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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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ahmoo
read 5270 vote 0 2009.06.14 (17:01:46)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충족된 느낌을 거듭 갖게 해야 한다. 뿌듯한 느낌, 흡족한 느낌, 만족스러운 느낌이다. 막힌 것이 뚫리거나 얽힌 것이 풀리거나 맺힌 것이 해체되었을 생기는 느낌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느낌을 풍부하게 갖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족된 느낌은 외부에서 무조건 제공해줄 수도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혼자 밑도 끝도 없이 홀연히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손바닥이 마주쳐 소리가 나듯 통하는 것이다. 내게서 시작한 동기가 다른 사람에게 가닿게 되었을 경험이 완성된다. 경험이 완성되었을 만족이 찾아온다.

 

아이가 자신의 시간들을 뿌듯한 느낌으로 채워갈 있게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있는 공간과 시간과 일을 주어야 한다. 온갖 비싸고 좋은 배움으로 채워버린 시간, 스스로 완수할 없는 일들, 하루가 채워지지 않은 다음 일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이다. 이래서는 진정 뿌듯한 느낌을 어떻게 가져보겠는가.

 

지금 우리나라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배우게 하려는 욕심에 눈이 멀었다. 유용한 중독이다. 그렇게 배경을 보면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자신감이 없어서 눈치보고 따라하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에서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의미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다수가 좋다고 하는 것을 추종한다. 그것을 아이에게도 그대로 물려준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 찾고 표현할 여유를 주어야 한다. 아무리 유용한 것이라도, 어떤 배워야 하는 것이라도 아무때나 억지로 주려고 하면, 나중이라도 그것을 스스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기회마저 빼앗게 되는 것이다. 관점을 바꾸기 전에는 여유를 내어주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은 경험을 완전하게 해주는 멋진 수단이다. 창의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답답하고 막힌 느낌을 넘어서 아슬아슬하고 가슴뛰는 순간을 지나 온전하고 뿌듯한 느낌, 시원하게 비워진 마음에 이르게 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떠먹이려 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감각으로 접촉하고, 스스로 이해에 도달하도록 허용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낼 있게 하는 편이 낫다.

 

창작이 좋다면 많은 엄마들은 당장 '창작'이라는 모토를 내건 학원을 찾을 것이다. 오해하지 것은 창작의 과정은 대부분 유용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직접적으로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다. 다양한 물질과 접촉하고 타인과의 다양한 관계의 국면에 맞서보면서 쓸데 없는 짓으로 보이는 충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 시간이 받쳐주지 않으면 창의가 나오지 않는다. 진기한 것이 솟아오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좋고 유용하고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로만 밥상을 차려 아이에게 떠먹이려는 폭력을 멈춰야 한다. 그보다는 아이의 마음으로 가만히 들어가 뿌듯한 느낌들이 찾아오는 순간을 관찰하고 함께 기뻐해주는 것으로 족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09.06.14 (17:41:49)

아무님 명강의 잘 들었습니다. 바탕소의 철학과 발전방향에 박수를 보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09.06.14 (19:57:18)

뽀송뽀송한 빨래를 걷는 느낌의 글입니다. 창작은 어떤 희열감이 아닐까... 만족감, 자신감, 충만감... 그래서 온통 감촉 투성이...^^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09.06.14 (20:36:58)

욕심에 눈먼 유용성 중독..... 그 착각  
삶에 대한 불안증에 벌벌 떨고 있는 자신부터 직시하고 부모 스스로의 성장과 건강한 자기 존중감의 회복이 우선일텐데.
결국 교육은 인간의 문제이며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수많은 부모들이 반복적으로 뻔한 거짓말에 속아넘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참삶

2009.06.14 (21:09:53)

인간본성의 바탕   '자존 아트' ^^emoticon
프로필 이미지 [레벨:30]ahmoo

2009.06.16 (16:44:47)

ㅎㅎㅎ 괜찮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1]연어

2009.06.22 (12:26:53)

다양한 관계의 국면에 맞서보면서 쓸데 없는 짓으로 보이는 충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말씀
일단 믿고 두 아들의 뻘짓으로 보이는 시간들을 멀찍이 이완된 마음으로 바라보겠습니다
ㅎㅎ
얼마 안가서 또 조급증이 나겠지만.. 어떤 경험이든 퍼즐처럼 다 쓰이는 곳이 있더라는 나의 인생 경험으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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