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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심근심 역할분담 필요하다.
핵정국 - 즐기더라도 표정관리는 해야.

아직 사태는 진행중이고 상황은 유동적인데 왜 조금 더 관망하지 않고 서둘러 결론을 내리려고들 하는지 알 수 없다.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니 어쨌다니 하는 논의는 유치한 이야기다. 고수라면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재빨리 사태를 진압하고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재주가 있어야 한다.

불리한 정세는 역이용하여 반전시킬 수 있고 유리한 정세는 극대화 할 수 있다. 고수라면 재주를 부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잘 대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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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북한이 사고를 쳤으니까 어떤 형태로든 징벌이 있어야 한다. 이건 당연한 공식. 정부가 햇볕정책을 재검토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뻔한 수순이다.

그런데 당이 발끈해서.. 김근태가 헛기침을 하며 정부를 꾸짖고.. 당정간에 이렇게 이심전심이 안되어서 어떻게 짜고치는 고스톱이 되겠느냐 말이다.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경우에도 국면을 장악하고 상황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일단 엄포를 놓는 것이 맞다. 모든 책임은 결국 상황을 장악하지 못한 정부로 돌아가니까.

햇볕정책의 기조를 그대로 밀어붙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햇볕정책만 가지고는 안 된다. 북한이 응석을 부리지 못하게 레드라인을 넘으려 할 때는 따끔하게 경고를 해야 한다.

그래도 다음 수순을 생각해서 당은 햇볕정책을 감싸안는 방법으로 불똥이 더 크게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하는 것이 노심근심 역할분담 아닌가? 하여간 감이 둔하기로 유명한 김근태 아저씨는 그게 안된다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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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북한에 대해 크게 화를 내고 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즐기고 있다. 뻔할 뻔자 아닌가? 중국은 화가 난 척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네 입지가 강화되니까. 중국은 표정관리 잘 하고 있다.

중국이 짐짓 화를 내는 것은 북한을 관리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국제무대에서 더 많은 발언권을 얻자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중국이 북한을 응징하지 않으면 그만큼 앞으로 중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다. 일단 북한을 응징해야 그만큼의 책임과 권한을 인정받아 다음 수순에서 미국을 효율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일단 화가 난 척 하는 것이 맞다. 이건 수순대로 가는 것이다. 화가 난 척 해야 더 많은 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본심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핵으로 인해 전면전쟁의 가능성은 줄어들었으니 잘된거 아니냐는 식의 속내를 들키면 안 된다. 웃어도 화장실 가서 남모르게 웃어야 한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은근슬쩍 깔아뭉개고 넘어가자는 우리의 내심을 읽히면 향후 전술의 구사에서 불리해진다. 우리는 더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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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흑학이라고 있다. 유비가 여포를 형님으로 모시는 척 하다가 막판에는 비정하게 날려버렸듯이.. 시커먼 뱃속을 감추고 얼굴을 두껍게 해서 본심을 읽히지 말아야 한다. 후진따오는 이거 잘하고 있다.

짐짓 화가 난 척 하며 일단은 김정일에게 굴밤을 한 대 먹여주고.. 은근슬쩍 상황을 기정사실화 해서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타짜에서는 탈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하여간 이 정도는 자동으로 나와줘야 이심전심으로 손발이 척척 맞아주는 거지. 이런걸 시시콜콜 다 말해야 하나? 참 나 원.

그러나 보라. 논객들이 말하는 것이 한결같이.. 주어진 상황을 이용하려 들기 보다는 자기 입장을 정리하고 자기 위신을 세우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단세포도 아닐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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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수순으로 어떤 형태로의 진행을 예상할 수 있는가?

1) 경제봉쇄로 북한에서 300만 굶어죽는 대재앙.
2) 핵카드가 위력을 발휘해서 북미 사이에 대타협이 이루어지는 상황.
3) 상황이 교착된 채로 장기화되어 북한이 중국에 밀착하는 상황.
4) 군사충돌이 일어나 한국의 주식시장이 붕괴되는 상황.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안좋은 방향으로 진행될 확률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러니 일단 악재가 맞다. 북한에 따끔하게 경고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역사의 경험칙에 의하면 그래도 결국은 정의가 승리하고 언젠가 문제는 해결되고 기어코 난관은 극복된다. 나쁜 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상황이 어려울 수록 반전의 효과는 더 커진다. 필자는 여전히 낙관하고자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관리능력을 믿으니까.

핵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쨌든 전면전쟁의 확률을 낮추었다는 점에서 볼 때 반드시 손실인 것은 아니다. 다만 북한이 핵 끌어안고 굶어죽으면 우리 마음이 짠해지는 것이 문제다. 옆에서 동포가 죽어가는데 모른척 할 수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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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거다. 다만 댓가가 비싸서 못 가진다. 우리가 핵을 가지려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반대급부를 치러야 한다. 이스라엘이나 인종분리 시절의 남아공은 말 안듣고 개기다가 많은 손해를 보았다.

만약 이스라엘이나 인종분리정책 시절의 남아공이 진작에 국제사회의 여론에 승복했다면 경제가 지금보다 두 배는 나아졌을 것이다.

어떻든 북한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댓가는 아직 지불하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옹색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사치를 부린 셈이다. 그 후과가 없을 리 없다.

길게 봐야 한다. 중국경제는 계속 성장한다. 미국의 전성시대도 끝나가고 있다. 결국은 경제력에서 승부가 나는 법이다. 북한문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중국이 북한을 책임질 정도로 부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80년대 까지는 북한이 그럭저럭 굴러갔다. 냉전해체로 러시아의 지원이 끊어지자 문제가 생겼다. 결국은 북한이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그러나 20년 안에 북한문제는 저절로 소멸된다.

중국이 부유해지면 그들은 번 돈으로 북한을 관리하는 사치를 부릴 것이다. 우리가 햇볕정책을 쓰는 것도 그만큼 여유가 있으니까 인심을 쓰는 것이다.

우리가 햇볕을 더 쓰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력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고 중국이 일단 시간을 벌자는 식으로 나가는 것은 조만간 그들의 경제력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비고 시간이 약이다. 위기는 지나가고 언젠가 문제는 해결된다. 그때 돌이켜 보면 지금 공연이 겁먹고 쫄아서 우리끼리 언성을 높인 것이 부끄럽게 여겨질 것이다.

돌이켜 보면..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김영삼이 겁먹고 쫄아서 군에다가 비상 발령하고 대학생 조문 탄압한 그 헛소동..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얼마나 쪽팔리는 짓인가? 겁쟁이 주막강아지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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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은 불안하기 때문이고 불안한 이유는 아직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경제제재가 가해지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자기 내면의 불안심리와의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패한 자는 김정일 죽일놈 하고 핏대 세우고 난리부르스 친다. 그 싸움에서 이긴 자는 은근히 즐기며 표정관리 한다. 그 차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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