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원래 나중에 다뤄볼 주제였지만 이번주 팟캐스트 오프모임 때 동렬님께서 상당히 동의할 만한 말씀을 해주셨기에 앞당겨 글을 써봅니다. 도대체 물가가 왜 오를까요? 아니, 왜 오를 수 밖에 없을까요?


저한텐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쓰고있는 명목화폐라는 녀석만큼이나 너무도 어색했던 말이 바로 인플레이션 이었는데요. 뉴스에선 매년 올해 물가 상승률이 얼마였다고 아주 당연한 듯이 말을 하더란 말이죠. 


하지만 뉴스가 아주 골때리는 것이, 위와 동시에 기술의 진보에 따른 재화의 생산 효율 증대 역시 말하더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세상은 나날히 발전해 가는데 물건을 생산하는데에 드는 비용은 감소해야 정상 아닌가요? 


학생 때는 여기에 뭔가 엄청난 불합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도서관들을 뒤져보거나 누군가한테 물어보았지만 속 시원한 답을 찾을 수가 없어서 나중에 성인이 되면 여러 방법을 동원해 연구해보자고 벼르고 있었는데요. 성인이 되고도 한참 나중에야 합리적인 분석들을 접하게 되면서 물가 상승은 필연이라는 것을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물가가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분들은 이런 생각 역시 가지고 계실 겁니다. '뼈빠지게 고생해서 한 20억씩 정도만 모아놓고 그걸로 예금이자 타먹으며 편하게 살자.' 물론 저도 한 때는 이랬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구조론적으로 인류가 진보하는 필연적 방향성은 언제라도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증대하는 쪽입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저런 식으로 돈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하기보다, 돈을 움켜쥐고 있으려고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역사적으로, 예상하신 대로의 일이 그대로 벌어져 버렸죠. 근대 자본주의에선 한 번 부를 축적하면 어지간하지 않는 이상 부의 세습이 이루어져 고질적인 빈부격차라는 결함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격차는 자본가들이 정치권력과 결탁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벌어져만 갔죠. 이건 뭐 자본주의의 태동 이전인 시대보다도 권력의 세습이 공고해 질 판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조론의 밸런스 원리에 의하면 인류 상호작용 총량의 감소는 일시적으로 보이는 뒤뚱일 뿐 거대한 진보의 흐름을 막을 순 없죠. 바로, 그러한 자본주의에 반발한 사회주의가 출현한 것입니다. 


이것은 집단의 상호작용 총량을 증대시키는 방향이었기에 새로운 시대를 열도록 태동했었던 자본주의가 동적균형을 시작하게 된 커다란 계기였습니다. 이대로 빈부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전세계엔 사회주의가 자리잡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죠. 


사회주의의 확산을 계기로 근대 자본주의 진영에선 자신들의 근본 체제를 존속시키게 하면서도, 어떻게든 기득권의 득세라는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여 사회주의에 비하여 상호작용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구상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상속세니 재산세니 자본을 세습 및 보유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 과세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죠. 이걸로는 당연히 부족했습니다. 아직도 엄연히 자본소득이라는 녀석이 존재하니까요. 당시의 높은 이자율로는 각종 세금을 제하고도 다시 원 상태로의 자본을 축적하는 데에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인간이 원래 그렇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닌 만큼, 연구한다고 해서 떡하니 해결책이 나왔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화폐를 손에 쥐고만 있게 하면 안된다는 방향성 만큼은 분명 옳았습니다. 후에 어떤 사건에 의하여 이자율 마저도 파격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죠. 


선진국들의 결정에 의해 1971년 기준까지, 달러는 금 1온스 당 35달러로 정확히 연동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율은 70년대의 어떤 커다란 사건을 계기로 족쇄가 풀려버려 2011년 기준 1700달러까지도 오르게 되죠. 


금이 귀해진 건 당연히 아닙니다. 금이 비싸진 것이 아니라 화폐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죠. 즉, 결과적으로는 화폐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주어야 인간들은 새롭게 화폐를 벌기 위해 겁나게 뛸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과정에서 어쩌다 얻어걸린 자본가 2, 3세들 중 밥만 축낼 줄 아는 자들은 역시나 뛰지 않는다면 그 세대를 거쳐가며 자연히 쇠락해가겠지요.


실제로, 이러한 필연적 매커니즘에 대한 경험적 이해가 되어있는 선진국 국민들의 경우, 어차피 떨어져가는 명목화폐의 저축률은 대단히 낮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시대의 흐름에 따른 저축률의 감소에 대해선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거라 봅니다. 


정리하자면 물가가 오르지 않길 바라는 대다수의 편안하고자 하는 바램이, 진보하지 않으면 곧 죽음이라는 역설에 의하여 반대의 결과를 부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위에 언급했었던 그 어떠한 사건이라는 것은 독자분들도 아실 거라고 봅니다만, 다음 기회에 다뤄보도록 하죠.


물론, 첨삭 환영합니다. 




참, 이번 오프모임 때는 한 회원분께서 블록체인 기반 코인의 활용처로서 '깨어있는 시민의 합리적 의사결정에의 참여 시스템'(아마 맞을 겁니다)의 구상 방안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다른 분께서도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셨는데요.


그런 구체적인 구상안은 저에게 있어선 꽤 신박하더군요. 저는 블록체인 기반의 어느 한 코인이 세력을 갖춘 화폐로서의 지위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가 기술의 활용처로서 이처럼 근사한 포지션을 점할 수 있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마치 오랫동안 불멸할 새로운 화폐라고 생각하거나 손해 볼 확률이 지극히 작은 투자자산이라고 보시는 분들의 시각은 지지하지 않습니다. 화폐는 시스템이며, 시스템은 기술이 아닌 그를 설계 및 운용하는 세력이 기의 포지션에 서지요.


그에 반해, 비트코인의 엄연한 시가총액이 창출한 신용 자산분이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맥락의(저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만) 동렬님의 말씀에는 역시 동의합니다. 그나저나 경제인 중에서도 인플레이션의 맥락적 이해가 부족한 자들이 허다한걸로 알고있는데, 당연하겠지만서도  동렬님께선 본질을 꿰고 계시더군요. 예전에 동렬님의 '경제는 재앙이다'라는 화두에 확 당겼던 적이 생각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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