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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펀맨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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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윅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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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때 단순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대표적인 단순한 영화 2편입니다. 둘 다 액션인데, 구도가 거의 비슷하죠. 스토리? 그딴 거 없습니다. 근데 인기가 좋아요. 왜 그럴까요?


액션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야죠. 인물 설명이 이러쿵 저러쿵, 세계관이 어떻고 설정놀음 구구절절
그런 거 할 시간에 우리의 존 윅은 총이라도 한번 더 쏩니다.
가족? 우정? 동기? 개연성? 메시지? 교훈? 전쟁반대? 인류 평등?
그런 거 할 시간에 우리의 존 윅은 최소 35명을 죽입니다.


단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은 스토리. 나쁜 것은 아닌데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1편의 경우 애완견이 죽은 것 때문에 복수한다는 스토리에 개봉 전부터 욕을 먹기도 했다.[2] 하지만 반대로 단순한 스토리 덕분에 쓸데없이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는 평도 많으며, 이런 단순하고 허무맹랑함을 진지빨고 연출한다는 점을 매력으로 찾는 이들도 있다.

- 나무위키 중


일단 스토리가 단순합니다. 원펀맨의 스토리는 "1. 강한 괴인이나 악당이 나타난다 → 2. 히어로들이 고전한다 → 3. 사이타마가 원펀치로 해치운다>의 원패턴이다."(나무위키 중) 입니다. 존윅도 마찬가지에요. 서로 베낀 게 의심될 정도. 


원래 좋은 작품은 단순하기 마련입니다. 패션이 이런 경향이 있죠. 옷감이 좋을 수록 무늬는 단순해집니다. 디자인이 단순해야 보는 사람의 시선이 옷감의 질에 꽂히기 때문이죠. 자동차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늬가 화려하면 보나마나 덩어리 디자인이 개판입니다. 최고급 디자이너는 무늬에 덜 신경씁니다. 일단 찰흙으로 덩어리부터 조물딱 거립니다. 그게 더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덩어리에 시선이 가게 하려면 무늬는 자연히 단순해집니다. 그리고 제프쿤스의 작품도 참 단순하죠. 같은 이유입니다. 당연한 거에요. 인간은 동시에 두가지를 생각할 수 없다니깐요.


존윅이나 원펀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스토리 보다 더 중요한 "어떤 느낌"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는 겁니다. 두 작품의 소재는 그 자체로 세계관 뒤집기입니다. 전통적인 세계관 자체를 비틀어버린 겁니다. 사람들에게 그걸 보여주려고 하는 겁니다. 그 느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이런 분위기가 된 것은 작가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다. ONE 작가가 말하길, 원펀맨이라는 작품이 크레용 신짱(짱구는 못말려)의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 특히 극장판에서 평화로운 '개그 세계'에 '진지함'이 들어올 때 생기는 그 느낌에 큰 감명을 받고, 이것을 거꾸로 발상하여 사람들이 쉽게 공격당하고 괴수가 많이 나오는 '진지한 세계'에 '개그 캐릭터'를 던지면 어떨까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 원펀맨이다. ONE 작가가 만화가를 꿈꾸게 된 것도 크레용 신짱 덕분이라고.

주인공의 늦은 등장과, 최종보스와 같은 주인공을 극복하기 위해 싸우는 괴인의 대비는, 전통적으로 써먹힌 '힘이 부족한 주인공이 최종보스를 앞에 두고 의지를 되새기는 구도' 의 반전에 가깝다. 그리고 대부분의 먼치킨물은 주인공은 자신이 먼치킨인 걸 좋아하고 즐기지만 독자들이 긴장감이 없어 지루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펀맨은 정 반대로 주인공이 긴장감이 없어서 지루해 하는 반면 독자들이 좋아 한다. 그리고, 역지사지해서 괴인들의 입장으로 보면 원펀맨은 부조리 개그 그 자체다. 그런 부조리 또한 개그코드라서 취향에 맞는 독자들은 사이타마한테 삭제당하는 괴인들이 불쌍해서 응원해주는 경우도 많은 편.(나무위키 중)


문제는 사람들이 단순한 영화가 무조건 좋은 것인가 하고 오해한다는 겁니다. 단순해서 좋은 영화는 스토리가 단순하고 대신 질좋은 소재를 가지는 겁니다. 무조건 단순하다고 좋은게 아닌 거에요. 근데 좋은 소재는 무엇일까요? 그건 사람들이 "새롭다"라고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뭐가 새로울까요? 무조건 없던 것? 그렇지 않죠. 새로운 것은 언제나 맥락의 연장에서만 만들어집니다. 무맥락 신제품은 없습니다. 어차피 그런 제품은 시장에 나오더라도 사람들이 인식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새로운 걸 뜬금포라고 하죠. 맥락없이 던져지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엉뚱한 것인 거죠. 


그러므로 새로운 것은 언제나 맥락 위에서만 규정되는 겁니다. 제프쿤스의 풍선개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냥 좋은 작품이 아니라, 시대를 이끌어 가는 작품들의 맥락에 제프쿤스가 올라탄 걸로 봐야 한다는 거죠. 예전에 어떤 패션 잡지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복고풍을 해보겠다고 엄마가 있던 70년대 옷을 그대로 꺼내입으면 어색해진다. 겉으로 보기에 같은 스타일처럼 보이는 복고풍이더라도 같은 게 아니다." 여자들이 입는 배바지라도 70년대 것이나 2010년대 것이나 비전문가가 보면 같아 보이지만, 전문가가 보기엔 다릅니다. 자세히 보면 옷감이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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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는 호빵맨의 오마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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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주인공인 게 아니고 주인공이 악당인 것처럼 만든 영화


그럼 이러한 신소재는 어떻게 발견해야 할까요? 제프쿤스가 하는 방법을 봅시다. 그는 원래 풍자작가, 즉 키치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실 키치만 해서는 신소재가 나오질 않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다가 끝나는 거죠. 그런데, 키치를 하다보면 맥락 비틀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원래 맥락은 항상 여러가지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고정관념은 그러한 여러가지 가능성 중에 하나를 취해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키치 작가는 인간의 고정관념을 비웃고자 맥락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또는 어색하게 만들어보다가 우연히 좋은 걸 건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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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거나 하던 놈이 제프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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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에 머리핀으로 유행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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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한테 유행하던 건데, Scotty Dog Shape AGATHA Hair Pin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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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시 테리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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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대박. 무늬가 아니라 덩어리다. 무늬로 연출된 공간에 덩어리를 중심에 세웠다. 


원래 제프쿤스의 의도는 맥락비틀기였습니다. 고풍스러운 어른의 공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의 풍선을 가져다 놓은 거에요. 근데 거기서 뭔가를 발견합니다. 우리의 눈은 입자에 갑니다. 개만 보고 그 뒤에 배경을 잘 보지 않는 거죠. 그런데 당신의 두뇌는 이미 배경을 전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의식은 사물에 둡니다. 그러다가 배경이 바뀌면 "어?"하는 거죠. 뭔가 이상한데, 바뀐거 같은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상한 느낌이 드는 황혼녘에 바뀐것은 배경의 색입니다. 구름낀 하늘에 한 점 햇빛이 들어 특정 건물만 밝아지면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사물은 그대로인데 배경이 바뀐 겁니다. 심지어 당신이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눈을 떳으니깐 배경이, 맥락이 바뀐겁니다. 현재의 의식은 눈 앞의 사물에 가 있으니깐 기억이 날리가 없죠. 


하여간 이런게 제프쿤스만의 독창성은 아닙니다. 원래 작가들은 이렇게 합니다. 이거 모르고 페인팅이나 하고 있으면 망하는 겁니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을 비트는 방법은 이외에도 크기를 바꾼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프쿤스도 애용하는 방법이죠. 풍선이 원래 쪼만해야 하잖아요.


참신한 소재는 그게 참신해서 참신한게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인간의 인지 맥락에서 참신한 겁니다. 관계를 비틀어야 소재의 참신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뭔가 새로운 걸 만들려고 하면 일단 외부인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들이 속한 사회의 맥락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비웃어주세요. 그렇게 떼돈을 번 게 유태인 아닙니까. 고철 쓰레기 줍다가 금융업에 종사하게 된 거죠. 


제가 빵빵미가 가지는 의미를 몰라서, 어린이의 선택이 뭘 의미하는 지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어린이는 모든 게 새롭기 때문에, 즉 세상의 모든 전제를 새롭게 배우기 때문에 어린이의 선택은 언제나 '맥락'입니다. 그러니깐 사물을 보더라도 덩어리의 논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알고있는 전제, 맥락이 없으니깐 인간의 인지순서를 그대로 따르는 겁니다. 덩어리가 무늬보다 먼저 인지되거든요. 어린이는 새로 태어났으니깐 이 세계의 이방인이잖아요. 당연히 어른의 전제는 모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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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대유행. 석촌호수의 러버덕. 귀여운 게 핵심이 아니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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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미니어처 효과. 블러만 입혔을 뿐인데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인간은 포커스에 따른 블러 차이를 배경/사물 차이로 인식하는데, 인위적으로 블러를 주어 사물을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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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프쿤스가 키치하려다가 망한 거죠. 그나마 토끼를 붙여서 어린이 취향으로는 만들어놨네요. 그래서 더 망했지만. 제프쿤스가 뭔 생각이 있는 인간이 아니라니깐요. 풍선개는 이리저리 하다가 얻어걸린 거에요. 그가 배경과 사물의 개념을 정확히 모르는 게 이 물건을 보면 딱 티가 나잖아요. 


어린이 물건을 어른의 공간에 가져다 놓아 어린이 선택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겁니다. 무늬를 부정하고 덩어리를 긍정하는 게 풍선개입니다. 예술은 맥락과 맥락의 변화에서 나오는 거에요. 인간이 멍청해서 느끼고도 말하지 못하니깐 그것을 깨닫게 하는 게 예술인 거죠. 맥락을 바꾸면 없던 느낌이 튀어나옵니다.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5.31 (04:22:07)

단순함 : (능력과 상황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간단하게 함.

빈약함 :  (뭔가 있어보이려고) 한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부족함.

[레벨:2]말시인

2019.06.06 (17:39:08)

구조론에서 평소 강조하였던, 찌질하지 않은 우월한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들이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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