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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10 vote 1 2020.08.05 (16:13:43)

    질러야 한다  
   

    https://url.kr/mtaGxf


    ‘프리츠 츠비키’라는 천문학자에 대해서 알아봤다. 검색해도 이름이 잘 안 나오는 것을 보니 유명하지 않은 인물인 듯. 이 양반은 괴짜거나 천재거나 둘 중의 하나다. 여러 가지로 사고를 쳐서 학계의 왕따가 되었다고.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가 확실히 천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도 상당히 머뭇거렸다. 학자들이 상대성이론을 적용하여 성과를 내고 아인슈타인에게 인정받으러 왔다. 아인슈타인의 의견은 대개 부정적이었다. ‘흠 과연 그럴까? 믿기 어려운데. 이론은 이론이고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는건 다른 문제일세.’


    학계의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학자라면 질러야 한다. 그런데 과연 지를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은 과감하게 질러서 뜬 사람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상대성이론을 착상한 것은 고등학생 때다. 애늙은이 아인슈타인은 신중해졌다. 질러대는 후배를 질책했다. 수비수가 된 것이다.


    이단아가 나타났다. 그는 막말하는 사람이었다. 주변의 쟁쟁한 천재들을 바보 취급했다. 혼자만 잘났다는 식이다. 암흑물질과 중성자별, 중력렌즈, 초신성 등에서 그는 통찰력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지만 동료들은 그를 무시했다. 저 양반이 또 미쳐서 관종짓을 하는구나.


    세월이 흘러 그의 예견 다수가 옳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누구나 좋은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과감하게 질렀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무언가 있는 거다. 그는 무엇을 믿고 질렀을까? 믿는 구석이 필요하다. 구조론은 연역이다. 연역적 사유를 하면 아이디어에 확신을 가진다.


    많은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카리스마가 없어서다. 뚝심이 부족하다. 지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리스마가 없는 이유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연역적 사유에 기반을 두지 않으므로 눈치 보며 우물쭈물하게 된다.


    상대성이론은 어려운 것이다. 섣불리 이해했다면 오해한 것이기 십상이다. 진짜로 이론을 이해한 사람이라면 다음 단계로 진도를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프리츠 츠비키가 그런 사람이다. 구조론은 과감하게 지른다. 맞는 것은 맞다고 말하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많은 독자는 구조론의 그런 단호함을 불편해한다. 공자의 엄격함을 싫어하고 노자의 애매함을 좋아한다. 비겁한 짓이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박정희 죽은 날을 기념하여 만세를 불렀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혼자 만세 부른 이유는 기억했다가 나중 맞는지 확인하려고.


    구조론은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우리 편과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중이 납득하게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많은 전제 때문이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그 이전에 크기란 무엇인가? 필자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의 질문이었다. 이 문제에 답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간은 공간에 딸린 존재다. 공간을 알면 시간을 아는 것이다. 시간은 공간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크기는 상호작용의 총량이다. 간단하잖아. 밀도나 질량이 높다는 것은 계 내부에 더 많은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상호작용하면서 주변을 밀어낸다.


    두 마리 개가 맹렬히 싸우고 있으면 다른 개가 접근 못 한다. 그것이 크기다. 공간은 그렇게 탄생한다. 모든 상호작용은 척력의 형태를 가진다. 구조론의 우주론 얼개는 이것으로 완성되었다. 인류는 내게 만만히 보인 것이다. 과감하게 지를 수 있다. 이론적 확신을 가져야 한다.


    우주 안의 속도는 모두 같다. A가 광속으로 B를 돌 때 B도 광속으로 A를 돈다. 서로 붙잡힌 것이다. 물질의 탄생 과정은 힉스입자의 발견으로 해명되었다. 넓적한 피자 도우가 있다. 밀가루 반죽이 펼쳐져 있다. 거기에 호두를 던졌다. 힉스장을 호두알이 통과하며 반죽이 묻었다.


    밀가루 반죽과 호두의 상호작용으로 물질이 생겼다. 우리는 이런 것을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공간을 그리면 시간도 딸려서 그려진다. 1회의 상호작용이 1 시간단위가 된다. 어차피 세상은 이거 아니면 저거다. YES 아니면 NO다.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 그러므로 질러라.


    아이디어를 내기는 쉽다. 이게 아니라고 보면 곧 아이디어다. 그냥 반대쪽으로 한 번 가보면 된다. 혹시 모르잖아. 일단 가보자고. 문제는 끈기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느냐다. 이론적 확신을 가져야 한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둘의 상호작용으로 보면 매우 쉽다.


    상대성이론도 간단히 그림을 그를 수 있다. 일단 관측자를 지우고 빛과 상호작용 대상 둘만의 관계로 보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실을 표현하는 문법의 문제라는 것이다. 상대성이론은 놀라운 발견이 아니라 진작부터 고민하던 문법이라는 것이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을 참고하자. 과학활동에서 새로운 개념과 이론은 객관적 관찰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 집단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구조론 역시 마찬가지다. 받아들이는 과정이 문제인 것이다. 진실을 기술하는 새로운 문법을 받아들일 것인지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8.06 (03:37:07)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카리스마가 없어서다. 뚝심이 부족하다. 지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리스마가 없는 이유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기 때문이다."

http://gujoron.com/xe/1225479


확신이라는 코어을 형성하지 못하면, 사회적 압력(스트레스)에 의해 스러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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