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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2]이금재.
read 4092 vote 0 2021.05.17 (15:42:01)

그래봤자 우리가 하는 건 분류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해야 하는 거지.


최근 일론 머스크의 잇단 삽질로 그가 밀고 있는 인공지능도 일정 후퇴할 걸로 예상할 수 있겠다. 내가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를 추종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글쎄, 나는 김동렬도 추종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 뒤에 깔린 인류의 진보성을 추종할 뿐이다. 미쳤냐? 왜 개인을 믿나? 인류를 믿고 진화를 믿고 방향을 믿는 거지. 이런 건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내 입으로 천재를 말하면 사람들은 내가 그를 추종하는 줄 안다. 환장하겠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이 우리가 밥먹고 사는데 도움을 준 것은 별로 없다. 구조론도 마찬가지다. 밥먹고 사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않더라. 괜히 건드렸다가 오히려 굶었다. 구조론에 심취하신 분들은 구조론 전파하려다가 사이비 취급 한 번씩은 당해봤을 거라고 본다. 종교라기 보다는 과학인데, 보통은 종교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신박한 종교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사이트에 기웃거린다. 


분명히 말하지만 SNS질 해서 자폭하는 일론머스크는 바보가 맞다. 근데 일정 부분 천재가 맞다. 나름 SNS질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새로운 지식에 준비가 안 된 인류에게 쫓기고 있다. 당신이 인류 앞에서 혁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보라. 한계에 봉착했고 다음 타이밍을 기다려야 하지만 기다릴 수 없다. 올라갈 수 있었지만 내려오려면 죽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잡스처럼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췌장암에 걸릴 수도 없고. 쉽지 않은 문제다. 


일론이 천재인 건 거의 빼박이다. 일론은 라이다를 줘도 안 쓴다고 했다. "어라? 이 사람 천재 맞네." 그 좋은 라이다를 왜 안 쓰겠는가? 하드웨어를 쓰는 순간 소프트웨어가 부정된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불완전하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ADAS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이거 가지고 무인택시를 운행한다는 것은 개소리다. 그래서 더욱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한다. 아직 문턱을 못 넘었다니깐? 근데 문턱을 넘을 기술은 가졌다니깐? 뭔가를 하게 하려면 오히려 못하게 해야 한다니깐? 물론 관점의 문제가 있다. 일단 차를 팔아야 하니 라이다라도 끼워서 대충 굴리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것은 정확히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이다. 물론 인공지능을 구성하는 것은 뉴럴넷 말고도 많은 기술이 있지만 대표적인 게 인공신경망이다. 현장에서 인공지능과 부대끼며 느낀 것은 신기술을 인간에게 설득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어렵게 만든 기술의 실질적 성과가 상당히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전세계 천재들이 다 몰려들어 만든 챗봇이 기껏해야 이루다라면 납득할 수 없잖은가? 


게시판의 어느 분 말마따나 인공신경망은 20여년 즈음에 한 번 사장됐던 기술이 맞다. 그 20년을 "인공지능겨울"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지능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한국 빼고 전인류가 흥분했던 때가 있다. 그래서 만든 것은? 별로 없다.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은 "퍼지"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그게 인공지능의 전신이다. 우리 집에도 인공지능 선풍기가 있었고, 지금도 오래된 인공지능 전자렌지가 잘 돌아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인공지능 기술이라는 것은 쓰레기다.


그럼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은 특별한 게 있는가? 그때 그 기술과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하드웨어 발달로 인공지능이 쓸만해진 것은 맞다. IT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GPT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챗봇이나 언어기반인공지능 기술의 밑바탕이 되는 "훈련기술"이다. 이거 한 번 훈련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150억쯤이다. 그리고 150억 들여서 나온 결과는? 그게 이루다이다. 혹은 구글 어시스턴트 정도? 이정도면 완전 창렬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냥 쓰레기네.


그런데 그 인공지능 기술 때문에 당신이 구글과 네이버를 쓰고 안드로이드 폰과 애플의 맥을 쓰고 있다면 생각을 좀 달리 해봐야 하는 거다. 괜히 안드로이드(인공지능로봇)가 아니고 애플이 컴퓨터로 "HELLO"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름 지을 때는 나름 생각이 있었다. 


그럼 인공지능이 뭔지 알아보자. 쫄지 말라. 어려운 수학 이야기 안 한다. 인공지능을 간단히 말하면 "정보를 분류하는 기술"이다. 우리는 알파고로 충격을 받아서 알파고가 대단한 생각이라도 할 것처럼 여기지만 실제로 뒷단의 알고리즘을 까보면 그냥 분류기술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어렵게 써두어서 대단해 보이는 거지, 알고나면 알고리즘이 별로 복잡하지도 않다. 그냥 미적분을 이해할 수 있다면 한번쯤 다뤄볼 만 한 정도다. 쉽다. 


그런데, 이게 졸라리 어렵다. 왜 어려운가? 새로운 기술이 인간에게 소위 "어렵다"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게 낯설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에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밥을 먹고 똥을 쌀 수 있는데 왜 구조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자 그럼 질문을 돌려보자. 왜 미적분의 설명은 저렇게 좃같은 거지? 누구나 고딩 때 미적분 전개를 보고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는가? 아니 천재들이 달라붙어서 기껏 설명한게 저거야? 뭔가 납득이 안 되잖아. 


구조론이 어렵게 보이는 게 맞다. 뭐 나도 다 알지는 못하겠더라. 아직도 질입힘운량을 어디다가 갖다 붙여야 하는지 헷갈린다. 외부에서 내부로의 연결인 건 알겠는데, 일일히 맞춰가며 물어보려니 그것도 좀 거시기 하고. 3박 4일 달라붙어서 내 생각을 하나하나 검증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건데,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그런데 우리가 어렵다고 하는 게 무엇인가? 그것을 이해하는게 구조론을 이해하는 것이다.


뭔가가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라서 그렇다. 가령 영화 인셉션을 두고 사람들은 명작이라면서도 그것이 어렵다고 한다. 결말이 모호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는데, 일단 이 말부터 틀렸다. 인셉션은 결말이 아니라 전제가 모호한 영화다. 인셉션만 그런게 아니다. 당신이 알고 있느 모든 모호한 결말 혹은 열린 결론은 죄다 틀린말이다. 왜 결론이 열려있냐고. 그딴 거 없다. 


그냥 전제가 열린 거다. 결론은 좁아지므로 인간이 쉽게 추론할 수 있다. 결론은 열리지 않는다. 무조건 닫힌다. "똥 마려워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은?" 이런 걸 두고 열렸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식은 땀을 흘리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라고 하면 열린 결말이 된다. 왜? 저자가 그 사람이 화장실에 간 원인을 쓰지 않았으니깐. 살인자에게 쫓겨서 화장실에 들어갔을 수도 있잖아. 인셉션의 구조가 정확히 이거다. 하나도 안 어렵네. 


근데 비평가들은 그게 어렵네 명작이네 하면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똥꼬를 말끔히 빨아대며 아는 척을 한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인셉션에서 가능한 세계관이니 어쩌니 하면서 길게도 써놓더라. 정작 그런 사람들이 극한직업을 까는 걸 보면 어이가 없는 거지. 너희들 정말 감독의 의도를 이해한 거 맞아? 인공지능도 이와 같다.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것은 언어가 이상한 것을 이해하는 것과 정확히 같다. 


언어는 무엇인가? 그것은 분류다. 분류는 중첩구조다. 이는 집합과는 다른 개념이다. 괜히 구조론에서 집합론과 원자론이 쓰레기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인간적으로 이것만 고민해도 구조론이 말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나? 첨에는 좀 어렵게 보이는 지 알겠는데, 왜 머리를 안 쓰냐고. 인공지능의 어려움은 사람들이 원자론과 집합론으로 만들어놓은 도구로 분류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근데 생각해봐라. 원자론과 집합론이 잘못된 언어인데 그게 실존할 리가 있겠나? 근데 사실 말이 틀린 거지 그것은 있다. 진화라는 말이 이상한 거지 진화는 있다. 언어의 주체에 관측자가 반영된게 잘못된 것이지 대상 자체는 이미 살아서 숨쉬고 있다. 언어의 주체를 잘 지정하는 것은 대상의 범위를 지정하는 것이다. 진화론이 틀린 이유는 진화의 주체를 잘못 정했기 때문이다. 왜 한쪽 사이드로만 보냐고.


저 개념들을 만든 사람도 뭔가를 보긴 했다. 근데 그걸 설명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 살짝 발을 담근 얘기를 해보자면, 코딩하는 사람들의 말이 어눌하길래, 난 코딩이라는 학문에는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보았다. 


애당초 학문 자체가 틀려먹은게 아닐까? 근데 아녔다. 의외로 구조적이더라. 객체지향만 하더라도 말이 객체지향이지 실제로는 구조지향이다. 구조지향언어라는 말이 따로 있지만 일단 넘어가자. 내가 그런 의도로 쓴 게 아니라니깐. 프로그래밍의 문제는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그게 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데 잘만 쓴다. 그래서 더 골때린다.


그렇다고 현재의 인공지능이 당장에 뭔 쓸모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아직 불완전한게 맞다. 그런데, 사실 이미 완전하다. 그것을 만들고 쓰는 사람이 깨닫지 못했을 뿐. 지금 유행하는 인공신경망도 20여년 전에 만들어졌다가 사장됐다가 어떤 집착 강한 미친 과학자가 되살려 낸 것이다. 캐나다의 힌튼이라는 놈인데, 대학교수라 굶어죽을 일이 없으니 남들 다 포기하고 욕먹는 학문을 끝까지 붙들었더라. 2000년대 초반에 석박사 할 때 지도교수 한테 인공지능 한다고 하면 미친놈 취급 받았다고. 


인공지능이 어디에 쓰이냐고?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프로그래밍이 뜨고 수많은 천재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테슬라가 뜨자 BMW와 벤츠는 단번에 똥차가 되었다. 누가 요새 아재처럼 벤츠를 타나? 솔직히 비트코인도 첨에는 뭔가 대단한 줄 알았잖아? 근데 비트코인의 실체가 벗겨지는데는 몇 년이 걸리지가 않았다. 비교적 쉬운 것이다. 근데 인공지능은 아직도 벗겨지지 않았다. 더 뻔한 기술인데도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재밌는 거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는 무쓸모다. 근데 쓸모가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으로 번 돈은 미미하다. 근데 요새 브랜드 이미지로 택시도 하고 은행도 하고 쇼핑몰도 하고 아주 안 하는 게 없더라. 한국 10대 기업 안에 들었다지. 다시 말한다. 인공지능은 분류하는 기술이다. 정보에는 차원이 있고 차원이 있으므로 분류가 가능하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미적분, 특히 편미분이 주구장창 등장하는 것이다. 모르면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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