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와 추사가 만나는 방식은? 수석(壽石)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기로 하자. 모양이 괴상하다고 해서 좋은 수석이 되는건 아니다. 단단하지 않은 돌은 모양이 좋을 수가 없다. 단단한 돌은 광채가 난다. 빛깔만 봐도 돌의 경도(硬度)를 알 수 있다. 요즘은 광택제를 바르지만 발색의 차이에서 다 드러난다. 알 수 있다. 내면의 깊은 경지가 표면에 드러나고 마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은 포착할 수 없지만 말이다. 좋은 돌은 괴석(怪石)이 아니라 심석(心石)이다. 물형석도 아니고 문양석도 아니고 산수경석도 아닌 심석이다. 괴석은 단단하지 않다. 모양이 괴상하다는건 돌에 구멍이 난다는 말이며 돌이 무르므로 구멍이 나는 것이다. 물형석도 마찬가지. 돌이 단단하지 않으니 동물을 닮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모양이 특이하게 된다. 산수경석이라면 계곡 상류의 거친 돌이 많다. 문양석은 두가지 이상의 다른 성분이 섞여 있다. 그러니 단단할 수가 없다. 심석(心石)이 가장 단단한 돌이다. 단단하므로 그 돌은 대체로 둥근 모양이 된다. 달 하나 뜨고 초가집 하나로 추상적인 그림이 잡히는건 그 돌의 경도가 높기 때문이다. 심석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데가 있다. 추사의 표현을 빌면 서권기 문자향(書卷氣 文字香)이 되겠다. 향(香)은 주변에 은은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편안해진다든가 하는 것이다. 주변을 휘어 감싸는 그것은 매력이다. 기(氣)는 주변을 제압하여 상황을 단순화 시키는 기운이다. 그 사람과 함께 하면 뭔가 일이 해결되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느낌 말이다. 주위를 장악하여 마침내 그 울림과 떨림이 전파된다는 말이다. 단순히 예쁜건 그냥 장식으로나 쓰일 뿐이다. 매력은 그 자체로 존재의 중심에 다가서는 것이다. 그리고 동반하여 함께 용기있게 전진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