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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환경의 지속적인 변화에 대응하라]
토론을 잘하고도 선거에 지는 경우는 많습니다. 문제는 토론 후 상대진영에서 토론 중의 특정 발언을 물고 늘어지며 흑색선전을 펴는 경우입니다. 이런 현상은 주로 선거 막판에 나타나는데 미국의 경우 선거브로커가 개입해서 작전 들어갑니다.

선거 초반에는 당연히 토론을 잘할수록 좋습니다. 처음에는 자기당 후보들과 경쟁합니다. 이념과 성향이 비슷한 경우 대부분 강경한 원칙주의자가 이깁니다. 원칙이 분명한데 말도 잘한다면 금상첨화지요.

문제는 선거전이 이어지면서 선거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선수가 2, 3명으로 압축되는데 숫자가 적을수록 토론실력보다는 이미지싸움이 됩니다. 또 막판에는 자기편끼리의 대결이 아니라 상대편과의 대결입니다.

한 술 더 떠서 막판에는 후보들 간의 대결이 아니라 상대진영 캠프와의 대결이 됩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최종적으로는 후보와 유권자의 대결이 된다는 점입니다.(이 부분에 밑줄 쫙) 상대편을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마음을 뺏어야 승리합니다.

이렇듯 선거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함에 따라 적절히 전술을 변경한 후보는 언제나 승리하였고 이회창처럼 한가지 전술을 고집한 후보는 언제나 패배해 왔습니다.


[부시와 고어의 대결에서 배워라]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부시는 초반에는 악랄한 공화당 매파의 노선을 견지하므로서 공화당 골수파에게는 상당한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자유주의적인 미국 유권자로부터 인심을 잃었기 때문에 부시는 예선용이고 본선에서는 토론전문가인 고어한테 만방으로 깨질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부시는 선거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본선에 와서 전술을 180도로 바꾸었습니다. 공화당 매파의 이미지를 버리고 '온정적 보수주의'라는 것을 들고나와서 인심좋은 자선사업가 행세를 했어요. 더욱이 전통적인 민주당의 정책을 대거 수용하여 이른바 '레이건파 민주당원'의 표를 잠식했습니다.(물론 당선 된 후에는 그 약속들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렸습니다.)

이 시점에서 고어는 어떻게 했습니까? 선거전 초반에 보여진 강경한 매파 부시를 잡는 전략을 세웠어요. 부시는 수구꼴통 공화당 원리주의자라서 안된다고 맹공격을 퍼부었지만데, 부시는 천연덕스럽게 온정적인 자유주의자 행세를 하며 피해나갔습니다.

결국 부시는 가면을 쓰고 적절히 전술을 변경시킨 셈이 되는데 우리식으로 하면 말바꾸기입니다. 왜 부시의 말바꾸기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을까요? 과연 유권자들이 부시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갔을까요? 천만에!

승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동표들입니다. 부동표들은 우리와는 선거를 보는 관점이 전혀 다릅니다. 이 점을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미국 유권자들은 부시의 변화를 유권자들에 대한 굴복으로 받아들입니다. 부시와 고어의 대결이 아니라, 부시와 유권자의 대결에서 부시가 유권자에게 항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여기고 표를 줍니다.

누가 승리하자여야 하는가? 언제나 유권자가 승리해야 합니다. 유권자가 시키는 명령을 잘 듣고 유권자에게 아부하는 정치인이 언제나 이겨왔습니다.

후보가 상대를 꺾는데만 열심이면 그것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자기자신이 무안을 당하고 패배한 느낌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패배시킨 그 후보를 찍지 않습니다. 자신을 망신 주었으니까요.

특히 사과를 해야할 타이밍에서 변명을 하거나 복잡한 논리를 전개해서 설득하려 하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가 감히 유권자에게 도전했다고 여깁니다.

"감히 나를 설득하려 들어?"
"감히 내한테 대들겠다는 거야. 시방?"

즉 유권자는 누가 주(主)이고 누가 종인지 주종관계를 파악하려 드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후보가 종이고 유권자가 주인이어야 합니다. 이건 절대적입니다.


[고어의 실패와 노무현의 곤란]
특히 종반전에는 토론이 토론으로 끝나지 않고, 각 캠프의 대변인들이 나서서 토론내용을 물고늘어지며 흑색선전을 펴는 2라운드가 전개됩니다. 후보는 토론에서 상대방이 약점잡힐 발언을 유도하는 것으로 역할을 끝내고, 각당 대변인들이 공세를 펴는 뒷풀이가 더 볼만한 싸움이 되는 것입니다.

앨 고어는 토론에서 이겼으나 트집을 잡혀 대변인싸움에서 깨진 것입니다. 가만이 생각해 보세요. 국민경선에서 토론을 잘한 노무현이 승리했습니다. 그 뒤 조중동이 어떻게 했지요? 경선과정에서의 발언내용을 트집잡아 이미지에 먹칠을 했습니다. 이른바 조중동의 프레임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조중동의 행태는 비판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후보는 당연히 이러한 역풍에 대비를 해야합니다. 그 방법은 적절히 전술을 변경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국민경선 후 몇 개월간 선거전이 중단되어서 노후보가 전술변경을 할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정몽준과 이회창이 TV토론을 거부해서 노후보의 변화된 전술을 알리지 못했지요.

미국의 고어는 왜 전술변경에 실패했을까요? 고어는 클린턴 밑에서 부통령을 하면서 너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갑자기 이미지변화를 줄 수가 없었습니다. 막판에는 이미지변화를 한답시고 부인과 열정적인 키스도 하기는 했는데 너무 늦었던 거죠.


[유권자의 마음을 빼앗아라!]
지지자들은 똑똑한 사람을 뽑으려 하지만, 부동표들은 고분고분한 사람을 선택합니다. 이런 현상은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심해집니다. 그러므로 초반의 전략과, 중반의 전략, 종반의 전략을 구분해서 적절히 전술을 변경해야 합니다.

■ 초반의 전략 - 강경하게 원칙을 견지한다.
■ 중반의 전략 - 대안을 제시하고 끈질기게 설득한다.
■ 종반의 전략 - 상대방의 정책까지 포용하고 동정심을 자극한다.

어떤 경우에도 토론은 상대후보와의 싸움이 아니라 유권자와의 싸움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종 승리자는 언제나 유권자여야 합니다. 토론자는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져주기 위해 싸우는 것이어야 합니다.

부시는 초반의 강경한 이미지를 버리고 유권자에게 아부해서 이겼고 고어는 유권자를 설득하려다가 감히 유권자에게 대든다는 인상을 주어서 졌습니다. 져주므로서 유권자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상황진전 예측]
11월 28일 - 이번 선거는 반집승부로 간다. 아슬아슬.
12월 1일 - 어? 예상 외로 노무현이 앞서 나가네? 한숨 돌렸군. 안심
12월 3일 - 권영길 저양반 초를 칠거 같네. 이거 큰일이다. 아슬아슬.
12월 4일 - 권영길아저씨 그런대로 해줬네. 됐어! 안심.
12월 5일 - 어? 권영길 이사람 오바가 넘 심한거 아녀? 아슬아슬.
12월 6일 - 정몽준이 가세해 주는군. 한번 믿어볼께. 안심
12월 7일 - 마! 몽준이 너 도움이 안되잖아. 아슬아슬.
12월 8일 - 꿩대신 몽이라고 아쉬운 따나 그래도 없는거 보단 낫네. 안심

아슬아슬-> 안심-> 아슬아슬-> 안심-> 아슬아슬->

선거날 까지 계속 이렇게 피를 바짝바짝 말릴거 같습니다. 안심하지 마세요. 긴장합시다. 겨울방학 곤충채집 숙제로 개미 45마리 배짱이 38마리 잡아오라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너무 하지 않습니까? 이 추운 겨울에 어디가서 배짱이를 잡는다는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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