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인간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인간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과의 기본적인 관계설정입니다.
세상과 내가 친구이냐? 적이냐? 아니면 무관한 제 3자이냐?

세계관, 역사관, 가치관, 도덕관, 인생관이라고 합니다. 어떤 판단을
내릴까는 '어떻게 볼것인가'의 인식내용에 앞서서 '어떤 모양새로 다
가오는가'의 관계설정이 주요한 문제로 됩니다.

깨닫는다는 것은 관계를 깨닫는다는 것이며 어떤 판단과 인식에 앞
서서 선행하는 문제도 역시 관계설정이라고 봅니다.

"세상과 나는 친구인가?"

"왜 내가 잘되면 좋고 우리가 잘되어도 좋고 우리들이 잘되면 더 좋
고 우리나라가 잘되어도 좋고 모든 것이 잘되는 것이 잘안되는 것보
다 더 좋음을 내가 받아들여야 하지?"

"내가 잘되는 것(나의 성공과 출세와 욕망과 행복)을 과연 내가 받
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나'라는 넘부터 내가 먼저 살해해버릴 것인가?"

"우리'가 잘되는 것을 내가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배덕한 부모를
증오하듯 '우리'라는 것을 내가 나서서 거부할 것인가?"

나는 신 앞에서 내 인간의 탄생에 동의한 바 없기 때문에, 신과 나
와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바가 없기 때문에, 신의 연출자와 대본을
두고 토론하거나 애드립에 대한 권한을 인정받거나 심지어 출연료도
계약한 바 없기 때문에 먼저 그러한 문제를 따지고들게 되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러한 '나'와 '우리'들은 무의식중에 정서적으로 먼저
대책없이 수용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내가 내편이고 우리도 우리편이고 우리나라도
우리들의 나라인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천만에.
비판되어야 합니다.

내가 나의 적일 수 있고, 우리가 우리의 적일 수 있고, 우리나라도
우리들의 나라가 아니라 단지 나와 가까운 바 잘 알게된 여러가지
기록과 끼어들기 쉬운 형태로 존재하므로 하여 관계하게된 문제들로
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나는 나에 의하여 파괴되었고, 우리
는 우리에 의하여 저지되었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에 의하여 해체
되어야만 했던가?

'세계관' '역사관' '가치관' '도덕관' '인생관'은 먼저 세상과 나의
기본적인 관계설정입니다.

"기억하여야 할 진저 관계는 인식에 앞서고 인식은 실천에 앞선다"

적인가 아군인가 무관한가?
유물론자라면 세계와 나는 무관한 제 3자입니다.

도덕이나 윤리는 인간에 의해 임의로 설정된 바 사회적 합의 비슷한
것이며 내가 그 합의를 존중하는 것은 사회의 권력 앞에 내가 굴복
한 탓이겠지요.

그러한 굴복과정은 나도 모르게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남들이 다 가
는데 나만 안가면 유난스러워 보이니까 어색하다고 그냥 따라가다
보니까 어느새 그러한 항복문서에 이미 내 도장이 찍혀버렸더군요.

유심론자라면 '어떤 지적인 설계'에 의해 진도가 나가는 한 과정 중
에 역할하는 한가지 방식으로서의 '나'가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위상을 찾는 것이 주요한 문제로 되겠지요.

저는 실험으로서 세상을 적으로 설정하고, 신을 나의 적으로 설정하
고 세상과 인간과 문명과 역사와 신과 그 모든 것에 반대하며 저항
하고 부인하려고 했습니다만 내가 졌습니다.

내 언어는 내 패배의 기록입니다.

하여간 신 앞에서 내 인간의 탄생에 대한 동의의 문제, 신과 나와의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문제, 신의 연출자와 내 배역에 관한 대본전
달 및 애드립 허용범위의 문제는 가장 주요한 문제로 되어 그러한
과정을 승인하는 절차로 깨달음을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내가 깨달았다는 것은 신과의 근로계약을(그것은 상당히 부당노동행
위가 된다) 승인했다는 것이며 그것은 신과의 관계설정을 두고 적대
적 투쟁에서 내가 패배하였다는 사실관계의 인정이 됩니다.

하여간 신혼부부들도 흔히 신혼여행지에서부터 바보같은 주도권다툼
을 하게 마련인데 먼저 해야할 일은 신과의 근로계약을 앞두고 단박
에 기선제압을 하는 것입니다.

근데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은 내가 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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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강조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게시판의 토론자들이 관계설정
부분을 생략하고 마치 내가 자신의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함부로 충
고하고 훈계하고 가르치려 들기 때문입니다.

"미쳤군. 내가 니 친구냐?"

토론에 앞서 기본적인 관계설정부터 다시금 검증해야 합니다.

진보냐 보수냐 하는 논의들 역시 세상과의 기본적인 관계설정에 해
당합니다.

보수들이 강조하는 바 '민족', '국가' 운운하는 것은 마치 자기네가
나와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한편이라도 되는 것처럼, 움직일수 없는
기정사실인양 표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웃기고 있네. 니는 또 누구이관데?"

나는 대한민국과 친구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내가 이 땅에 태
어났다고 해서 곧 이 국가와의 헌법이하 기타 사회계약체결을 자동
적으로 승인하는 것이 되지 않는 것은 내가 이 회사에 입사했다고
해서 사용자가 임의로 제시하는 일체의 근로조건을 승인한 것이 되
지는 않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나의 진보는 나의 대한민국 및 세계에 대한 정당한 근로계약 및 출
연계약 요구이며 나의 조건들이 관철되지 않는 한 나는 대한민국 및
세계와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왜?"
"난 나고 넌 너니깐."

모든 권력 내지 국가체제 내지 사회관계는 잠정적으로 승인한 것이
며 그러한 잠정적 승인은 너무나 많은 긴급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파
묻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결과일 뿐 내 부모가 노예이어서 내가
자동으로 노예가 되는 절차를 내가 승인할 이유가 없듯이 이해가 맞
아떨어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부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나를 부인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를 부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를 부인할 수 있다.
또한 천부의 권리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관계부터 설정하고 다시 시작하자. 또한 진보의
이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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