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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2]id: ░담░담
read 4391 vote 0 2011.03.27 (23:26:03)

침팬지의 일, 사람의 일.

 

 

 

진화.

진화론은 충격이었다. '진화를 믿습니까?'라는 질문은 해도 '진화가 맞습니까?'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침팬지와 사람이 같은 조상 밑에서 나왔다는 발견을 면대면 대화의 주제로 삼는 것은 현대에도 위험하다. 여전히 때와 장소와 사람을 가려야 한다. 교과서에서는 발견의 결과이지만, 현실에서는 믿음의 결과처럼 반응한다.

 

《종의 기원에 대하여》(On the Origin of Species)는 1859년에 출판되어, 생물진화론의 새 장을 연 찰스 다윈의 책이다. 책의 원래 제목은 《자연선택의 방법에 의한 종의 기원, 또는 생존 경쟁에 있어서 유리한 종족의 보존에 대하여》(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이다. 1862년의 6판부터는 제목을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으로 바꾸었다. 자연선택을 통한 종의 진화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당시의 종교적인 믿음과 모순된다는 이유로 큰 논쟁을 일으켰다.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C%A2%85%EC%9D%98_%EA%B8%B0%EC%9B%90-

 

다윈은 1858년 린네 학회에서 논문 발표라는 형식으로 진화론이라 불리게 될 주장을 시작했다. 1859년 ‘종의 기원에 대하여'까지 발간하며 이 놀라운 주장을 계속하자 영국 지성과 언론은 강렬한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다윈은 인간의 탈을 쓴 원숭이가 되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당하는 입장에서 충격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영국의 지성과 언론 중 다수는 한 박물학자을 미치광이로 만들어 이 논란을 끝내려 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헛되었다.끝은 없었다. 더 큰 충격과 논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경악스럽고 발칙한 주장을 지지하는 발견이 쏟아 진 것이다. 이 거대한 충격을 일으킨 발견은 현재 진행형이다.

 

4%.

2005년 다윈의 나라 과학잡지 '네이처'에 침팬지 게놈을 완전 해독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의 연구자들이 주도한 24살짜리 수컷 침팬지 '클린트'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사람과 침팬지의 DNA서열이 96%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클린트'란 녀석과 나의 유전적 차이는 단지 4%라는 것이다. 연구는 계속 되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조지아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합동 연구팀은 침팬지와 인간의 게놈 지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인간 게놈에는 퇴화 흔적만 있지만 침팬지 게놈에서는 여전히 견고한 구조를 갖춘 DNA 조각 2개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 중 한 개가 두뇌 발달을 방해하는 물질이라고 결론 내리고 이게 사라지면서 인간 지능이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결론 내렸다. 인간에게 사라진 또 다른 DNA 조각은 침팬지 성기에 가시(spine)를 돋게 하는 DNA였다. 이게 사라지면서 성교 때 암컷의 고통이 사라져 우리 조상들이 더 오래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됐다.

-동아닷컴,http://news.donga.com/Inter/New/3/02/20110311/35477774/1-

 

2조각.

아 그랬다. 그 녀석 '클린트'와 나의 결정적 차이는 2조각 이었다. 성기엔 가시, 두뇌엔 고삐. 성기에는 가시spine가 돋게 하던 것과 두뇌 발달을 방해하는 물질과 관련한 것, 두뇌 발달을 막는 고삐가 있었다는 것이다. DNA조각 2개가 나와 '클린트'를 이렇게 갈라 놓았다는 것이다. 두뇌 발달 방해 물질, 두뇌 고삐가 퇴화 되어 풀려 버린 나는 이 밤에 발달하는 두뇌를 주체하지 못하고 이 글을 쓰고 있고, 녀석과 녀석의 친구들은 뼈와 근육으로 된, 거기에 가시까지 돋은 성기로 침팬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침팬지 일.

수컷 침팬지의 성공은 무리에서 가장 강한 놈이 되는 것이다. 가장 강한 놈이 모든 암컷들과 교미할 권리를 가진다. 암컷들은 발정기가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실패다. 뼈와 근육으로 된 성기 덕에 많은 횟수의 교미가 가능하다고 한다. '뼈와 근육으로 된 성기'를 포기한 선택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런데 가시, 성기에 돋은 가시 덕(?)에 빠른 사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랬다. 빨리 사정해야 성공인 것이다. 신속하게 많은 암컷에게 유전자를 전달하는 것. 그것이 침팬지의 성공이다. 유전자셔틀, 이것이 침팬지의 일이다.

 

신정아가 본 사람들.

신정아의 신간 ‘4001’의 출간으로 2011년 한국의 지성과 언론은 뜨겁다. 책 제목이 그녀의 수감번호다. 출간 이틀 만에 초판 5만부가 다 팔렸다고 한다. 자세한 책 내용은 봐야 알겠지만, 제목은 자신의 실패를 상징하는 숫자로 달았다. 1인칭 주관적 작가 시점이다. 한계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왜 일까? ‘4001’은 여간해서는 공개되지 않는 한국의 잘 난 강한 남자들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가 부러우면 실패.

이 기록 중 언론이 앞 다투어 공개하는 내용이 흥미롭다. 침팬지스타일의 수컷 인류가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은 한국에서 손에 꼽힐 만큼 성공했고,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이는 남자들이다. 한 남자는 한국 지성을 대표하는 이로 정치에서 까지 큰 성공을 이루었고, 다른 남자 또한 잘 나가는 언론인을 넘어 말 잘하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은 사람이다. 물론 이 남자들은 솔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는 그들을 ‘싫어’했다고 한다. 진실은 하늘과 땅과 그들과 커피숍 의자와 자동차 뒷 자석만이 알지도 모른다. 오해라면 풀면 된다. 거짓이라면 진실을 밝히면 된다. 그러나 침팬지가 부러웠다면 그 지점에서 이미 실패다. 이런 식의 힘자랑이 이야기가 부럽다면 그 순간 모두의 실패다. 사람은 침팬지와는 다른 길을 진화했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제일 잘 한다고 난봉질로는 침팬지를 넘지 못한다.

 

 

 

사람 스타일.

사람의 일이란 무엇인가. 노래로 하자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이루는 활동일 것이다. 일이란 님과 함께 살 공간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사람 일의 성공은 공간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님’이 만나야 성공이 완성된다. 내 하나의 사랑을 만나야 한다. 하나다. 하나를 만나는 것이 ‘사람스타일’이다.

 

가시와 고삐.

DNA 구조를 살펴 본 발견에 따르면, 먼 옛날 인류의 아버지는 오직 한 사람을 찾아 평생을 함께하는 쪽을 선택했다. 뼈와 근육이 아닌 살과 핏줄로 된 성기에, 돌기마저 버린 것이다. 이와 함께 두뇌의 고삐를 풀었다. 짝짓기의 중심이 성기에서 두뇌로 옮겨진 것이다. 많이 짝짓는 쪽을 버리고, 오래 짝짓는 쪽으로 향한 것이다. 침팬지의 길과 사람의 길이 있다. 600만년 전부터 각각 다른 길로 달렸다. 잠깐 혹 할 수는 있어도 너무 부러우면 완전 지는 거다. 사람의 길을 권한다. 종종 엄한 데로 달려 때때로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지만, 고삐 풀린 두뇌는 인류의 기회다. 강점이다. 가능성이다. 침팬지를 부러워하면, 성기는 몰라도 두뇌는 반드시 시든다. 멈춘다. 썩는다. 죽는다.

 

사람의 일.

상속 받은 재산이나 세력 없이 성공한다는 것은 힘든 것이다. 그런 힘든 성공을 자수성가라 한다. 자수성가 중에서도 크게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은 몰두한다는 것이다. 한다면 한다. 하면 끝장 본다. 끝내 성공한다. 한 점에 몰두하여 끝까지 밀어 붙인다. 이런 사람은 실패해도 망하지 않는다. 망해도 죽지 않는다. 죽어도 끝나지 않는다. 실패해도 성장하기 때문이다. 망해도 사람을 모으기 때문이다. 죽어도 사람이 따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렇다. 어째서 그런가. 뇌의 고삐가 풀렸기 때문이다. 고삐 풀린 뇌는 펄펄 날뛰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없던 일을 내고 싶어 한다. 그 한 점을 발견하면 몰두한다. 몰두해야 뇌가 달린다. 뇌가 춤춘다. 세상의 모든 뇌가 반응한다. 큰 일이 난다. 큰 성공이 따른다. 두뇌의 축제, 이것이 사람의 일이다.

 

.덧말.

창틀 글을 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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