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80 vote 0 2020.04.20 (13:14:11)

      

    몬티홀 딜레마


    몬티홀 문제가 재미있는 이유는 초딩도 알 수 있는 간단한 문제인데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수학자가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수학이 뭐냐를 생각하게 한다. 이런 문제는 헷갈리므로 틀릴 수도 있지만 정답이 밝혀졌을 때 이를 납득하느냐는 다른 영역이다.


   믿음이라고 하면 수학을 벗어나 심리학이 된다. 구조론으로는 통제가능성의 문제다. 내 통제권 밖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면 그것은 무조건 내게 불리하다. 힘이 방향이 꺾여서 의사결정 비용이 추가된 것이다. 길을 가다가 1만 원을 주웠다면 비용이 든다.


    허리를 굽혀서 주머니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손실이 일어난다. 그런데 비용지불이 없었다면 뭔가 불길하다. 청구서가 날아올 것만 같다. 리스크다. 느낌이 안 좋다. 중요한 것은 이를 일상적으로 무수히 경험한다는 거다. 그래서 직관력인 것이다.


    많은 수학자들이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는 말은 수학자의 뇌구조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의미다. 공식만 외웠다는 건가? 수학문제 이전에 구조문제다. 출연자는 세 개의 문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사회자는 나머지 두 문 중에서 하나를 열어 염소를 보여준다.


   나머지 둘 중의 하나는 자동차가 있고 다른 하나는 염소가 있다. 그런데 사회자는 세 문 중에서 사회자가 이미 선택한 문을 열 수 없다. 바로 이 부분이 함정이다. 사회자의 공정하지 않은 개입이다. 중요한 것은 순수한 직관이다. 가짜 직관이 개입할 수 있다.


   사회자가 다른 문을 선택할 기회를 주었는데 거기에 복종한다면 왠지 자기가 을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무조건 반대해야 자기가 주도권을 잡는다. '난 반댈세.' 이러는 심리가 있다. 그 경우 사회자가 '정말 선택을 바꾸지 않겠어요? 하고 한 번 더 질문해준다. 


    이때 출연자는 무조건 상대가 한마디 더 하는 구조를 선택한다. 왜? 발언권을 얻기 위해서다. 마이크 잡으려고. 선택을 바꾸지 않아야 사람들이 자기 얼굴을 쳐다볼 것 같다. 그런데 이미 져 있다. 상대가 말하고 내가 받아치는 구조는 그 자체로 을이 된다.


    문제의 본질과 상관없는 엉뚱한 권력의지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면 무조건 내게 불리하며 반드시 맞대응 해야 한다. 이건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다. 몬티홀 문제는 구조=직관으로 패턴 추출문제다. 


    백화점에 갔는데 점원이 슬슬 비위를 긁는다. 가격을 물어보는데 알려주지 않고 '아 그 옷은 좀 비쌉니다.' 이러면 화가 나서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이건 합리적 소비가 아닌 것이다. 순수한 수학문제를 정치적 권력문제로 바꿔치기해서 권력투쟁을 시킨다.


   구조론은 한마디로 복잡의 제거다. 중복과 혼잡을 제거하면 구조가 남는다. 이 경우는 혼잡에 해당된다. 문제와 상관없는 정치적 반발이다. 선택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사회자의 저의를 의심하고 '흥! 내가 속을까 보냐?' 하고 불신을 내비치다가 당하는 거다.


   필자가 미통당 필승법을 진작부터 알려줬지만 천기누설이 될 가능성은 없다. 그들은 나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사회자를 불신하고 정치적 대응을 하면 곤란하다. 건조하게 구조 그 자체를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쓸데없는 자존심 따위는 들이대지를 말자고.


    뇌가 구조뇌가 아니면 패턴추출 안 된다. 아이큐테스트 문제가 대개 패턴추출 문제다. 상황을 단순화시키면 대칭이 보인다. 그게 구조다. 본질과 관계없는 부분을 쳐내는 것이 중요하다. 통제가능성은 나와 연결되는지가 중요한 거다. 선택하면 연결된다. 


    사회자는 내가 선택한 문을 빼고 나머지 중에서 하나를 연다. 그곳은 나와 단절되어 있다. 나의 통제권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맞대응해야 한다. 다시 나와 연결해야 한다. 선택을 바꾸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이것은 닫힌계를 치는 훈련이므로 중요하다.


    판매원이 ‘고객님 그 옷은 비싼 옷인데요?’ 이러며 자존심을 긁어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나의 시나리오 안에 없는 것이다. 쳐내야 한다. 너 겁도 없이 선택을 바꿀 배짱은 있냐? 자존심을 긁는 심리적 공격이다.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지 말고 구조만 보자.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이금재.

2020.04.20 (19:33:31)

수학자들은 대개 석박일텐데, 

그들은 학계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심리적으로 독립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개 수학자들이 그렇듯이

그들은 현상을 건조하게 본다고 말하지만

진실로는 전혀 건조하지 않은 거죠.

시스템을 대변할 뿐,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수학자만 그런 건 아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

Drop here!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718 Re..위 사진에서 손의 높이는 몇미터쯤? image 김동렬 2002-09-15 19472
6717 광대역 웹캠 최신버전 김동렬 2003-06-10 19469
6716 "우유 많이 마시면 살 빠져요" 김동렬 2002-09-30 19455
6715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 6 김동렬 2014-07-21 19449
6714 박정희의 슬로건 - 중단없는 전진 김동렬 2002-12-15 19424
6713 '신은 없다' 호킹 발언 김동렬 2010-09-12 19357
6712 까뮈의 이방인 김동렬 2006-07-14 19314
6711 동영상 강의 김동렬 2010-01-25 19301
6710 구조론 개념도 image 김동렬 2008-08-25 19276
6709 인터넷 글쓰기의 폐단인가?(펌) (노혜경) 2003-06-12 19249
6708 "`고맙다 김대중`이라고 말하라" 김동렬 2003-01-10 19210
6707 군대가서 좋은 점 image 김동렬 2003-07-14 19188
6706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하라 2005-09-17 19174
6705 구조는 자이로스코프다. image 11 김동렬 2012-01-11 19166
6704 물레방아와 축구경기 image 김동렬 2011-06-18 19140
6703 죄송한데여... 노원구민 2002-12-15 19078
6702 그림풀이 image 김동렬 2010-03-05 19067
6701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 학문의 역사 김동렬 2006-02-11 19039
6700 여러분 고생많았습니다. 김동렬 2002-12-19 19030
6699 박노자의 글을 읽는 법 김동렬 2003-01-10 19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