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7141 vote 0 2008.01.08 (16:01:54)

노무현의 다음 수

김대중 전대통령의 연설회 때마다 늘 듣던 말씀이 있다. ‘내가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였을 뿐, 내가 이 나라에서 무엇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지는 않았노라’고.

중학생 때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써붙였다는 어떤 바보와 딱 비교되는..

무엇이 될 것인가를 생각한 사람에게 노무현 5년은 실패다. 임기는 끝났는데 남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한 사람에게 노무현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노무현 5년은 성공도 실패도 아니다.

아직 할 일은 태산같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일 마저 해야 한다. 그 일 다 끝내고 평가를 하더라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계속 가야 한다. 그리고 기어이 끝을 봐야 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야기는 남을 것이다.

내 흉중에 있는 계획 다 펼쳐내려면 아직 멀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임기 끝났다고 그 흉중에 든 계획이 끝났을까? 천만의 말씀! 노무현 역시 무엇이 되기보다 무엇을 하기를 꿈꾸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대통령이 된 것은 하고 싶었던 그 무엇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에 지나지 않았다고 나는 믿는다. 임기 5년으로 초반 포석을 끝마쳤으니 이제 중반 전투에 들어갈 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 다음 수가 나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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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명박에게 진 것은 이명박 보다 나은 인물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확실히 도둑놈이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하기는 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수상한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기어코 똥을 찍어먹어보고 맛을 감정하겠다는 딴나라 백성들의 구미를 자극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반면 김근태, 정동영들은 5년 내내 무엇이 될것인지를 궁리했을 뿐 뭘 하겠다는건지 아무런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5년 전에 우리는 참으로 많이 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선거도 했고, 희망돼지 저금통도 했고, 메가톤급 공약들도 여럿 내놓았고, 신바람나는 국민경선도 했고, 아슬아슬한 후보단일화도 했다.

참 많이 했다. 모두 그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었다.

지난번에는 뭔가 새로운 것을 많이 해서 이겼는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패배한 것이다. 그나마 한 것도 속 보이는 정똥식 쇼에 재탕이라서 진 것이다. 그러므로 해야한다. 곧 죽어도 해야한다. 뭔가 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 5년 후에 할 건수를 지금 벌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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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 답은 나와 있다. 인터넷이라는 자원을 활용하여 언론활동을 해야 한다. 인재를 키우고, 담론을 키우고, 어젠다를 키우고, 정책을 키우고, 세력을 키우고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광장을 건설해야 한다.

많은 계획과 아이디어들이 나와주어야 한다. 집권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당이 된다는 것은, 공격포지션에서 아니라 방어포지션으로 변경하게 된다는 것이며 이는 오히려 많은 아이디어와 계획의 실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

46일 지나면 퇴임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흉중에 무엇이 있을까? 뻔하다. 수년 전 국정홍보처를 처음 만들었을 때 설계했던 그 원대한 계획이 들어있을 것이다. 나는 그 계획이 100년 짜리 계획임을 믿는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으로 여긴다. 그는 나보다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더 멀리 보고 더 큰 설계를 꾸미는 사람이다. 나는 그의 마음속에 든 아이디어 보따리가 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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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우울해 하고 있다. 낙담하고 있다. 졌기 때문이 아니다. 패배는 탄핵때 이미 확정되어 있었된 것이다. 1프로의 기적을 바랬을 뿐.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없다는 암담함에 있다.

‘패배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그 무엇이 보이지 않는다. 판이 깨져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개혁+호남의 구도가 깨졌다는 것 그리고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의 배신에서 느끼는 환멸들이다.

그리고 딴나라 알바의 준동에 따른 인터넷 공론의 무력함, 대선에 영향력 없음이 판명된 천만 블로거의 무기력함 따위들이다. 졌기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길이 보이지 않아서 암담한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 버리고, 집권욕심 버리고, 눈앞의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욕심 버리고.. 무엇을 하겠다는 꿈을 가진다면 달라진다. 지갑주워 거저먹는 길이 없을 뿐 진정한 길은 있다. 눈앞에 있다.

불씨를 살려가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본질에서 이기면 이기는 거다. 하겠다는 사람이 되겠다는 사람을 이긴다. 그것이 본질이다. 지금 우리는 해야 하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있고 계획이 있고 꿈이 있다.  

이곳에 모여있는 노무현 세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들은 진보나 보수의 이념적 잣대만으로는 판명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 계획이 있는 사람, 꿈이 있는 사람들이다.

되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하겠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떤 일이든 맡기면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5년 전에 확실히 무언가를 했고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여주었던 사람들이다.

여당은 수비고 야당은 공격이다. 지난 5년간 야당체질에 여당포지션이 어색해서 못했을 뿐 한 칼씩 감추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그들은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운명적으로 자유주의자가 된다.

반면 아이디어도 없고 계획도 없고 실천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일군의 무리가 있다. 그들은 자기에게 그것이 없으니 남의 것을 들여와서 거간하려 든다. 민노당의 그들은 서구의 것을 가져와서 수입품 장사를 한다. 가짜다.

반면 할 능력은 없지만 하고 싶은 욕심은 넘치는 자들도 있다. 그들은 능력이 없으니 한사코 모방하려고만 한다. 5년 전에는 다투어 노무현을 모방하더니 이제는 미친듯이 이명박을 모방하고 있다. 이명박 노선을 베끼고 있다.

이명박이 실용한다 하니 다투어 실용하고 있다. 통합신당의 그들은 저절로 이명박 아류가 되어 있다. 이들도 가짜다.

민노류.. 스스로 창조할 아이디어도 능력도 없으니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품 장사나 하려는 자들.

궁물류.. 할 계획은 없고 될 욕심은 있는데 해낼 능력이 없으니 언제나 모방을 일삼는 자들. 정권 바뀌자 1초만에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모방대상을 바꾼 자들.

노무현세력.. 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없이, 언제 어느자리에 갖다두어도 아이디어와 실천력을 가지고 제 할 일을 해내는, 유능한 그러므로 운명적으로 자유주의자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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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이 진짜 두려워 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입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후에 해야할 일은 그 장점을 살리는 것이다. 대통령은 더 많은 말을 할 것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고 더 정곡을 찔러서 말할 것이다.

그 말들을 담아낼 그릇부터 만들 것이다. 그 계획은 국정 홍보처를 만들 때부터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 당선 전부터 설계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의 포석 단계를 구경했을 뿐이다. 어찌 다음 수가 궁금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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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9]id: 태현태현

2016.03.25 (18:19:07)

그러나 희망은 있다.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 버리고, 집권욕심 버리고, 눈앞의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욕심 버리고.. 무엇을 하겠다는 꿈을 가진다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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