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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9399 vote 0 2007.02.06 (00:34:27)

<개인적인 글입니다. 옮기지 말아주세요.>

계통발생과 표준모델

▦인간의 유전자 수가 극히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유전자는 선충 수준, 만물의 영장 노릇 어떻게)

인간의 유전자 수는 약 2만5,000개에 불과하다. 생명공학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때 인간이 적어도 10만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던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는 풀 종류인 아기장대나 C. 엘리건스라는 선충과 비슷한 수준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이처럼 적은 수의 유전자를 갖고 어떤 생물체에도 뒤지지 않는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이언스의 과학자들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25가지 난제 중에서-

진화는 겉모습이 아니라 유전체계 안에서 일어난다. 겉으로는 진화로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퇴화인 경우가 있다. 유전체계를 기준으로 볼 때 플러스 방향의 대진화와 마이너스 방향의 소진화가 있다.

유전체계가 질적으로 고도화 되는 플러스 방향의 대진화는 드물게 일어난다. 종의 특성을 결정짓는 대부분의 진화는 마이너스 방향의 소진화에 해당한다. 불필요한 부분이 제거되어 유전체계가 안정화 되는 것이다.

진화가 플러스 방향으로 일어나면 한 단계의 진화가 진행될 때 마다 유전자의 숫자가 추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하등동물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숫자의 유전자를 가져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추가된 부분을 누가 통제하는가이다. 구조론에 따르면 그 추가된 부분을 통제할 원천이 사전에 제공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통제자는 통제대상 보다 질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자연계에는 크게 두 가지 법칙이 있다. 하나는 무에서 유가 생겨날 수 없다는 법칙이다. 이는 질량보존의 법칙이다. 둘은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는 법칙이다. 이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는 이치에 따라 닫힌계 안에서 기능을 하나씩 추가해 가는 플러스 방향으로의 점진적 진화는 물리적으로 불능이다. 자연계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구조론에 따르면 새로운 기능을 통제할 원천이 먼저 성립하고 나중에 그 원천에 맞는 기능이 투입된다. 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 폴더가 먼저 추가되고 나중 그 폴더에 파일이 저장되는 것과 같다.

이때 통제자인 원천은 나중 추가된 기능보다 질적으로 더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이는 2D게임에서 3D게임으로 진화하려면 컴퓨터에 3D저작도구가 먼저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사전에 설치된 상위 소프트웨어는 나중에 공급되는 하위 소프트웨어보다 더 집적도가 높다. 주머니는 항상 그 주머니에 담길 내용물보다 펼쳤을 때의 부피가 커야 한다. 단지 주머니가 접혀 있어서 작아보일 뿐이다.

진화는 2D 혹은 3D의 저작도구가 설치될 때 비약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이 대진화다. 이때 계통발생을 통제하는 표준모델이 전제된다. 이때 표준모델의 완성도가 이후 일어나는 진화의 큰 방향을 대강 결정한다.

진화는 밸런스의 원리에 따라 몇 가지 포지션들이 하나의 조직 혹은 기관으로 모듈화 되어 한꺼번에 일제히 일어나며 그 모듈은 그 이전에 설치되어 있는 표준모델의 구조를 모방하고 반복하게 된다.

표준모델이 이후 성립하는 모듈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초기조건의 민감성이다. 인간과 벌레의 차이는 초기조건에서의 작은 질적인 차이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양적으로 전개하여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나비효과와 같다.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의 날개짓이 플로리다에 허리케인을 몰고오듯이 초기에 어떤 표준모델을 계승하였느냐에 따라 계통발생은 척추동물로 발전하는가 극피동물로 주저앉는가가 결정된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견해를 주장한 헤켈의 논문은 나중에 사기로 밝혀졌다. 구조론으로 보면 단지 계통발생의 기본단위가 되는 표준모델과 이에 연동된 모듈화의 원리가 있을 뿐이다.

표준모델은 태초에 혐기성 바이러스가 호기성 바이러스의 내부로 침입하여 세포핵을 형성하면서 그 기본형이 정해졌다. 이러한 외부에서의 침투구조가 정자의 난자침투로 계승되고 반복되는 것이 모듈화다.

대진화는 이 하나의 표준모델이 모듈들을 차례로 설치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 계통이 나중에 고등동물로 진화할 것인가의 여부는 이 초기모델의 설치단계에서의 미학적 완성도에 의해 사전에 결정된다.

처음 바이러스에서 진핵생물로 진행할 때 이 진화의 계통이 이후 몇 단계 까지 진화할 것인지 사전에 기계적으로 정해져 있다. 계통발생에서 모듈의 반복성을 결정하는 표준모델의 성립은 단 한차례 있었을 뿐이다.

표준모델의 완성도란 부시맨과 한국인이 대화할 때 중간에서 매개하는데 필요한 통역의 숫자다. 통역이 부시맨, 아프리카인, 프랑스인, 영국인, 한국인으로 다섯 단계를 거친다면 그 계통은 나중 다섯 단계의 모듈화로 진화한다.

● 척추동물 - 미학적 완성도가 높다. 많은 단계를 거치며 진화한다.
● 강장동물 - 미학적 완성도가 낮다.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한다.

표준모델의 완성도가 낮으면서 유전자 수를 양적으로 늘려 대량으로 집적한다 해도 단지 덩치가 커질 뿐 고등동물로의 진화는 불가능하다. 또 양이 늘어났을 경우 이를 통제할 수단이 없어져서 계는 해체되고 만다.

그릇에 담긴 내용물이 그릇보다 더 커질 경우 그릇이 지탱할 수 없다. 유전자 숫자의 증가는 통제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도리어 진화를 방해한다. 유전자와 유전자가 충돌하여 교착상태를 유발하는 것이다.

일부 하등한 식물이 사람만큼 유전자 숫자가 더 많다면 그 유전자들 중 상당수는 교착을 일으켜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교착을 유발하는 구조가 미학적 완성도가 낮은 것이다.   

미학적 완성도

영국과 프랑스가 하나의 국가로 통일된다면 어떨까? 두 나라의 문화가 합쳐진 새로운 문화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 문화는 과거의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한국과 프랑스가 통합된다면 다르다.

한국과 프랑스 간의 통합은 문화충격으로 인한 큰 갈등을 야기한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신문화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된다.

이때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거리가 미학적 거리다. 두 문화권 간의 문화적 거리가 멀수록 서로 간에 소통에 의한 문화충격이 크고 문화충격이 클수록 이를 수습하기 위한 미학적 양식은 고도화 된다.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나타난 부르조아계급의 고도로 양식화된 문화가 그렇다. 특히 형식미 위주의 양식화된 문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그 문명이 매우 큰 문화충격을 겪었다는 증거다.

요리가 발달한 중국과 이탈리아의 식사매너는 복잡하지 않다. 요리가 별로인 영국과 프랑스에서 오히려 복잡한 주방기구 세트를 필요로 하고 까다로운 식사절차를 요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주방기구 세트가 유행할 때 부르조아 집안에서 손님을 초청하여 격식있는 식사를 하려면 적어도 40개 이상의 은제 나이프와 포크 세트가 갖추어져 있어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세익스피어 시절만 해도 영국인은 나이프와 포크 없이 맨손으로 고기를 뜯어먹었기 때문이다. 후진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가 이탈리아의 선진문화를 수입하면서 큰 문화충격을 겪었던 것이다.

문화적 거리가 멀수록 서로간에 소통은 단절된다. 소통을 위해서는 형식 위주의 고도화된 양식이 요청된다. 이때 문화는 실용성을 잃는다. 체면과 매너와 예의와 격식과 에티켓이 강조된다.  

생물의 진화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최초에 강장동물의 진화계통을 촉발한 두 유전자간의 합성은 서로 간에 미학적 거리가 멀지 않았다. 따라서 밸런스의 문제가 작았고 그러므로 더 이상의 진화가 촉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척추동물을 탄생시킨 표준모델의 성립은 두 유전체 간에 큰 미학적 거리가 있었고 많은 밸런스의 문제를 야기하였다. 한 단계의 밸런스를 회복할 때 마다 새로운 불균형들이 드러났으며 그 문제를 해소한 결과 진화는 거듭되었다.

춥고 날씨변화가 많은 환경에 진출한 구대륙 사람들이 따뜻하고 날씨의 변화가 적은 정글이나 사바나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우수한 지능을 가진 예로 설명할 수 있다. 더 많은 밸런스의 문제에 부닥친 것이다.

미학적 완성도가 낮다는 것은 언어가 비슷한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대화하는데 중간에 통역이 여러명이면 오히려 대화가 잘 안되는 것과 같다. 환경이 좋으면 환경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진화는 방해받는다.

어떤 종이 많이 진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적응할만한 환경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환경이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자신이 스스로 변화하여 불안정한 환경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화의 저작도구

사람이 지네처럼 일백개의 발을 가졌다면 어떨까? 뇌가 일백개의 발을 한꺼번에 통제하기는 매우 힘들다. 많은 발을 동시에 통제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구령에 맞추어 발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메뚜기는 뛸 수도 있고 길 수도 있고 쪼그려 앉을 수도 있지만 지네는 뛸 수 없다. 점프하기 전에 쪼그려 앉는 자세를 할 수 없다. 발의 숫자가 늘수록 발을 통제하는 방법은 단순화 된다.

이렇듯 양적으로 증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기능을 단순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기능을 단순화 시킨 것이 미학적 완성도가 낮은 것이다. 그 경우 데이터의 처리수준은 형편없이 낮아진다.

● 높은 미학적 완성도 - 데이터 처리량 적다. 처리수준 높다.
● 낮은 미학적 완성도 - 데이터 처리량 많다. 처리수준 낮다.

진화에 있어서 표준모델의 완성도가 중요할 뿐 데이터 처리량이 많을 이유는 없다. 이는 2D엔진 보다 3D엔진이 더 적은 숫자의 데이터로도 쉽게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표준모델은 유전체계 내의 저작도구다.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같은 계통 안에서 차례로 모듈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하나의 저작도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부시맨과 한국인의 만남은 다섯 단계의 통역을 필요로 한다. 누가 누구와 만났는가에 따라 몇 단계 더 진화할지가 정해진다. 최초에 두 바이러스가 만나 세포핵이 탄생할 시점에 이미 그 계통이 도달가능한 진화의 최대치가 결정된다.

구조는 질과 양으로 이루어진다. 질이 그릇이면 양은 그 그릇에 담길 내용물이다. 유전체계의 정보관리는 첫째 표준모델의 질적인 모듈화와 둘째 구현된 표준모델 안에서 양적인 정보축적의 2단계로 이루어진다.

구조론에 따르면 동일한 일을 구현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질적 수준이 낮은 모델에 정교한 명령을 내리는 방법과 질적 수준이 높은 모델에 단순한 명령을 내리는 방법이 있다.

명령이 복잡하면 충돌과 에러가 일어난다. 질적 수준이 낮은 모델에 복잡한 명령을 내리면 명령들 간의 충돌로 교착에 빠진다. 인간이 백개의 발을 가진다면 발과 발이 충돌하여 걸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높은 수준의 정교한 표준모델을 만들어 놓고 간단한 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렇게 명령의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진화의 본질이다. 진화할수록 명령은 단순해지므로 유전정보의 숫자가 많을 수 없다.

큰 그릇으로 한번 운반하기가 작은 그릇으로 여러번 운반하기보다 낫다. 진화한다는 것은 큰 그릇으로 한번 운반한다는 것이다. 정보가 고도로 집적되어 있는 높은 수준에서 더 적은 횟수의 명령을 내린다.

자동차가 진화할수록 운전자는 더 적은 양의 정보를 판단하고 조작하게 된다. 변속기가 수동에서 자동으로 진화할수록 운전자의 조작부담은 줄어든다. 좋은 자동차가 운전자를 편하게 하는 것이다.  

진화의 원리도 이와 같다. 인간은 정교한 표준모델을 사용함으로써 적은 숫자의 데이터로도 복잡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식물은 낮은 수준의 표준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에 교착이 일어나서 쓸데없이 데이터만 많을 뿐이다.

카오스이론과 생장구조이론

구조론이 질서를 규명한다면 카오스이론은 무질서를 규명한다. 그런데 카오스이론이 말하는 무질서는 엔트로피의 법칙이 말하는 무질서와 다르다. 카오스이론은 무질서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

존재는 곧 질서다. 우리가 무질서라 부르는 것은 질서의 인자들을 모듈화 하는데 실패한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자연의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에서 일어난 실패이다. 카오스는 혼돈이 아니라 개념정립의 실패다.

숫자를 모르는 부족민 앞에 숫자를 셈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면 부족민에게는 그것이 카오스다. 숫자를 학습할 때 카오스는 해소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카오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듈화를 통해 카오스를 해소할 수 있다.

질서 인자들의 모듈화를 필자는 ‘가치’라 부른다. 그러므로 세상은 질서와 무질서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질서’와 ‘가치’로 되어 있다. 질서는 포지션을 찾은 것이고 가치는 포지션을 찾을 것이다.

● 질서 - 포지션들이 모듈화 된 것.
● 가치 - 포지션들이 모듈화 될 것.

자연에는 무질서가 없다. 카오스이론은 무질서가 아니라 다만 무질서처럼 보여지는 자연현상 속에 숨은 질서를 규명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눈에 무질서처럼 보이는 것은 유체와 난류다.

인간은 물과 공기의 흐름을 카오스로 본다. 물의 결을 읽지 못하고 공기의 결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도의 결을 읽을 줄 아는 물고기에게는 물이 질서다. 공기의 결을 읽을 줄 아는 새들에게는 공기도 질서다.

자연에는 질서와 무질서가 아닌 입체와 유체가 있다. 입체는 모양이 있고 유체는 모양이 없다. 입체는 모듈화 되어 있고 유체는 모듈화 되어 있지 않다. 입체는 질서고 유체는 가치다. 그러나 둘은 본질에서 같다.  

유체와 난류는 관측대상이 움직이므로 구조를 포착하는데 실패한다. 카오스이론은 유체나 난류를 다룬다. 유체를 미세관으로 통과시킨다든가 색소를 투입하는 방법으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는 태풍을 작은 관속으로 통과시킨다거나 혹은 태풍에 색소를 투입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태풍이 너무나 큰데 비해 관측소는 너무 작고 지표에 납작하게 붙어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에서 전자파를 쏘아 대기권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면 일기예보의 정확도는 극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결국 카오스는 규모가 크고 변수가 많고 눈에 보이지 않아서 분석이 어려울 뿐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카오스이론에서 말하는 ‘프랙탈’이란 부분과 전체가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 되는 구조다.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과 "순환성(recursiveness)"이라는 두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계의 평형을 만드는 모듈이다.

생물의 진화가 계통발생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이유는 단계적으로 모듈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전자 숫자가 하등동물과 차이나지 않는 이유는 모듈화를 통해 적은 데이터로도 방대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랙탈효과는 주위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나뭇잎의 모양과 나무 전체의 모양이 닮아있다. 소라고동의 나선형모양도 닮은 꼴이다. 공통점은 생장이다. 고체는 생장하지 않지만 유체는 생장한다.

파동은 주위의 파동을 흡수하여 점차 커진다. 프랙탈효과는 생장효과다. 고체는 머물러 있지만 유체는 간섭, 회절, 반사로 중첩되어 점점 커진다. 생물의 진화도 단순한 구조에서 출발하여 점점 복잡해진다. 유체와 생명체는 생장한다.

진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유체의 생장현상은 생물의 진화에서 잘 관찰될 수 있다. 갑각류라면 게나 가재는 겉에서 속으로 살이 찐다. 속이 점점 자라서 한가운데서 맞닿으면 더는 성장할 수 없다. 이때 게는 허물을 벗는다.

구조론에 따르면 모든 생장은 ‘밖≫안’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안에서 맞닿으면 생장은 정지된다. 속이 꽉차서 더 이상 생장할 수 없게 된다. 게나 가재는 허물을 벗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우회한다.

소라고동은 나선형의 꽈배기를 만드는 방법으로 이러한 곤란을 피해간다. 이는 뫼비우스의 띠나 클라인의 병처럼 안과 밖이 헛갈리게 한 것이다. 이와 달리 조개는 각도를 키우는 방법을 사용한다.

어린 조가비의 두 껍질이 닫히는 결합각도가 5도 정도라면 대형조개로 성장했을 경우 새끼였을 때의 껍질부분은 새로 자라난 껍질에 의해 점차 뒤로 밀려서 180도 이상의 각도로 벌어진다.

카오스이론은 생장구조에 그대로 적용된다. 생장구조이론의 핵심은 모듈화다. 그러므로 생장구조는 무질서가 아니라 질서이다. 필자는 그것을 가치로 부른다. 가치는 일정한 포메이션 안에서 빠진 포지션 찾기다.

생물이 자라듯이 태풍은 자란다. 난류의 흐름에도 생장이 있다. 파동이 중첩되어 더 큰 파동을 만든다. 돌풍이 지나간 후 파도가 잦아들면서 집채만큼 큰 파랑을 이룬다. 생물의 진화와 유체의 생장은 패턴이 같다.

● 생물은 진화한다.
● 유체는 생장한다.  

식물의 경우 단단한 세포벽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구조론에 따르면 모든 변화는 ‘밖에서 안으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높은 질서에서 낮은 질서’로 진행된다. 통제자의 그릇에 통제대상을 담는 식이다.

세포벽이 무른 동물은 삼투압을 이용하여 체액이 옮겨다니게 하는 방법으로 세포수 증가에 의한 내부압력 증가의 문제를 교묘하게 비켜갈 수 있지만 식물은 단단한 세포벽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식물의 방법은 생장점을 주변에 두는 것이다. 식물의 생장점은 말단부에 있다. 인간에게 말단부 비대증이라는 질환이 있는 것으로 볼 때 동물의 생장도 식물과 아주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동물은 겉으로도 살이 찌고 안으로도 살이 찌지만 식물은 겉으로만 살이 찐다. 말하자면 식물의 생장은 게나 가재와 같은 갑각류의 안과 밖을 뒤집어놓은 형태인 것이다. 갑각류의 키틴질이 나무의 목질화된 속과 같다.

식물의 세포벽은 단단하지만 생장점이 있는 부분은 동물처럼 부드럽다. 기름 한 방울을 탁자에 떨어뜨리면 얇은 막을 형성하면서 주위로 넓게 퍼져나간다. 식물도 그러한 방법을 쓴다.

큰 나무의 속은 생물학적으로 죽어 있다. 수관이 있는 나무의 표면만 살아있다. 큰 나무의 속은 조개껍질과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부분이 밖으로 밀려나온 것이다. 나무가 둥글기 때문에 안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밖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살아있는 수관을 중심으로 그 안쪽인 목질화 된 단단한 부분과 바깥쪽의 나무껍질이 다 생명체의 밖이다. 양쪽 바깥이 다 죽어있다. 목질화된 부분은 표면의 수관을 지탱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식물은 표면에서 생장을 성공시킨 다음 그 생장점을 계속 가장자리로 밀고간다. 카오스이론의 ‘프랙탈효과’란 이러한 생장점의 이동을 의미한다. 패턴을 반복시키면서 패턴을 낳는 생장점을 계속 밀고 다닌다.  

그 생장점이 모듈이다. 진화의 저작도구다. 진화한다는 것은 생장함에 있어서 부닥치는 구조적인 모순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것이다. 계통발생을 낳는 표준모델이 한 단계 비약할 때 마다 모듈을 밖으로 밀고 나간 것이다.

진화의 베이스가 되는 내부의 표준모델은 태초에 일어난 두 바이러스의 결합구조 그대로다. 식물이 생장점은 혐기성 바이러스가 호기성 바이러스 속으로 침투하는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동물에서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변형된채 아직도 따라다니고 있다. 그 현상이 동물의 세포에서도 일어나고 식물의 생장점에서도 일어난다. 인간의 결혼제도 역시 태초에 있었던 두 바이러스의 결합을 모방한 것이다.

종은 동일한 패턴을 수십억년간 반복하고 있다. 진화한다는 것은 정자와 난자의 결합구조를 단계적으로 모듈화하여 더 높은 수준에서 정밀하게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뼈와 살과 기관과 조직이 탄생하였다.

겉씨식물과 속씨식물

구조론에 따라 모든 변화는 ‘밖에서 안으로’ 진행되므로 식물은 그 ‘밖’을 결정하는 기준점 위치를 부단히 바깥으로 이동시키며 생장점을 가지끝으로 가져간다. 조개가 어릴 때의 껍질을 계속 뒤로 밀어내는 것과 같다.

이때 어떻게 생장점을 이동시킬수 있는가가 문제로 된다. 이는 식물의 꽃가루받이에서 수술의 정자를 어떻게 암술의 난자로 이동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동물이라면 섬모를 사용하여 헤엄쳐갈 수 있다.

수컷의 정자는 섬모를 이용해 난자를 찾아간다. 이때 유체의 힘을 빌린다. 액체 속을 헤엄쳐 가는 것이다. 식물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동이 불가능하므로 바람이나 물이나 벌레를 이용한다. 결정적으로는 지구의 중력을 이용한다.

겉씨식물의 갈라진 틈을 만들고 그 위에 나비나 벌이 꽃가루를 떨어뜨리면 중력에 의해 꽃가루가 암술로 침투한다. 즉 바깥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조론의 ‘밖에서 안으로’ 법칙을 충족시키고 있다.

식물은 외부환경의 도움 없이는 생장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바람이 없고 비가 오지 않고 나비가 없고 벌이 없고 새가 없고 지구의 중력이 없다면 식물은 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다.

구조론의 기본전제는 밖에서 안으로의 순서다. 생장은 언제라도 밖에서 안으로 진행된다. 그 경우 세포 한 가운데 중심에서 충돌하게 되므로 압력이 증가하여 폭발한다. 그 결과로 세포분열이 일어난다.

구조론의 ‘밖에서≫안으로’ 법칙을 충족시키려면 ‘밖’ 역할을 해줄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밸런스의 평형을 이끌어낼 기준이 되는 세포벽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때 분열되어 떨어져 나간 세포를 그 ‘밖’으로 이용한다.

세포분열로 떨어져 나간 세포를 달아나지 못하게 붙잡아놓고 그 남의 세포를 달팽이가 껍질로 삼아 이용하는 것이 생물의 진화다. 세포가 다른 세포를 세포벽으로 삼아 닫힌계를 성립시키는 것이다.

진화의 원리

눈의 결정은 안에서 밖으로 생장하다. 그러므로 눈은 닫힌계가 아니라 열린계다. 순수한 물은 영하 40도에서 얼기 때문에 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빙정핵(氷晶核)이 필요하다. 결합의 토대가 될 베이스가 필요한 것이다.

눈의 결정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진주조개의 진주는 외부에서 우여히 조갯살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심어진 이물질이 핵을 형성한다. 양식진주는 주사기를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핵을 심는다.

군용 건빵 봉지속에 별도포장으로 들어가는 별사탕은 좁쌀을 핵으로 쓴다. 딱촉화약의 화약을 뭉치는 핵도 좁쌀이다. 눈을 뭉쳐서 눈사람을 만들더라도 처음 눈을 뭉칠 때는 단단한 핵이 필요하다.

생장을 위하여 핵이 필요한 이유는 역시 구조론의 밸런스 원리 때문이다. 생물에서 빙정핵의 역할을 하는 것이 세포벽이다. 생물은 세포벽으로 둘러 쌓여서 닫힌 계를 형성한다. 생명과 비생명이 세포벽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진화는 단백질의 결합구조다. 이때 밸런스의 유지를 위해 빙정핵 역할을 하는 버팀목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세포벽이다. 진화는 세포벽을 기준으로 지속적으로 계의 평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때 구조론의 밖에서 안으로의 법칙이 문제가 된다. 눈의 결정이나 종유석 혹은 고드름이 열린계여서 밖으로 자라는데 비해 세포는 닫힌계여서 밖에서 안으로 자라기 때문에 자랄수록 내부압력이 증가한다.

일정한 한도 이상으로 밀도가 높아지면 폭발한다. 그렇게 폭발하여 분리된 것이 바이러스의 증식이다. 바이러스는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일정한 한계이상 커질 수 없다. 때문에 진화할 수 없다.

진정한 생명체의 탄생은 세포핵의 성립으로 시작되었다. 세포벽이 1차적인 빙정핵이라면 세포핵이 탄생하면서 또다른 빙정핵이 결성된 것이다. 구조원리를 지배하는 두 개의 기준이 생겨난 것이다.

문제는 분열한 세포를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방법이다. 구조론에 따르면 통제자가 통제대상 보다 먼저 존재해야 한다. 세포분열로 증가한 2를 통제할 통제자가 필요한 것이다.

분열하기 전에는 세포벽이 닫힌계를 지배하는 통제자였다. 분열한 다음에는 둘을 통제할 통제자가 없다. 게의 껍질, 조개나 굴의 껍질, 소라고동의 껍질, 사람의 뼈는 분열한 세포를 붙잡아두는 수단이다.

마찬가지로 인체의 기관이나 조직이나 뇌 역시 분열한 세포들을 붙잡아두는 수단이다. 분열한 세포들은 하나의 세포벽을 둘이 공유하면서 그러한 공유구조 자체를 분열한 2의 통제자로 이용한 것이다.

1을 2가 공유하는 방법으로 계의 평형을 유도하는 것이 곧 기관과 조직이다. 기관의 핵심은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긴 파이프다. 그것이 클라인의 병처럼 안이면서 동시에 밖이 되어 1이 2가 된 것이다.

인간의 장 속에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들어 있다. 그 음식물은 인체에 속하는가? 구조론적으로 보면 속하지 않는다. 즉 소화관은 인체의 바깥이며 장 속의 음식들은 인간 바깥의 물질들인 것이다.

이렇듯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며 안이면서 동시에 밖인 것이 세포벽의 공유다. 이때 공유구조는 뗄 수 없으므로 모듈화 된다. 그러한 공유체계를 발전시킨 것이 기관이고 조직이고 신경망이다. 그것이 진화다.

● 세포벽 성립으로 닫힌계 안밖의 구분.
● 세포벽 기준 밖에서 안으로 생장하여 내부밀도 증가.
● 내부압력 증가로 폭발한 결과 바이러스의 증식.
● 혐기성 바이러스가 호기성 바이러스 내부로 침입 세포핵 성립.
● 세포벽과 세포핵의 두 중심으로 안이면서 밖인 구조적 이중기준 획득.
● 세포핵 성립단계에서 정자와 난자의 결합구조라는 표준모델 성립.
● 표준모델의 패턴이 반복하며 단계적 모듈화에 따라 기관과 조직 발생.

대진화는 플러스 방향의 전진적 발달이지만 대신 계의 구조가 깨지는 형태로 일어난다. 진화했다는 것은 그 단계에서 구조적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계가 파괴되었다는 의미다.

상처가 터져서 내장이 쏟아졌는데 이를 얼기설기 봉합하여 놓은 것이 진화다. 상처의 봉합을 위하여 꿰맨 자국이 장기와 기관이다. 그렇게 봉합해 놓은 구조는 취약하다. 한번 더 상처가 터지고 봉합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진화다.  

대진화는 구조가 깨진 것이며 이에 따라 근원적인 구조적 불안정성을 내포하므로 장기간의 안정화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안정화 단계가 소진화이며 종의 특성은 소진화 단계에서 갖추어진다.  

진화란 무엇인가?

생물과 생물 아닌 것을 가르는 기준은 세포벽이다. 세포벽 밖에서 안으로 생장한다. 이때 내부압력이 높아져서 폭발한다. 폭발하면 죽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든 간에 미봉책에 불과하며 상처는 계속 덧나게 된다.

그때마다 생장점을 교묘히 이동시키는 모듈화로 패치버전을 남발한 결과 종은 진화했다. 부시맨과 한국인 사이에서 통역자를 자꾸 추가한 것이다. 그것으로도 불안정해서 또 패치를 추가하기를 반복하여 계통발생이 이루어졌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근원적인 구조의 모순에 따른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은 결국 죽는다. 이에 대응하여 생명체는 자손을 퍼뜨리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인간이 음식을 먹는 것은 밖에서 안으로 들여가는 것이다. 인간이 성장하는 것은 안에서 밖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이러한 양방향성의 전개구조가 자체적으로 모순이다. 통제자는 작은데 통제대상은 점차 커진다.

풍선이 부풀어 올라도 잠시 버틸 수 있지만 결국은 터진다. 진화란 터질 때 그 파열선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해 놓고 터지는 순간에 즉시 땜방한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출산이다.

인간은 키가 자라고 살이 찌는 것으로도 성장하지만 출산하는 것으로도 성장한다. 어떤 점에서 인구증가 자체가 성장의 연속선 상에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아담과 이브는 죽은 것이 아니라 아직도 자라고 있는 것이다.

식물은 생장점을 가지 끝으로 밀고 간다. 조개는 껍질을 뒤로 살살 밀고 나간다. 그렇게 밀어낸 자취가 나이테처럼 남아있다. 소라고동은 나선형으로 끌고 나간다. 게는 허물을 벗는다. 이 모든 공정에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밖에서 안으로 살이찌면 중간에서 맞닿아 압력이 증가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불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게나 조개의 방법으로는 역시 일정한 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수 없다.

뱀은 길이를 늘리는 수법을 쓴다. 지네는 마디를 늘리는 방법을 쓴다. 지렁이도 길이를 늘리는 방법을 쓴다. 이런 식으로 한 방향으로 전개해서는 결국 통제불가능한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뼈대로 기둥을 심고 혈관으로 파이프를 연결하고 통신을 위한 신경망을 가설하는 것이 기관과 조직이다. 인간의 뇌는 그 신경망에 울혈이 생겨 뭉쳐진 덩어리다.

삼엽충의 마디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 통제불가능이 된다. 암모나이트의 나선이 점점 증가하면 입구부터 꽁무니 사이가 너무 멀어진다. 이에 구조가 붕괴된다. 코끼리가 너무 커지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관절염에 걸린다.

결국 진화란 구조론으로 볼 때 통제자가 통제대상 보다 커야 하는데 통제대상이 점차 증가하여 통제자가 장악하고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하여 단계적인 모듈화의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모듈화의 기본은 첫째 닫힌계이며 둘째 닫힌계 안에서 밸런스이며 셋째 그 밸런스의 축은 세포벽이다. 세포벽은 세포핵, 뼈, 기관, 장기, 신경들로 발전해 간다. 모듈화의 원리는 두 세포가 하나의 세포벽을 공유함에 있다.

다섯가지 진화법칙

진화는 다섯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첫째 전진적 발달을 가져온 대진화가 있다. 둘째 대진화로 인해 불안정해진 유전체계 내에서 유전자간 경쟁에 의해 안정화 단계를 거치며 종의 특성을 만들어온 소진화가 있다.

셋째 일정한 방향으로 전개하며 밸런스를 유지시켜온 성적 선택이 있다. 넷째 표준모델의 공유에서 얻어진 계통발생이 있다. 다섯째 구조붕괴의 모순점을 해결해온 모듈화 과정에서의 생장구조가 있다.    

● 대진화 - 외부침입과 유전자 합성으로 비약적인 진화.
● 소진화 - 유전체계 내 유전자 간 경쟁에 의한 종의 특성 결정.
● 성적선택 - 성적 선택이 미학적 밸런스를 결정. 특히 조류와 포유류에서 기린이 목이 길어진다든가 하는 식의 특정한 방향성을 가진 지속적인 전개.
● 계통발생 - 표준모델 성립과정의 유전자 합성에서 두 유전체계의 미학적 거리가 계통적 진화의 최종단계를 사전에 결정.
● 생장구조 - 구조론이 말하는 밖에서 안으로의 문제를 비켜가기 위하여 밸런스의 축이 되는 생장점을 이동. 그 과정에서 기관과 조직이 발생.

3D 저작도구가 먼저 발명되고 나중에 3D게임이 만들어진다. 유전자간 합성에 의한 표준모델이 먼저 만들어지고 계통발생이 일어난다. 생장구조를 결정하는 모듈이 먼저 만들어지고 기관과 조직이 발생한다.

진화는 밖에서 안으로의 전개라는 구조적 모순 때문에 일어난다. 피부에 난 상처가 치료될 때는 작은 상처라 해도 2주일 가량 걸린다. 피부조직이 재생되어 저절로 봉합될 때 밖에서 안으로 봉합하여 가기 때문이다.

어떤 상처라도 스스로 봉합하지 못한다. 봉합을 담당하는 피부재생세포가 있다. 그 세포는 찢어져 있는 상처의 바깥 쪽 가장자리에 있다. 밖에서 안으로 점점 좁혀져서 상처가 점점 작아진다. 마침내 치료된다.

그러므로 화상을 입어 피부조직이 부족한 환자는 몇 개월이고 계속 환부를 노출시킨채 피부조직 재생세포가 충분히 성장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다. 이런 식의 구조적 문제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구조적 문제는 통제대상이 통제자보다 커져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세포내에 살이 찌면 세포벽이 터진다. 세포가 커지면 세포핵에서 너무 멀어져서 정보전달이 불가능해진다.

통제할 수 없을 때 계는 파괴된다. 계가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봉합되는 것이 곧 세포분열이다. 봉합해도 상처는 덧난다. 덧난 부위를 임시방편으로 덮어놓은 것이 기관과 조직과 신경회로다. 그 결과 종은 진화했다.

이러한 전개 과정의 핵심은 모듈화다. 모듈화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충족시킬 베이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고도로 집적된 모듈화를 통해 적은 데이터로 복잡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모듈화는 밸런스의 원리에 지배되며 밸런스의 원리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지배된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하나의 베이스를 두 날개가 공유함으로 성립된다. 천칭저울의 중심 축을 두 저울접시가 공유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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