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513 vote 0 2019.06.17 (18:45:36)

 

   홍콩으로부터의 혁명 조짐


    한국인은 생각나면 말한다. 일본인은 혼네와 다테마에를 두고 돌려서 말한다. 중국인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중국인은 말하지 않으므로 상대의 본심을 알 수 없다. 중국인들이 아무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안스카이는 일부 중국인의 지지를 받아 중화제국 초대황제가 되었다.


    "당시 중국의 언론은 모두 위안스카이의 권력을 두려워하여 군주제를 찬성했는데..." [나무위키]


    권력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원래 그들은 말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위안스카이가 황제가 되자 중국인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갑자기 말문이 터졌다. 왜? 중국인들은 위안스카이와 북양군벌의 실세였던 돤치루이 사이에 작은 틈을 발견한 것이다. 중화제국은 순식간에 토벌되었다.


    자신이 중국 인민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착각했던 위안스카이는 쪽팔려서 죽었다.


    "1898년엔 황제를 배신했고, 1911년엔 제국을 배신했으며, 1916년엔 공화국을 배신한 중국 역사상 최악의 배신자." - 레지널드 존스턴


    ..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이 정도는 약과다. 중국사에는 위안스카이보다 많은 배신을 한 인물이 널려 있다. 그중에 군벌 스여우싼의 10여 차례 배신이 화려하다. 왜 중국인들은 밥 먹듯이 배신을 할까?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먼저 실수를 하면 응징하는 형태로만 움직인다.


    당시 민국파와 제국파는 모두 잘 나가던 일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위안스카이에 쫓겨 일본으로 도망간 손문이나 일본에 굴욕의 21개조 합의를 한 위안스카이나 다들 일본과 손을 잡으려고 했고 상대방이 일본과 손잡은 게 명백해지자 토벌한 것이다.


    나는 일본과 손을 잡고 싶지만 반대파가 일본과 손을 잡는 행동은 절대 못 받아들인다는 이중행동이다. 일본의 힘을 이용하면 손쉽게 권력을 잡을 수 있지만 동시에 상대방에게 명분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후 일본 쪽에 붙은 만주군벌은 모두 토벌되었다. 모택동은 영리했다.


    일본의 힘을 이용해서 장개석을 토벌한 것이다. 일본과 싸우지 않는 장개석을 매우 다그치면서 일본과 항전하자고 주장하면서 일본과 싸우지 않는 전술이다. 그러다가 실수로 한 번 일본과 크게 싸우는 바람에 감춰둔 실력이 들통나서 일본군에게 오지게 털렸음은 물론이다.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을 하지 않는다. 중국의 많은 언론사 중 하나도 위안스카이의 황제즉위를 반대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 헷갈려서 집권한 사람이 선통제 푸이다. 신해혁명 이후 황제에서 물러나 자금성에서 편안하게 잘살고 있었는데 뜻밖에 위안스카이가 황제가 된 것이다.


    그러더니 곧 쫓겨나는 것이었다. 헷갈렸다. 인민들은 모두 푸이가 황제가 되기를 바라고 있구나 하고 착각해서 부하 장쉰이 아무것도 모르는 푸이를 복위시켰다. 며칠 후 푸이는 토벌되었고 장쉰은 수년 후에 쪽팔려서 죽었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중국에서 거듭 일어날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기회를 노리다가 상대가 실수하면 응징 들어가는 게 중국인의 방법이다. 왜 시진핑은 독재를 하고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공산당 중에 아무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13억 중국인 중에 직언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눈치 보지 말고 말해야 산다.


    한국의 촛불이 홍콩의 혁명으로 옮겨붙었다. 그들이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걸핏하면 배신하는 이유는 말하지 않기 때문에 헷갈려서 그런 것이다. 장개석은 배신의 달인 스여우싼을 여러 번 용서했는데 그때마다 스여우싼은 배신했다. 장개석의 패인이 그렇다.


    장개석 본인이 정면으로 말하지 않고 살살 달래며 군량미를 준다는 둥 흥정하려고만 하니 눈치를 보다가 헷갈려서 말이 분명한 모택동 편에 붙었는데 타이밍이 묘해서 우연히 모든 군벌이 일제히 모택동 편에 붙은 결과로 된 것이다. 중국인들은 원래 한 쪽에 몰표주지 않는데.


    문화혁명도 그렇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다. 4인방은 말하지 않았다. 모택동도 쪽팔려서 차마 말하지 못했다. 모택동은 천안문 광장 앞 연단을 처벌대라고 불렀다. 뭔가 잘못되었고 자신은 벌을 받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물쭈물 10년 세월이 흘렀다. 모택동이 죽었다. 그러자 다투어 말하기 시작했다. 중국인이 일제히 말을 하자 강청과 사인방은 단번에 제거되었다. 일본인도 말하지 않았다. 가등청정과 소서행장은 서로 미루며 니가 말해봐 하고 눈치 보고 있었다. 세월만 7년 흘렀다.


    풍신수길이 죽자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들은 안도하며 일본으로 돌아갔다. 히로히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일이 망하고 패전이 명백해졌는데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원자폭탄이 떨어지자 조심스럽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히로히또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항복했다.


    나중에 기자들이 물어봤다. 왜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 정도 눈치를 주면 상대방이 알아서 할 것인데 그래서 매우 눈치를 줬는데 거의 항복하자는 표정으로 항복은 안 된다고 말했는데 말귀를 못 알아 처먹는지.. 이러고들 나자빠져 있는 것이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19 (03:33:43)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기회를 노리다가 상대가 실수하면 응징 들어가는 게 중국인의 방법이다."

http://gujoron.com/xe/1098244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12 일본과 영국의 퇴행행동 2 김동렬 2019-08-31 19934
1111 조조와 원소의 대결 1 김동렬 2019-08-27 7221
1110 일본인의 심리 1 김동렬 2019-08-26 12352
1109 조국 그리고 일본 1 김동렬 2019-08-21 7972
1108 영원히 한국의 호구가 된 일본 1 김동렬 2019-08-18 6505
1107 일본의 몰락징후 1 김동렬 2019-08-16 11941
1106 한국과 일본의 전쟁 1 김동렬 2019-08-12 7141
1105 조국의 전쟁 1 김동렬 2019-08-12 5941
1104 일본인의 착각 2 김동렬 2019-08-07 6997
1103 일본은 왜 패망속으로 뛰어들었나? 1 김동렬 2019-08-05 6332
1102 문재인, 영웅의 탄생 1 김동렬 2019-08-04 7923
1101 일본은 한국이 필요없다 2 김동렬 2019-07-29 7215
1100 아베 졌다. 쫄지 말자. 1 김동렬 2019-07-22 8006
1099 장기전이면 한국이 이긴다 3 김동렬 2019-07-11 20618
1098 반성없는 이진주와 패거리들 1 김동렬 2019-07-10 6578
1097 중국인의 전족풍습 1 김동렬 2019-06-25 8019
1096 탁현민 행정관의 경우 1 김동렬 2019-06-22 7416
» 홍콩인의 고함과 중국인의 침묵 1 김동렬 2019-06-17 16513
1094 홍상수와 행복추구권 1 김동렬 2019-06-16 6593
1093 기생충 천만은 무리인가? 6 김동렬 2019-06-14 7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