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read 6745 vote 0 2010.09.17 (10:15:16)

사교육VS 공교육의 한판 승부 (2) -9.17

방학전 한 주간 시도를 했고, 이제 실시한지 한달이 다되간다.

2학기는 9월 첫째주부터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0분간 한다.



출장이나 바쁜 일이 있을 때는 쉬되, 다음날 30분씩 2교시를 한다.


보통 수업은 애들이 잘하면 30분만에 끝날 때도 있고, 가르칠 내용이 많으면 50분간 한다.

정식 명칭은 '공신-드림팀'으로 정했는데, 다들 공신으로 부른다.

처음에는 4명이었는데, 지금은 12명이다.

늘어나게 된 이유는 학원다니는 시간보다 학교에서 공신 시간이 적으니 요령을 피우려고


친한 친구가 하니까 나도 한다, 학원 오래 다녀도 성적이 안오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평소에 담임의 교육방식에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시는 부모님의 선택.

 

수학학원이나 국수사과 학원에 다들 안다닌다.


영어학원 다니는 애들은 4명 정도다. 주로 수학을 한다. 수학에 70%, 영어15%,사회15%이다.

 

애들의 성적은 상위권부터 중하위권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설명을 많이 했지만, 요즘은 나도


체력이 달리고, 애들도 지루해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문제집을 풀게 하고, 익힘책이나 문제집에서


중요한 문제는 같이 풀어보고, 친구끼리 가르쳐주게 한다. 문제집은 3-4가지로 통일했는데


그 이유는 나도 매번 문제 읽기도 귀찮고, 애들간에 서로 가르쳐주기 쉽기 때문이다.


엊그제에는 다높이 동영상도 같이 보았다. 다높이 동영상은 주로 EBS강의영상으로 같이 보기


괜찮다. 과제로 집에서 애들에게 보게 하고 점검할 수도 있고.


사회는 도서관을 활용하려고 했는데, 도서관이 2층으로 이사가면서 현재 정비중이라 10월 초나


이용이 가능하다. 그때 되면 본격적으로 조사학습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영어는 전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중심으로 스텝&점프 동영상을 보고, 같이 연습하는 식이다.


dictation도 조금씩 한다. 교과서 영어에 비해서 스텝&점프 오디오가 좀 빠르더라.



 

 공신팀에 임하는 기본 전제는 아이들이 하루에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동시간 포함 적어도

3시간 내외이므로 학교에서 40분 정도 하면 애들에게도 학습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

공부 시간은 하루 1시간 내외가 가장 적당하다는 점, 남은 시간은 보고 싶은 책을 보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공부내용도 중요하지만, 공부하는 방법과 습관을 계속적으로 훈련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학원공부는 계속적인 새로운 문제풀이 방식이므로


복습도 안되고, 뭐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넘어가므로 아이들에게 학습 과잉을 낳는다.


(학교에서도 학원 숙제하는 애들을 많이 본다-수학 문제풀고 영어 단어 외우고...)  


적어도 초등에서 수학학원은 시간낭비이자 부모들의 안정된 노후를 방해하는 잉여시스템이다.



 


본격적으로 3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애들이 수학문제를 이해하고 푸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원리를 모르고 푼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교육학 서적에 나오는 그대로 인간의 인지구조는



구성주의적 입장이 맞고 오개념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눗셈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나눗셈은 같은 수의 계속적인 뺄셈(동수누감)이다,



나눗셈의 의미는 등분제(닭다리 6개를 2명이 똑같이 나눠먹으면 1명이 몇개 먹을 수 있을까?) 와



포함제(닭다리 6개를 3개씩 접시에 담으면 몇개의 접시가 필요할까)가 있다는 점,


나눗셈은 곱셈으로 풀어야 쉽다는 점,


나눗셈을 그냥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실제적인 예를 통해서 이해해야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


분수의 나눗셈이 잘 이해가 안되면, 쉬운 자연수로 바꾸어서 이해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강조했다.

 

4명 정도는 눈에 띄게 실력이 나아졌고,

4명 정도는 미미하지만 기대할 만 하고,

4명 정도는 하느니 마느니 한다.

    



크게 부담도 없다. 때문에 무리수도 두지 않으려 한다. 다 성적을 올리려고 애들 잡고 싶지도 않다.


다만, 애들에게 공부 부담을 덜어주고 스스로 조금씩 노력해 가면 공부도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공부해도 자기 실력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


주지과목 학원 없어도 학교공부로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사교육 배제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중간고사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면


영어 학원 다니는 애들도 학원 안다니고 스스로 영어 공부방법을 터득하게 해주고 싶다.  

 

  

-----------------------------------사교육vs 공교육의 한판승부 (1) -7.20


애들이 학원도 거의 안다니는 시골 6학급에서 2년 근무하고, 이제 도시학교에서 4개월 남짓 근무.


부모님들중 2/3이상이 맞벌이이고, 주지교과 학원(영어제외)에 안다니는 아이는 4명 정도다.


얘가 어디서 줏어들었는지 부모님께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겠다고 선언해서 학원 그만 둔 애가 1명,


초등학교땐 많이 놀아야된다는 부모님의 철학으로  1학기중반 축구교실에 합류하며 학원 끊은 1명,


방학중 학원을 옮기려고 잠시 사교육을 쉬고 있는 1명,


무역을 하시는 아버님이 공부를 도와주시다가 아버님 도움이 없어지자 성적이 뚝떨어진 1명,


원래 태권도 학원만 줄기차게 다니는 1명.  


지난 월요일 부터 얘네들을 데리고 하루 40분~1시간 동안 같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

 

공부 방법은

그날 배운 중요한 핵심내용을 자기가 알아서 복습(교과서, 노트로)하고,

잘되면 동형복습(익힘책, 요점정리)하고

집에 가서는 다높이나 문제집으로 복습하는 방식이다.

학교에서 40분에서 1시간, 집에서 30분 이상(가능하면 부모님이 보실 때....)하고

집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일정 비율 권장도서 포함)을 30분 이상 보기다.

나아가 이것이 점차 정착되면 개별적인 과제(진로관련, 사회관련 다큐, 지식채널E)를 보고

소감문 써오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이유는 뭐든지 대충 대충하기 때문이다.

학원 선행학습으로 대충, 학교 수업 대충, 숙제 대충 하다가

시험기간 되서는 학원에서 3~4시간을 주말도 없이 달달달 암기하는 저지능 노동 학습을 한다.

무엇보다 동기부여가 내적으로 되지 못하고, 핸드폰이니 게임기같은 외적 보상만 바라기 때문이다.

 

학원을 배제한 이러한 시도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학원에 찌들었다가 잠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줘도 공부는 커녕

숙제도 안하고 방만하게 시간을 허비하다가 백투학원행이 되기 일쑤기 때문...

 

그래도 드라마를 쓰려고 한다.

사교육연구학교니 뭐니 하는 시범학교도 결국 사교육을 학교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겨운 강의 설명식-문제풀이식 수업이 반복된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거대담론으로 변화시켜야 할 부분은 안고치고

교육부와 교육청이 단위학교에게 뭐든지 성과위주, 실적위주의 산출물을 내라고 닥달하면서도,

정작 학급차원에서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맘껏 교육을 펼칠 여유를 안준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공부의 재미를 느끼고  적어도 학원다니는 것 보다 스스로 공부하고,

학교에서 약간만 도움을 받아도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고,

최적의 학습법을 터득해서 자기만의 학습 습관을 터득한다면

굳이 초등학교 차원에서는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될 꺼라고 본다.

 

남한산 초등학교가 뜬 이유가 뭘까?

다양한 프로그램, 블록타임제 수업, 열린 교육, 선생님들의 교육적 열정과 연구, 

맘껏 뛰어놓는 아이들, 자연환경이 주는 푸근함도 있었겠지만,

사람들에게 어필했던 것은 졸업한 이후 아이들의 바른 인성, 창의성, 그리고 실력이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이 상급학교 진학 초반에는 성적이 중하위권이지만,

졸업할 무렵에는 적어도 중상위권의 실력을 유지한다. 

그뿐인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질문했을 때, 학원에 다니는 보통 학생들과는 다른 창의성이

번뜩이는 대답을 곧잘하고, 자기 나름의 개성과 바른 인성을 고루 갖춘 아이들이었다.

당연히 진로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도 입시교육에 찌들어 진로는 생각지도 않고

소위 명문대만 꿈꾸거나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일반아이들과 달리,

미래에 대한 자기의 포부를 당당히 밝히는 아이들이었다.     

남한산 초등학교가 학교차원에서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외국에서 견학오는 학교가 된 것 처럼,

나는 학급차원에서도 이러한 꿈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그리하여 남한산 초등학교 모델이 각 도마다 퍼지고, 교육청의 혁신학교 모델로

이어진 것처럼 학급차원에서 변혁을 이루고 그 변혁을 확산시킬 것이다. 

 

이제 첫걸음이다.

우선 시작은 했으니, 계속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것이고, 계속적인 시행착오 모델수

정을 거듭하게 될터. 학급차원의 성공사례를 취합하고,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교류하

고자 한다.

민주주의고 자본주의고 따라하기는 쉬워보이나 여태껏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따라한

남미와 동남아, 서남아, 아프리카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교육도 따라하기는 쉬워보이나 쉽지 않다.

한나라의 기초를 설계하듯 민주주의의 풍토와 자본주의의 기초를 만든 경험을 하지 못한,

단순한 "겉모양 따라하기"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남한산 초등학교는 외적 보상에 목매인 선생님들의 결과물이 아니다. 교사의 내적인 동기부여를 바탕

으로한 집단지성적 교육변화의 시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스로 하는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제자

를 낳을 수 있지만, 내적 목적이외에 외적 실적과 보상을  앞세운 교육은 참교육을 잉태한 적이 없다.

 

이제 이 길의 첫발을 내딛었다.

거창한 캐치프레이즈, 겉만 번지르한 기안과  사소한 문구에 집착하는 학교행정처리는 뒤로 하고...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창조적 양식을 확산하여 이상주의 실현을 꿈꾸는 지성인의 전당

 http://gujoron.com/xe/


[레벨:15]오세

2010.09.17 (11:52:17)

요즘 애들 말로, 존나멋있네염. 상우님 화이팅!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09.17 (13:32:04)

남한산 초등학교에 열광하면서..왜 다른 학교들은 그렇게 못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상우님 저도 화이팅 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4792 육사, 섹스, 게임 상동 2014-01-23 6850
4791 돈도 안보냈는데 책이먼저 후니 2006-12-13 6844
4790 광주에서 살아볼까합니다 8 배태현 2012-12-30 6828
4789 2011 더 씽(The Thing) - 영화 image 12 아란도 2012-06-18 6817
4788 천안함 사고 위치 발표 잘못 된 듯 노매드 2010-06-17 6807
4787 6월은 호국보훈의 달 image 9 김동렬 2009-06-18 6792
4786 옥주현의 착각 image 5 김동렬 2011-09-06 6769
4785 등산은 스포츠인가? image 3 양을 쫓는 모험 2010-05-07 6759
4784 지성 세력의 탄생. 2 아란도 2010-07-20 6758
4783 1번어뢰, 침몰과 무관? 2 김동렬 2010-07-09 6753
4782 천안함 새로운 의혹? image 김동렬 2010-07-07 6750
4781 정세균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2 노매드 2010-09-29 6748
4780 '신' 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16 아란도 2010-09-12 6747
» 사교육VS 공교육의 한판 승부 (2) -9.17 2 이상우 2010-09-17 6745
4778 등산복 입고 등산하는건 미친 짓 image 23 김동렬 2012-11-13 6742
4777 정말 미쵸.... 자갈치아재 2006-05-24 6741
4776 자전거 신발이 나왔소. image 5 LPET 2010-01-03 6737
4775 한국 茶시장과 보이차 그리고 茶시장의 미래에 대하여... 11 아란도 2011-10-31 6700
4774 국방부 사실상 기뢰로 인정한듯 1 김동렬 2010-09-13 6697
4773 컴퓨터 CPU 중에 RISC와 CISC 의 차이..? 3 카르마 2011-09-25 6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