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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7]오리
read 3762 vote 0 2015.06.02 (09:03:12)

위기의 순간,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일 때
2015년 6월 2일  |  By:   |  과학  |  No Comment

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집중력은 극대화됩니다. 40년전의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은 언론인 존 호켄베리는 지금도 그 사고 순간을 “슬로우 모션으로” 기억한다고 말합니다.

“38년 전, 우리는 펜실베니아로 가고 있었죠. 나는 자동차 뒷칸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내가 잠에서 깼을 떄, 운전자가 졸고 있는 것을 보았죠.” 그는 지난 해 6월 뉴욕에서 열린 세계과학축제 중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동차는 길을 벗어나고 있었죠. 조수석의 친구가 운전대를 잡기 위해 슬로우 모션으로 몸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운전대를 반대쪽으로 힘껏 당겼죠… 자동차는 다시 오른쪽으로 쏠렸고 우리는 슬로우 모션으로 가드레일을 받았습니다. 자동차는 뒤집어지면서 하늘로 떠올랐죠. 나는 내 인생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은퇴한 소방관 리차드 개서웨이는 이런 긴박한 순간에 느껴지는 시간의 느려짐을 “타키 사이키아(tachypsychia)”라 부릅니다. 이는 “빠른 마음(fast mind)”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수백건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상을 경험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현상이 일종의 스트레스 반응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현상이 “상황 자각(situational awarness)”과 “의사-결정 과정(decision-making process)”을 왜곡함으로써 당사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현상은 과연 실제로 일어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요? 베일러 의대의 데이비드 이글맨은 이를 알아보기위해 한 가지 실험을 구상했습니다. 그는 이 실험을 위해 손목에 차는 특별한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이 장치는 어떤 화면이 충분히 빠르게 바뀔 때 우리가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임계 융합 진동수(CFF, critical fusion frequency)”라는 개념을 이용합니다. 곧, 붉은 색으로 쓰여진 숫자 화면과, 반전 이미지(negative image), 곧 숫자 대신 배경을 붉은 색으로 바꾼 이미지를 번갈아 보여줄 경우, 우리는 이 숫자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만약 어떤 순간 우리가 세상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게 된다면,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던 이 숫자를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이 실험을 위해 그는 달라스에 위치한 무중력 놀이기구 장치로 20명의 자원자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는 자원자들이 16층 높이인 31미터에서 2.5초간 낙하하면서 자신의 손목에 찬 그 실험장치를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참가자 중 한 명은 추락 내내 눈을 감았기에 그는 실험결과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참가자 19명의 답은 모두 같았습니다. 그들 중 누구도 자유낙하 중에 숫자를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단지, 그들에게 자신의 낙하시간이 몇 초 정도 되었는지를 물었을 때, 평균적으로 이들은 이들의 낙하시간을 바깥에서 바라 본 이들이 답한 체감시간보다 세 배 더 긴 시간을 말했습니다. 이글맨은 이를 통해, 위기 순간 우리가 느끼는 시간지연은 실제 인식 능력의 변화가 아니라 그저 기억이 가진 특성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곧, 누구도 실제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고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이지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자극을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면, 우리는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뇌는 그런 많은 양의 정보를 해석하는 데 익숙치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건이 보다 천천히 일어났다고 해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간감각과 우리가 가진 인지능력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 이글맨은 휴스턴의 해리스 카운티 정신병원과 협력해, 실제 조현병(schizophrenia)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글자나 사진, 얼굴 등을 빠르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이들이 일반인들보다 약 20% 더 느린 인식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차이가 상위 수준의 인지능력의 차이라고 추측합니다. 예를 들어, 이들은 우리가 종종 스스로에게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이 시간지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며, 그 결과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곧, 환청이 시간 인식능력의 이상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의 임계융합진동수(CFF) 차이는 대동소이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인간과 매우 다른 값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CFF 는 평균적으로 초당 60회이며 텔레비젼의 주파수는 이 값에 의해 정해진 것입니다. 호주 독 두꺼비(cane todd)는 초당 6.7회, 얼룩 다람쥐(ground squirrel)는 108회, 검정파리(blowfly)는 초당 240회의 이미지를 구별합니다. 일반적으로 신진대사가 빠를수록, 그리고 몸집이 작을수록, 이들의 CFF 값은 더 큽니다.

이 값은 어떤 현상들을 쉽게 설명해줍니다. 우리가 손으로 파리를 잡기 어려운 이유는 파리에게 우리의 손이 그만큼 느리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새들이 숲 속을 날아가면서 나뭇가지와 부딪히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CFF 는 우리의 두 배에 가까운 100 정도되며, 이는 이들이 우리보다 두 배 빠르게 환경에 반응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시간인식능력은 지구 생태적 경쟁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의 앤드류 잭슨은 말합니다. “시간 지각능력은 진화에 있어 그동안 무시되어온 영역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냉혈동물인 황새치는 오징어를 추격할 때에는 눈에 더운 피를 보내 자신의 CFF를 더 높입니다. “이는 더 차가운 물속에서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오징어를 사냥하는데 커다란 이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순간 황새치는 마치 다른 차원에서 온 사냥꾼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오징어의 노력은 부질없어지는 것이죠.” 인간의 높은 체온역시 CFF와 관련있을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은 단백질이 풀리고 세포가 살 수 없는 온도 바로 아래까지 체온을 높여왔다는 것이지요.

이런 가정은 또한 사람마다 CFF가 다를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게 합니다. 또 이 차이가 우리의 성격, 재능, 선택, 지각 등을 설명할지도 모르지요. “주변 사람보다 더 높은 CFF를 가진 사람은 그들의 동료가 보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반응속도를 보이는 식으로 생존의 위협에 대해 더 효율적으로 반응했을 것입니다. 축구와 같은 운동에서 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며 마치 다른 이들을 슬로우모션처럼 보이게 하는지를 이 CFF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잭슨은 앞으로 사람들 사이의 CFF 분포와 또 한 사람의 CFF가 여러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연구하려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일상에 늘 영향을 주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가 될겁니다.”

잭슨은 이 문제를 위한 연구비 지원서를 쓰고 있습니다. 그는 이소룡과 같은 무술가와 제임스 르브론 같은 뛰어난 운동선수의 CFF를 측정해 이들의 뛰어난 운동 능력에 CFF 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그는 또한, 낮은 CFF를 가진 이들은 이를 극복하기위해 “얼굴 인식”과 같은 더 중요한 능력을 키웠을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훈련을 통해 CFF를 키울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연구진들은 아직 이러한 가설들에 대해 너무 자료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CFF와 주관적 시간 인식의 관계 역시 불확실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동물들 사이의 CFF 차이가 존재한 다는 것, 그리고 정신질환자들에게 보여진 느린 시간인식능력은 이런 질문을 내게 떠올리게 만드는군요. “인간 중에도 마치 황새치처럼, 다른 시간차원에서 살고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출처:http://newspeppermint.com/2015/06/01/m-cf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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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FF 수치가 높은 야구 선수가 공이 크게 보이겠군요.


[레벨:12]부하지하

2015.06.02 (21:29:42)

초등 삼학년때 빗실에 미끄러졋을때.
사학년때 자전거 미끄러졌을때.
나머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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