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두 마리도 신난 영화제... 바로 여기랍니다
우리는 자연스레 동물 얘기로 흘러갔다. 자리에는 길고양이 다큐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조은성 감독도 있었는데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한국 길고양이들과 달리 일본, 대만 고양이들은 사람을 잘 따른다고 했다.
내 기억 속 다른 나라 길고양이들도 그랬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대놓고 남의 집에 들어가서 먹을 것을 얻어먹고 나오기도 한다. 반대로 무슬림이 많은 그곳에서 개는 천대를 받는다. 국제관광도시라고 할 수 있는 터키 수도 이스탄불, 골목길 한복판에서 고양이 무리들이 쪼르르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보거나, 가게 주인집이 키우는 고양이마냥 당당한 자태로 가게 앞을 지키는 냥이들이 귀엽기도 하고, 그 풍경이 낯설어서 사진을 꽤 남겼다. 터키 사람들도 대부분 무슬림인데도 불구하고 개들이 길거리에서, 대학교 계단에서, 세 마리가 같이 모여서 잠을 자도 누구 하나 건드리지 않는다.
사람처럼 놀았던 개들의 하루
"셋 다 고아네?"
구름이, 호두 소개를 끝내자 사람이네는 말했다. 구름이 호두, 사람이는 모두 입양 출신이었다. 키우던 고양이를 하늘나라로 보낸 후 허전함을 느낀 사람이네는 개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다. 전북 김제에 있는 유기견 센터에서는 사람이가 너무 명랑하고 밝아서 강력 추천했다고 한다. 가족인지 친구인지 산에 서너 마리가 돌아다녔는데 한 마리가 유독 보호소 근처에 자주 찾아와서 개들이 많아서 쫓아버렸는데 계속 왔던 개, 사람 손을 탔던 것일까? 당시 태어난 지 6개월 정도, 사람이는 아직 1살이 안 되었다.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
구름아 호두야. 너희를 만난건 너희만 만난 게 아니라 길에서, 보호센터에서, 애견샵에서, 번식공장에서, 동물원에서, 투견장에서, 주인없이 오랫동안 혼자 집에서, 짧은 줄에 평생 묶여있는 시골에서, 모란시장에서, 죽어서야 자유를 누리는 가축동물... 등등 고통받는 다른 동물들의 세계까지도 함께 온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나의 좁은 시야를 넓혀주고 성장하게 해줘서 고마워. 우리 다른 동물 친구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뭐라도 해보자.
표정이 아주 씩씩하고 활기찬 것이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