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무현의 선거운동에 털끝 만큼의 보탬이 될까 하고 끄적거려 봤던 이야기입니다.
노무현의 우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오버이트 쏠리겠다 싶으신 분은 퇴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무현의 코드, 노무현의 전략

코드타령을 합니다. 노무현과 코드 맞추기 참 어렵답니다. 노무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의 전략은 철저하게 계급적입니다. 정치적 수사로는 탈권위주의입니다. 까놓고 말하면 적으로 하여금 오판하게 유도하는 허허실실의 전략입니다. 대중의 기대치를 낮추어 적의 경계심을 느슨하게 해놓고 돌연 치고나가는거죠.

『백범과 노무현이 닮았다. 노무현은 존경하는 인물을 바꾸었다고 말하지만 타고난 천성은 바꿀 수 없다.』


백범과 노무현이 닮았다
이 작업은 『백범일지』와 노무현의 『여보 나좀 도와줘』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두 자서전의 공통점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어린 시절의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시시콜콜 털어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 무엇 때문에?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략입니다. 판을 허트러놓고 기회를 엿보는 약자의 생존전략입니다. 그 전략을 알아채야 합니다.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져주므로서 적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때 하늘이 개입합니다. 민중이 개입합니다. 카리스마가 만들어집니다. 서민 출신 지도자만이 가지는 특징입니다.

특히 백범의 소년시절과 노무현의 어린 시절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한 인물이 주위환경으로부터 어떻게 상처받고, 분노하고, 그 내상을 속으로 삭이며, 마침내 민족을 지도하는 거인으로 자라는가는 그 사람의 소년시절에 거진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엘리트출신 지도자는 결코 그러한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단점은 손실일 뿐입니다. 자기 단점의 부각은 엘리트집단 내부의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는 출세의 사다리에서 아래로 밀려 떨어지는 구실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구와 노무현에게는 그 출세의 사다리가 없습니다. 엘리트그룹 내부에 형성된 인맥에 의해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시스템의 바깥으로 밀려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백범과 노무현은 모험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백범과 노무현에게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 포기하고 그 인맥과, 학벌과, 자본의 정글 속으로 투항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습니다. 왜? 자존심 때문이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밑바닥 생활의 경험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너무나 아깝기 때문입니다.

엘리트출신 지도자가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김구와 노무현에게 있습니다. 그것은 민중과 함께 하면서 터득한 민중을 제어하는 방법에 관한 그들만의 노하우입니다. 그 특별한 경험을 그냥 내다버릴 수는 없으므로 그들은 자초하여 힘든 길을 가는 것입니다.

오해된 지도자 백범과 노무현
우리는 노무현과 김구를 오해하고 있습니다. 과격한 사람이다. 고집이 센 사람이다. 원칙만 아는 사람이다. 정치를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다 하며 엘리트집단 내부에서나 통하는 규칙을 함부로 갖다대고 재단합니다. 천만에요!

서민출신 지도자 특유의 전략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타고난 쇼맨십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유리한 포지셔닝의 선점이었습니다. 계산된 행동이었던 것입니다. 먼저 원칙을 지켜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무기로 유연하게 협상하여 실리를 획득하는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백범과 노무현의 닮은 점
『최근 덮어뒀던 백범일지를 다시 꺼내 읽기 시작해 엊그제 마지막장을 다 읽었는데 선생님의 파란만장한 삶에서 새삼 감동을 많이 받았다.』 [노무현어록]

노무현과 김구는 닮았다. 출신환경이 닮았고, 곡절 많은 삶이 닮았고, 얼굴 생김새까지도 닮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노무현이 평소에 백범일지를 즐겨 읽었다는 사실이다. 김구가 생각했던 것을 노무현도 생각했다는 점이다.

최근 노무현은 존경하는 인물을 백범에서 링컨으로 바꾸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인간의 천성은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김구는 실패하지 않았다. 김구가 장준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장준하는 실패하지 않았다. 장준하가 노무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바톤은 물려지고 역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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