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왜 나는 정동영을 찍지 않았나?

이 나라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세력이 있다. 필자가 분석하고자 하는 바는 이들의 아웅다웅이 표면적으로는 이념과 노선따라 갈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성격이나 전공분야의 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거다.  

민노당 곤조파 - 대안없이 비판만 일삼는 세력. 이들은 주로 예술 분야에 재능이 있다. 그래도 밥은 굶지 않기 때문에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할 일이 없다. 그래서 끝까지 비타협적이다. 자존심과 곤조만 하늘을 찌른다.

김근태 양심파 - 양심은 있지만 능력이 없어 밥벌이를 못하는 세력. 이들은 기본적으로 밥벌이가 안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정치판에 붙어있어야 한다. 그래도 남이 자리 깔아주면 현상유지 할 수 있는 정도의 도덕성은 있다.  

노무현 원칙파 - 꿈도 있고 능력도 있고 아이디어도 있는 현실참여세력, 이들은 기본적으로 재능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하므로 어떻든 현실을 긍정한다. 이들은 설계분야에 재능이 있으므로 원칙을 강조한다.

이명박 실적파 - 설계는 못하지만 남이 판을 짜주면 그것을 이용하여 실적은 올릴 수 있는 기회주의 세력. 이들은 뻐꾸기처럼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다가 건수가 생기면 잽싸게 낚아챈다.

조갑제 꼴통파 - 과거에 한가닥 했다는 자들. 이들은 왜정때, 625때, 박독재때 기여한 공(?)을 원천부정하는 진보가 밉다. 이들은 감정적 한풀이에 관심이 있을 뿐 국가의 미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 정치는 왼쪽의 곤조파와 오른쪽이 꼴통파가 양 극단에서 훈수를 두는 가운데 원칙을 가지고 판을 짜는 기획통 위주의 참여세력과 그 참여파가 짜놓은 판구조 위에서 단기적으로 실적을 뽑으려는 영업통 위주의 기회주의세력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정국의 주도를 다투는 구조로 흘러간다.

노무현과 이명박의 마인드 차이는 기획맨과 영업맨의 차이다. 기획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표준을 제시해야 하지만 영업은 다르다. 구라를 치든, 사기를 치든, 어떻게든 요령을 부려서 갖고 있는 물건이 썩기전에 팔아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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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곤조파

민노당들 중에는 자기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다. 문제는 그 재능이 정치현실과 상관없는 교육분야, 혹은 예술분야의 재능이라는 점이다. 교육이나 예술로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할 수는 있어도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할 수는 없다.

이들은 상당히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정치판에서 자기재능을 십분 인정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현실에 참여하지 않는다. 참여시켜줘도 시비나 걸 뿐 실적을 올리지는 못한다.

그래도 자기분야에서는 재능이 있기 때문에 자부심만 높고 콧대만 높고 목청만 높다. 단 선거 때 혹은 어떤 결정적인 시기에는 잘 타이르고 추켜세워서 이분들이 가진 교육가적 재능과 예술가적 재능을 우리가 활용해야 한다.

김근태 양심파

김근태들은 양심은 있는데 능력이 없다. 더군다나 민노당과 달리 제 밥벌이가 안 되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정치판에 빌붙어 있어야 한다. 이들은 나라가 태평할 때라면 양심적인 관료나 성실한 야당의원 정도는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분들이 아이디어가 없고 콘텐츠가 없어서 난국에 돌파를 못하고 타개를 못한다는 거다. 더욱 지금이 치세가 아니고 난세이기 때문에 이들은 계속 손해보고 있다는 거다.

이들은 뒤에서 기회를 엿보며 원칙파들이 앞장서서 타개하고 길을 열어주기를 기다렸지만 동작이 굼떠서 결정적 순간에 이명박 실용파에게 뺏기고 만다. 하여간 이분들은 우리가 먹여살려야 할 불쌍한 군식구다.

노무현 원칙파

논객들은 단지 ‘옳다/그르다’를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있다/없다’에 지배된다. 정동영이 옳지 않아서 진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뭔가가 없어서 진 것이다. 이명박에게는 의심스럽지만 뭔가가 있었는데 정동영은 그 뭔가가 없었다.

노무현파의 재능은 설계분야의 재능이다. 이명박파의 재능은 실적분야의 재능이다. 회사에서 물건을 만들더라도 먼저 노무현 기획팀이 완벽한 설계를 내놓아야 이명박 영업팀이 그 설계도에 의존해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거다.

유권자들의 균형감각이 이번에 이명박으로 기운 것은 그러한 본질에 대한 직관적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노무현파가 시스템을 완성시켜 놓으니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 불안하지 않으니 실적이 욕심나는 거다.

이명박 실적파

이명박들은 판을 설계할 능력은 없지만 완성된 설계도를 주면 시공은 할 수 있다. 이들은 80년대 이래 정치적 격변기에 자기 재능을 살릴 기회를 갖지 못한데 대해 유감을 가지고 있다.

격변기에는 방향의 제시가 중요하고 그 방향제시는 기획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일거리를 만들 수 없고 남이 만들어놓은 일거리를 뺏어야 하기 때문에 기회가 오면 수단방법을 안가리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들의 성향이 조중동과 다르다는 데 있다. 언뜻 보면 조중동과 이명박이 찰떡궁합인 것 처럼 보이지만 실로 그렇지 않다. 실적파에게는 융통성과 재량권이 중요한데 조중동의 배후조종이 그 재량권의 여지를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조갑제 꼴통파

조갑제들은 스스로 능력이 있다고 믿지만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아서 도태된 세력이다. 이들은 일제때, 혹은 625때, 혹은 박정희 때 뭔가 한가닥 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그 사실을 알아주지 않아서 뿔다구가 나 있다.

조중동 대가리들의 조갑제스러운 성향과 그 조중동 독자들의 성향이 또 다르다. 역할부터 다르다. 야당할 때는 이들이 찰떡궁합이지만 여당이 되면 달라진다. 조갑제스러운 조중동이 이명박의 발목을 잡게 되어 있다.

아마 중앙일보는 끝까지 이명박을 밀 것이다. 그들의 재능은 알뜰한 내조에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얄미운 시누이 역할을 맡을 것이고 조선일보는 잔소리 많은 시어미가 될 것이다. 이들도 재능따라 뿔뿔이 흩어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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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지론은 인간은 언제라도 자기 재능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예컨대 진중권들이 시비를 일삼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이 가진 유일한 재능이기 때문에 그 재능을 살리는 것이다. 그 양반이 할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는데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필자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도 필자가 구조분석에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결국 자신의 재능과 성격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표면의 구호는 이념과 노선을 따라가지만 이면에서의 행동은 이러한 궁합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조중동과 이명박은 조만간 갈라지게 되어 있다. 연애궁합과 결혼궁합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는 천생연분처럼 보였는데 결혼하자마자 틀어지는 경우 많이 봐왔지 않은가?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는 인간은 그 아이디어를 써먹기 위해서 운명적으로 리벌럴리스트가 된다. 아이디어를 현실과 접목시키려면 자신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없지만 남의 아이디어를 훔칠 능력이 있는 자는 실용주의자가 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훔친 것은 순정품이 아니라서 규격이 안맞기 때문에 약간 어긋나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를 않고 그 불량부품을 써먹기 위해서는 급한대로 임기응변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훔치기 잘하는 실적파가 훔치려 해도 그 훔칠 무언가가 있어야만 훔칠 수 있다는 거다. 이들은 결코 자기 스스로는 판을 짤 수 없다. 이들은 창의력이 없기 때문에 남이 연구할 동안 놀면서 인맥을 쌓는다.

이들은 발이 넓기 때문에 광범위한 인맥과 혈연과 지연을 만들어 놓고,(심지어는 소망교회 교연까지) 발빠르게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훔칠 타깃을 정한다. 그것을 훔쳐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  

결론적으로 실적파는 원칙파를 원천부정할 수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명박은 노무현을 원천부정할 수 없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남의 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이용할 남의 것을 원천부정할 수 없다.

자동차를 파는 세일즈맨은 그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를 비난할 수 없다. 회사를 비난해봤자 자기가 팔아치우려는 상품의 가치만 떨어진다. 그러므로 이명박 실적파와 조갑제 꼴통파들 사이는 벌어지게 되어 있다. 이명박은 이른 시일 안에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무엇인가? 조중동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관심없다. 그들은 과거 잘나가던 시절을 회고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노무현은 조중동의 방해를 방어할 수단이 있었다. 조중동이 무슨 소리를 해도 아군이 아니라 적이니까 그런다고 외면하면 그만이다. 조중동의 공세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이 조중동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이명박은 조중동을 역이용할 수 없다. 맞아죽거나 복종하거나 뿐이다. 김영삼은 복종의 길을 걷다가 망했다. 이명박은?

지금까지 나타난 조짐으로 보면 이명박은 특히 조선일보에 맞아죽을 확률이 높다. 조선일보는 이명박을 적극적으로 지배하고 조종하기를 원한다. 이명박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면 오늘 국무회의를 통과한 특검까지 이용할 위인들이다. 참으로 흉악한 자들이다. 하여간 영화에서는 주로 장물을 분배하다가 충돌하여 도둑놈들끼리 서로 총질을 해서 다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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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콘텐츠다. 콘텐츠가 있어야 정보를 생산할 수 있고, 정보를 생산해야 그 정보의 전파과정을 매개로 사람을 모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콘텐츠 생산능력이 있는 원칙파와 실적파가 먹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

민노당도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지만 1회용이다. 교육가의 재능을 살려 사람을 동원하고 시민운동을 조직하거나 혹은 예술가의 재능을 살려 선거때 홍보물을 만들거나 혹은 시위때 풍물을 앞세워 분위기를 연출하는 재능이 있을 뿐이다.

조갑제들도 반북상업주의 콘텐츠가 있지만 그것은 옛날 것이다. 그들은 좋았던(?) 옛날과 비교하며 현실을 비관할 수 있을 뿐이다. 뇌가 굳어버린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미래를 긍정하고 낙관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콘텐츠는 노무현 원칙파에서 나오는 것이며 노무현의 콘텐츠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고, 스스로의 자궁에서 낳아내는 것이고, 자궁이 없는 이명박의 콘텐츠는 노무현의 것을 변형하거나 역이용하는 형태다.

이명박이 종부세를 깎아준다고 헛소리를 해서 압구정동에서 79프로를 얻었지만 그 또한 노무현이 종부세를 만들어놨기 대문에 가능한 공약이다. 결정적으로 종부세는 용도가 지방교부금으로 되어 있으므로 종부세를 깎아주는 만큼 지방은 세입이 줄어든다. 명박이 압구정동 살리면 그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은 굶어죽는다. 이명박이 사기를 친 것이다.

원형이 있고 변형이 있다. 원형이 있어야 변형할 수 있다. 원조와 짝퉁의 차이다. 이명박은 심지어 이번 대선의 홍보물도 2002년 노무현의 것을 베낀 모조품이 태반이었다. 자갈치 아지매를 욕쟁이 아지매로 변형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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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노상 ‘옳다/그르다’를 논하지만 실제로는 ‘있다/없다’에서 큰 흐름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있다/없다’의 구분은 결국 콘텐츠다.

정동영이 옳지 않아서 진 것이 아니고 없어서 진 것이다. 있어야 이길 수 있다. 있도록 하려면 우리가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만들어내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자궁으로 우리 안에서 낳아내지 못하면서, 이명박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나 노린다면 허망한 거다.  

무엇인가? DJ와 노무현의 10년치세를 만든 원동력은? 80년대 있었던 짧은 인문주의의 르네상스를 떠올릴 수 있다. 우리것 찾기 붐이 있었다. 신토불이도 있었다. 민중노선과 자주노선이 있었다. 노래패도 있었고 탈춤패도 있었고 그림패도 있었고 농활도 있었다. 그때 지식은 대중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시절 잠시지만 대중과 지식이 하나가 되어 멋드러진 축제를 열었던 경험이 있다.

나는 지난 10년간 우리가 정권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 거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일어난 우리것 찾기 붐이 아이디어 고갈로 끝나버렸기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80년대에 그것을 주도한 사람들 중 다수는 지금 민노당에 가 있지만 그 사람들이 일으켜 놓은 바람은 대중속으로 침투하여 지난 10년의 성공을 일구어 낸 것이다. 거기서 교훈을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첫째 인문정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정치공학 따위에 빠져들지 말고)

둘째 지식과 대중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지식이 대중 위에 군림하거나 지배하려 들지 말고 가르치려 들지 말고)

셋째 우리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점(서구 수입품 장사하려 들지 말고)

나는 궁극적으로 교육에 그 답이 있다고 확신한다. 나아가 교육과 연계된 문화분야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가능하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성공에 집착한 나머지 소중한 우리 안의 자궁을 잊어버렸다. 근본을 잊어버렸다. 낳아내기에 소홀했다. 정동영이 콘텐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정동영이 이용해먹을 콘텐츠를 우리가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명백히 생산력에서 퇴보한 것이다.

이제 국정운영의 부담이 없어졌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다. 이 시기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안에서 자궁을 찾아야 한다. 10년의 불임시대를 끝막고 새로이 임신해야 한다. 낳아내기에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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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동영을 찍지 않았다. 투표하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외에 과연 누가 또 내 표를 가져갈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내가 정동영을 찍지 않은 이유는 당신에게 지금 이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미리 포석을 까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당신에게 말을 거는 방법이다.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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