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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는 ‘대게대게의 법칙’을 알아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대게’를 한 정치가는 대략 성공했고 ‘대게’를 하지 않은 정치가는 반드시 죽었다.”

시바 료타로의 칼럼집 ‘고노쿠니노 카타치’에 나오는 표현이다. ‘대게’라는 말은 ‘대강’으로 짐작 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정치가는, 혹은 어떤 조직의 리더는 현안에 대해 세세하게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식 논리이므로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지만.. 하여간 그런게 있다. 각설하고.. 노무현은 ‘대게’하지 않았다. 연정은 대선공약에 없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약속위반이다. 지지도가 추락하게 되어 있다.

연정이 대선공약에 있다는 설도 있는데 유권자가 그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니.. 일단 유권자 입장에는 대통령이 약속을 위반한 것으로 인식된다. 정부의 홍보에도 문제가 있었고.

2002년에 왜 그들은 노무현을 지지했을까? 노무현이 ‘대게’할 것으로 짐작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세력이 없다. 그러므로 ‘대게’할 수 밖에 없다.

‘대게’한다는 것은 집권초기에 고건을 중용했듯이 실무중심으로 내각을 꾸려놓고.. 대통령은 외교나 하고.. 사진이나 찍으러 다니는 것을 말한다. 집권초기 대통령의 인기가 높았던 것은 그런 기대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연정 때문이 아니라.. 고건이 떠났기 때문에 지지도가 추락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대게의 약속이 깨졌다고 국민은 판단한 것이다. 고건이 떠나서 유권자 입장에서 대통령을 통제할 수단이 없어졌기 때문에..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대통령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표현이 고약하지만 양해를 바람.)

유권자는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고건이 인기가 높은 배경에는 물렁한 고건 정도는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속셈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사실이지 다수 유권자는 그랬다. 개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은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려고 노무현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은 비유하자면 멸치선생 김영삼 졸부가 어떤 대학의 명예박사 하나라도 얻어걸리길 원하듯이.. 자신은 부패하더라도 대통령은 멀끔한 사람으로 뽑아서.. 그야말로 ‘다 이루었다’고 선언하길 원했던 것이다.

“개혁은 끝났다. 민주화는 되었다. 울나라 선진국이다.” <- 유권자는 이런 상을 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을 찍었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고 노무현 찍었다가 실망했다고 말하는 유권자들이 그렇다.(나는 그들이 위선자라고 본다.)

노무현은 밑바닥을 겪어본 사람이다. 밑바닥 사람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대게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필자만 해도 서프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노짱방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알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게의 원리’를 잘 아는 노무현은 왜 대게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노무현은 사실이지 대게하고 있다. 총리에게 실권을 주는 것이 그렇다. 초기에 고건을 중용하는 방법으로 대게해서 지지도를 올렸듯이, 이총리에게 권한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 인용하면.. 천금으로 천리마를 구한 이야기.. 이건 한메 한글타자에 나와서 다 아는 건데.. 중국 고사에서 어떤 임금이 천리마를 구하기 위해 죽은 천리마의 뼈를 천금으로 샀다는 이야기.. 죽은 뼈를 비싸게 사들이니 그렇게 구해도 없던 천리마가 도처에서 나타났다는 이야기.

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미래의 총리를 위한 포석을 까는 것이다. 연정은 어떻게든 될 것이다. 무슨 말인가? 실세총리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것은 사실상 두명의 권력자를 선출한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차기 주자 입장에서 대통령 하나에 올인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건 말로만 대게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게하는 것이다.

현 우리당의 구조로 볼때 신당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당제 구도로 갈 수 밖에 없다. 차기에는 2당연립정부가 출현하여 대통령과 총리를 나누어 갖는 체제가 정착될지도 모른다.

정리하면..

1) 노무현의 당선은 대게의 법칙을 고리로 한 유권자와의 무언의 약속이다.

2) 유권자 중 일부는 자신에게 상을 주기 위해서 노무현을 지지했다.(개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은 지금 등을 돌렸다.
  
3) 밑바닥을 겪어본 사람들은 생리적으로 대게의 법칙을 안다. 고건의 중용과 이총리에게 실권을 주는 것에서 보듯이 노무현은 대게를 실천하고 있다.

4) 연정안 및 개혁드라이브는 대게의 법칙을 어긴 것이다. 지지도는 추락하게 되어 있었고 대통령은 이를 알고 있었다.

5) 선거구제 개편, 다당제, 연정은 대게의 법칙을 쇼가 아니라 시스템화 하여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권자는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진정한 지도자가 가야하는 길은?
지도자가 할 일은 집단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집단의 성원들에게 도덕적 자부심을 주는 것이다.

일본 기업의 오너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일본은 한때 잘나갔지만 결국은 망가지고 있다. 대게대게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의 CEO들이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에 힘을 쏟을 때 일본의 CEO들은 선문답이나 읊조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이지 대게대게는 중국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다. 모택동은 대게를 하느라 권력을 유소기를 비롯한 당권파에 내주고 키신저와 만나 시를 읊조리며 신선놀음을 했다.

물론 뒤로는 은밀히 사인방을 동원하여 공작했지만 공식적으로 모택동도 모르는 일로 되어 있었다. 즉 모택동의 대게대게는 쇼에 불과했던 것이다. 등소평도 대게의 고수였다.

정치 일선에는 손떼고 양자강을 헤엄쳐 건너는 것으로 건강을 과시하며 남순강화를 통하여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등.. 그러나 그건 속임수다. 솔직하지가 않다.

결론적으로 지도자가 대게를 하면 나라가 흥하고.. 대게를 계속하면 나라가 망한다. 평화시에는 대게를 해야하고.. 위기시에는 대게를 하지 말아야 한다.

대게를 한다는 것은 아랫사람을 시켜 막후정치, 파벌정치를 한다는 것이 된다. 겉으로는 대게를 하는 척 위장하고.. 실제로는 배후에서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것이 일본식 막후정치의 폐해다.

필자가 일본의 경쟁력이 다했다고 감히 진단하는 것은 일본의 CEO들이 지금 대게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가 신사를 찾는 것도 그렇다. 말로만 개혁을 외칠 뿐 실제로는 야스쿠니를 다니며 상징조작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고이즈미식 개혁이다. 고이즈미는 등소평의 통치술과 모택동의 뒷통수치기를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CEO들도 고이즈미를 흉내내고 있다. 그들은 경영을 도외시 한 채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한 자파세력 불리기의 배후공작에 열중하는 한편 겉으로는 유명한 스님과 만나 담소하거나 다도를 수련하는 등으로 위선을 떨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강한 이유는 중국식 ‘등 뒤에서 칼을 휘두르는 정치’와 일본식 ‘대게대게 정치’를 지양하고 미국식 실적중심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는 노무현이 그러하고 경영자들도 일본의 경영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결론적으로 노무현은 대게를 실천하지 않아 지지율이 추락한 것이다. 노무현이 대게를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다.

왜? 필자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른건 그렇다 치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자신감을 잃고 있을까? 나는 그 반대라고 본다. 지지율은 언제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하는 대게의 쇼를 포기하고.. 대신 시스템을 변화시켜 쇼가 아닌 실질적인 대게를 하고 있다.  

지지율 올리기 간단하다. 고건급 재상을 임명해서 실무를 위임한뒤 현안에 개입하지 말고 고이즈미만 계속 때려주면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재벌의 구조조정은 한 차례 겪었고 이제는 시민의식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진정한 민주의식으로 시민이 거듭날 때 노무현 대통령은 말하기를 멈출 것이다.

지금 필자에게서 가장 큰 희망은 대통령이 여전히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대게 어쩌구 하는 일본식 표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거고.. 일본이나 중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지지율 올리기는 너무나 쉽다.

개혁 그만두고, 현안에서 손떼고.. 광내는 일만 하면 된다. 유명인과 만나 시나 읊조리고, 가끔은 시장바닥에 나타나 막걸리도 마셔주고 그러면 된다. 유권자가 원하는건 자신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다.

“일은 우리가 알아서 잘 할테니.. 대통령 당신은 간섭하지 말고.. 뒤에서 광이나 내고 잘한다고 추임새나 넣어 주시오. 행여라도 우리를 앞에서 이끌거나 뒤에서 채찍질할 생각은 마시오.”

노무현에게 실망했다는 당신들이 원하는 것 이거 아닌가? 그거 해주기 쉽다. 그래도 노무현은 안 한다. 왜? 자신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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