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917 vote 0 2002.09.10 (12:04:48)

빌다 - 능동
빌리다 - 수동

걸다 - 능동
걸리다 - 수동

달다 - 능동
달리다 - 수동

보셨듯이 ~리다는 능동과 수동으로 구분됩니다. 근데 표준말이고 사투리고 떠나서 빌다를 빌리다로 표현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건 잘못된 언어사용이니까 그렇게 하지마라고 하면 간단하지요.

그렇지만 언어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지, 누가 법으로 정해서 언어가 만들어졌겠습니까? 자연한 진화법칙을 추구해보자는 것이 이 토론의 목적이 아닙니까? 즉 인위를 개입시키지 말고 가만 놔두었을 때, 저절로 발전하는 방향을 알아보자는 것입니다.

어쨌든 사람들은 빌다의 의미로 빌리다를 사용합니다. 이때 ~리다는 걸리다, 달리다와 다른 의미입니다.

때리다의 경우를 보세요. 이 경우 능동이지요. 빌리다borrow의 경우 빌다bead, 빌다beg, 빌다pray의 다양한 형태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borrow인데 뒷부분의 ~row는 law 혹은 let와 연결되는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이 말을 우리말에서는 해라, 먹어라, 가라, 와라의 명령형 ~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빌리는 것이 자신이 약자일 때는

'물리다'. <- 뱀에 물리다가 아니고 가게에서 산 물건을 도로 물리다. 피해본 것을 도로 물어내라는 거죠. 명령의 의미가 있습니다.

'말리다' <- 계략에 말리다가 아니라 싸움을 말린다는 거지요. 역시 명령의 의미가 있습니다.

'골리다' <- 골탕을 먹인다는 뜻입니다. 역시 명령과 강제의 의미가 있지요.

'놀리다' <- 마찬가지입니다. 명령과 힘의 행사입니다.

'살리다' <- 역시 적극적인 행동입니다. 명령과 힘의 행사에 속하지요.

'데리다' <- 아기를 데리고 간다는 뜻입니다. 역시 권력의 행사지요.

보셨듯이 빌다는 약자가 강자에게 애원하다이고 빌리다는 명령하다, 힘을 행사한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원래부터 다른 의미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표준말이 잘못 정해진 것 아닌가요?

'~리다'는 능동에 대해 수동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강한 능동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빌다는 애원하여 빌다는 뜻이고 빌리다는 명령하여 받아간다는 뜻입니다.

즉 완전히 다르 의미의 두 개의 빌다가 있는 것입니다. ~리다의 '리'는 명령을 내리다, 명령하다는 뜻으로 let에 해당합니다.

오다와 오렸다는 다릅니다. 오다는 기본형이고 오렸다는 명령형이지요. 가렸다, 하렸다, 있으렸다의 ~렸다let에 주목하세요. 빌리다 역시 때리다 골리다 놀리다 데리다와 같은 형태입니다.


잘못된 표준말은 매우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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