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기원이 무엇일까?
무당의 주술이나 제의에서 시작되었다고 흔히 말해지곤 하지만 게으른 생각이다.

예술은 생활양식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타인과 공존하는 삶 곧 인류의 모듬살이 본능에 따라 유전인자에 새겨져 있다.

소리, 색깔, 동작, 냄새, 맛으로 타인과 대화할 수 있지만 먼저 그 전에 주의를 끌어야 한다.
짝짓기를 하려해도 암수가 서로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

여기서 소박한 초기단계의 예술이 탄생한 것이다.
예술은 타인의 주의를 끌고 자기 의사를 전할 목적으로 창안되었다.

요는 그 주의를 끄는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욕망이 인간의 유전인자에 탑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특정한 대상에 매력을 느낀다.

그 부분을 과장하기 시작한다.
어린이라도 처음에는 자유스럽게 그리지만 특정부분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꽃에 몰입하는 아이도 있고 근육이나 뾰족한 칼 따위에 몰입하는 아이도 있다.
거기서 이론이 등장하고 정치적 의도가 개입한다.

이 단계에서 석가탑과 같은 완벽한 균형, 피라밋과 같은 거대함, 실물과 닮은 정밀한 그림, 아카데미즘의 경향이 대두된다.
예술은 점점 인간을 제압할 목적을 가지게 된다.

초상화를 그려도 인물보다 옷이 더 부각된다.
화가들은 자신의 신분이 화가라는 점에 너무 의식한다.

화가처럼 그리려고 하는 것이다.
화가처럼 그리려면 붓자국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고흐나 추사는 거친 붓자국을 남긴다.
새로운 미술이 대두되는 것이다.

예술의 발달은 대략 다섯가지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1) 아프리카인이 흙이나 풀로 몸을 치장하는 소박한 예술
2) 특정 부위에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거나 과장하는 매너리즘 단계.
3)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제압하려고 하는 웅장, 장엄, 극단의 단계.
4) 인간의 감정을 반영하여 보다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며 작가로서 뭔가를 보여주려는 단계.
5) 개인의 스타일을 주장하며 심플해지는 단계

현대성은 몰드를 버리고 모드를 추구하는 것이다.
모드는 자기를 드러내며 타인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 일치는 똑같은 일치가 아니라 다르면서 공존하는 것이다.
앙상블을 이루려면 달라야 한다.

같은 악기들로만 구성되어서는 앙상블이 될 수 없다.
현대인이 다르려고 하는 이유는 달라야 일치되기 때문이다.

조선백자나 분청사기는 타인을 제압하려는 의도나 뭔가 솜씨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없다.
보다 현대성에 가깝다 할 것이다.

현대성은 각자가 자기 자신의 위조지폐(!)를 발행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기다운 스타일이 그 자체로 신뢰를 얻고 소통하는 수단이 된다.

각자 자기 자신의 위조지폐를 발행할 때 그 다름에 의해서 모드의 문제가 극적으로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