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들은 콩나물 대가리 몇 개를 진열해 놓고 저작권료를 따박따박 챙겨받는다. 가사는 중요하지 않다. 콩나물 대가리가 중요하다. 음악의 본질은 그곳에 있다. 그렇다면 그림은? 이미지는? 디즈니의 활기찬 그림체는 버스터 키튼의 20년대 무성영화에서 나온 것이다. 동작 하나하나를 베꼈다. 물론 무성영화를 버스터 키튼이 혼자 만든 것은 아니다. 버스터 키튼이 찰리 채플린을 능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찰리 채플린의 풍성한 이야기보다 버스터 기튼의 무표정이 훨씬 더 위대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채기 시작했다는게 문제다. 어떻게 알았지? 나만 아는 건데? 그게 구조론인데? AFI 선정 100대 영화에 97년에는 버스터 키튼이 없었지만 2007년에는 제너럴이 18위에 들어가 있다. 엥?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특이동작을 완벽하게 구현한 사람은 버스터 키튼이다. 디즈니 만화 특유의 동작들이 있다. A 방향으로 가기 전에 그 반대 방향으로 몸을 활처럼 굽혔다가 탄력을 이용하여 쏜다. 버스터 키튼이 단편영화에서 경찰에게 쫓길 때 하는 동작이다. 아!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동작 하나하나에도 숨은 저작권이 있구나. 버스터 키튼이 저작권을 행사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가지고 감동이니 재미니 주제의식이니 교훈이니 네러티브니 플롯이니 한다. 개뼉다구 같은 소리다. 이미지의 본질은 구조다.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은 솔직히 웃기지도 않았고 흥행도 망했다. 그는 학교를 반나절 다녔는데 너무 웃겨서 추방되었다. 3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약장수 코미디를 했으니 말이다. 채플린의 만류에도 MGM사와 노예계약을 하고 20년을 허송세월했는데 그게 다 못 배운 탓이다. 김기덕을 연상시킨다. 영화는 뭐다? 이미지다. 이미지는 뭐다? 공간친밀이다. 공간의 구조 속으로 파고들어 간다. 거기에 무엇이 있다? 무게중심이 있다. 밸런스의 복원력이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거기에 반응한다.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은 감동도 없고, 교훈도 없고, 재미도 없고, 잘 웃기지도 않지만 영화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버스터 키튼은 웃지 않는다. 중심은 웃지 않는 거다. 반응은 주변부에서 일어난다. 제너럴이 망하고 30년 후에 재개봉했을 때 관객들이 웃었다. 버스터 키튼은 말했다. 그 웃음소리는 30년 전에 들렸어야 했다고. 틀렸다. 배우가 웃지 않는데 관객이 웃겠냐? 찰리 채플린이 백배 웃기다. 코미디로는 모던 타임즈가 최고다. 버스터 키튼의 영화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보여주지 말고 아는 사람끼리만 숨어서 돌려보는 영화여야 한다. 솔직히 니들이 뭘 아냐? 제너럴은 재미가 없어서 망했다. 감동도 교훈도 없지만 영화의 본질이 있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제너럴을 이해 못 했다고 생각한다. 이해는 안 되지만 뭔가 있을 때 사람들이 잘하는 짓은 상을 주는 것이다. 버스터 키튼은 뒤늦게 공로상을 받았다. 공간의 구조와 밸런스가 있다. 그 안에는 에너지가 있다. 아는 사람들은 조용히 베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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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의 본질은 재현이다. 흉내내기다. 쉬운 방법은 했던 짓을 반복하는 것이다. 채플린은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는데 버스터 키튼은 반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웃기지 않는다. 그의 무표정과 같다. 배우가 웃지 않으면 관객도 웃지 않는다. 시트콤은 인공적으로 웃음소리를 삽입하는 방법을 쓴다. 성룡은 버스터 키튼의 동작을 슬로비디오로 반복한다. 버스터 키튼이 폭소를 주지 않지만 미소를 준다. 가벼운 웃음 대신 깊은 여운을 주는 것이다.
제리는 도망치고 톰은 추적한다. 도둑은 도망치고 경찰은 추적한다. 무성영화는 대사가 없기 때문에 관객이 잠들게 된다. 관객을 깨어있게 하려면 과장된 동작을 해야 한다. 버스터 키튼은 약장수 코미디를 하던 아버지에 의해 무수히 무대밖으로서 던져져서 낙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둑이 경찰에 쫓기다가 급격하게 방향을 틀때 무게중심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고 있었다. 톰과 제리는 20년대 무성영화에 무수히 반복된 도둑과 경찰 장면을 베낀 것이다.
다 볼 수 없으니, 기가막힌 장면만 추천(대포 쏘는 3분 내외)
https://youtu.be/d8ntQl055jI?t=1171
김기덕이 그러던데, 자기가 프랑스 있을 때, 프랑스어를 몰라서 화면만 봤다고. 그래서 영화는 대사가 아니라 장면이 중요하다고. 이 관점으로 김기덕 영화를 해석하면 정확. 내래이션을 못 하므로 공간을 주무를 수밖에. 공간을 주무른다는 것은 어떤 두 선의 교차, 간격의 조절, 뭐 이런 걸로 제3의 어색하지만 말이 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어떤 맞물린 둘과 둘을 아우르는 제3의 축으로 재미를 유발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