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장
{청바지의 사회학}
나일론 - 전체의류시장에서 돌격대장의 역할을 한다
청바지 - 전체인간사회에서 바로미터의 기능을 한다
패션의 변화 - 사회심리학적 긴장도를 반영한다
사회적 기능성 - 집단 무의식을 반영한다
청바지의 기능적 집적성 - 질이 양을 한정시킨다
아이디어맨의 실패 - 이론의 빈곤으로 실패하고 외부여건에 이유를 댄다
엑스세대 - 아이디어 고갈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산업화 - 시장주도권이 사회분위기를 지배한다
황금광시대 - 사천만이 목매어 기도하였다
흐름 - 바람은 먼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불어온다
정치가 - 다섯가지 얼굴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의 원칙 - 먼저 바깥에서 끌어들이고 다음 안에서 해결한다
사회 - 시류의 변화에 적응하라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으라
제 12 장
{청바지의 사회학}
나일론 - 전체의류시장에서 돌격대장의 역할을 한다
다시 청바지로 돌아가겠습니다.
왜 청바지는 푸른색일까요?
나일론이라는 신소재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히트는 나일론양말이었습니다. 그러나 곧 면양말에 밀려났습니다. 이후 나일론은 운동복이나 그 외에 여러가지로 기능정착이 시도되었으나 어느 것도 성공스럽지 못합니다.
나일론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일론의 기질적 특성에 맞는 상품형태를 개발했을 때 면이나 타 합성섬유로부터 집중적 표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일론이 그 기질적 특성을 살려 신기능으로 시장을 공략하면 타 섬유소재가 곧 모방을 시도합니다. 이때 생산자는 나일론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경쟁의 유혹을 받고 가격경쟁은 시장의 순환사이클을 단축시켜 상품을 조로하게 합니다. 가격의 장점이 오히려 나일론으로 하여금 기능과 성능의 면에서 충분한 경쟁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에 시장변동은 먼저 나일론의 소재적 특성에 따른 신기능 개발로부터 시작하여 곧 타 섬유소재의 모방과 이로 인한 성능경쟁으로의 이행이 이어지고 그 성능경쟁에서 나일론이 패배하며 가격경쟁으로의 전환하게되고 또 타 섬유소재의 가격인하에 의해 가격특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때 디자인경쟁으로 전환하면 시장이 조기붕괴하여 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제품이 가격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은 무모한 모험이 되기 쉽습니다. 나일론은 그 소재의 특성으로 하여 시장에서 신기능에 대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공급하고 시장을 활성화시키며 전체 의류가격을 떨어뜨려 의류시장을 발전시킨 후 그 자신은 퇴장하게 됩니다. 즉 레저나 스포츠의류 또는 가방이나 텐트 등 다양한 상품에 나일론이 먼저 적용 시험되고 얼마 후 다른 섬유로 대체되는 순환구조를 가지는 것입니다.
나일론은 마치 바둑에서 사석작전으로 버려지는 돌의 운명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나일론의 소재특성입니다. 즉 변동이 나일론이라는 한 제품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류시장에서 한 부분품으로 기능하는 것입니다.
나일론의 경우 단일제품으로서는 늘 실패했지만 전체시장판도의 차원에서는 크게 기능한 상품입니다. 의류업체들은 나일론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옷감들을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청바지 - 전체인간사회에서 바로미터의 기능을 한다
지퍼의 경우 처음 가방이나 장화에 부착되었고 의류에 안착하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바지나 점퍼에 가장 안정된 형태를 찾아 안착했고 현재로서는 지퍼를 위협할 새로운 형태의 여미개가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나일론이 겉도는데 비해 지퍼는 다행히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안착해야 할 가장 안정된 형태라는 개념이 찾아지는 것입니다.
청바지는 두꺼운 면직의 옷감과 금속성의 단추 가죽 패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능은 간결한 외출복, 작업복, 레저용 등으로 다양하게 포용하며 성능은 활동성이 강조되고 구겨지지 않으며 다림질이 필요없고 인체의 선을 잘 살려내고 또 보완합니다. 가격은 고가에서 저가까지 다양하나 상대적 비교에서 대체로 저가이고 디자인은 변형과 파격이 부분적으로 허용되면서도 고전적 전형성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여성의류는 유행의 변화가 심하여 점포마다 재고를 쌓아두고 철따라 세일에 나섭니다. 남성의류도 양복의 깃이 좁아지고 넓어지는 유행을 탑니다. 의류의 색상과 종류와 옷감이 다양할 때 공급자는 늘 재고처리의 문제로 어려운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하고 수요자들도 양복점의 그 많은 옷감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 부담을 가집니다.
청바지는 상대적으로 유행을 타지 않고 옷감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으며 더욱 계절을 타지 않습니다. 고로 세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청바지를 세일한다면 유통과정에 뭔가 허구가 개입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상품이 디자인과 형태에서 끝없이 혁신해 가는데 청바지의 그 완고한 보수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나일론이 전체의류시장에서 돌격대장이라면 청바지는 전체 인간사회에서 바로미터의 기능을 가질수 있습니다. 맥도날드 햄버거의 국가간 가격을 비교하는 햄버거의 경제학도 있었지만 청바지의 국가간 수용정도를 비교하는 청바지의 사회학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패션의 변화 - 사회심리학적 긴장도를 반영한다
몇십 년 동안 한가지 상표로 장수하는 상품이 있고 또 조로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제품의 수명은 어디에 기초하며 또 어떻게 가늠할수 있을까요?
연필이나 볼펜이라도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존재합니다. 어떤 상품이 그 소재의 특성을 충분히 살리는 범위 안에서 인간생활에 충분히 접근하는 미학적 최적접근을 이루었을 때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며 그 형태는 고전적인 형식미의 우위를 확보하여 자기파괴의 디자인경쟁에 휘말리지 않게 됩니다.
긴 치마를 입는 것이 당연시 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경쟁을 벌이기 사작했습니다. 정통적 원형이 파괴되었습니다. 파괴는 치마의 길이를 줄이는 일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소비자는 급기야 치마의 원형을 잊어버리게 되고 어떤 치마를 입어야 할지 고민에 빠진 나머지 치마입기를 포기하고 차라리 바지를 입게 됩니다. 결국 치마를 입고 싶어도 입을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옷 그 자체의 기능과 상관없이 사회적인 긴장에 영향받은 것입니다.
유행은 변화하며 때때로 변화하기 위해서 변화합니다. 소비자의 수요요건과와 상관없이 디자이너들의 경쟁에 휘말리게 되며 때로 사회의 정치적인 긴장을 반영하여 엉뚱한 패션을 낳습니다.
사회의 정치적 긴장은 인간을 의상으로부터 이탈시키고 그 자체로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생산합니다. 이 긴장은 유행을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파괴합니다.
신세대에 대한 담론, 성에 대한 담론, 정치적 변혁에 대한 담론, 개인적 성취와 성공에 대한 담론들이 지속적으로 긴장으로 확대재생산 하면서 자본주의의 한 축을 담당하여 스스로 기능하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의상으로서 그에 대한 태도를 표명하게 합니다.
여성들이 의상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회적, 정치적 긴장과 태도표명을 요구받기 때문입니다. 남성이 개인의 능력에 의해 평가되는데 반해 여성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기능에 의해 평가되는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역할의 확실성이 떨어지는 여성은 자신의 사회기능을 분명하게 나타내어야 한다는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받고 그 스트레스를 의상에다 전가하므로 옷으로 명함을 대신하여 패션산업만 발전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기능성 - 집단 무의식을 반영한다
꽁지머리와 두건이 유행했을 때 모 대학교수는 그런 차림으로 TV에 출연하여 X세대의 자유와 개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옷차림을 자기 미의식의 표출이라고 항변했으나 유행이 사라진 현재시점에서 볼 때 그의 해프닝은 정치적인 데모, 항의의 의미로만 받아들여집니다.
그는 자신의 사적인 개성과 미의식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해 메시아적인 계시자 노릇을 하고 싶었거나 정치적인 데모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읽혀집니다.
의상이 사회, 정치적인 기능성을 가지는 것은 개인의 사사로운 미의식의 표출이 아니라 사회적인 집단 무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청바지의 오랜 수명은 그 청바지가 나타내는 사회, 정치적인 성향이 이 시대의 지배적인 의론으로 되어 왔음을 집단무의식의 방법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청바지의 강점은 인체에의 접근정도입니다.
의상은 오랫동안 인체로부터 멀어져 인체를 은폐, 왜곡, 변형, 과시하는 수단으로 되어 왔습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볼 때 청바지는 가장 안정된 이상적인 상품이며 이는 인체공학의 측면에서 인체에 가장 접근하는 {황금형태}에 도달한 동시에 이 시대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곧 정치적 기능성에 있어서도 성공한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품이 기능적, 성능적 측면에서 미학적 이상수치에 도달했을 때 고전적 전형성을 창출하고 집단무의식의 방법으로 정치적인 기능성을 소화하며 이에 의해 디자인의 변형은 무모한 모험이 됩니다.
찢어진 청바지나 장식을 부착한 청바지는 그 정치기능의 노골화로 해석됩니다. 그러므로 청바지의 디자인 변경은 정치적 오해를 동반할 수 있다는 면에서 모험입니다. 청바지의 이데올로기는 미국식의 온건한 자유주의입니다. 거기엔 리버럴한 측면에서 적절한 정도의 주류적 억압에 대한 저항과 연대, 또 자기과시가 있습니다.
청바지의 기능적 집적성 - 질이 양을 한정시킨다
왜 청바지는 푸른색일까요?
어떤 상품이 일정한 정도의 황금형태에 도달하여 일반화, 대중화 되었을 때 플러스 알파로서 정치, 사회적인 기능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 집적성의 부분을 파괴하지 않는 한 변형과 파격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질이 양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질이란 둘 이상이 서로 대응하여 맞물려 있음의 집적상태를 의미합니다. 양은 맞물려 있음의 해체입니다. 질을 변형하면 기능성을 상실하여 기능적 가치가 감소하므로 복고적 경향을 고수하려는 성질을 가지는 것입니다.
운동화의 경우 디자인에 있어서의 변형과 파격은 일시적으로 판매를 증가시키지만 점점 어린이용이 되어갑니다. 농구화면 농구화, 조깅화면 조깅화 하는 고유한 독점적 기능성이 부각되어야 합니다. 디자인의 변형과 파격이 그런 구분을 의미없게 합니다. 다 똑같아져 버리면 결국 성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서 전체 시장규모가 위축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신체가 빠르게 성장할 뿐만 아니라 뛰어놀아야 하므로 운동화의 구분이 어떻게 되든 운동화를 신게되지만 성인들에게는 굳이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을 확실한 명분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운동화 대신 캐주얼화를 신게됩니다.
농구경기에서는 반드시 농구화를, 골프시합에서는 반드시 골프화를, 조깅때는 반드시 조깅화를 신어야 한다는 암시를 주입해야 한 사람의 소비자가 여러켤레의 운동화를 살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파격은 일시적으로 판매를 증가시키되 장기적으로 고객을 축출합니다.
성공적인 상품은 기능적 집적성을 가져야 합니다. 전형화, 보수화, 복고주의 경향은 기능적 집적성을 지향하는 원리입니다. 상품이 대중화되어 사회적으로 공유된 체험을 생산하고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맨의 실패 - 이론의 빈곤으로 실패하고 외부여건에 이유를 댄다
상품이 인체활동에의 최적접근을 통해 일정한 안정성을 얻었을 때 정치적인 기능성으로서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기능적 집적성을 가지므로서 장수할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청바지를 들었습니다. 이 점은 광고전략상 주요한 의제가 될 수 있습니다. 창안자가 그 재능에도 불구하고 곧잘 실패하는 것은 아이디어의 깜찍함에 치우쳐서 이 점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외부여건과 내부논리의 양 측면입니다.
외부여건은 기능경쟁에서 정치, 사회적인 기능적 집적성으로 나타나고 내부논리는 성능경쟁에서 황금형태를 지향하는 인체에의 최적접근으로 나타납니다.
전략은 전술을 제한합니다. 소재는 기능을 제한하고 기능은 성능을 제한하며 성능은 비용을 제한하고 비용은 디자인을 제한합니다. 변형과 파격을 원한다면 먼저 소재를 혁신하고 기능을 개발한 후 또 성능을 고도화 한 후에 가능합니다.
여기서 얻어지는 이론과 원칙들에 주목하여야 합니다. 실제에서 상황은 대단한 복잡성을 가지고 혼돈스럽게 나타나므로 우리는 이점을 제대로 간파해내지 못합니다. 시장의 규모, 기업의 특성, 정치권력의 개입, 사회적 변동, 등 다양한 교란요인들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론의 증명을 위해서는 구분 격리된 단일상품을 찾아야 하는데 동일한 상품이라도 고가품과 저가품이 다르기 때문에 명석한 판단은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거기엔 분명 일정한 흐름이 있고 우리는 이론의 방법으로 그 흐름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재능있는 창안가가 실패하는 것은 자본의 부족, 대기업의 횡포, 사업감각의 부족, 동업자의 배신, 경기변동, 불운 등 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거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이론과 전략의 빈곤에 의한 것입니다.
기능적 집적의 외부여건에서 인체에의 접근이라는 내부논리로 일방지향해가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이론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시장이나 상품이나 권력이나 역사나 변화있는 곳에 다 적용되는 일반원리입니다.
단기적인 전술로 재능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참고 장기적 전략에 의지하며 재능의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어 여건을 조성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엑스세대 - 아이디어 고갈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시대정신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엑스세대 운운하는 이 시대가 도무지 무엇일까요?
젊은이다운 감각적 아이디어 열이 생산자의 공정개선노력 하나를 못 당하고 공정개선 열이 기술자의 신기술 하나를 못 당하고 신기술 열이 창안가의 신발명 하나를 못 당하고 신발명 열이 신소재 발견 하나를 못 당합니다.
승패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역으로 지금 사회에서 젊은이다운 엑스세대 감각이 강조된다는 것은 이 사회의 자본주의가 또한 아이디어 고갈로 그러한 말기단계에 가까와 있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시장을 이끌어갈 주도상품을 잃고 이탈기의 말기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사회의 자본주의가 그렇게 조로할 이유가 없다고 볼 때 감각이 강조되는 분위기는 잘못된 일시적 풍조이자 말단의 한 단면이지 이 사회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엑스세대 바람은 사회변동에의 적응장애로 나타나는 잠깐 동안의 현기증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순환구조는 생각보다 수명이 훨씬 길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 혁명에서 자본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엑스세대 현상이 참여에 대한 소외의 증상이라면 인터넷은 새로운 참여의 무대가 되는 즉 청소년들은 새로이 고전주의적인 열정을 획득하게 될 것입니다.
디자인 등 감각적 재치 위주의 말초적 측면이 부각될수록 그 사회에 진정 필요한 것은 그 반대의 것입니다. 시장의 순환구조는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거대한 순환 내부에 무수한 작은 순환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작은 순환들은 또한 한가지씩 혁명적인 신소재와 그 신소재를 기초로 한 시장주도권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고대사회에서는 수레바퀴의 발명, 불의 발견이 그 역할을 했고 또 금속가공기술 농사기술이 한번씩 시장주도권을 형성하였고 문명의 산파역할을 했다면 산업시대에는 석탄, 석유, 철강, 시멘트, 철도, 선박 등이 또한 한번씩 시장주도권을 형성하고 하나의 작은 사이클들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러한 시장기능은 다른 사회의 제 부문과 연계되어 커다란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갑니다. 우리는 원리를 간파하므로서 무엇이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도적 역할을 하는지 또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하여 상당히 추론할수 있습니다.
시대는 분명 새로운 바람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터넷혁명입니다. 생각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어갈 것입니다. 희망과 믿음 가지셔도 좋습니다.
산업화 - 시장주도권이 사회분위기를 지배한다
산업화는 석탄, 석유, 철강, 시멘트, 전기, 고무 등 신소재 개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신소재는 사회에서 구세주나 메시아의 기능을 가집니다. 또한 사회를 그러한 종교적 엄숙주의 분위기로 몰아갑니다.
자동차, 항공기, 철도, 컴퓨터 등 신발명은 사회에서 스승이나 가부장의 권위를 가집니다. 또한 사회를 그러한 계몽주의 분위기로 몰아갑니다.
이제 개발되는 여러가지 신기술은 전문직업인의 위신을 가지고 사회를 또한 그러한 개인주의, 전문가주의 분위기로 몰아갑니다.
원가절감이나 가격파괴 등 시도되는 여러가지 효율화, 합리화 노력은 장사꾼의 염치를 가지고 또한 사회를 그러한 상업주의 분위기로 몰고 갑니다.
디자인, 포장, 패션, 외관의 강조 등 말초적 흐름은 또한 약장수의 낯두꺼움을 가지고 사회를 포스트모던한 분위기로 몰고 갑니다. 이렇게 다섯가지 강조점에 따른 다섯번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다섯번의 바람)
[산업] [내용] [대표상품] [대표직업] [사회적 파급]
1. 소재경쟁 -- 내용 : 신소재의 등장
상품 : 석탄, 석유, 전기, 고무, 플라스틱, 시멘트
직업 : 구세주, 황제,
사회 : 종교적 엄숙주의
2. 기능경쟁 -- 내용 : 신발명의 등장
상품 : 자동차, 항공기, 컴퓨터, 빌딩
직업 : 스승, 가부장
사회 : 교육적 계몽주의
3. 성능경쟁 -- 내용 : 신기술의 등장
상품 : 기계공학, 전자공학, 생명공학
직업 : 전문직업인
사회 : 개인주의, 전문가주의
4. 효능경쟁 -- 내용 : 자동공정시스템
상품 : 유통혁명, 간접자본,
직업 : 장사꾼, 재벌
사회 : 실용주의, 상업주의
5. 미감경쟁 -- 내용 : 엑스세대 감각의 유행
상품 : 서비스업, 연예업
직업 : 약장수, 광대
사회 : 해체주의, 포스트모던 분위기
황금광시대 - 사천만이 목매어 기도하였다
19세기에서 20세기까지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회의 분위기는 먼저 종교적 엄숙주의에서 교육적 계몽주의 또 전문가적 개인주의와 상업주의 그리고 포스트모던 현상으로의 이동입니다. 이런 주의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 거기서 일정방향과 순서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흐름들은 실상 산업의 흐름에서 그 강조점의 변화가 인간의 의식에 투영된 것입니다. 즉 자본주의 초기시대에는 혁명적인 신소재발견이 곧잘 터져 나왔고 이는 사람들의 생활에 구세주와 같은 권능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성공과 실패가 개인의 노력보다는 어느 소재에 줄을 서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서부개척시대에 금광을 찾아 몰려간 황금광들처럼 매일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황금의 발견은 노력의 성과가 아니라 행운에 달려 있으니까요.
그러나 갈수록 신소재발견은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컴퓨터산업 외에는 뚜렷한 주도적 소재가 없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한때 석유시추에 목매어 사천만이 한마음으로 기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만약 석유가 대량으로 발견된다면 우리의 생활은 단번에 변하게 되며 그 변화는 개인의 능력과 별 상관이 없는 것이므로 개인주의보다는 종교적 엄숙주의가 사회분위기로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흐름 - 바람은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불어온다
엄숙주의냐 계몽주의냐 개인주의냐 상업주의 해체주의냐 하는 구분은 사회변화를 만들어 내는 주도적인 흐름에서 그 강조점의 이동과 인간 개개인과의 접근정도의 구분에 따릅니다. 신소재의 발견은 개개인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숙명적 변화를 가져오며 따라서 접근정도가 가장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상품의 발명은 몇몇 뛰어난 사람들에 의해 가능하고 우리는 그 신상품에 적응하기 위해서 교육되어야 합니다. 가르켜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앞에서 고개숙여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신기술의 개발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문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적극적으로 접근해야만 합니다. 가만히 있어서는 그 흐름에 끼어들 수가 없습니다.
가격, 비용요인은 가만히 있어도 우리에게 다가와 영향을 미칩니다. 굳이 찾아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서 소재요인 쪽으로 갈수록 거리가 멀고 그 반대로 갈수록 실생활과 가깝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즉 시장의 발전, 자본주의의 순환구조의 진행에 따라 강조되는 것이 사람으로부터 먼 곳에서 점점 생활과 밀접한 곳으로 가까와진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추세입니다. 시장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이러한 강조점의 변화가 있습니다. 그 변화는 우리의 실생활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실생활과 밀접한 것으로 가까와지는 성질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점은 정치적 상업적 또는 모든 면에서의 전략 전술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어떤 정치가가 정치적인 주장을 한다면 먼저 실생활과 멀리 떨어진 것에서 구세주적인 대안을 들고 나와 시선을 끌어야 합니다. 일단 시선끌기에 성공했다면 다음은 계몽가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해야 하고 다음은 개인의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을 강조해야 합니다.
정치가 - 다섯가지 얼굴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라면 순환구조의 흐름에 가장 민감해야 합니다. 사회앞에서 정치적 리더가 어떠한 모양새로 나설 것인가의 측면에서 강조점의 변화가 성립하며 능한 정치가라면 이런 정도의 전략 전술은 기본이 됩니다.
대중들은 원대한 비젼과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에 대해 식상해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능한 정치가는 또한 강조점의 변화를 통해서 다섯가지 얼굴을 그때그때 시류에 맞게 갈아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정치가가 처음 유권자에게 이미지를 심을 때는 환경문제나 통일문제 인권문제 같은 크고 원대한 문제를 들고 나와 시선끌기를 해야합니다. 곧 메시아의 태도로 엄숙주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그 문제에 매달려 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면 곧 유권자는 돌아섭니다.
일단 시선끌기에 성공했다면 다음엔 강조점을 바꾸어 계몽가적인 측면에서 윤리와 도덕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거기에 성공했다면 다음단계로 더욱 실생활과 가까우며 실익이 되는 민원해결의 문제를 들고 나와야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메시아적인 엄숙주의나 계몽가적 권위주의는 유권자들로부터 거리감을 불러일으켜 친숙하지 못하게 합니다. 얼굴 알리기와 카리스마 만들기에 성공하는 만큼 비토그룹을 양산합니다.
능한 정치가는 또 얼굴을 바꾸어 경제문제 전문가로 행세해야 하는가하면 또 얼굴을 바꾸어 장사꾼의 얼굴을 가지고 실용주의적 이해관계의 제시로 유권자들을 현혹해야 하는가하면 마지막으로는 광대의 얼굴을 가지고 이웃집 아저씨와 같이 친숙한 민중의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메시아가 되었다가 가부장이 되었다가 전문가가 되었다가 장사꾼이 되었다가 이웃집아저씨가 되는 식으로 잘 변하는 이가 정치가이지만 변화에는 일정한 순서와 방향이 있습니다. 최초 데뷔시에는 메시아적발언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주도권을 장악한 후 차츰 유권자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방향으로 처신을 바꾸어 가야 합니다.
오늘의 정치판에서 우리는 카리스마에 매달리는 구세주형과 계몽가 기질의 가부장형, 전문가형, 장사꾼형, 광대형의 정치가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을 말한다면 대통령 당선 전과 당선 후 적절한 얼굴바꾸기의 변신을 통해 정치력을 유지하고 적응해왔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절 한국의 모 정치인은 당선 전 이웃집아저씨에서 당선 후 황제로 변신해 버리므로서 순환구조의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른 데서 그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치가 원칙 - 먼저 바깥에서 끌어들이고 다음 안에서 해결한다
광범위하고 원대한 엄숙주의 발언일수록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반해 실제로 개개인에게 깊숙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비례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범위가 넓을수록 영향의 강도는 약하며 좁을수록 강도는 강하다}.
고로 능한 정치가는 전략과 전술에서 선전략 후전술의 원칙에 따라 처음에는 메시아적 관점에서 전장 바깥의 문제(외교, 국방)를 전장 안으로 끌어들이며 다음은 계몽가의 관점에서 전장안의 문제(경제, 민생)를 해결하여 실적을 쌓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는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적용됩니다. 웅변가의 화술이나 상인의 상술이나 작가의 글쓰기에나 정치나 전쟁이나 스포츠에나 다 해당되는 일반적 원칙입니다.
먼저 바깥에서 끌어들이고 나중에 안에서 해결합니다. 능한 전략 전술이란 이러한 강조점의 변화를 원칙에 맞게 지속해 낼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수완가라면 먼저 외교에서 한 건을 성공시켜 시선을 끌고 능력을 인정받은 다음 거기에서 얻어진 카리스마로 내부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얻는 것입니다.
먼저 외교에서 한 건을 크게 터뜨리지 않으면 카리스마가 형성되지 않고 리더십이 인정을 받지 못하여 내부반발 등 추종자로부터 배반당하게 되므로 내부문제 해결에도 실패하게 됩니다. 외부의 한 건은 오히려 쉽고 내부의 민생해결은 도리어 어렵습니다.
외부에서 한 건을 성공시켜 내부적 지지와 힘을 결집해야 내치를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저 전문지식이 많은 행정가형이라고 내치를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무리 리더가 전문지식이 있어도 카리스마가 없으면 반드시 내부반발이 얼어나 실패하게 됩니다.
정치가가 권력을 잡았다면 이러한 원리를 알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형성되기 전에는 골치 아픈 내부문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순위가 또한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상행위나 작가의 소설작법이나 연예인의 인기전략이나 청춘남녀의 연애작전이나 그 모든 것에 이러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클린턴이야말로 집권초기 외교에 열을 올려 점수를 따고 재선때는 민생에 치중 하므로서 적절한 얼굴갈기를 해낸 정치 테크니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 - 시류의 변화에 적응하라 그리고 그것을 뛰어 넘으라
사회에서 이러한 강조점의 변화가 곧 시류의 변화입니다. 창안가가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서 광고카피 비슷한 것이나 만들고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흐름은 반전되고 순환합니다. 진정한 창의를 위해서는 포스트모던의 시류를 뛰어넘어 다시 출발점으로 회귀하는 전략적 모험을 선택하지 않으면 아니 됩니다.
시류를 따라가서는 이등밖에 못하는 것입니다. 남보다 한발 앞서가던가 아니면 아예 시류를 거슬러 오르는 모험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남이 기능요인에 매달릴 때 자신은 성능요인에 매달려야 하며 남이 성능요인에 매달릴 때 자신은 비용요인에 매달려야 하며 남이 디자인의 파격을 시도할 때는 이미 뛰어들어 보았자 글렀으니 과감히 포기하고 시류를 거슬러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나서는 전략적 모험을 선택해야 합니다.
봉건사상은 소재요인에 주목하는 종교적 엄숙주의가 특성이었고 근대사상에서는 기능요인에 주목하는 정치적, 교육적 계몽주의가 강조되었고 모더니즘에서 성능요인에 주목하는 사회적 개인주의를 낳았다면 지금 사회는 비용요인에 주목하는 경제적 상업주의와 실용주의 그리고 심미요인에 주목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화적 표현주의 이데올로기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창안자가 자본주의의 발달사를 충분히 반영하는 이러한 시류의 변화에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시류란 단지 그것이 지금에 와서 식자들의 눈에 띄고 구미에 맞아 사회의 주도적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또는 상당히 허구적이기도 합니다.
식자들은 유식한 척을 하기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강조하기 위하여 때늦게 한물간 계몽주의적인 태도를 고수하려는 성향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약간 좌파의 냄새를 묻히고 목에 힘을 단단히 주고 시류에 뒤처진 계몽가의 스승노릇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모더니즘의 개인주의적 강조점이나 이 시대의 상업주의적 강조점은 전혀 식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것입니다. 즉 식자들이 좌파적 태도, 계몽주의적 태도, 100년 전에나 어울릴 법한 기능요인에 주목하는 태도를 고수하려는 것은 이 사회의 시류가 흐르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교육가적 지도자적 우월적 지위를 강조하려는 허세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창안가는 이러한 사회적 시류의 이면과 심층을 정확히 구분하고 간파해내어야 하며 또한 한걸음 앞서가야 하는 것입니다. 서투른 아마추어 창안가가 이것이 시류이다 하고 맥을 짚었다면 그것은 종종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허상의 맥을 짚은 것이기 십상팔구이기 때문입니다.
{청바지의 사회학}
나일론 - 전체의류시장에서 돌격대장의 역할을 한다
청바지 - 전체인간사회에서 바로미터의 기능을 한다
패션의 변화 - 사회심리학적 긴장도를 반영한다
사회적 기능성 - 집단 무의식을 반영한다
청바지의 기능적 집적성 - 질이 양을 한정시킨다
아이디어맨의 실패 - 이론의 빈곤으로 실패하고 외부여건에 이유를 댄다
엑스세대 - 아이디어 고갈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산업화 - 시장주도권이 사회분위기를 지배한다
황금광시대 - 사천만이 목매어 기도하였다
흐름 - 바람은 먼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불어온다
정치가 - 다섯가지 얼굴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의 원칙 - 먼저 바깥에서 끌어들이고 다음 안에서 해결한다
사회 - 시류의 변화에 적응하라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으라
제 12 장
{청바지의 사회학}
나일론 - 전체의류시장에서 돌격대장의 역할을 한다
다시 청바지로 돌아가겠습니다.
왜 청바지는 푸른색일까요?
나일론이라는 신소재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히트는 나일론양말이었습니다. 그러나 곧 면양말에 밀려났습니다. 이후 나일론은 운동복이나 그 외에 여러가지로 기능정착이 시도되었으나 어느 것도 성공스럽지 못합니다.
나일론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일론의 기질적 특성에 맞는 상품형태를 개발했을 때 면이나 타 합성섬유로부터 집중적 표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일론이 그 기질적 특성을 살려 신기능으로 시장을 공략하면 타 섬유소재가 곧 모방을 시도합니다. 이때 생산자는 나일론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경쟁의 유혹을 받고 가격경쟁은 시장의 순환사이클을 단축시켜 상품을 조로하게 합니다. 가격의 장점이 오히려 나일론으로 하여금 기능과 성능의 면에서 충분한 경쟁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에 시장변동은 먼저 나일론의 소재적 특성에 따른 신기능 개발로부터 시작하여 곧 타 섬유소재의 모방과 이로 인한 성능경쟁으로의 이행이 이어지고 그 성능경쟁에서 나일론이 패배하며 가격경쟁으로의 전환하게되고 또 타 섬유소재의 가격인하에 의해 가격특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때 디자인경쟁으로 전환하면 시장이 조기붕괴하여 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제품이 가격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은 무모한 모험이 되기 쉽습니다. 나일론은 그 소재의 특성으로 하여 시장에서 신기능에 대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공급하고 시장을 활성화시키며 전체 의류가격을 떨어뜨려 의류시장을 발전시킨 후 그 자신은 퇴장하게 됩니다. 즉 레저나 스포츠의류 또는 가방이나 텐트 등 다양한 상품에 나일론이 먼저 적용 시험되고 얼마 후 다른 섬유로 대체되는 순환구조를 가지는 것입니다.
나일론은 마치 바둑에서 사석작전으로 버려지는 돌의 운명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나일론의 소재특성입니다. 즉 변동이 나일론이라는 한 제품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류시장에서 한 부분품으로 기능하는 것입니다.
나일론의 경우 단일제품으로서는 늘 실패했지만 전체시장판도의 차원에서는 크게 기능한 상품입니다. 의류업체들은 나일론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옷감들을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청바지 - 전체인간사회에서 바로미터의 기능을 한다
지퍼의 경우 처음 가방이나 장화에 부착되었고 의류에 안착하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바지나 점퍼에 가장 안정된 형태를 찾아 안착했고 현재로서는 지퍼를 위협할 새로운 형태의 여미개가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나일론이 겉도는데 비해 지퍼는 다행히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안착해야 할 가장 안정된 형태라는 개념이 찾아지는 것입니다.
청바지는 두꺼운 면직의 옷감과 금속성의 단추 가죽 패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능은 간결한 외출복, 작업복, 레저용 등으로 다양하게 포용하며 성능은 활동성이 강조되고 구겨지지 않으며 다림질이 필요없고 인체의 선을 잘 살려내고 또 보완합니다. 가격은 고가에서 저가까지 다양하나 상대적 비교에서 대체로 저가이고 디자인은 변형과 파격이 부분적으로 허용되면서도 고전적 전형성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여성의류는 유행의 변화가 심하여 점포마다 재고를 쌓아두고 철따라 세일에 나섭니다. 남성의류도 양복의 깃이 좁아지고 넓어지는 유행을 탑니다. 의류의 색상과 종류와 옷감이 다양할 때 공급자는 늘 재고처리의 문제로 어려운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하고 수요자들도 양복점의 그 많은 옷감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 부담을 가집니다.
청바지는 상대적으로 유행을 타지 않고 옷감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으며 더욱 계절을 타지 않습니다. 고로 세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청바지를 세일한다면 유통과정에 뭔가 허구가 개입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상품이 디자인과 형태에서 끝없이 혁신해 가는데 청바지의 그 완고한 보수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나일론이 전체의류시장에서 돌격대장이라면 청바지는 전체 인간사회에서 바로미터의 기능을 가질수 있습니다. 맥도날드 햄버거의 국가간 가격을 비교하는 햄버거의 경제학도 있었지만 청바지의 국가간 수용정도를 비교하는 청바지의 사회학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패션의 변화 - 사회심리학적 긴장도를 반영한다
몇십 년 동안 한가지 상표로 장수하는 상품이 있고 또 조로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제품의 수명은 어디에 기초하며 또 어떻게 가늠할수 있을까요?
연필이나 볼펜이라도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존재합니다. 어떤 상품이 그 소재의 특성을 충분히 살리는 범위 안에서 인간생활에 충분히 접근하는 미학적 최적접근을 이루었을 때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며 그 형태는 고전적인 형식미의 우위를 확보하여 자기파괴의 디자인경쟁에 휘말리지 않게 됩니다.
긴 치마를 입는 것이 당연시 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경쟁을 벌이기 사작했습니다. 정통적 원형이 파괴되었습니다. 파괴는 치마의 길이를 줄이는 일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소비자는 급기야 치마의 원형을 잊어버리게 되고 어떤 치마를 입어야 할지 고민에 빠진 나머지 치마입기를 포기하고 차라리 바지를 입게 됩니다. 결국 치마를 입고 싶어도 입을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옷 그 자체의 기능과 상관없이 사회적인 긴장에 영향받은 것입니다.
유행은 변화하며 때때로 변화하기 위해서 변화합니다. 소비자의 수요요건과와 상관없이 디자이너들의 경쟁에 휘말리게 되며 때로 사회의 정치적인 긴장을 반영하여 엉뚱한 패션을 낳습니다.
사회의 정치적 긴장은 인간을 의상으로부터 이탈시키고 그 자체로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생산합니다. 이 긴장은 유행을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파괴합니다.
신세대에 대한 담론, 성에 대한 담론, 정치적 변혁에 대한 담론, 개인적 성취와 성공에 대한 담론들이 지속적으로 긴장으로 확대재생산 하면서 자본주의의 한 축을 담당하여 스스로 기능하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의상으로서 그에 대한 태도를 표명하게 합니다.
여성들이 의상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회적, 정치적 긴장과 태도표명을 요구받기 때문입니다. 남성이 개인의 능력에 의해 평가되는데 반해 여성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기능에 의해 평가되는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역할의 확실성이 떨어지는 여성은 자신의 사회기능을 분명하게 나타내어야 한다는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받고 그 스트레스를 의상에다 전가하므로 옷으로 명함을 대신하여 패션산업만 발전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기능성 - 집단 무의식을 반영한다
꽁지머리와 두건이 유행했을 때 모 대학교수는 그런 차림으로 TV에 출연하여 X세대의 자유와 개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옷차림을 자기 미의식의 표출이라고 항변했으나 유행이 사라진 현재시점에서 볼 때 그의 해프닝은 정치적인 데모, 항의의 의미로만 받아들여집니다.
그는 자신의 사적인 개성과 미의식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해 메시아적인 계시자 노릇을 하고 싶었거나 정치적인 데모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읽혀집니다.
의상이 사회, 정치적인 기능성을 가지는 것은 개인의 사사로운 미의식의 표출이 아니라 사회적인 집단 무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청바지의 오랜 수명은 그 청바지가 나타내는 사회, 정치적인 성향이 이 시대의 지배적인 의론으로 되어 왔음을 집단무의식의 방법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청바지의 강점은 인체에의 접근정도입니다.
의상은 오랫동안 인체로부터 멀어져 인체를 은폐, 왜곡, 변형, 과시하는 수단으로 되어 왔습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볼 때 청바지는 가장 안정된 이상적인 상품이며 이는 인체공학의 측면에서 인체에 가장 접근하는 {황금형태}에 도달한 동시에 이 시대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곧 정치적 기능성에 있어서도 성공한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품이 기능적, 성능적 측면에서 미학적 이상수치에 도달했을 때 고전적 전형성을 창출하고 집단무의식의 방법으로 정치적인 기능성을 소화하며 이에 의해 디자인의 변형은 무모한 모험이 됩니다.
찢어진 청바지나 장식을 부착한 청바지는 그 정치기능의 노골화로 해석됩니다. 그러므로 청바지의 디자인 변경은 정치적 오해를 동반할 수 있다는 면에서 모험입니다. 청바지의 이데올로기는 미국식의 온건한 자유주의입니다. 거기엔 리버럴한 측면에서 적절한 정도의 주류적 억압에 대한 저항과 연대, 또 자기과시가 있습니다.
청바지의 기능적 집적성 - 질이 양을 한정시킨다
왜 청바지는 푸른색일까요?
어떤 상품이 일정한 정도의 황금형태에 도달하여 일반화, 대중화 되었을 때 플러스 알파로서 정치, 사회적인 기능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 집적성의 부분을 파괴하지 않는 한 변형과 파격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질이 양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질이란 둘 이상이 서로 대응하여 맞물려 있음의 집적상태를 의미합니다. 양은 맞물려 있음의 해체입니다. 질을 변형하면 기능성을 상실하여 기능적 가치가 감소하므로 복고적 경향을 고수하려는 성질을 가지는 것입니다.
운동화의 경우 디자인에 있어서의 변형과 파격은 일시적으로 판매를 증가시키지만 점점 어린이용이 되어갑니다. 농구화면 농구화, 조깅화면 조깅화 하는 고유한 독점적 기능성이 부각되어야 합니다. 디자인의 변형과 파격이 그런 구분을 의미없게 합니다. 다 똑같아져 버리면 결국 성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서 전체 시장규모가 위축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신체가 빠르게 성장할 뿐만 아니라 뛰어놀아야 하므로 운동화의 구분이 어떻게 되든 운동화를 신게되지만 성인들에게는 굳이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을 확실한 명분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운동화 대신 캐주얼화를 신게됩니다.
농구경기에서는 반드시 농구화를, 골프시합에서는 반드시 골프화를, 조깅때는 반드시 조깅화를 신어야 한다는 암시를 주입해야 한 사람의 소비자가 여러켤레의 운동화를 살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파격은 일시적으로 판매를 증가시키되 장기적으로 고객을 축출합니다.
성공적인 상품은 기능적 집적성을 가져야 합니다. 전형화, 보수화, 복고주의 경향은 기능적 집적성을 지향하는 원리입니다. 상품이 대중화되어 사회적으로 공유된 체험을 생산하고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맨의 실패 - 이론의 빈곤으로 실패하고 외부여건에 이유를 댄다
상품이 인체활동에의 최적접근을 통해 일정한 안정성을 얻었을 때 정치적인 기능성으로서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기능적 집적성을 가지므로서 장수할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청바지를 들었습니다. 이 점은 광고전략상 주요한 의제가 될 수 있습니다. 창안자가 그 재능에도 불구하고 곧잘 실패하는 것은 아이디어의 깜찍함에 치우쳐서 이 점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외부여건과 내부논리의 양 측면입니다.
외부여건은 기능경쟁에서 정치, 사회적인 기능적 집적성으로 나타나고 내부논리는 성능경쟁에서 황금형태를 지향하는 인체에의 최적접근으로 나타납니다.
전략은 전술을 제한합니다. 소재는 기능을 제한하고 기능은 성능을 제한하며 성능은 비용을 제한하고 비용은 디자인을 제한합니다. 변형과 파격을 원한다면 먼저 소재를 혁신하고 기능을 개발한 후 또 성능을 고도화 한 후에 가능합니다.
여기서 얻어지는 이론과 원칙들에 주목하여야 합니다. 실제에서 상황은 대단한 복잡성을 가지고 혼돈스럽게 나타나므로 우리는 이점을 제대로 간파해내지 못합니다. 시장의 규모, 기업의 특성, 정치권력의 개입, 사회적 변동, 등 다양한 교란요인들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론의 증명을 위해서는 구분 격리된 단일상품을 찾아야 하는데 동일한 상품이라도 고가품과 저가품이 다르기 때문에 명석한 판단은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거기엔 분명 일정한 흐름이 있고 우리는 이론의 방법으로 그 흐름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재능있는 창안가가 실패하는 것은 자본의 부족, 대기업의 횡포, 사업감각의 부족, 동업자의 배신, 경기변동, 불운 등 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거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이론과 전략의 빈곤에 의한 것입니다.
기능적 집적의 외부여건에서 인체에의 접근이라는 내부논리로 일방지향해가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이론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시장이나 상품이나 권력이나 역사나 변화있는 곳에 다 적용되는 일반원리입니다.
단기적인 전술로 재능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참고 장기적 전략에 의지하며 재능의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어 여건을 조성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엑스세대 - 아이디어 고갈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시대정신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엑스세대 운운하는 이 시대가 도무지 무엇일까요?
젊은이다운 감각적 아이디어 열이 생산자의 공정개선노력 하나를 못 당하고 공정개선 열이 기술자의 신기술 하나를 못 당하고 신기술 열이 창안가의 신발명 하나를 못 당하고 신발명 열이 신소재 발견 하나를 못 당합니다.
승패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역으로 지금 사회에서 젊은이다운 엑스세대 감각이 강조된다는 것은 이 사회의 자본주의가 또한 아이디어 고갈로 그러한 말기단계에 가까와 있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시장을 이끌어갈 주도상품을 잃고 이탈기의 말기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사회의 자본주의가 그렇게 조로할 이유가 없다고 볼 때 감각이 강조되는 분위기는 잘못된 일시적 풍조이자 말단의 한 단면이지 이 사회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엑스세대 바람은 사회변동에의 적응장애로 나타나는 잠깐 동안의 현기증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순환구조는 생각보다 수명이 훨씬 길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 혁명에서 자본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엑스세대 현상이 참여에 대한 소외의 증상이라면 인터넷은 새로운 참여의 무대가 되는 즉 청소년들은 새로이 고전주의적인 열정을 획득하게 될 것입니다.
디자인 등 감각적 재치 위주의 말초적 측면이 부각될수록 그 사회에 진정 필요한 것은 그 반대의 것입니다. 시장의 순환구조는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거대한 순환 내부에 무수한 작은 순환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작은 순환들은 또한 한가지씩 혁명적인 신소재와 그 신소재를 기초로 한 시장주도권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고대사회에서는 수레바퀴의 발명, 불의 발견이 그 역할을 했고 또 금속가공기술 농사기술이 한번씩 시장주도권을 형성하였고 문명의 산파역할을 했다면 산업시대에는 석탄, 석유, 철강, 시멘트, 철도, 선박 등이 또한 한번씩 시장주도권을 형성하고 하나의 작은 사이클들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러한 시장기능은 다른 사회의 제 부문과 연계되어 커다란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갑니다. 우리는 원리를 간파하므로서 무엇이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도적 역할을 하는지 또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하여 상당히 추론할수 있습니다.
시대는 분명 새로운 바람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터넷혁명입니다. 생각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어갈 것입니다. 희망과 믿음 가지셔도 좋습니다.
산업화 - 시장주도권이 사회분위기를 지배한다
산업화는 석탄, 석유, 철강, 시멘트, 전기, 고무 등 신소재 개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신소재는 사회에서 구세주나 메시아의 기능을 가집니다. 또한 사회를 그러한 종교적 엄숙주의 분위기로 몰아갑니다.
자동차, 항공기, 철도, 컴퓨터 등 신발명은 사회에서 스승이나 가부장의 권위를 가집니다. 또한 사회를 그러한 계몽주의 분위기로 몰아갑니다.
이제 개발되는 여러가지 신기술은 전문직업인의 위신을 가지고 사회를 또한 그러한 개인주의, 전문가주의 분위기로 몰아갑니다.
원가절감이나 가격파괴 등 시도되는 여러가지 효율화, 합리화 노력은 장사꾼의 염치를 가지고 또한 사회를 그러한 상업주의 분위기로 몰고 갑니다.
디자인, 포장, 패션, 외관의 강조 등 말초적 흐름은 또한 약장수의 낯두꺼움을 가지고 사회를 포스트모던한 분위기로 몰고 갑니다. 이렇게 다섯가지 강조점에 따른 다섯번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다섯번의 바람)
[산업] [내용] [대표상품] [대표직업] [사회적 파급]
1. 소재경쟁 -- 내용 : 신소재의 등장
상품 : 석탄, 석유, 전기, 고무, 플라스틱, 시멘트
직업 : 구세주, 황제,
사회 : 종교적 엄숙주의
2. 기능경쟁 -- 내용 : 신발명의 등장
상품 : 자동차, 항공기, 컴퓨터, 빌딩
직업 : 스승, 가부장
사회 : 교육적 계몽주의
3. 성능경쟁 -- 내용 : 신기술의 등장
상품 : 기계공학, 전자공학, 생명공학
직업 : 전문직업인
사회 : 개인주의, 전문가주의
4. 효능경쟁 -- 내용 : 자동공정시스템
상품 : 유통혁명, 간접자본,
직업 : 장사꾼, 재벌
사회 : 실용주의, 상업주의
5. 미감경쟁 -- 내용 : 엑스세대 감각의 유행
상품 : 서비스업, 연예업
직업 : 약장수, 광대
사회 : 해체주의, 포스트모던 분위기
황금광시대 - 사천만이 목매어 기도하였다
19세기에서 20세기까지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회의 분위기는 먼저 종교적 엄숙주의에서 교육적 계몽주의 또 전문가적 개인주의와 상업주의 그리고 포스트모던 현상으로의 이동입니다. 이런 주의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 거기서 일정방향과 순서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흐름들은 실상 산업의 흐름에서 그 강조점의 변화가 인간의 의식에 투영된 것입니다. 즉 자본주의 초기시대에는 혁명적인 신소재발견이 곧잘 터져 나왔고 이는 사람들의 생활에 구세주와 같은 권능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성공과 실패가 개인의 노력보다는 어느 소재에 줄을 서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서부개척시대에 금광을 찾아 몰려간 황금광들처럼 매일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황금의 발견은 노력의 성과가 아니라 행운에 달려 있으니까요.
그러나 갈수록 신소재발견은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컴퓨터산업 외에는 뚜렷한 주도적 소재가 없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한때 석유시추에 목매어 사천만이 한마음으로 기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만약 석유가 대량으로 발견된다면 우리의 생활은 단번에 변하게 되며 그 변화는 개인의 능력과 별 상관이 없는 것이므로 개인주의보다는 종교적 엄숙주의가 사회분위기로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흐름 - 바람은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불어온다
엄숙주의냐 계몽주의냐 개인주의냐 상업주의 해체주의냐 하는 구분은 사회변화를 만들어 내는 주도적인 흐름에서 그 강조점의 이동과 인간 개개인과의 접근정도의 구분에 따릅니다. 신소재의 발견은 개개인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숙명적 변화를 가져오며 따라서 접근정도가 가장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상품의 발명은 몇몇 뛰어난 사람들에 의해 가능하고 우리는 그 신상품에 적응하기 위해서 교육되어야 합니다. 가르켜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앞에서 고개숙여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신기술의 개발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문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적극적으로 접근해야만 합니다. 가만히 있어서는 그 흐름에 끼어들 수가 없습니다.
가격, 비용요인은 가만히 있어도 우리에게 다가와 영향을 미칩니다. 굳이 찾아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서 소재요인 쪽으로 갈수록 거리가 멀고 그 반대로 갈수록 실생활과 가깝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즉 시장의 발전, 자본주의의 순환구조의 진행에 따라 강조되는 것이 사람으로부터 먼 곳에서 점점 생활과 밀접한 곳으로 가까와진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추세입니다. 시장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이러한 강조점의 변화가 있습니다. 그 변화는 우리의 실생활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실생활과 밀접한 것으로 가까와지는 성질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점은 정치적 상업적 또는 모든 면에서의 전략 전술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어떤 정치가가 정치적인 주장을 한다면 먼저 실생활과 멀리 떨어진 것에서 구세주적인 대안을 들고 나와 시선을 끌어야 합니다. 일단 시선끌기에 성공했다면 다음은 계몽가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해야 하고 다음은 개인의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을 강조해야 합니다.
정치가 - 다섯가지 얼굴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라면 순환구조의 흐름에 가장 민감해야 합니다. 사회앞에서 정치적 리더가 어떠한 모양새로 나설 것인가의 측면에서 강조점의 변화가 성립하며 능한 정치가라면 이런 정도의 전략 전술은 기본이 됩니다.
대중들은 원대한 비젼과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에 대해 식상해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능한 정치가는 또한 강조점의 변화를 통해서 다섯가지 얼굴을 그때그때 시류에 맞게 갈아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정치가가 처음 유권자에게 이미지를 심을 때는 환경문제나 통일문제 인권문제 같은 크고 원대한 문제를 들고 나와 시선끌기를 해야합니다. 곧 메시아의 태도로 엄숙주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그 문제에 매달려 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면 곧 유권자는 돌아섭니다.
일단 시선끌기에 성공했다면 다음엔 강조점을 바꾸어 계몽가적인 측면에서 윤리와 도덕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거기에 성공했다면 다음단계로 더욱 실생활과 가까우며 실익이 되는 민원해결의 문제를 들고 나와야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메시아적인 엄숙주의나 계몽가적 권위주의는 유권자들로부터 거리감을 불러일으켜 친숙하지 못하게 합니다. 얼굴 알리기와 카리스마 만들기에 성공하는 만큼 비토그룹을 양산합니다.
능한 정치가는 또 얼굴을 바꾸어 경제문제 전문가로 행세해야 하는가하면 또 얼굴을 바꾸어 장사꾼의 얼굴을 가지고 실용주의적 이해관계의 제시로 유권자들을 현혹해야 하는가하면 마지막으로는 광대의 얼굴을 가지고 이웃집 아저씨와 같이 친숙한 민중의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메시아가 되었다가 가부장이 되었다가 전문가가 되었다가 장사꾼이 되었다가 이웃집아저씨가 되는 식으로 잘 변하는 이가 정치가이지만 변화에는 일정한 순서와 방향이 있습니다. 최초 데뷔시에는 메시아적발언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주도권을 장악한 후 차츰 유권자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방향으로 처신을 바꾸어 가야 합니다.
오늘의 정치판에서 우리는 카리스마에 매달리는 구세주형과 계몽가 기질의 가부장형, 전문가형, 장사꾼형, 광대형의 정치가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을 말한다면 대통령 당선 전과 당선 후 적절한 얼굴바꾸기의 변신을 통해 정치력을 유지하고 적응해왔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절 한국의 모 정치인은 당선 전 이웃집아저씨에서 당선 후 황제로 변신해 버리므로서 순환구조의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른 데서 그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치가 원칙 - 먼저 바깥에서 끌어들이고 다음 안에서 해결한다
광범위하고 원대한 엄숙주의 발언일수록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반해 실제로 개개인에게 깊숙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비례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범위가 넓을수록 영향의 강도는 약하며 좁을수록 강도는 강하다}.
고로 능한 정치가는 전략과 전술에서 선전략 후전술의 원칙에 따라 처음에는 메시아적 관점에서 전장 바깥의 문제(외교, 국방)를 전장 안으로 끌어들이며 다음은 계몽가의 관점에서 전장안의 문제(경제, 민생)를 해결하여 실적을 쌓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는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적용됩니다. 웅변가의 화술이나 상인의 상술이나 작가의 글쓰기에나 정치나 전쟁이나 스포츠에나 다 해당되는 일반적 원칙입니다.
먼저 바깥에서 끌어들이고 나중에 안에서 해결합니다. 능한 전략 전술이란 이러한 강조점의 변화를 원칙에 맞게 지속해 낼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수완가라면 먼저 외교에서 한 건을 성공시켜 시선을 끌고 능력을 인정받은 다음 거기에서 얻어진 카리스마로 내부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얻는 것입니다.
먼저 외교에서 한 건을 크게 터뜨리지 않으면 카리스마가 형성되지 않고 리더십이 인정을 받지 못하여 내부반발 등 추종자로부터 배반당하게 되므로 내부문제 해결에도 실패하게 됩니다. 외부의 한 건은 오히려 쉽고 내부의 민생해결은 도리어 어렵습니다.
외부에서 한 건을 성공시켜 내부적 지지와 힘을 결집해야 내치를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저 전문지식이 많은 행정가형이라고 내치를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무리 리더가 전문지식이 있어도 카리스마가 없으면 반드시 내부반발이 얼어나 실패하게 됩니다.
정치가가 권력을 잡았다면 이러한 원리를 알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형성되기 전에는 골치 아픈 내부문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순위가 또한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상행위나 작가의 소설작법이나 연예인의 인기전략이나 청춘남녀의 연애작전이나 그 모든 것에 이러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클린턴이야말로 집권초기 외교에 열을 올려 점수를 따고 재선때는 민생에 치중 하므로서 적절한 얼굴갈기를 해낸 정치 테크니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 - 시류의 변화에 적응하라 그리고 그것을 뛰어 넘으라
사회에서 이러한 강조점의 변화가 곧 시류의 변화입니다. 창안가가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서 광고카피 비슷한 것이나 만들고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흐름은 반전되고 순환합니다. 진정한 창의를 위해서는 포스트모던의 시류를 뛰어넘어 다시 출발점으로 회귀하는 전략적 모험을 선택하지 않으면 아니 됩니다.
시류를 따라가서는 이등밖에 못하는 것입니다. 남보다 한발 앞서가던가 아니면 아예 시류를 거슬러 오르는 모험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남이 기능요인에 매달릴 때 자신은 성능요인에 매달려야 하며 남이 성능요인에 매달릴 때 자신은 비용요인에 매달려야 하며 남이 디자인의 파격을 시도할 때는 이미 뛰어들어 보았자 글렀으니 과감히 포기하고 시류를 거슬러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나서는 전략적 모험을 선택해야 합니다.
봉건사상은 소재요인에 주목하는 종교적 엄숙주의가 특성이었고 근대사상에서는 기능요인에 주목하는 정치적, 교육적 계몽주의가 강조되었고 모더니즘에서 성능요인에 주목하는 사회적 개인주의를 낳았다면 지금 사회는 비용요인에 주목하는 경제적 상업주의와 실용주의 그리고 심미요인에 주목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화적 표현주의 이데올로기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창안자가 자본주의의 발달사를 충분히 반영하는 이러한 시류의 변화에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시류란 단지 그것이 지금에 와서 식자들의 눈에 띄고 구미에 맞아 사회의 주도적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또는 상당히 허구적이기도 합니다.
식자들은 유식한 척을 하기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강조하기 위하여 때늦게 한물간 계몽주의적인 태도를 고수하려는 성향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약간 좌파의 냄새를 묻히고 목에 힘을 단단히 주고 시류에 뒤처진 계몽가의 스승노릇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모더니즘의 개인주의적 강조점이나 이 시대의 상업주의적 강조점은 전혀 식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것입니다. 즉 식자들이 좌파적 태도, 계몽주의적 태도, 100년 전에나 어울릴 법한 기능요인에 주목하는 태도를 고수하려는 것은 이 사회의 시류가 흐르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교육가적 지도자적 우월적 지위를 강조하려는 허세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창안가는 이러한 사회적 시류의 이면과 심층을 정확히 구분하고 간파해내어야 하며 또한 한걸음 앞서가야 하는 것입니다. 서투른 아마추어 창안가가 이것이 시류이다 하고 맥을 짚었다면 그것은 종종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허상의 맥을 짚은 것이기 십상팔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