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론
read 3513 vote 0 2002.09.09 (15:57:32)

제 9 장

{시장전략}

마쓰시다의 경우 - 역사가 주문하는 바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부응한다
고정관념 - 한국의 교육풍토에서 실패
에디슨 방식 - 이론과 원칙 그리고 정밀함에 승부한다
오묘함 - 발명가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청바지 - 대발명의 시스템으로 황금형태에 최적접근한다
제갈량의 실패 - 전략과 전술은 연계되어야 한다
승부사 - 전장바깥의 요소까지 책임진다
장량과 한신 - 안보다 바깥을 먼저 돌본다
순서적 접근 - 선전략 후전술로 승부한다
전략전술 - 창안가는 전략으로 승부하고 아이디어맨은 전술로 승부한다
시장에서의 승부 - 전략과 전술이 경쟁하면 반드시 전략이 이긴다
벤처기업 - 도둑질에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제 9 장


{시장전략}

마쓰시다의 경우 - 시대정신의 주문에 부응한다

사람 일생에 한 생각 건지기 쉽지 않습니다. 한데 뛰어난 창안자들은 터무니없이 많은 수량의 발명을 하여 평범한 이웃들을 위축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어떻게 그리도 많은 창의를 한꺼번에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또한 알고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언제나 그렇듯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일도 알고 보면 그럴 만 하니까 그런 것입니다.
시기적으로 발명이 붐을 이룰 때가 있었습니다. 마치 개척시대 임자없는 땅에 떼로 몰려가 너도나도 한 구역씩 차지하듯이 발명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 시기에 한몫한 인물로 일본의 재벌 마쓰시다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때를 잘 만나 성공한 사람입니다.
[전기]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던 시대, 마치 지금의 인터넷 바람처럼 전기, 전자문화의 태동기에 활약했습니다.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미처 그 소재의 쓰임새를 알지 못하던 시절 남보다 한발 먼저 뛰어들어 침몰한 보물선에서 보물을 건져 올리듯 발명들을 마구 쓸어담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기, 전자가 비싸고 귀하던 시대에서 값싸고 흔한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였습니다. 새로운 소재가 발견되었고 그 소재는 아직 사용에 틀이 잡혀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기회입니다. 이럴 때의 아이템은 대중화입니다. 흔히 그렇듯 새로운 상품이 대중화되기에는 한 두가지 쯤의 장벽이 있기 마련이고 그 장벽을 제거하는데 성공하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보통 그 장벽은 크기와 가격의 장벽, 도량형의 장벽이기 쉽습니다. 이시기에 크기를 압축하고 가격을 할인하고 표준을 정하는 이가 황제처럼 성공합니다.
컴퓨터는 진작 발명되었으나 크고 비싸서 대중화되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크기와 가격을 줄이는 집적회로의 관문을 통과하고서야 가능했던 것입니다. 또 아이비엠에 의해 표준이 정해지고서야 비로소 퍼스널 컴퓨터로 성공했습니다.
어떤 발명이든 관문이 하나쯤 있어서 그 좁은 길목을 뚫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마쓰시다 시대에 전기는 대중화 될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대형 발전소, 전신주와 전선을 통한 전기공급체계, 전구나 모터 등의 전열기 따위가 개발되어 있었습니다.
그때의 관문은 스위치나 소켓의 소재였습니다. 소켓이나 스위치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여야 합니다. 부도체라면 돌이나 도기로 된 애자가 있습니다. 어느 것이나 비싸고 무겁고 큽니다.
마쓰시다는 플라스틱이라는 신소재에 주목했습니다. 스위치, 소켓, 플러그 등을 모두 플라스틱으로 바꾸어 나갔고 그것은 매우 손쉬운 성공이었습니다. 잠깐 사이에 수천가지의 특허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발명이 표준이 되었고 후발주자들은 모두 그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정관념 - 한국의 교육풍토에서 실패

비교해 봅시다. 우리 나라라고 뛰어난 발명왕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어느 직업적 발명가는 수천가지의 발명을 성공해서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는 마쓰시다 같은 상업적 사회적 성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판합시다. 뒤로 가는 시계, 거꾸로 쓰는 안경, 라디오 모자 이런 류의 아이디어 기발한 발명으로 마쓰시다를 이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언론에서 방송에서 사회에서 발명을 장려하고 있지마는 무슨 국제 발명제를 휩쓸고 있다는 한국의 뛰어난 발명품들이 기껏 {태양열로 담배 불붙이는 도구} 따위의 장난감에 가까운 소품이 아닙니까?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습니다. 비판해야 합니다. 언론에서 방송에서 교육기관에서 장려되고 소개되는 발명이란 것이 무슨 넌센스 퀴즈나 만득이 시리즈 같은 기발한 재치를 앞세우는 장난감이 아닙니까?
엉뚱하고 재치있고 깜찍하고 이런 류의 [이론보다는 감각]을 앞세운 창의로는 진정한 발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마쓰시다를 이길 수 없습니다. 발명이 특허등록을 얻고 상품화되는 비율이 대략 1000 : 1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999는 대체로 장난감이 아닐까요?
그 장난감은 발명된 상품이 장난감인 것이 아니라 발명 그 자체가 장난일수 있다는 데서 또 언론과 방송 또는 교육기관에서 그 장난을 마치 모범이나 되는 듯이 잘못 권장하고 있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교육과 언론의 전도된 가치선전은 사회를 오도하여 진지함을 떨어뜨리고 경망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에디슨이 해낸 무수한 발명 중에 수만번의 실험을 거치지 않고 이루어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골방에서 혼자 머리 싸매고 하는 발명은 진짜가 아닙니다. 에디슨의 방식은 1만명의 부하직원을 동원하여 확고한 이론의 뒷받침 위에 정해진 원칙과 준비된 프로그램대로 밀어붙이는 것이었습니다. 방대한 자료와 엄청난 재료를 동원하고 정밀함을 무기로 하나하나 깨어나가는 정통적이며 원대하며 거침없는 도전이었습니다.






















에디슨 방식 - 이론과 원칙 그리고 정밀함에 승부한다

진정한 창의는 엉뚱함, 기발함, 깜찍함의 감각으로 되지 않고 심오한 이론과 원칙에 충실한 고도의 기술과 합리적인 사고로 됩니다. 하나의 성공사례로부터 올바른 패턴을 읽어내고 그것을 표준으로 모델을 제시하며 이를 일반화하여 발명을 대량생산하는 것입니다.
합리성보다는 엉뚱함을 강조하고 이론과 원칙보다는 감각과 재치, 임기응변을 강조해서는 쓸모없는 장난감만 잔뜩 발명하게 됩니다.
거짓이 아닌 진짜 창의를 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론과 원칙, 합리성에 충실해야 합니다. 기막힌 엉뚱함이 아니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에 누구보다 정밀하게 접근하므로서 얻어내는 것입니다.
에디슨의 전구나 축음기, 영화들은 에디슨뿐만 아니라 그 당시 사람 누구나 생각했던 보편적인 기대였습니다. 그것을 에디슨만이 실현해낸 것은 그의 이론적 원칙적 합리성과 정밀함 덕이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식으로 헛간에서 달걀을 품고 있는다는 식의 기괴함은 아니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다를까요? 진정한 창의는 엉뚱한 괴짜가 아니라 논리와 이론에 충실한 모범생이 만든다면 양자 사이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괴짜가 어쩌다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상업적인 성공은 이론가가 해냅니다.
발명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발명이 부동산 투기나 골동품 고서화, 우표수집처럼 투기나 투자의 대상이 되어 너도나도 다 발명하던 범국민 개발명시대가 있었습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 발명의 열풍이 유럽과 미국을 휩쓸던 때 미국의 경우 못 한가지로만 수천 건의 특허가 등록되었습니다. 못의 모양이 수천가지여도 결국 망치로 쳐서 박는 못일 뿐입니다. 이쯤되면 순전히 발명하기 위한 발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데나 쓰임새가 있습니다. 발명에는 분명한 질의 차이가 있습니다. 질적으로 뛰어난 발명 한가지가 양으로 수천 건의 특허 등록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안자들은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진정한 창의를 하고 볼 일입니다. 이상한 꽈배기못 수천가지를 특허등록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또한 사회도 엉뚱하고 기발한 재치를 강조하여 발명을 장난감 만들기로 오도해서는 안됩니다. 필요한 것은 이론과 원칙, 합리성, 기술적 정밀함입니다.
















오묘함 - 발명가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요는 질적 발명에서 '그 [질]을 어떻게 판단하는가'입니다. 많은 창안자들이 발명의 가치를 제품 그 자체의 실용적 가치보다는 창의 과정에서 아이디어의 오묘함에 두는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전혀 쓸모없는 물건을 아이디어가 오묘하다는 이유로 해서 대단한 발명으로 착각하고 집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어설픈 현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질의 경중을 판단하는 표준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떤 것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어떤 발명이 단지 그 발명에서 끝나버리면 질이 낮은 단순한 발명이고 파급효과를 가져와 그 원리를 응용한 수많은 모방발명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발명이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일정한 원리가 있습니다.
질의 경중을 판단하는 단계적 차별화의 원리가 있습니다. 오묘한 발명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므로 선전광고에 유리할 뿐 판매실적이 없습니다. 더우기 파급효과가 없습니다. 파급효과가 없으면 상품이 어떤 난관에 부닥쳤을 때 변신하기로 적응해내지 못합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가끔 나오는 식의 오묘한 발명에 현혹되어선 안됩니다. 그것은 발명이 아니라 패션디자인입니다. 그런 식의 발명을 하고 싶다면 발명가의 관점을 버리고 패션디자이너의 관점에 서야 합니다.
발명과 디자인의 차이를 말한다면 발명은 영감을 제공한 한가지 원리에 일생을 걸어버리는 것이고 패션디자인은 아무거나 무수하게 만들어서 그중 한 두가지를 건지는 식입니다. 알려진 한국제일의 발명가가 발명가의 입장에 서지 않고 장난감 회사에서 장난감 디자인을 했다면 더 크게 성공했을 것입니다.
오묘한 발명에 매달리는 아마추어발명가들에게 발명은 발명이 아니라 이미 취미생활입니다. 취미로 발명을 즐기는 것도 좋으나 냉정하게 판단하여 취미는 취미로 인정해야 합니다.
























청바지 - 대발명의 시스템으로 황금형태에 최적접근한다

걸작의 하나로 청바지를 들겠습니다. 주목해 봅시다. 청바지는 왜 푸른색일까요? 빨강색, 노랑색, 검은색, 초록색 색깔은 많은데 왜 두고 푸른색일까요? 왜 청바지 생산업체들은 한결같이 푸른색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자신이 디자이너가 되어 생각해 봅시다. 창의를 해야 쓰겠습니다. 어떤 창의를 해야 될까요? 장난이 아닌 진짜 창의를 해야 쓰겠습니다. 어디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첫째 청바지의 색깔을 바꾸어본다.
둘째 청바지의 모양을 바꾸어본다.
세째 청바지의 제조 공정을 개선해본다.
네째 청바지의 수요대상을 새롭게 발굴해 본다.
다섯째 청바지의 옷감을 바꾸어본다.

이렇게 과제들이 발견됩니다. 색깔변경은 디자인의 변화이고 제조공정개선은 효능의 변화이고 모양바꾸기는 인체에 최적접근하는 성능의 변경이고 수요대상 바꾸기는 남성복과 여성복, 아동복과 성인복, 외출복과 작업복의 기능변경에 해당하고 옷감바꾸기는 소재변경에 해당합니다.
시작하기로 한다면 위 과제들 중 어디에 창의력을 집중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우선순위는 어떻게 될까요? 접근방향은 어느쪽에서 어느쪽으로 진행해야 할까요?
무릇 승패를 가름하는 데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합니다. 창의에도 또한 전략의 원칙과 전술의 능변이 필요한 것입니다. 마땅히 전략과 전술은 적절한 형태로 연계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되어야 합니다. 곧 대발명의 시스템입니다.

























제갈량의 실패 - 전략과 전술은 연계되어야 한다

뛰어난 창안자들이 실패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패는 대개 전략과 전술의 연계작전에서 실패입니다. 전략과 전술이 있다면 우선 순위에서 전략이 우선하고 전술은 거기에 종속합니다.
그러나 후한 삼국시절 제갈량 같은 재사는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원대한 전략보다는 단기적으로 재능이 쉽게 증명되는 전술을 우선하다가 대계를 그르치고 있습니다.
즉 전쟁을 이끌어감에 있어서 궁극적인 승패보다는 자신이 개발한 신전술을 시험해 보는데 치중하여 그 전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형태로 전쟁을 이끌어 가므로 전략에 있어서의 무리를 범해 실패하게 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강자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최후까지 발톱을 숨기는 법, 재능을 증명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 원칙을 버리다가 실패하는 경우 얼마나 많습니까?
을지문덕은 일곱 번 져주고 한 싸움에 결전하였으나 제갈량은 단 하나의 전투도 패배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원칙으로 말하자면 적지에서 싸우는 정복전쟁에서 신속한 공격에 의한 전면전의 결전에 우선하는 것은 없습니다.
허나 제갈량은 연구된 전술을 써먹어 보고 싶어하는 욕심에 개발된 전술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지형지세를 찾아 무리하게 군대를 이동하다가 소규모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되 대신 시일을 오래 끌어 보급의 곤란, 질병의 만연, 계절의 변화, 지휘체계의 문란 등 전술외적인 이유로 패배하게 됩니다.
즉 전투에 이기되 전쟁에 지는 것입니다. 장사에 비유하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입니다. 이긴 전투는 자기 재능의 탓으로 돌리고 진 전쟁은 하늘이 돕지 않은 탓으로 돌려집니다.
작은 전술은 인간의 얕은 꾀에서 나오고 큰 전략은 전장바깥의 요소인 천시에 의해 가름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승부사는 인간의 얕은 능력이 아니라 하늘의 이치에 기대는 것입니다. 즉 최후에 플러스 알파가 승패를 결정하게 하고 거기에 대비합니다.
이점 뛰어난 창안자들이 아이디어의 기발함에 집착하여 사업에서의 실패를 당하게 되는 일반적인 이유입니다. 전술은 전장 안에서 발휘되고 전략은 전장 바깥에서 세워지며 바깥이 안보다 우선합니다.


















승부사 - 전장바깥의 요소까지 책임진다

실패한 창안자들은 실패의 이유가 전장 바깥에서 일어난 외적인 조건(상술의 부족, 시류의 변화, 자본의 부족 따위)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단지 운이 나빴던 탓이라고 우기고 고집을 굽히지 않다가 정작 일은 그르치고 마는 것입니다.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원칙은 선 전략, 후 전술 - {전장 바깥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다음에 전장 안의 문제에 대책을 세우는 법} - 아이디어의 발톱을 숨기고 이론의 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먼저 전장외적인 조건에서 돌발변수 곧 플러스 알파에 대비하고 다음 전술로 소계를 펼치는 법입니다. 제갈량은 정복전쟁을 시도한 만큼 맹장 위연의 의견을 쫓아 속전속결로 기습하여 한 싸움에 결판을 내되 그 끝마무리는 적군 내부에서 내부분열에 맡겨 적을 자멸하도록 유도했어야 합니다.
바둑으로 말하면 적의 대마를 잡아 적이 혼란에 빠져 심리적 위축으로 자멸하게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려면 적이 이 쪽의 큰 승부에 말려들게 살을 내주고 뼈를 베는 방법으로 사석작전을 펼쳐서 작은 승부에 져주어야 했습니다.
제갈량의 패인은 시일을 오래끌어 전장 외적인 조건에서 압박을 받아 회군하게 된데 있습니다. 이는 작은 전투한번 져주지 않고 모조리 이기려 했기 때문에 적이 방어적으로 나와서 장기전이 된 때문입니다.
제갈량의 압박방식은 대국이 소국을 쥐어짜서 잡아먹는 방법이고 바둑으로 말하면 이창호가 야금야금 집을 넓혀 반집을 이기는 방식입니다. 바둑에서 하수가 상수를 이기는 방법은 수상전에서 행운으로 적의 대마를 잡는 수 외에는 없습니다. 제갈량은 하수가 상수를 이기는 모험의 방법을 택해야 했습니다. 운명의 플러스 알파에 대비하지 못하므로 모험을 못하는 것입니다.
제갈량은 적벽에서 바람 때문에 이기고 호로곡에서 비 때문에 대사를 그르쳤습니다. 언제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외부에서의 틈입요소인 플러스 알파입니다. 하늘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헤아림 바깥에 있는 외적조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전략입니다.





















장량과 한신 - 안보다 바깥을 먼저 돌본다

제갈량은 한 고조를 도운 장량과 한신에게서 배워야 했습니다. 제갈량은 안전한 구석으로 도망쳐 내부에서 힘을 길러 내부의 힘으로 외부의 적을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이 경우 적이 이쪽의 의도대로 움직여주면 이기지만 한 두번 전투에 속은 적이 전투에 따라오지 않으면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장량과 한신은 먼저 바깥으로 나와서 스스로 사지에 뛰어드는 모험을 했습니다. 주변 제후국들을 먼저 공략하여 외부의 힘을 끌어들이는 눈덩이효과의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고조의 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커졌고 제갈량의 서촉은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졌습니다.
고조가 선전략 후전술로 방법을 적절히 변경한 데 비해 제갈량은 자기재능 하나만 믿고 오로지 전투에서 결판내는 한가지 전술만 줄기차게 구사했습니다.
제갈량과 항우은 자기재능에 의지했고 불운으로 패배했습니다. 장량과 한신은 타인의 힘에 의지했고 운으로 이겼습니다. 그리고 그 행운을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플러스 알파를 고려하는 적절한 전략적 선택에 의해 얻어진 것이었습니다.
무릇 싸움에 있어서는 우선적으로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를 끊고 구석으로 몰아붙인 다음에 에워싸서 격멸하는 것입니다. 제갈량은 스스로 퇴로가 없는 구석자리를 찾아가서 배수진을 치고 잦은 전투에 이겼으나 그 구석을 빠져나오지 못해 기진하여 큰 전쟁에 패배했습니다.
제갈량이 이기는 유일한 길은 재빨리 험지에서 빠져나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너른 중원에서 크게 결전하는 것입니다. 사마의는 기산을 철통같이 막았고 제갈량은 한번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서촉은 제갈량의 건강이 악화되어 불운으로 패배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지는 싸움을 했기에 패배했습니다. 승부사는 살을 내주고 뼈를 벱니다. 넓은 데서 아홉번 져주고 구석으로 몰아붙여 한번 싸움에 이겨야 합니다.























순서적 접근 - 선전략 후전술로 승부한다

실전에서 전략과 전술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무엇이 전략이고 어떤 것이 전술일까요? 청바지로 돌아가서 청바지의 디자인, 가격, 품질, 수요집단, 소재 이렇게 구분해놓고 볼 때 어디가 전략의 승부가 되고 어디가 전술싸움이 될까요?
어느 쪽이 주고 어느 쪽이 종일까요? 어느 것이 크고 어느 쪽이 작을까요? 어느 것에 집중하면 그 시너지효과에 의해 다른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고 어느 쪽에 치우치면 역효과가 일어나 다른 문제에 도리어 방해가 되는 것일까요? 이 점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1. 청바지의 다섯가지 아이디어 투자대상
1) 소재변경
-> 다른 종류의 두께나 재질을 가진 옷감으로 바꾸어 본다.
2) 기능변경
-> 남성복, 여성복, 성인복, 아동복, 외출복, 작업복등의 기능변화로 청바지의 수요대상을 새롭게 발굴한다.
3) 성능변경
-> 몸에 꼭 달라붙게 하거나 품을 넓혀 힙합바지로 헐렁하게 하거나 인체의 운동선을 고려하여 미학적 황금형태를 창출한다.
4) 효능변경
-> 제조와 유통에서의 공정개선으로 가격을 할인한다.
5) 미감변경
-> 디자인을 다양화하여 다양한 상품을 출품한다.

분류하기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분류의 기준은 시간적 순서에 의한 분류입니다. 순서에서 우선하는 것이 전략이 되고 뒤지는 것이 전술이 됩니다. 바둑으로 말하자면 포석단계에서 가장 큰 자리가 전략이 되고 종반 끝내기에서 반집 이익이 전술이 됩니다. 먼저 두어야 할 곳이 전략이 되고 나중 두어야 할 곳이 전술이 됩니다.
본래 전략은 전장 바깥에서 일어나는 싸움이고 전술은 전장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말합니다. 승부사는 전장바깥의 요소를 먼저 고려하고 나중에 전장 안의 요소를 고려합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두고 싸움은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이겨놓은 싸움을 증거하기 위해 합니다.
전략은 전장 바깥에서 이길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전술은 전략에서 다 끝내놓은 승부를 추수만 하는 것입니다. 싸워서 이긴다면 이미 진 싸움입니다. 전략과 전술은 충분히 연계되어야 합니다. 전략이 전술을 지배하고 전술은 전략에 종속되어야 합니다.













전략전술 - 창안가는 전략으로 승부하고 아이디어맨은 전술로 승부한다

발명은 그 질적인 수준에 따라 크게 다섯가지로 구분됩니다. 우선 학자들의 학문적 연구성과에 의한 신소재의 발견에 기초한 소재발명이 필요합니다. 또 창안가의 발명에 의해 그 소재발명의 성과를 상품에 도입하여 제조능력과 연계시킨 기능위주의 대발명이 두번째 발명이 됩니다. 세째 기술자들의 기술개발에 의해 제품 자체의 논리에 따른 가장 안정된 형태에의 최적접근으로서의 성능위주의 발명이 있습니다. 네째 생산자들의 이윤동기에 의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조공정을 개량한 비용위주의 발명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맨의 감각과 재치에 의한 제품의 변형, 파격, 장식, 포장을 통한 미감위주의 소발명이 있습니다.

(발명의 질적 차이에 따른 전략, 전술의 차별화 5단계)

(전략) 1. 소재발명 - 과학자의 학문연구 성과로 신소재 개발
2. 기능발명 - 발명가의 창안에 의한 그 소재의 특성에 맞는 기능 부여
: 3. 성능발명 - 기술자의 기술개발에 의한 제품특성에의 미학적 최적화
4. 효능발명 - 생산자의 이윤동기에 의한 효율극대화
(전술) 5. 미감발명 - 수요자의 기호에 맞춘 제품의 변형

전략과 전술을 발명에 대입한다면 1번 소재발명이 전략이 되겠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전술이 됩니다. 발명을 한다면 어디까지나 소재발명이 대발명으로 우선되겠고 4번이나 5번은 소발명으로 실용신안 특허정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발명이면 시장이 곧 전장입니다. 1번의 소재발명과 2번의 기능발명은 전장 바깥에서의 승부이고 3번부터 전장 안으로 진입합니다. 먼저 소재발명은 실제 상품화가 되기 전 단계이므로 아직 시장으로 진입하지 않아 전장바깥에서의 승부 곧 전략이 되며 다음 기능발명은 시장 안으로 진입하는 과정이 됩니다. 성능발명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됩니다.




















시장에서의 승부 - 전략과 전술이 겨루면 반드시 전략이 이긴다

시장에서 상품의 제조 판매에는 차별화단계에 따라 시간적 순서가 적용됩니다. 먼저 소재발견이 있어야 다음에 비로소 기능창안이 있을수 있고 그 다음에 성능개발이 따라오며 그 이후에 공정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마지막에 디자인개선이 이루어집니다.
이 순서가 바뀔 수는 없습니다. 만약 순서가 바뀌게 되면 반드시 역효과가 일어나 시장을 망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순리에 맞으면 시너지효과가 일어나 하부적인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게 됩니다.
첫번째의 소재발명이 가장 질적으로 고도화한 전략의 승부가 되고 순서대로 이어져 다섯째 미감발명이 가장 저급한 전술의 싸움이 됩니다. 실전에서 경쟁이 붙었을 때 여타 조건들이 대등할 경우 전략의 발명이 반드시 이기고 전술의 발명이 반드시 패배합니다.
한때 반짝 히트했다가 사라져간 상품들의 실패 원인은 대체로 여기에서 확인됩니다. 대단한 아이디어의 히트상품이라도 경쟁사에서 한 차원 높은 질의 전략싸움을 걸고 나오면 필연적으로 패배합니다.
중소기업과 재벌기업의 경쟁에서 아이디어 기발한 중소기업 제품이 질적인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패배하게 되는 것은 대개 중소기업의 내적인 역량의 한계에 의해 전략적 선택의 여지가 그만큼 엷기 때문입니다.






벤처기업 - 도둑질에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벤처기업은 대개 아이디어를 지나치게 과신하기 때문에 실패합니다. 벤처기업의 무기는 대개 성능에서의 기술승부나 미감에서의 디자인승부입니다.
디자인은 대기업의 가격승부에 밀리고 기술은 대기업의 기능공세에 밀리는 것이 법칙입니다. 벤처기업가는 이 원리를 충분히 인정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벤처기업은 또 곧잘 대기업에 아이디어를 도둑질 당합니다. 중소기업이 수년간 막대한 투자로 개발한 고급기술을 대기업은 슬그머니 모방하여 버립니다. 이 경우 다만 모방발명으로 아이디어를 베껴먹는 대기업의 비윤리성을 꾸짖고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사전에 대책이 세워져 있어야 합니다.
아이디어라는 것이 본래 한계가 있고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한번 소모품은 될 수 있으나 결코 거기에 사운을 걸어서는 안됩니다. 모방발명을 할 수 없는 확실한 독점기술이 되는 소재와 기능위주의 기술을 창안하던가 아니면 솔직히 아이디어 승부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기업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던가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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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 8 장 [비범과 평범] 김동렬 2002-09-09 3949
» 제 9 장 [시장전략] 김동렬 2002-09-09 3513
11 제 10 장 [라디오모자와 모자라디오] 김동렬 2002-09-09 3927
10 제 11 장 [시장의 순환주기] 김동렬 2002-09-09 4022
9 제 12 장 [청바지의 사회학] 김동렬 2002-09-09 3715
8 제 13 장 [시점에서 현실인식] 김동렬 2002-09-09 2974
7 제 14 장 [정신론대강] - 권 3 정신론 김동렬 2002-09-09 3147
6 제 15 장 [정신기능의 심층구조] 김동렬 2002-09-08 3482
5 제 16 장 [의식환경] 김동렬 2002-09-08 3084
4 제 17 장 [의지구조] 김동렬 2002-09-08 3112
3 제 18 장 [32가지 집중력 유형] 김동렬 2002-09-08 3912
2 제 19 장 [집중력 판별] 김동렬 2002-09-08 3790
1 [후기] 김동렬 2002-09-08 3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