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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800 vote 0 2020.09.01 (15:16:10)

   

    엘리트주의와 다원주의


    전광훈도 엘리트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엘리트 맞다. 엘리트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1. 선별된 사람이 엘리트다. 2. 엘리트의 패거리 혹은 계급에 속한다. 사람으로 보면 전광훈은 당연히 엘리트가 아니지만 패거리 혹은 계급의 의미로 보면 전광훈도 엘리트다. 


    구조론적 관점에서는 어떤 집단에서 권력을 쥔 자는 모두 엘리트다. 거지도 왕초는 엘리트다. 조폭도 두목은 엘리트다. 그러나 진짜 엘리트는 따로 있다. 그것은 세상을 움직여가는 사람들이다. 변화를 창발하는 사람이 엘리트다. 즉 진짜 엘리트와 퇴물 엘리트가 있는 것이다.


    진중권은 자신을 엘리트라고 여기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똥이다. 그런데 패거리로 보면 엘리트 맞다. 엘리트 패거리에 속하면 엘리트다. 언어라는게 그렇다. 이랬다저랬다 한다. 맥락을 따를 수밖에. 진짜 엘리트냐 퇴물 엘리트냐 하는 식으로 구분하여 말할 수밖에 없겠다. 


    구조론은 엘리트주의다. 재미있는 점은 ‘정책의 결정이 특정 소수에게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게 아니라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엘리트주의는 엘리트 우월주의가 아니다. 엘리트 우월주의자는 엘리트주의자가 아니다. 말 헷갈린다. 


    구조론은 엘리트를 양성하고, 감시하고, 교체하는 주의다. 엘리트를 핸들링하는 데서 답을 찾는 주의지 대중이 엘리트에게 복종하자는 주의가 아니다. 미통당은 전문가를 존중하라고 말한다. 의사, 검사, 목사, 교수, 각 분야 전문가는 엘리트이므로 국민이 복종해야 한다는 거다. 


    김영삼의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그렇다. 대중은 명재상이나 초야에 숨어 있는 탁월한 인재를 발탁하면 된다고 믿는다. 그게 비뚤어진 생각이다. 구조론은 도구주의다. 도구는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 한다. 도구에 의존하면 안 된다. 사회가 엘리트 집단에 지배되면 안 된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한눈팔면 마피아가 된 엘리트들에게 당한다. 사회는 좋은 엘리트를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나쁜 엘리트를 솎아내야 한다. 엘리트주의는 엘리트를 괴롭히는 주의다. 대중을 괴롭혀봤자 아무런 이득이 없다. 엘리트를 괴롭히면 상당한 이득이 발생한다. 


    재벌을 감시하면 경쟁력이 향상된다. 후진국의 특징은 재벌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리핀이 그렇다. 70여 개 귀족 가문이 국가를 분할한다. 그들은 회사를 경영하지 않는다. 20퍼센트 지대만으로 이익이 충분하니까. 회사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려 먹을 확률이 더 높다. 


    일본의 경우 봉건영주에게 회사를 세우라고 강제해서 재벌이 탄생한 경우다. 러시아의 표트르 황제도 계몽군주 행동을 했다. 한국도 박정희가 주도했다. 가만 놔두면 부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후진국은 투자해봤자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사실 재벌들 다수 망했다.


    70년대 주요 재벌 중에 살아남은 기업이 몇이나 되나? 가만 놔두면 다 죽고 누가 독점한다. 이는 권력의 법칙상 필연적이다. 단계를 줄일수록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경쟁보다 독점이 국가 전체에 이익이다. 독점한다. 망한다. 이익을 찾으면 망하는게 자본주의 근본모순이다.


    자본주의는 이익을 따르도록 되어 있는데 이익을 따르면 망한다. 자본주의는 망한다. 가만 놔두면 가정에 가장이 등장하고, 부족에는 족장이 등장한다. 교실에는 일진이 등장하고, 관료에는 마피아가 등장하고, 회사에는 라인이 등장한다. 회사생활 해도 줄을 잘 타야만 한다. 


    그들은 권력투쟁을 일삼다가 사이좋게 망한다. 패거리는 반드시 등장한다. 권력의 법칙상 그러하다. 가만 놔두면 마이너스 된다. 재벌은 삼성, 현대 외에 다 망하고 있다. 패거리는 십상시 행동을 한다. 정당은 몇몇 파벌이 독점한다. 의사결정은 점점 단순화된다. 그게 낫다.


    김정은 혼자 다 먹는다. 그리고 망한다. 민주주의보다 독재가 효율적이다. 효율을 추구하면 망한다. 만인이 각자 이득을 추구하면 망한다. 가장 쉽게 이득 보는 방법은 동료를 죽이는 것이다. 무인도에서 두 명이 사는데 한 명을 죽이면 두 배로 부자다. 단번에 소득향상이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질의 단계는 한 번 세팅하면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입자 힘 운동 량으로 가면서 점점 배제된다. 첫 번째 회의에는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다음 회의는 사장이 빠지고, 다음은 이사가 빠지고, 다음은 부장도 빠진다. 같은 결정이 반복되니까. 그렇게 망해 간다. 


    의사결정의 품질과 속도+효율은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같은 결정을 반복하다 보면 지겨워진다. 회의에 에너지가 낭비되므로 차차 품질을 희생시킨다. 엘리트는 끝없이 순환되어야 한다. 진짜 엘리트와 퇴물 엘리트가 있다. 전광훈도 한때는 신선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진중권도 한때는 나름 유망했고 안철수도 초반에 인기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주변과 관계가 역전되므로 퇴물이 된다. 초짜는 주변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부담 없다. 나이가 들면 주변과 얽힌다. 친척에 친구에 학연에 지연에 혈연에 사정 봐주고 인정 베풀다 부패하게 된다.


    주변과의 관계가 증대할수록 의사결정의 품질은 하락한다. 갈수록 나쁜 결정을 하게 된다. 좋은 결정을 하면? 더 나빠진다. 관계가 차단되어 고립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주변과 복잡하게 얽히면 나빠지거나 아니면 좋은 결정을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나빠지거나뿐이다. 


    누구나 퇴물이 된다. 퇴물이 되지 않으려면 게임을 키워야 한다. 이장을 계속하면 나빠지고 군수로 갈아타야 한다. 군수를 계속하면 나빠지고 도지사로 갈아타야 한다. 도지사를 계속하면 나빠지고 대통령에 도전해야 한다. 계속하면 터줏대감 되고 인맥 전체가 함께 썩는다.


    다원주의는 엘리트가 독점할 리가 없다는 말이다. 천만에. 주변과 얽히는 정도가 증가하므로 독주할 수밖에 없다. 견제장치로 독주를 막아야 한다. 가만 놔두면 백퍼센트 독점된다. 공산국가가 그렇다. 결국은 한 넘이 다 먹는 판이다.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속도문제 때문이다. 


    의사결정 품질과 비용 사이의 딜레마다. 대중은 막연히 탕평책을 주장하지만 의사결정의 품질은 최악이 된다. 조선시대에도 산림이라고 해서 초야에서 발탁된 인재에 기대를 걸었지만 성공적으로 활약한 산림은 없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좋은 결정이 될 확률도 사실 낮다.


    최선의 결정이 최악의 결정이다. 이중의 역설 때문이다. 장기전과 단기전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결정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결정이다. 좋은 결정만 하면 경험치를 얻지 못하므로 일부러라도 나쁜 결정을 하고 아뜨거라 하고 전략적인 후퇴를 하는게 더 낫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오르다가 떨어진 다음 다시 사다리 갖고 와야 한다. 지그재그 전술로 가야 한다. 에너지의 통제는 원래 그렇다. 판을 세팅하고 대상을 공략한다. 대상을 공략하다가 져야 판이 세팅된다. 처음부터 세팅하려면 남이 도와줘야 한다. 남에게 의존하면 망한다.


    그러므로 경쟁과 시행착오에 따른 오류시정 외에는 답이 없다. 고립되고 닫힌 공간에서는 무조건 나빠진다. 대중과 엘리트가 긴장관계를 가져야 하며 대중은 끝없이 엘리트를 공급해야 한다. 엘리트가 세습하면 망하고, 같은 지역에, 같은 학교에, 같은 환경에서 나오면 망한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나쁜 결정이다. 엘리트라는 자동차의 운전은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가지고 세밀한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편하게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주의를 정하고 거기에 맡긴 다음 두 손 놓자는 생각이다. 극단적인 생각을 밀어붙인다.


    오토파일럿에 맡기고 핸들 놓으려는 건방진 생각 말이다. 핸들을 놓으면 망한다. 이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엘리트를 통제하지 않으면 망한다. 엘리트가 없어도 망하고 엘리트와 대중이 친해도 망하고 엘리트를 적대해도 망한다. 고도의 정밀항해를 해야 한다.


    정리하면 구조론의 엘리트주의는 엘리트 사람 곧, 잘 훈련된 소수정예에 의존하자는 것도 아니고, 엘리트 계급 곧, 기득권 세력을 비판하자는 것도 아니고, 권력의 작동과정에 필연적으로 의사결정 참여자가 줄어서 시스템이 붕괴하므로 부단히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의다. 


    한편으로 권력의 작동과정에서 엘리트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들을 양성하되 부단히 경쟁하고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가 엘리트의 손에 놀아나면 안 되고 그들을 장악하고 통제해야 한다. 국가는 엘리트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신 엘리트로 퇴물들을 쳐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9.03 (04:00:26)

"엘리트가 없어도 망하고 엘리트와 대중이 친해도 망하고 엘리트를 적대해도 망한다. 고도의 정밀항해를 해야 한다."

http://gujoron.com/xe/1232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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