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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656 vote 0 2018.09.02 (21:56:02)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옛날 영화 중에 '콰이강의 다리'라는 영화가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영화다. 휘파람으로 연주되는 보기대령 행진곡이 유명하다. 바보 영국장교가 조국을 배신하고 태국과 버마를 연결하는 일본인의 다리공사에 협력한다는 이야기다. 보나마나 원작은 영국까인 프랑스 작가의 이야기다. 


    영국 하면 고지식하고 고집이 세고 불독같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과연 영화에는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고 고집 세고 멍청한 영국 장교가 등장한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이 영화를 싫어한다고. 심지어 그래서 고소까지 했다는데. 이 영화에서 음미할 부분은 영국과 일본의 미학에 대한 것이다.


    영화는 죽음의 미학을 내세우며 일본의 무사도를 강조하는 사이토 대령과 고지식한 미학을 주장하며 영국신사를 강조하는 니콜슨 대령의 심리적 대결을 그리고 있다. 잔인한 일본인이 더 비열하냐 공무원 마인드의 영국인이 더 멍청하냐를 겨루고 있다. 둘 다 멍청한데 미국인은 얍삽하다.


    미국인으로 설정된 특공대원은 사병인데 장교라고 거짓말이나 하고 간호사와 연애질이나 하려들고 하는 짓이 미국스럽게 얄밉다. 국민성의 비교가 재미지다. 실제로 영국인의 멍청함과 관련한 이야기는 꽤 많다. 영국군은 늘 전쟁에 졌다. 해전은 몰라도 육전은 심지어 보어인에게도 졌다. 


    네팔의 구르카 병사들에게는 당연히 졌고, 창을 던지는 아프리카의 줄루족에게도 졌다. 패전한 이유는 고지식해서다. 줄루족에게 연발총으로 무장한 영국병사 800명이 전멸할 때는 탄약 담당 하사관이 병사들이 줄을 안 서면 탄약을 나눠주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전멸하는 식이다. 


    영국군이 가장 어리석게 패배한 전쟁 중의 하나는 크림전쟁 때 러시아군과 싸워서 700명의 경기병이 전멸한 발라클라바 전투다. 문제는 명령서를 잘못 읽어서 진 거다. 남북전쟁 때 남군을 지휘한 리장군도 영국군 전통의 고지식한 장군인데 역시 명령서를 잘못 전달하여 멸망한 경우다.


    '반드시 고지를 점령하라'고 써야 할 것을 '가능하면 고지를 점령하기 바라네' 하고 영국신사 문체로 점잖게 썼기 때문에 캐티스버그에서 패배한 것이다. 발라클라바 전투는 TO 부정사를 잘못 쓰고 점을 잘못 찍어서 사단이 났다. 문제는 잘못임을 알면서도 고지식하게 돌격하는 병사들이다. 


    더 한심한 것은 참패가 마치 미담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랑하는 영국인의 허세다. 그 허세의 절정은 아문센과 스코트의 남극정복 대결에서 일어났다. 영국인은 보어전쟁에서의 참패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왜? 숫자로 밀면 되니까. 2만 받고 50만. 밀어버려. 그래도 안 되니 비열해졌다. 


    최초의 대규모 양민학살은 보어전쟁에서 일어났다. 실력으로 안되니까 양민학살로 해결한 것이다. 십만의 보어인 민간인을 울타리에 가두고 굶겨죽였다. 마찬가지로 영국인들은 발라클라바에서의 어리석은 기병돌격을 거꾸로 미담으로 승화시켰다. 그 절정이 저급한 스코트 거짓말이다. 


    영국인은 진정으로 남극을 밟은 사람은 자랑스러운 애국장교 귀족 스코트이며 아문센은 소인배가 교활한 방법으로 이겼으니 무효라고 떠들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누구도 스코트의 허세를 인정하지 않는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문센과 스코트라고 항상 둘을 동급으로 대우했다.


    그것도 근래의 것이고 한동안은 마치 스코트가 남극을 정복한 것처럼 떠들었다고.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고 영국만. 지금은 어디서든 아문센만 인정하고 있다. 어리석은 무개념 상무정신 감투정신 용맹정진 무대뽀 카미카제 이런거 안쳐주는 세상이다. 왜 영국인은 늘 바보짓을 하는가?


    왜 영국인은 지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으면서 똥고집을 피우는 것일까? 최악은 처칠이다. 괜히 똥고집을 피워서 벵갈지역 인도인 300만을 굶겨죽였다. 혹시 일본군이 그쪽으로 들어올지도 모른다며 청야작전을 펼쳐 식량을 없애버린 것이다. 문제는 영국의 많은 빌어먹을 공무원들이었다.


    그들은 바보 니콜슨 대령처럼 묵묵히 공무원짓을 했다. 온 영국이 합심하여 인도인을 굶겨죽인 것이다. 왜 영국은 항상 이렇게 멍청할까? 다 이유가 있다. 인도병이다. 인도라는 국가는 없었다. 무굴제국이라고 하나 작은 지역을 통치했을 뿐이다. 인도는 라자라 불리는 토호국들이 있었다. 


    인도는 너무나 다양하다. 도무지 대화가 안 되는 것이다. 인도인들이 얼마나 꽉 막혔는가 하면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홍수에도 어떤 사람이 보트를 띄워 많은 사람을 구했는데 브라만 계급 출신들이 구조를 거부한 것이다. 계급이 낮은 자의 보트를 탈 수 없다고. 그래서 구해주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자 그들이 구조요청을 했다. 구조대가 가서 물어봤다. 니들 아까는 구조를 거부했잖아. 그러자 브라만 계급이 한다는 소리가 '손을 잡지 않고 구조해주면 되잖아.' 이런 식이다. 구조는 받겠지만 천한 것들 손을 잡을 수는 없다네. 이런 쳐죽일 브라만 놈들 같으니라고. 어휴!


    이런 꽉 막힌 인도인들을 상대하려면 철저하게 공무원 방식으로 밀어야 한다. 융통성을 부여하면 인도인들이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할 것이고 그 경우 영국은 수렁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너무나 다양하고 너무나 복잡하고 너무나 이해할 수 없는 인도인들을 다스리려면 공무원 방식뿐이다.


    융통성을 인정하면 절대 인도인의 잔머리를 이길 수 없다. 언제나 거짓말을 하고 핑계를 대는 인도인의 꼼수를 어떻게 이겨? 꽉 막힌 인도인을 해결하는 방법은 한 술을 더 떠서 더 고지식한 영국의 원칙주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작가는 영국정신을 마음껏 비웃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프랑스인은 잘났는가? 천만에. 영국인이 인도를 식민지 지배 하면서 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면 프랑스인의 매뉴얼도 역시 나폴레옹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일본인은? 일본인은 러일전쟁의 성공사례에 취해 있다. 여전히 일본인들은 러일전쟁 때의 낡은 매뉴얼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 그걸로 성공했거든. 그렇다면 영국인은 왜? 먹혔거든.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영국매뉴얼로 인도를 지배하는데 성공했거든. 인간은 원래 한 번 크게 성공하면 거기서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를 못한다. 프랑스병은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어졌고 러시아병은 피터대제 시대에 고착되었다. 


    스탈린이나 푸틴이나 피터대제의 매뉴얼을 돌리고 있다. 본질은 같다. 중국병은 강희제 때 못박혔고 일본병은 러일전쟁 때 고정되었다. 영국병은 인도를 지배하면서 결정되었다. 아직도 그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베충들은 박정희 시대에 딱 고정되어 있다. 해외로 이민간 교포들도 같다.


    이민가던 시대에 시계바늘이 멈추어져 있다. 한국문화는 발전했는데 그들은 70년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인은? 원래 자기들이 정복하려는 대상을 역설적으로 닮는다. 일본인들이 조선을 지배하면서 보니까 기도 안 차는 것이었다. 어느 일본인 교사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조선인 제자들아. 너희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네.' 그러자 조선인 제자들이 말했다. '나는 양반인데 어찌 상놈의 기술을 배운다는 말인가? 나는 철학자가 아니면 문학가가 될 테야. 예술가도 나쁘지 않지.' 기술을 배우겠다는 조선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일본인들은 그런 조선인들에게 반발했다. 일본의 장인정신을 모르다니. 약 오른 그들은 자기네가 비교우위에 있다고 믿는 장인정신을 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일본의 한계를 규정한다. 그들은 장인정신 운운하며 600년 전에 하던 일을 아직도 하고 있다. 조금의 변화도 없이 말이다.


    멍청한 짓이다. 그런 멍청한 일본인의 보수꼴통정신을 찬양하며 따라배우겠다는 박정희병 환자들이 아직도 많다. 남의 실패를 배우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한국 매뉴얼은 언제로 고착되었는가? 없다. 한국인들은 일단 매뉴얼이 없다. 그것은 성공을 해야만 만들어진다.


    한국인들은 성공해본 적이 없다. 박정희 매뉴얼로 어떻게 해보려는 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망했다. 한국 매뉴얼은 어쩌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만들어지면 그걸로 백 년을 가는 거다. 뭐 이런건 옛날 이야기다. 요즘은 영화에도 민족성 비교놀이 이런거 안 먹힌다. 


   그때 그 시절의 철고집 니콜슨이 왕년의 철고집 멍청이 대처로 환생했음은 물론이다. 그들은 멍청하게 EU를 탈되했는데. 그 멍청이 대처를 찬양하는 바보가 한국에도 조중동이라고 있는데. 하여간 멍청한건 약이 없다. 한 번 걸리면 그 병이 기본 백 년을 간다. 중국의 강희제병은 300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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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1]슈에

2018.09.04 (09:04:58)

대한민국은 박정희 메뉴얼로 만들어졌다고 우기는 꼴통들이 있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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