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6640 vote 0 2003.06.30 (16:08:56)

 노무현과 김구 무엇이 닮았나?

이어지는 글입니다. 노무현과 김구의 일생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습니다. 노무현과 김구가 닮은 이유는 전략이 닮았기 때문이며 전략이 닮은 이유는 성장환경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약자의 전략』입니다.


3. 여성우위의 부부생활이 닮았다.

부부간에 말다툼이 생기면 어머니는 자기 아들의 편을 드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리 집안에서는 아내가 나의 의견을 반대할 때는 어머님이 십배 백배의 권위로 나만 몰아세운다. 부부싸움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늘 지기만 했다. [백범일지]

노무현도 ‘여보 나좀 도와줘’에서 부부싸움에서 늘 지기만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오죽하면 제목이 ‘여보 나좀 도와줘’이겠는가? 노무현은 부모님과 큰형님의 가정부터 여성이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여왕봉형 가정이었다.

아버지 노판석(盧判石)씨는 고생하여 벌어온 돈을 사기를 당하여 날리는 등 남편의 권위가 실추되었고, 큰형님 노영현씨는 법대를 나오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여 교사였던 부인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등의 이유로 쥐여사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노무현도 신혼 초에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쥐여살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잘못을 깨달아 삶의 자세를 뜯어고치고 있다. 노무현의 변신을 단순한 의식화학습의 효과로 착각해서 안된다. 바탕이 서민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요즘 지식인 중에도 가정생활에서는 가부장제도의 낡은 버릇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엘리트 지식인은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되기 어렵다. 부부간의 생활은 직장에서의 실생활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엘리트들은 사회에서 크게 출세해 있다. 그들이 하루종일 하는 일이라곤 아랫사람을 다그치고 훈계하는 역할 뿐이다. 그것이 가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회사에서 높은 간부가 되어 상사노릇 하던 습관을 던져버리고 가정에서 부부간에는 평등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직장에서 고압적인 인간은 부부간에도 100프로 여성차별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가정에서 평등한 부부는 직장에서도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4. 믿고 맡기는 인사스타일이 닮았다.

한 번 일을 맡기면 그 사람을 의심하지 않고, 그 사람이 의심스러우면 일을 맡기지 않는 것이 나의 신조이다. 일생을 통하여 이 신조 때문에 종종 피해를 당하면서도 천성이라 바꾸지 못하였다. [백범일지]

노무현도 부하에게 한번 일을 맡긴 다음에는 전권을 주고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아일보 기사를 인용한다.  

『보좌관 한 명을 뽑을 때도 인터뷰를 수 차례나 하고 여러 채널을 통해 뒷조사를 했다. 그러나 한번 채용하면 전권을 맡겼다』 [서갑원의전팀장 증언]

서민 출신의 지도자에게는 어떤 일에 어느 선까지 개입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된다. 분수를 모르고 개입하지 말아야 할 일에 개입했다가는 조직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아 한 방에 날아가는 신세가 된다.

엘리트는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다. 어떤 문제이든 가지고 있는 인맥과 자본과 권위를 동원하여 편법을 쓰든 탈법을 저지르든 간에 우회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서민 출신은 인맥이 없고 돈이 없고 권위가 없기 때문에 넘어서 안될 선을 넘었다가는 그만 벼랑에서 밀려나고 만다.

서민 출신의 지도자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자신이 전권을 휘두르는 대신 100프로 책임을 지는 작은 집단의 보스가 되는 길이다. 작은 독재자로 만족하겠다는 히딩크감독의 입장이 이와 같다. 이 경우 나라의 큰 지도자로 성장하기는 불가능하다.

두 번째 길은 부하에게 전권을 주고 자신은 아예 개입하지 않는 역할분담의 길이다. 이 경우 큰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곧 조직 내부의 서열과 공론과 위상관계를 잘 조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엘리트의 방법이 서민 출신의 지도자에게는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5. 다양한 종교를 섭렵하였다

인류가 불행한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되면 현재의 경제력으로도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다. 인류의 이 정신을 기르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의 소원]

선생은 인의(仁義)와 자비(慈悲)와 사랑 이 세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인의는 유교개념이요 자비는 불교개념이고 사랑은 기독교개념이다. 세 가지 서로 다른 종교가 선생의 정신세계 안에서는 아무런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조화롭기 그지없다.

백범은 18세 때 동학에 입도 하였고 23세 때 공주 마곡사에서 승려가 되어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을 받았고 28세 때 기독교에 입교하였다. 20세 때 고능선선생으로부터 유교의 정수를 배웠고 상해임정에 참여하면서 이승만의 데모크라시를 배웠고 중일전쟁 중에는 좌우합작을 성사시키면서 사회주의도 배웠다. 백범은 이 모든 사상들을 배워서 그 장점을 흡수했을 뿐 어느 한쪽에도 기울거나 휘둘리지 않았다.

노무현은 신앙하는 종교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로 여러 종교를 섭렵하고 있다. 어려서는 왕보살로 불릴 만큼 신심이 돈독했던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면서 불교의 영향을 받았고, 중학교 때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목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기도 했다. 1986년에는 부산교구 송기인 신부님으로부터 천주교의 영세도 받았으니 세례명은 유스토이다.

노무현의 종교에 대한 자유스러운 태도는 사상이나 이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주의 주장이든 그 핵심과 정수만을 취하고 교리와 강령에는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한 때는 이념을 쫓아 진보정당을 하려고 하기도 했으나 곧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민주당에 입당하고 대통령에 도전한다. 되도록 원칙을 지키지만 한편으로 시류를 읽고 역사의 큰 흐름에 편승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이 애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노하우(know-how)이다. 어떤 종교나 이념도 노무현에게는 절대의 진리가 아니라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는 하나의 지적 자산이고 노하우일 뿐이다. 알맹이는 취하고 껍데기는 버려지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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