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458 vote 1 2020.03.08 (16:59:35)

      
    이야기의 단초  

   

    희망은 없지만 희망은 있다. 의미는 없지만 의미는 있다. 에고는 없지만 신은 있다. 내게는 없지만 하나가 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판단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느냐의 실천 문제다. 그래서 나는 제자를 필요로 한다. 이 길을 가겠는가? 이 길을 가는 사람의 세력에 속하겠는가?


    희망 없고 의미 없음을 받아들이겠는가? 그리하여 온전한 희망과 의미 그 자체를 발견하겠는가? 그것은 내가 사유화하려는 순간에 사라진다. 희망을 사유화하려는 순간에 희망은 사라진다. 의미를 사유화하려는 순간에 의미는 사라진다. 나의 희망을 찾으려 할 때 희망은 사라진다.


    나의 의미를 찾으려는 순간에 의미는 사라진다. 희망도 의미도 없다. 내가 그것을 온전히 버렸을 때 공유되는 희망이 거기에 있고 내가 그것을 온전히 포기했을 때 공유되는 의미는 거기에 있다. 태양은 사유화할 수 없다. 희망은 그런 것이다. 의미는 그런 것이다. 신은 그런 것이다.


    나의 구원을 탐하는 순간 구원은 사라지고 없다. 구원 그 자체가 있을 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구원이지 어떤 사람의 구원이 아니다. 신도 있고 희망도 있고 의미도 있고 구원도 있으나 온전히 하나로 있다. 각자 하나씩 할당되지 않고 배당되지 않는다. 쪼개지지 않는 완전체로 있다.


    혹자는 내게 의미가 없는데 의미가 있은들 무슨 소용이냐고 따지겠지만 거꾸로 의미가 없는데 없는 그것이 내게 있은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없는 그것이 내게 있다는 것은 결국 없다는 말이다. 있는 그것이 여기에 없다면 저곳에 있다. 누구에겐가 속하여 있으면 의미는 죽고 만다.


    사유화된 공유지와 같다. 사유화되면 공유지가 아니다. 의미가 누구에게 점유되면 의미가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기에 내가 하는 것이다.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 길을 가겠는가? 이 세력에 속하겠는가? 걸작은 사유되지 않는다. 모나리자를 소유했다고 말해봤자 의미없다.


    보관소의 관리자로 취직했다는 의미다. 가치는 인류가 공유한다. 걸작을 훼손할 수 있지만 인류의 가치총량은 보존된다. 작품을 파괴하면 다른 작품의 가격이 그만큼 올라간다. 걸작의 가격은 수집가들이 가진 돈의 총액과 비례한다. 수집가를 선망하여 쳐다보는 눈빛들에 비례한다.


    그것은 언제나 전체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의 희망은 인류의 희망에 연동되고 개인의 의미는 인류의 의미에 연동되고 개인의 구원은 인류의 구원으로 결정된다. 인류에게 과연 희망이 있을까? 인류에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인류는 과연 온전한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이야기를 얻으면 비로소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다. 원래 인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할 말이 있지만 그 언어는 원래의 것에서 가져온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3.08 (17:37:53)

"그것은 인간의 구원이지 어떤 사람의 구원이 아니다. 신도 있고 희망도 있고 의미도 있고 구원도 있으나 온전히 하나로 있다."

- http://gujoron.com/xe/1176639

[레벨:4]고향은

2020.03.12 (12:52:15)

갠 적으로

세상에서 무슨, 별다르고 고상한 의미는

없다는 생각이다

유기체는 모여서 같이 살아가기 때문에

그제야 의미는 생겨난다.


무기체로 환원되기 전까지 유기체는,

살아야 하는  한 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핏줄로 흩어지기보다는...

어려움 속에서도 한 점을 꾸리며 사는

이야기에  의미가 깊어진다



" 걸작이라는 가치는 인류가 공유한다.

  원래 인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언어는 원래의 것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야기의 단초가 있다 "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746 성선택설은 가짜다 2 김동렬 2020-03-20 2862
4745 의사결정구조 2 김동렬 2020-03-19 2738
4744 패러다임의 전환 1 김동렬 2020-03-19 2625
4743 닫힌계 1 김동렬 2020-03-19 2429
4742 사건의 통제 1 김동렬 2020-03-18 2359
4741 마이너스의 방향성 1 김동렬 2020-03-18 2479
4740 계의 마이너스 통제원리 1 김동렬 2020-03-17 2477
4739 유발 하라리의 오판과 진실 5 김동렬 2020-03-16 3788
4738 존재론의 태도 1 김동렬 2020-03-15 2397
4737 애드거 앨런 포 image 4 김동렬 2020-03-11 4252
4736 연역의 재현과 귀납의 관측 1 김동렬 2020-03-10 2426
4735 감정은 없다 1 김동렬 2020-03-09 3115
» 이야기의 단초 2 김동렬 2020-03-08 2458
4733 인간의 이야기 3 김동렬 2020-03-07 2671
4732 긍정의 배신 1 김동렬 2020-03-05 2980
4731 종교는 이단이다 5 김동렬 2020-03-04 3361
4730 존재론과 인식론 2 김동렬 2020-03-02 2585
4729 위대한 도약 2 김동렬 2020-03-01 2627
4728 대칭과 비대칭 1 김동렬 2020-03-01 2335
4727 자연에 차원은 없다. 1 김동렬 2020-03-01 2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