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피엘의 질문, 전쟁의 이유, 사람의 일.

 

 

캐나다 사람 피엘.

피엘 빠리조. 우리나라와는 별 관계가 없는 한 캐나다인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떳다. 일본인의 전범 추모 행위에 이의를 제기 한 외국인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었다는 이 동영상이 촬영 된 때는 2009815일이다. 장소는 야스쿠니 신사, 2차 세계대전 전몰자를 호국 영령이라 주장하며 묻어 둔 곳이다. 다모가스 도시오, 전 항공 자위대 막료장이라는 자가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에게 우리들의 마음으로 감사하는 날이 815일이 아닌가 합니다."하고 중얼거리는 인터뷰 말미에 사건은 시작된다. "질문해도 될까요?"라며 유창한 일본어로 질문을 던지는 외국인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가 피엘 빠리조다.

 

항의.

피엘의 질문은 "독일인이라면 체포되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전쟁 범죄자를 추모하는 것이 불법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답변으로 거센 항의와 욕설, 손가락질을 당하고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일본의 이런 비상식적인 모습이 괜찮다고 생각하십니까?"였다. 답으로 더욱 거친 항의와 욕설이 이어진다. 손가락질을 넘어 그가 메고 있던 가방을 끌어당기는 등의 신체적인 위협까지 당한다.

 

비난.

그의 동영상 관련 기사가 올려지고, 댓글이 달린다. 대부분이 일본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비난만 하고 지나가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인류의 역사, 안타까운 동아시아의 현대사가 담겨있다. 일본과 독일은 무엇이 다른가. 무엇이 독일과 일본의 차이를 만들었는가. 피엘이 던진 질문은 중요하다. 일본인들의 항의와 욕설에도 묻힐 수 없고, 일본을 비난하는 것으로도 가려져서는 안 된다. 정당한 질문이다. 진실한 답이 따라 줘야 한다.

 

전쟁.

전쟁은 무엇인가. 사전<한플러스국어사전, 성안당> 상의 풀이는 나라끼리 무력을 동원해서 벌이는 싸움이다. 나라나 그에 준하는 집단의 싸움이다. 무력을 동원한다. 죽고 다친다. 여기 경쟁 등 여타의 행위와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죽음이다. 죽는다. 죽음을 각오한 격돌이다. 전쟁은 왜 하는가. 이긴 집단이 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말로 해서는 안 되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이를 다른 수단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전쟁은 끝난다.

 

질문.

질문을 보자. 전쟁 범죄를 미화하는 짓이 독일에서는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일본의 이런 비상식적인 모습이 괜찮은가?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피엘의 질문은 합리적이지만 어리다. 좋은 질문이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물론 이런 질문을 받고 일본이 정신을 차린다면야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기적이다. 일어나지 않는다. 피엘 질문에 답해야 할 국가가 있다면 미국이다. 전쟁 후 일본의 정치와 사회를 논공행상한 것은 미국이다. 패전한 국가의 논공행상이란 말이 격에 맞지 않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달리 쓸 말이 없다. 독일의 시민들은 패전을 인정하고 전범세력을 청산했다. 2차 세계대전을 주동했던 세력은 지금 독일을 주도하는 세력의 적이다. 정치와 사회 시스템으로 보면, 전후 독일을 재건한 국민과 정치세력은 모두 승전국의 유산을 상속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본과 일본 국민은 승전 유산의 상속 자격을 박탈당했다.

 

일본 전쟁

일본에서는 전쟁 주도 세력이 패전 정리 과정에서 살아남았다. 그것도 아주 건재하게 살아남았다. 군사강국 미국을 받들어 모시는 것이 그들이 살아남은 이유다. 일본에서는 패한 전쟁에 대한 청산이 없었다. 그러니 일본 사람들이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종전이 없었다. 앞에서는 미국에게 숙여도 뒤에서는 절치부심, 와신상담 중이다. 그런 이들이 지금 일본의 주인이다. 일본이 전쟁 선언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힘이 없어서다. 힘만 회복 된다면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일본에서 전범들이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칠 때, 한국에서는 친일세력이 같은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두 세력은 두 국가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성공한 두 세력의 마음속에서 전쟁은 끝난 일이 없다. 그렇다 일본은 오늘도 전쟁 중이다.

 

 

인류 전쟁

내용대로 말하면, 한국과 일본은 전쟁 중이다. 1, 2차 세계대전은 여기 극동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 논공행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논공행상의 실패는 곧 전쟁의 시작이 된다. 무력이 부족한 세력은 무력을 키워서 준비하고, 무력이 강한 세력은 더 강한 무력을 길러 다음 전쟁을 준비한다. 더 확실한 승리, 혹은 지난 패전의 상흔까지 되갚아 줄 역전승에 대한 욕망이 강렬하게 자리 잡는다. 몸이 굴복했을 뿐, 머리는 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이유가 해결되어야 전쟁이 끝난다. 논공행상의 실패는 충분한 전쟁 이유가 된다. 미국을 비롯한 이긴 국가들의 이기적인 전후처리가 승전 국가들만의 잔치에 치우치면서 종전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194592일 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 2차 세계 대전은 기록상으로는 종료되었다. 그러나 곧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전쟁 중이다. 세계 대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유럽식의 정의만 외치는 분노나 미국식의 정의를 가장한 약소국 약탈로는 인류 전체가 진보할 수 없다. 그럼으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다른 인류를 속박하고, 비참하게 하고, 차별하여 누리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인류는 아직 전쟁 중이다.

 

 

큰 전쟁의 처음.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세계대전의 시작을 언제로 봐야 할까. 1914729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이 쏜 포탄이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떨어지기 시작한 날인가.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작업의 발달로 보자면 1705년 토마스 뉴커멘의 발명하고,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상용화에 성공한 한 증기기관이 작동한 그 날이 시작일 수도 있다. 사유의 발달로 보자면 1789826일 인권선언(Dé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을 프랑스 제헌국민의회가 승인하고 선언한 그 날이 시작일 수 있다. 그 날 큰 일이 난 것이다. 큰 차이가 선언 된 것이다. 큰 차이가 만천하에 드러나 버린 것이다. 차이가 충분히 좁혀질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불리는 이름만 바뀔 뿐이다.

 

큰 차이.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 제1조는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선언은 널리 퍼져나갔다. 19481210일 세계인권선언(世界人權宣言,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으로 이어진다. 국제연합 총회에서 가입 국가 58개 국가 중 50개 국가가 찬성하였다고 한다. 국제연합의 결의로 세계에 선언하게 된 것이다.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이다. 프랑스 인권선언 후 159년만 이다. 국제연합에서 신생 독립국 조선의 남한과 북한은 둘 다 나라 대접을 받지 못했다. 세계의 진보와 큰 차이가 난 것이다. 좁혀지지 않는 차이는 곧 전쟁이 된다. 한국 전쟁은 1950년 시작 되었다. 2011년 오늘까지도 한국은 아직 전쟁 중이다. 한국만이 아니다. 세계는, 인류는 아직 차이가 크다.

 

 

정리하면,

1. 큰 전쟁은 큰 차이 때문에 시작된다.

2. 큰 차이의 시작은 작업의 혁명, 사유의 혁명 때문이다.

3. 유럽과 미국 등 2차 세계대전 승전 국가가 자국의 이해관계만 해결하는 논공행상을 했다.

4. 일부 지역에서 전쟁은 멈추었지만, 세계는 전쟁 중이다.

5. 큰 차이가 좁혀져야 전쟁이 끝난다.

 

사람의 길.

만델라의 선택은 피엘이 했어야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차이를 좁히는 방법, 전쟁이 아닌 다른 길이 있는가. 만델라는 아래와 같은 선택을 했다. 남아프리공화국이라는 국가의 국가폭력은 인류 성취한 수준의 한계 탓이다. 인간 차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아파르헤이트는 남아공의 백인정권이 시연했지만, 백인정권의 시작은 만델라의 나라 밖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각성하지 않는 유러피안들에게 뿌리를 박고 있었던 것이다. 인류 전체가 각성하지 않는다면 길은 없다. 힘들고 괴롭고 위험해도 인류 전체가 각성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넬슨 만델라는 1994527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하였고 진실과 화해위원회(TRC)를 결성하여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는 과거사 청산을 실시했다. TRC는 성공회 주교인 데스몬드 투투 주교가 참여하였으며, 수많은 과거사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여 조사하였다. 인종차별 시절 흑인들의 인종차별 반대투쟁을 화형, 총살 등의 잔악한 방법으로 탄압한 국가폭력 가해자가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고 뉘우친다면 사면하였으며, 나중에는 경제적인 보상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또한 피해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 무덤에 비석을 세워줌으로써,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잊혀지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 위키백과


 

사람 사는 세상.

김대중의 용서와 화해의 길,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의 길은 매우 위험하고 험한 길이다. 언제라도 이명박과 한나라당과 같은 세력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각오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이다. 권력을 잃으면 조롱과 박해와 죽음을 감수해야 하는 길이다. 군벌도 언론도 재벌도 입법권력 사법권력 행정권력 힘 있는 자들은 모두 이 차이가 좁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 나라에서 사람 사는 길은 험하다. 위험하다. 그러니 더욱 각성해야 한다. 유럽 안의 프랑스는 분노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겠지만, 아시아 안이 한국은 분노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각성해야 한다. 처절한 각성의 길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각성 실패는 곧 전쟁 시작이다.

 

사람의 일.

사람 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이 각성은 작업의 발달과 사유의 발달에 근거한다. 사람은 그렇다 한번 정신이 들면 돌이 킬 수 없다. 물릴 수 없다. 격발된 총알이다. 쏘아진 화살이다. 태양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반드시 봄이 온다. 도구 발달과 사유 발달을 막을 수 있다면 모를까. 계절이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모를까. 사람답게 일하는 맛을 알아버린 사람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한국과 일본에 포진한 독재, 독점 권력자들, 그리고 그들에게 속한 자들은 반드시 청산된다. 오늘에 만취한 자들에게 내일은 없다. 오늘의 권력에 미쳐 다른 사람을 쥐어짜는데 골몰하는 자들은 반드시 망한다. 이미 대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사유의 진보.

사람의 일의 시작은 사유의 진보에 있다.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해야만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런 확고한 사유의 진보에서 사람의 일이 시작한다. 여기서 시작하는 일은 반드시 성공한다. 이 일은 실패해도 망하지 않는다. 망해도 끝나지 않는다. 실패의 소문이 사람을 모여 들게 한다. 크게 실패하여 망해도 사람들을 뭉치게 한다. 뭉치다 죽어도 더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 사람은 그렇다. 다음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 할 맛이 나기 때문이다. 살맛이 나는 까닭이다.

 

작업의 진보.

사람 일의 실현은 작업의 진보에 있다. 증기기관이 발명된 것이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내연기관, 전기기관의 발명으로 이어진다. 핵심은 기관(機關)이 발명된 것이다. 기관은 이미 있었다. 태양계가 곧 기관이다. 자동 기관이다. 증기기관은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고, 태양기관은 우주에 속한 힘으로 움직인다. 이제 인간 육체노동이 생존과 진보의 필수 요소에서 제외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 기관을 만들고 관리하여 완성하는 과정에만 개입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작업은 인간 육체의 몫이 아니라 자연 기관의 몫이 된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인류가 이룬 가장 큰 진보다. 가장 중요한 진보다. 우리는 이 큰 진보가 시작 된 다음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태양이 일하고 있다. 지금 인류의 가장 든든한 작업 파트너는 태양이다. 인류의 몫은 육체의 노동이 아니라 두뇌의 노동이다.

 

고삐 풀린 뇌.

자유롭고 존엄하고 평등해 줘야 두뇌가 일한다. 고삐 풀린 뇌는 펄펄 날뛰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없던 일을 내고 싶어 한다. 큰일을 내고 싶어 한다. 큰 차이는 큰 성공으로 극복된다. 사람은 사람 일에 나서야 한다. 뇌는 달리고 싶다. 뇌는 춤추고 싶다. 인류의 모든 뇌와 어울려 빛을 발하고 싶어 한다. 두뇌의 축제, 이것이 사람의 일이다.

 

.덧말.

창틀 글을 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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