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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779 vote 0 2003.05.17 (15:08:43)

김근태가 불쌍하다. 개인적으로는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운명은 그를 비켜갔다. 추미애는 괜찮다. 58년생인 추미애는 10년 후를 도모할 수 있다. 힐러리대통령과 좋은 콤비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근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김근태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김근태의 결정이 이해는 되지만 포지션이 너무 안좋다. 차기 대통령은 호남이 결정한다. 지금은 누구든 호남에 찍히면 죽는다.

정동영 - 『호남은 지역출신인 나를 버리지 못한다. 마음 놓고 활약한다.』
김근태 - 『호남에 찍히면 죽는다. 바람이 지나갈 때 까지 몸을 움츠리자.』
추미애 - 『기회다. 10년후를 대비해 지금 호남에 잘 보여서 점수 따놓자.』
 

세사람의 행동은 각각 다르지만 자기 입장에서는 모두 옳다. 추미애도 잘하고 있고 김근태도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는 정동영 편이다. 무엇보다 정동영은 포지셔닝이 좋다.

김근태의 긍정적 역할도 인정해주자
김근태의 중재역할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지금 드러난 역적은 16명인데 결국 한화갑도 들어올 것으로 본다면 최종적으로 10명 미만이 정리될 것이다. 다당도 불사한다는 신주류의 태도는 지방을 중심으로 신당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계산된 오버액션이다.

실제로 지방을 중심으로 정치지망생들이 들끓고 있다. 주도권 놓고 싸움판까지 벌어졌다 한다. 앞으로 신당의 기관차는 이들 지방출신 정치지망생들과 시민단체가 될 것이다. 신주류는 이 정도로 불을 질러놓은 선에서 한 발을 빼도 무방하다.

한 알의 불씨가 요원의 들불을 일으키는 법. 누군가가 나서서 마른 장작에 불을 지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엔진에 한번 점화만 해주면 기관차는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다. 신주류는 이 선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이 정답이다.

실제로 신주류가 창당일정을 내년 1월까지로 느긋하게 잡아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를 다 읽고 있다. 지금은 구주류를 신나게 패고 있지만, 나중 합류할 기회를 주기 위해 뒷문은 열어놓았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일 하고 욕 먹는 김근태
말하자면 최종적으로는 김근태의 말대로 되지만 욕은 김근태가 먹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작년 후보단일화 과정과 비슷하다. 김근태는 일관되게 단일화를 주장했지만 욕만 먹었다. 김민새가 단일화의 일등공신이지만 훈장은 추미애가 달고 있다.

하긴 그렇게 따진다면 조선일보야 말로 이회창의 오판을 유도해 주므로서 노무현 당선의 일등공신이 아닌가? 그러나 아무도 조선일보의 공로를 치하해주지 않는다. 안됐지만 김근태는 좋은 일하고 욕먹는 것이다.

역사의 경험칙으로 보면 이와 유사한 일은 얼마든지 있다. 이민우총재의 온건론도 옳고 양김씨의 강경론도 옳았는데 결과적으로 이민우총재만 희생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민우총재의 명예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때로 잔인하다. 87년 DJ의 강경론도 옳고 김상현의 온건론도 옳았는데 김상현의원만 팽되고 말았다. 결국 평화민주당은 탄생했고 김상현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김상현의 진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정치판이 원래 그런데 어쩌리오?  

지금 장신기들의 주장은 그때 이민우총재나 김상현의원의 주장과 같은 것이다. 싸움이 나지 않으면 온건파가 득세하지만, 싸움이 나면 항상 강경파가 이기게 되어있다.

만약 김근태가 없다면 어떨까? 정동영이 분당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쓰게 될까봐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김근태가 있으므로 분당은 절대로 없다. 정동영은 김근태 믿고 마음껏 오바해도 좋다.

본의아니게 수구세력과 손잡는 우를 범하지 말자
신당논의는 작년 가을부터 나왔다. 그때 신당의 목적은 노무현의 당선이었다. 걸림돌은 당무회의였다. 당료를 장악한 구주류가 제동을 걸어 민주당 리모델링이 불발한 것이다. 여기서 신주류는 구주류의 『노무현이 패배해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당시 민주당을 리모델링안은 선거에서 몇표 더 얻어보자는 전략이었다. 구주류가 그 전략을 방해한 것은 결국 『져도 좋다. 노무현이 대통령 되는 꼴은 절대로 못본다. 정몽준으로 안되면 차라리 이회창을 택한다』 이거다.

바로 이것이 신당논의의 본질이다. 리모델링론의 핵심은 노무현의 당선이었으므로 노무현의 당선 이후 신당논의는 폐기되었다. 『좋다! 민주당으로 그냥 가자. 대신 정당개혁하자』 이렇게 합의가 되어 정당개혁안을 만들었다. 구주류가 이마저 방해하여 개혁은 수포로 돌아갔다.

여기까지에서 구주류는 노무현을 두 번 물먹였음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주류가 분노했다. 『정당개혁 마저 안된다면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 애초 논의대로 신당을 만들자.』 이렇게 된 것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구주류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신당참여를 선언했다. 신주류는 구주류의 합류를 신당을 방해하기 위한 기만술책으로 보고 『정당개혁 마저 방해한 악질들이 신당에 참여한다면 차라리 다당구도로 가겠다』 이렇게 강경책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까지의 사태진전을 살펴보자. 작년에 민주당이 리모델링 되었다면 지금의 사태는 없다. 그들은 노무현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거부한 것이다. 또 올해 민주당 내부개혁을 그들이 받아들였다면 역시 지금의 사태는 없다. 그들은 리모델링은 물론 내부개혁까지도 거부한 것이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신당에 합류한다고? 이건 속임수다. 신당을 방해하려는 속셈을 숨긴 거짓 투항이다.  

1. 민주당 리모델링 반대하여 노무현 당선방해
2. 민주당 내부개혁 방해
3. 신당창당 방해

이들은 세 번이나 반역을 저지른 것이다. 항명이다. 그들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응징하는 수 밖에 없다.

가신정치에 찌들은 그들은 노무현의 가신이 되든가 아니면 노무현을 배반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들은 코드가 안맞아서 노무현과 공존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다당구도 큰소리는 블러핑이다
창당일정을 내년 1월까지로 느긋하게 잡아놓은 데서 알 수 있듯이 다당구도는 블러핑이다. 다당은 없다. 설사 다당으로 간다해도 그게 민국당이다. 정치생리상 9 : 1로 기울지 50 대 50은 절대로 안된다. 아마 한화갑까지 신당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한화갑과 정동영이 호남의 정치지망생들을 모아놓고 세대결을 벌이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한화갑은 아직도 대통령자리에 욕심이 있다. 한화갑이 대통령을 포기했다면 몰라도 한화갑의 야심이  분명한 이상 그는 마지막 배팅을 위해 신당행을 택한다.

민주당이 분당될 경우 한화갑대통령의 가능성은 0이기 때문이다. 정동영이야 10년 후라도 상관없지만 한화갑에게 10년 후는 없다. 이는 작년에 정몽준이 노무현에게 굴복하여 단일화에 합의한 것과 비슷하다.

그때 정몽준은 단일화 하면 노무현에 져도 차기대통령자리가 예약이지만 단일화 안하면 100프로 이회창에게 지고, 지면 정치생명 끝인 상황이었다.

한화갑이 신당에 합류하고 DJ가 신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DJ의 신당지지는 늦을수록 좋다. 또 이 과정에서 싸움이 치열할수록 현역의원의 기득권이 사라지게 되고 더 많은 정치신인이 데뷔하게 되며 그 여세를 몰아 총선승리를 이끌어낸다.

한화갑 합류하고 DJ가 신당 지지하면 상황 끝
수구가 따로있는 것이 아니다.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하는 자가 수구이다. 그들은 왜 리모델링을 방해한 데 이어 정당개혁까지 방해했을까? 공천에 떨어지면 낙하산이라도 한자리 받아먹으면 될것인데 말이다. 그들을 위해 정대철은 낙하산을 무려 300개나 확보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정치는 생물이다. 끊임없이 변신을 모색하는 쪽은 살고 기득권에 연연하면 죽는다. 우리는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하고 있지만 껍데기다. 본질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쪽과 기득권을 부인하는 쪽과의 싸움이다.

기득권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정치집단은 공산당이다. 일본에서 공산당과 사회당이 몰락한 이유는 철저한 기득권보호 때문이다. 일본 정가에서 젊은 의원은 대부분 자민당이다. 공산당은 노인이 100살 이 되도록 해먹었고 사회당도 할아버지당이 되어있다. 이 점은 우리나라 민노당도 비슷하다.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면 죽는다. 장신기 등의 민주당 법통운운은 DJ의 평화민주당 창당을 부인하는 것이다. 부단한 혁신이 있을 뿐이며 우리는 언제나 혁신의 편에 서야 한다. 왜? 우리에게는 아무런 기득권도 없기 때문이다. 네티즌에게 무슨 기득권이 있어?

네티즌은 무조건 미래의 편에 서야한다
김근태의 역할은 긍정평가 하지만 그것이 네티즌의 역할은 아니다. 네티즌은 미래를 대비하여 씨앗을 뿌리는 역할이고, 현역정치인은 그 열매를 따먹는다. 네티즌은 제 2의, 제 3의 노무현을 발굴하는 역할이어야 하지 현역의 노무현대통령을 찬양하는 역할은 아니다.

15년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던 강경한 노무현이 지금은 부시와 세세세 하는 온건한 노무현으로 변했다. 지금 신주류는 강경하지만 그들도 집권하면 노무현처럼 된다. 우리는 15년전의 강경했던 노무현을 발굴해야 할 뿐 지금의 온건한 노무현을 찬양할 필요는 없다.

지금 온건한 김근태는 지금의 민주당에 필요한 존재일 뿐 우리의 미래에는 필요하지 않은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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