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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09 vote 0 2022.01.23 (17:22:03)

    인간은 멍청하다. 기어이 바보짓을 하고야 만다. 똑똑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멍청해진다. 권력의 딜레마다. 힘이 걸리면 경직된다. 인간들이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듣게 하려면 지렛대를 박아야 한다. 억지 프레임을 건다.


    이분법에 흑백논리에 너죽고 나죽고 사생결단으로 가야 한다. 현장은 애매하다. 끝까지 현장에서 눈을 떼지 말고 주시하다가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재빨리 대응해야 하는데 일단 현장에는 절대로 안 간다. 천 리 밖에서 작전을 세우려면 이거 아니면 저것을 찍어야 한다.


    말하기 편한 대로 말한다. 사람들에게 먹힌다 싶은 말을 고집한다. 그러다 보면 거짓말이 되어 있다. 스탈린은 천재다. 히틀러도 똑똑하다. 처칠은 노벨문학상 받았다. 그들이 똑똑하다는 증거는 많다. 그런데도 예외 없이 삽질했다. 공통점은 절대 현장에 가지 않는 것.


    나폴레옹도 나이가 들면서 삽질이 늘어났다. 알렉산더도 오래 살았으면 삽질했을 것이 틀림없다. 카이사르도 나이가 들어서 헛점을 보였다. 히틀러에게 프랑스를 거저 내준 가믈랭의 삽질이 유명하다. 독일군은 중립국인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거쳐 침입할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프랑스군은 그곳을 방어할 것이다. 프랑스군이 그곳을 방어하면 독일은 그 프랑스군을 포위해서 쌈사먹을 요량으로 더 남쪽 아르덴 숲을 돌파할 것이다. 무엇이 정답일까? 정답은 원래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 어느 쪽이든 간첩을 보내서 온갖 방안을 검토한다.


    상대가 이곳을 수비하면 저곳을 치고 저곳을 수비하면 이곳을 친다. 아르덴 숲은 기계화 부대가 진입하기 쉽지 않으므로 방어하지 않는다. 방어하지 않으면 바로 그곳을 뚫고 온다. 이런 식의 삽질은 독일도 했다. 말기의 바그라티온 작전. 딱 봐도 소련군은 남쪽으로 온다.


    중앙은 늪지대가 많아 전차가 기동하기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소련군은 바로 그곳으로 왔다. 적이 절대 오지 않을 지역이라면 반드시 그곳으로 온다. 삼국지의 등산왕 등애와 같다. 절대 갈 수 없는 길을 개척한다. 제갈량은 그런 식의 의표를 찌르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뻔한 곳으로 오므로 사마의에게 당한다. 그는 천상 공무원이었다. 공무원은 도장받는게 습관이 되어서 모두가 납득하는 전쟁을 하는데 그게 삽질이다. 의표를 지르고 뒤통수를 치고 기습과 매복에 유인을 못한다. 왜? 그걸 하려면 팔팔한 동료들이 있어야 하는데 없잖아.


    젊은 나폴레옹은 알프스를 넘어가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지만 재빨리 수습했다. 부하들도 죄다 팔팔했기 때문이다. 현장의 돌발변수에 재빨리 대응해서 지는 싸움을 역전시킨다. 인간은 왜 삽질을 하는가? 가믈랭이 아주 바보는 아니다. 바보였다면 대장을 못 달지.


    처칠의 삽질도 유명하다. 독일군과 시가전을 벌이려면 소구경 대포가 필요하다며 쓸데없는 무기를 만드는 등 삽질 시리즈가 찬란하다. 트럼프의 대선불복도 어리석다. 한때는 정치적 센스를 보여줬는데 말이다. 왜 삽질하는가? 말싸움에서 이기려고 하면 삽질이 된다.


    적이 어디로 오는지는 알 수 없다. 이쪽을 방어하면 저쪽으로 올 것이고 저쪽을 방어하면 이쪽으로 올 것이다. 잘 모르겠다고 하면 망신을 당한다. 잘 아는 척해야 한다. 적은 반드시 이쪽으로 올 것이네.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그렇게 인간들이 바보가 되어가는 것이다.


    독일은 원래 소련을 칠 전력이 안 되었다. 2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소련도 알고 있었다. 2년 후에 쳐들어올 독일을 방어하려면 군제개편을 해야 한다. 찬스는 지금뿐. 귀족출신 장교단을 숙청하고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한다. 그 소식이 히틀러의 귀에 들어간 것이다.


    히틀러가 그 찬스를 놓칠 리가 없다. 현장에 안 가보고 지도만 보고 작전 세우는 등신짓은 어느 나라든 예외가 없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하지만 나이가 들면 에너지가 고갈되고 점차 바보가 된다. 정치적인 프레임 걸기 때문이다. 지렛대를 박아서 양자택일 하려고 한다. 


    인간들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다가 자신이 그 함정에 빠진다. 외통수로 몰고 확신을 줘야 한다. 상대를 자극하고 반응을 끌어내려면 강하게 움직여야 한다. 경직된 자세를 고수하는 쪽이 논쟁에 이기는게 문제다.


    김용옥이라도 유기농이니 생태니 하며 턱도 없는 소리를 해야 사람들이 조금 쳐다봐 준다. 인간의 비극이다. 현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들이대야 하는데 그 데이터라는게 또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우상을 만들어야 한다. 개소리를 해야 한다. 관념으로 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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