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야기
read 3651 vote 0 2003.06.29 (13:24:11)

[뇌급만방賴及萬方]
뇌급만방(賴及萬方)은 천자문의 한 구절이다. 『믿고 의지함(賴)이 만방에 미친다(及)』는 뜻이다. 여기서 이르다, 미치다, ~와, ~또의 뜻을 가진 급(及)의 원래 의미는 『사람을 뒤에서 따라가 잡는다』는 뜻이다. 어원은 영어의 capture와 같음을 알 수 있다.

급(及)은 『사람 인(人)+오른손 우(又)』이다. 사람의 등 뒤에서 다가가 오른손으로 붙잡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뇌급만방의 원래 의미는 『천하(萬方)가 다 왕에게 휘어잡혀(及) 의지한다(賴)』는 뜻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천자문의 온유한 해석과는 반대로 살벌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급(及)은 급(給)과 같은데 영어로는 capture, get, give, have와 같다. have CH로 변한 경우이다. 손으로 쥔다, 잡는다는 뜻에서 갖다(get), 가진다(have), 손에 쥐어 준다(give)는 등으로 다양하게 변했다.   

[미시기장靡恃己長]
미시기장(靡恃己長)은 『자신의 장점에 의지하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서 미(靡)는 『전혀 없다』로 해석되어 왔는데 실은 『매우 적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바른 해석은 『자신(己)의 장점(長)을 너무 믿지(恃)는 말라(靡)』는 뜻이다. 전통적 해석과 큰 차이는 없지만 전통적 해석은 지나친 자기부정으로 권력과 국가에 대한 의타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여기서 미(靡)는 영어의 minor, minute, mince, minimum, miner들과 연결되는데 원래의 의미는 『맷돌로 갈아낸 작은 가루』를 의미한다. 즉 『아주 조금』의 의미다. 곧 미미(微微)하다는 뜻이다.

[명사가 아닌 동사에 주목해야]
이상에서 보듯이 언어는 진화과정에서 본래의 뜻에서부터 두어단계 건너뛰며 의미가 달라지는데 모든 언어는 본래 동사에서 출발하므로, 특정 어휘가 동사였을 때의 본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면 잘못 알게 된다. 우리말과 영어와 한자어의 차이도 언어가 동사에서 명사 혹은 형용사로 변하는 과정에서 의미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잘못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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