 안되는 드라마를 보완하는건 캐릭터인데 무사는 캐릭터가 죽었고, 화산고는 비교적 캐릭터의 공식을 잘 따랐는데 드래곤볼까지는 거진 턱까지 왔지만 슬램덩크 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결론.

한국영화 아직 갈길이 멀다.

골 빈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치고, 충분히 자기세뇌, 두뇌세탁를 한 후 거의 무뇌아 상태에서 입장할 것, 두뇌세탁이 잘 안되는 문제아들은 영화를 보지 말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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