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809 vote 0 2015.12.31 (13:16:15)

     

    정상은 뾰족하다. 바늘 끝처럼 가늘다. 마침내 0에 이른다. 방해자가 사라져서 0이 된 지점에서 손뼉은 마주쳐 소리를 내고, 견우와 직녀는 만나 하나가 된다. 그 지점에서 몽룡과 춘향의 방해자인 변학도는 제거된다. 금이든 은이든 다이아몬드든 어떤 고립된 개체에는 완전성이 없다. 완전성은 둘의 만남에 있다. 씨줄날줄로 조직된 것에 있다. 방해자가 제거되어 둘의 거리가 0일 때 완전하다.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진다. 바이올린의 활과 현이 만나 멋진 소리를 토해낸다. [생각의 정석 23회]


    우리는 막연히 변하지 않는 양陽은 완전하고 변하는 음陰은 불완전하다고 여긴다. 이는 고대 약탈집단의 점술에서 나온 것이다. 거북이 등껍질을 불에 구워서 갈라진 금이 길게 연결되면 약탈이 순조로운 길한 점괘로 보고, 선이 끊어지면 불길하므로 출동을 미루어야 했다. 버려야 할 고대인의 관점이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근대문명은 자동차와 같다. 차가 가지 않으면 불길하고 차가 달려가면 완전하다. 차는 만남이다. 운전자와 만나고, 승객과 만나고, 여행지와 만난다. 어떤 고립된 개체는 환경에 지배되므로 결코 완전할 수 없으며, 움직여 대칭을 이루고 짝짓는 것만 완전하다. 완전에 대한 이미지를 정적 이미지에서 동적 이미지로 갈아타야 한다. 중핵은 에너지가 내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다. 고대 약탈집단은 획득할 보물이 상대방에게 있으므로 변화는 언제나 나쁜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보물이 어디로 옮겨가지 말고 식물처럼 그곳에 가만이 있어야 했다. 진실을 말하자. 문명의 에너지가 내 안에 있으므로 변화가 일어나면 길하고 진로가 막혀서 정체되는 것은 불길한 것이다.


   


[레벨:30]솔숲길

2015.12.31 (14:24:11)

[생각의 정석 23회] 일본의 긴 겨울

http://gujoron.com/xe/435106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5501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15301
3371 이중의 역설을 이해하자 image 8 김동렬 2016-09-26 8423
3370 왜 한중일미독인가? image 김동렬 2016-10-01 8437
3369 고쳐쓴 노자와 디오게네스 김동렬 2018-06-25 8448
3368 인간이 말을 들어야 한다 image 6 김동렬 2018-07-01 8450
3367 신은 권력이다 김동렬 2018-06-20 8463
3366 물질이냐 에너지냐 image 김동렬 2016-10-06 8471
3365 구조론의 대의 image 3 김동렬 2013-12-23 8480
3364 자기 생각을 쓰지 마라 6 김동렬 2014-09-17 8486
3363 바둑은 장기를 이긴다 7 김동렬 2014-07-15 8506
3362 점 선 면 입체 그리고 차원 1 김동렬 2014-09-30 8515
3361 구조론으로 본 홍명보축구 image 김동렬* 2012-10-21 8522
3360 삶의 정답은 있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555
3359 신에게서 인간으로 7 김동렬 2018-06-19 8559
3358 블랙스완은 두 번 나타난다. image 김동렬 2014-02-11 8565
3357 종교의 실패 김동렬 2018-06-21 8582
3356 바람은 불지 않는다 김동렬 2018-06-03 8586
3355 구조론자의 마음 9 김동렬 2014-03-23 8597
3354 문제해결의 우선순위 image 4 김동렬 2014-05-22 8618
3353 의사결정모형으로 사유하라 2 김동렬 2013-11-28 8627
3352 진화는 예측된다. 김동렬* 2012-10-21 8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