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조폭영화신드롬인가? 천만에! 정확하지 않다. 여기에는 얼마간의 속임수와 착각이 개입해 있다. 문제는 평론가들의 호들갑이다.

최근의 경향은 두가지로 흐름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조폭소재의 코미디영화 붐이고, 하나는 여성영화의 강세다.

'엽기적인 그녀'나 '조폭마누라' '봄날은 간다,' '와니와 준하', '고양이를 부탁해', '꽃섬', "피도 눈물도 없이'는 여성영화로 볼수 있다.

조폭마누라는 여성의 활약과 성역할의 전도를 그리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도 그렇다. 봄날은 간다는 연상의 여자이다. 와니와 준하는 근친상간에 동성애다.

여성의 사회진출이라는 최근의 세태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은 것이다.

조폭소재 코미디영화는 어떤 의미에서 조폭이라기 보다는 양아치영화다. 사실 조폭도 못되는 것들이다. 왜 조폭일까? 평론가들의 호들갑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옛날에 조폭들을 행동을 실제로 접해 본 적이 있는데 야들 진짜로 웃긴다. 그리고 졸라 무식하다. 조폭들의 무식은 정말이지 상식과 상상을 초월한다. 경험 안해본 사람은 모른다.

나는 원래 만화에서 묘사되는 조폭 특유의 행동들이 과장된 것일거라고 생각했다. 웬걸! 이 양반들이 하는 짓을 보니 정말 만화 뺨치는 것이었다.

누구라도 실제 조폭들의 행동을 5분만 지켜보고 있으면 뒤집어진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거기에다 하늘의 똥꼬를 찌르는 그들의 무식을 보노라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조폭이라는 집단은 원래 웃긴다. 조폭소재라면 대개 코미디다. 원래 웃기는 집단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당연히 웃기는 거다. 이게 우연히 영화인들의 눈에 띈거다.

조폭코미디는 반짝 붐이 아니라고 본다. 첫째는 이 잉간들이 진짜로 웃기기 때문이고, 둘째는 코미디라는 장르는 개척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 웃기는 일 원래 쉽지 않다. 코미디언은 존경받아도 좋다. 세상에 코미디 싫어하는 관객은 별로 없다. 옛날부터 한국영화는 코미디였다. 헐리우드도 마찬가지. 옛날에 흥행한 코미디가 적었던 것은 코미디가 원래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폭코미디는 아마 '넘버 쓰리'의 송강호버전에서부터 시작했다면 맞지 싶다. 거기서 조폭이 진짜로 웃기는 집단이라는 것이 영화인들 눈에 띈 것이 아닐까 싶다.

코미디는 원래 어렵다. 대신 한번 웃기는 방식을 개발하면 반복하여 복제가 가능하다. 코미디에는 반복효과라는 것이 있다. 똑같은 짓을 한 번하면 잘 안웃다가, 두 번 세 번 반복할수록 자지러지는 거다.

고로 조폭코미디는 계속된다. 이걸 뭐 ...문화평론가 조흡 교수 식으로 '대중이 짓눌리고 있어 폭력을 바란다’하며 해석하는 것은 뚱딴지 같은 소리다.

천만에! 착각하지 말라. 폭력이 아니라 코미디다. 오만한 지식인들이 대중에 대한 이해와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헛소리를 하는 것이다.

최근 흥행영화들은 액션이 두드러진다. 이걸 폭력이라 매도해서 안된다. 이건 순전히 최근 한국영화의 기술발전을 반영하려는 노력의 결과일 뿐이다. 사실 한국영화 기술적으로 발전했다.

예를 들면 요즘 액션은 주로 비오는 날 한다. 나는 이것이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것없다'에서 박중훈과 안성기의 우중난투극에 영향받았다고 본다. 하여간 요즘 영화에서는 쌈질만 하면 비가 온다.(쨍 맑은 날은 쌈도 안해요 글쎄!)

그것도 꼬지래기에 소나기로 왕창 퍼붓는다. 영화감독들이 서로 베껴먹고 있는 것이다.

학원무협물을 표방하는 '화산고'는 주로 밤중에, 혹은 어두컴컴하게 흐린날에 액션을 한다. 맑은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이건 내가 8년 전부터 지적했던 건데, 화면을 밝게하면 작은 옥의 티라도 꼭 눈에 띄어 어색해지기 때문에, 화면을 어둡게 해야만 실감나는 액션이 되는 것이다. 이걸 뒤늦게 깨달은거다.

옛날에는 한국영화들이 이런 기술적인 부분을 소홀히 했다. 그러니 영화가 텔레비젼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고양이를 부탁해'나 '와이키키브라더스'나 '라이방'이나 '꽃섬'이나 물론 훌륭한 영화들이지만 텔레비에 늘 보는 것을 영화로 왜 보겠나?

영화는 TV와 차별화하는 영화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하며 그것은 기술이다. 촬영을 소홀히 해서 안된다. 필름 아껴서 안된다. 이건 내가 10년전부터 해온 소리이다.

강제규와 이명세 이후 영화감독들이 서로 베껴먹으면서 상승효과를 가져온 것이 지금 잘 반영되고 있다. 이건 되는 흐름이다. 되는 흐름은 부추겨야 한다.

예를 들면 배창호감독은 흑수선을 만들면서 대충 찍으려다가 스텝들의 이의제기에 직면하곤 했다.(이것들이 왕년의 명감독을 몰라보고 기어올라?)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바뀐 것을 배창호는 몰랐던 거다.

안성기가 이끼로 미끄러운 계곡길을 막 내달리다가 뾰족한 바위에 처박힐 뻔 하는데 옛날엔 이런 미친 짓 잘 안했다. 스텝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박수 있어도 좋다.

그렇다면 라이방은? 꽃섬은? 와이키키는? 고양이는?

이런 좋은 영화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고 하필이면 흥행영화와 붙은 것은 불행이다.

이 영화들은 '아름다운 시절', '강원도의 힘', '박하사탕,' '파이란'들의 연장선 상에 있다. 사실 나는 박하사탕이나 파이란이 걱정되었다. 과연 흥행할까?

나의 예상을 비웃고 섭섭지 않게 손님이 들었다. 그러면 된거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아름다운 시절 이후 예술영화의 작은 르네상스는 사실 착시현상이었다. 속았다.

한국영화 하면 때려죽인다 해도 안보는 관객들이 많다. 얼마전까지 나도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사실 나는 성룡, 홍금보, 주성치 나오는 코미디 아니면 보지 않았다.(헐리우드 블록버스터도 나는 싫어한다)

국산방화? 그것은 영화도 아니었다. 그냥 화면 큰 텔레비를 극장에 걸어둔 거다. 영화라면 텔레비와 뭐가 달라도 하나는 다른게 있어야지.

'쉬리' 이후 바뀌었다. 그 전후로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특히 인터넷문화에 의해 입소문으로, 한국영화를 봐주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여기서부터 착시현상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시절' 이후 '박하사탕' '파이란'으로 이어지며 섭섭지 않게 들었던 관객들의 이면에는 '그래 두눈 질끈 감고 한국영화 한번 봐주자' 하는 동정표가 상당히 섞여 있었던 거다.(그래놓고는 이를 갈며 극장문을 나선다. "내 두 번 다시 이런 영화 보나봐라!")

한국영화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더 이상 동정표를 쏟아부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왜? 올해 봐줄 한국영화 다섯편을 이미 봐버렸기 때문에.. 예년같으면 1년에 한 두편 봐주던(그것도 크게 선심 써서) 한국영화를 무려 다섯편이나 보았는데 고양이를 또봐줘? 라이방을 또봐줘?

영화평론가들이 만들어놓은 착시현상이고 제 무덤이다. 인터넷이 없고 복합영화관이 없던 옛날에는, 가까운 극장에 볼 영화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한국영화를 보곤 했다.

요즘은 인터넷의 입소문으로 재빨리 전파된다.

"이 영화는 평론가 심현섭과 유지나가 격찬했대!"
"그래? 알았어! 그러면 절대로 안봐야지!"

한국의 예술영화는 아직 관객의 자발적인 발걸음을 이끌어낼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 아직 한국의 영화관객들은 자발적으로 고급영화를 볼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평론가들은 적어도 20만의 고급영화 고정관객이 있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퍼뜨렸다.

불행하게도 이나라에 20만의 고급관객은 없었다. 그렇다면 '박하사탕'이나 '파이란'을 보러온 그 많은 관객들은 다 어디로 갔나? 속았다. 그 관객들은 애국심에 끌려온 동정표였다. 국산영화도 한번 봐주자 하는 선심관객이었다. 평론가들의 억지 호객행위가 판 제무덤이다.

"호객행위 하지 말랬잖아!"

지금 극장가는 평론가와 관객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 거다. 관객들은 기를 쓰고 평론가들이 추천하는 영화는 안본다. 결사항전이다. 오사마 빈 라덴도 이처럼 강력하게 저항하지는 못할거다. 기어코 평론가들을 다 굶겨죽이겠다는 태도다.

거기에 과연 평론가들의 거품은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사실 심각하다. 이나라에 적어도 20만의 고급영화 관객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겨우 1600명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뒤집어 생각해보자. 갑자기 라이방, 와이키키, 꽃섬, 고양이들이 한꺼번에 떼로 쏟아져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영화가 흥행하면서 과거라면 제작기회를 갖지 못했을 영화들에게도 제작 기회가 돌아간 것 아닌가?

즉 예술영화 '그들만의 르네상스'에는 상업영화의 흥행붐에 힘입은 바가 없잖아 있었던 거다. 그렇다면 공존을 꾀하는 수 밖에 없다.

답은 상업영화를 비난하는 방향이 아니라 고급영화의 살길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방향전환이다.

중요한 것은 최근 실패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생각하기도 싫은, 지리멸렬한 삶에 대한 지식인 특유의 연민과 허위의식을 근사하게 묘사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건 좋지 않다. 가짜다. 특히 내 기호에는 맞지않다.

나는 죽었다 깨나도 깨는 영화 아니면 코미디다.

지리멸렬? 안된다. 그건 관습이고 구태의연이다. 이장호의 '바보선언' 이후 30년씩이나 줄기차게 해묵은거 아닌가? 미쳤지! 무려 30년이나 우려먹은 그걸 또해?

답은 딱 하나다.

"이 영화 졸라 깨네"

이러면 관객온다.

곧 죽어도 '깨는 영화'를 만들란 말이다. 지난주 메가박스에서 하는 유럽영화제를 보고 나의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격차는 크다. 한국영화 아직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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