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승부는 3라운드다 인생의 승부는 세 번 일어난다. 소년의 승부가 개인전이라면, 청년의 승부는 단체전이고 장년의 승부는 세력전이다. 싸움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관우와 여포가 일대일로 개인의 기량을 겨루는 개인전이다. 둘째는 무리를 모으고 리더에게 힘을 몰아주면서 조직력으로 이기는 단체전이다. 유방이 항우를 이기듯이 큰 세력을 이루는 쪽이 이긴다. 셋째는 먼저 와서 지리적인 잇점을 차지하는 쪽이 이기는 세력전이다. 한신이 해하전투에서 양익포위전술로 항우를 해치운 것과 같다. ◎ 개인전 - 소년은 항우의 개인기로 승부한다. ◎ 단체전 - 청년은 유방의 조직력으로 승부한다. ◎ 세력전 - 장년은 한신의 포위전략으로 승부한다. 소년의 개인기는 쉽게 비교판단이 된다. 힘이 세고 발이 빠르면 장수의 재목이다. 무술실력을 겸비하면 더욱 좋다. 청년의 조직력은 로마군처럼 편제가 강해야 한다.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장교의 비중이 크다. 장년의 세력전은 지리적인 잇점을 활용하고 외교력을 구사해야 한다. 개인전이나 단체전은 전력대로 승부가 난다. 강한 쪽이 약한 쪽을 이긴다. 그러나 세력전은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므로 전력 외의 요소에서 승부가 갈린다. 제갈량이 동남풍을 부르는 것과 같다. 전략은 간단히 선수를 치면 이긴다는 거다. 먼저 공격하면 이긴다. 그러나 이에 먼저 대비하여 미리 매복하면 이긴다. 적의 매복을 예측하고 먼저 야습을 감행하면 이긴다. 적의 야습에 대비하여 본진을 비우고 외곽을 포위하면 이긴다. 먼저가 있지만 그 먼저의 먼저가 있고 그 먼저의 먼저의 먼저가 있다. 먼저라고 믿었는데 낚여 있기 다반사다. 조심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평소실력대로 간다. 평소에 외교를 잘해둬야 외부세력을 동원할 수 있다. 노무현이 386을 동원하듯이. 한비자의 세, 법, 술과 같다. 술은 항우의 용맹과 같은 개인능력이다. 법은 로마군과 같은 잘 짜여진 편제다. 세는 사건의 기승전결 흐름을 타고 간다. 여러번에 걸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그때그때의 판단이 연결되어 큰 흐름을 만든다. 세가 법을 이기고 법이 술을 이긴다. 구조론은 한 마디로 세를 익히는 것이다. 세의 요체는 선공에 있다. 선공하여 선점한 후 버티면 이긴다. 그러나 현실은 선점하다가 뒤통수 맞기 다반사다. 이인제의 대세론 선점전략이 노무현의 기습에 망하는 이치다. 그래서 다들 눈치보며 망설일 때 조조가 중앙을 먹었다. 원소와 원술이 뒷통수치기에 나섰지만 늦었다. 문재인의 선점후 버티기가 먹힐지 두고봐야 하지만 진짜 고수는 바둑을 두어도 흑을 쥐고 선제공격한다. 재래의 순장바둑은 미리 17점을 깔아놓고 시작한다. 축구경기는 미리 선수를 11명으로 정해놓고 시합을 한다. 우리는 그 ‘미리 깔아놓은 것’이 원래 그렇게 되어 있다고 믿고 탐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얻어야 할 세는 그 미리 깔아놓는 부분에 조치하는 것이다. 미리 지형을 정찰하고 스파이를 심고 매복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에너지와 물질과 공간과 시간과 정보는 원래부터 그냥 있는 것이라 여기고 탐구하지 않았다. 스스로 사유에 제한을 걸어놓은 것이다. 틀렸다. 공간도 시간도 크기도 위치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진짜 승부는 그 미리 깔아놓는 에너지, 물질, 공간, 시간, 정보에서 난다. ◎ 전략의 요체 –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싸운다. 장소와 타이밍과 방법은 미리 깔아놓아야 한다. 낚시를 하기 전에 미리 떡밥을 던져놓아야 하는 이치다. 그런데 소년과 청년의 승부는 선제대응이 허용되지 않는다. 소년은 공정하게 승부해야 한다. 사전조치들은 반칙이거나 컨닝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력전의 선점하기, 깔아놓기에 대해 사유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이순신 장군은 자신이 원하는 장소인 명량에서 싸웠다. 선조가 부산포 앞으로 가서 싸우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원균은 선조의 질책이 두려워 무리하게 전진했다가 패망하고 말았다. 소년과 청년의 정정당당한 승부는 연습게임이고 인생의 진짜 승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총력전이므로 이순신의 방법을 써야 한다. 전통적인 순장바둑처럼 미리 17점 깔아놓고 공정하게 싸우는 정정당당 게임에만 익숙해 있으면 내가 원하는 장소와 내가 원하는 타이밍과 내가 원하는 방식을 쓸 생각을 못한다. 상부구조를 요리할 생각을 못한다.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인생은 3라운드 경기다. 우리가 인생에서 처음 목격하는 1라운드는 개인전이다. 어린이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정해져 있다. 엄마와 아빠가 정해져 있고 형과 동생이 정해져 있다. 봉건사회라면 양반과 상놈으로 신분이 정해져 있다. 개인을 비교하여 너는 상놈, 나는 양반 하는 식으로 구분하여 승패를 정한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1라운드로 보면 세상은 산과 강과 하늘과 땅과 바람과 물로 제각기 역할이 정해져 있다. 2라운드의 단체전은 다르다. 물질은 수소와 산소와 탄소 등으로 결합하여 덩어리가 큰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이 시합은 몰아줘야 할 때 몰아주면 이긴다. 바둑의 중반 전투와 같아서 큰 덩어리를 만들어 상대편 대마를 잡으면 이긴다. 좋은 리더를 뽑고 리더를 중심으로 단결하면 이긴다. 축구는 공격수에게 연결하면 이기고, 야구는 홈런치면 이기고, 농구는 센터에게 공을 올려주면 이긴다. 일본은 오타니에게 9이닝을 몰아주지 않고 승리를 노리모토와 나눠먹으려다가 졌다. 3라운드는 전략의 싸움이다. 전략은 자신이 가진 자원을 쓰는게 아니라 자신에게 없는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천시와 지리와 외교를 써야 한다. 이는 전장 바깥인 외부의 자원들이다. 3라운드는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신분도 계급도 바꿀 수 있다. 지금은 누구든 70억 인류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스마트 시대다. 성별도 넘고 인종도 넘고 국경도 넘어야 한다. 강자도 없고 약자도 없다. 적도 없고 아군도 없다. 적을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아군의 약점을 만들어야 한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이어간다. 1라운드는 강자가 이기고, 2라운드는 단결하면 이기지만, 3라운드는 마지막에 적보다 반 보 빠르면 이긴다. 적의 대응을 예측하고 대비하면 이긴다. 그 방법은 기승전결로 이어가면서 적절히 안배하고 조치하는 것이다. 미리 밑밥을 던지고, 매복하고, 스파이를 심어 긴밀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우리는 3라운드가 훈련되어 있지 않다. 그동안 포석 없이 바둑을 두어 왔다. 스마트 시대에 맞게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교정이 필요하다. 항우와 유방의 해하전투나 한니발과 로마군이 대결한 칸나이 전투라면 포진단계에서 승부가 결정된다. 전략은 싸우기 전에 승부가 결정된다. 자리를 잘 잡는 쪽이 무조건 이긴다. 그런데 좋은 자리 찾다가 역으로 낚인다. 포위하면 이기는데 포위하려다가 역포위된다. 뭉치면 이기는게 싸움이지만 뭉치면 포위되어 몰살된다. 이것이 전략의 싸움이다. 이 세계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거기에 맞춰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순장바둑에서 현대식 바둑으로 룰이 바뀌었으면 모든 것이 다 바뀌어야 한다.
구조론의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말하면 술은 세번째 힘, 법은 두번째 입자, 세는 첫번째 질입니다. 질이 입자를 이기고, 입자가 힘을 이깁니다. 우리는 강함으로 약함을 이기는 입자와 힘의 승부를 훈련했을 뿐,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질의 승부를 훈련하지 않았습니다. 질의 승부는 장기전입니다. 첫 게임을 져주고 두 번째 게임을 잡습니다. 세번째는 먼저 서울을 장악하고 버티기로 이깁니다. 기승전결의 흐름에 맞게 각 단계의 조치로 이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