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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718 vote 1 2013.09.27 (15:23:35)

 


    정치는 집단의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중요한건 옳은 결정이 아니라, 누구에게 결정권이 있느냐다. 결정권의 조직 그 자체가 중요하다. 바른 결정보다 합리적인 결정시스템의 건설이 우선이다.


    국민은 결정권자의 존재를 일종의 국가자산으로 여기므로 사회가 독재로 치닫는다. 결정시스템이 자산이다. 시스템은 복잡해서 이해못하고, 대신 눈에 보이는 아이콘을 원하며 그것은 독재자다.


    정치는 나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우리가 패한 이유는 우리가 충분히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쁜 정치는 밀고 당기는 의사결정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그것은 길거리의 흥정과 같다.


    정직하게 제값 부르면 곤란하다. 바가지 씌웠다가 다시 깎아주는 나쁜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정치는 후진국에 여행가서 삐끼들과 흥정하듯이 해야 한다. 가능한 나쁘게 그리고 더욱 나쁘게.


    좋은 정치는 도스명령어 입력과 같다. 내부에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모른다. 대신 실무를 빠르게 해치운다. 나쁜 정치는 스티브 잡스의 GUI와 같다. 컴퓨터의 작동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실무작업은 도스명령어 치는게 더 빠르다. 시작프로그램을 클릭하면 컴퓨터 내부의 모든 파일을 다 보여주는데 그 중의 99.9퍼세트는 사용하지 않는 거다. 괜히 보여주는 거다. 있어보이려고.


    민주주의는 쓸데없이 시스템의 의사결정과정을 보여주는 나쁜 정치다. 따라서 비효율적이다. 독재정치는 의사결정과정을 드라마로 각색해서 보여주는 더 나쁜 정치다. 효율적이지만 속임수다.


    밀실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의사결정 시스템은 감추고, 독재자라는 단순한 아이콘으로 보여준다. 너무 단순해도 곤란하다. 그래서 거짓 연출을 한다. 각본을 정해놓고 국민과 밀당을 하는 거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애플 1을 팔러갔는데 가격을 얼마로 불러야 할까? 그런 제품은 지금껏 없었으니 가격을 정할 수 없다. 500불을 불렀는데 덥썩 사겠단다. 1000불 부를걸 그랬나? 후회한다.


    노인들이 20만원 불렀는데 박근혜가 콜을 했다. 노인들 후회한다. 40만원 부를걸 그랬나? 박근혜가 번복하여 다시 30퍼센트 깎자고 그런다. 나라 살림이 어렵다는데. 노인들은 매우 만족한다.


    1/3 깎인 20만원에 행복해한다. 가격이 깎인 사실보다 흥정을 해봤다는 사실에 쾌감을 느낀다. 다음 흥정에 쓸 데이터를 얻었으니까.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강박관념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속았다. 누가 속았나? 민주당이 속았다. 민주당은 20만원 받고 40만원 불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도무지 밀당을 못하는 것이다. 사실이지 국민을 바보로 보는 밀당은 새누리당의 근성이다.


    오세훈이도 애들 밥값 가지고 서투르게 밀당하려다가 망했다. 밀당실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리석은 유권자들이 이런 밀당을 좋아한다는 데 있다. 국민을 바보로 보는게 밀당정치다.


    그런데 국민은 바보가 맞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은 바보다라는 전제 하에 정치가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국가예산으로 보면 50만원도 줄 수 있다. 중요한건 액수가 아니다.


    누가 결정하느냐다. 밀당을 통해 결정해야 예쁘게 속는다. 국민은 옴팡지게 속기 원한다. 의사결정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길 원한다. 바가지 썼다가 깎기 원한다. 민주주의는 원래 밀당이다.


    그러나 시스템의 밀당은 국민이 이해하지 못한다. 독재는 잘 연출된 거짓 밀당이다. 개콘의 정승환처럼 ‘너 되게 낯설다. 요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요물!’ 이걸 해야 한다. 노인들에게는.


    그들은 어차피 속는다. 언제나 패배할 뿐이다. 민주주의는 속아도 누구에게 속는지 모른다.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이 누구냐고? 의사결정이 잘 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이왕 속을 바에 눈에 보이는 임금에게 속자는 거다. 언제가 그렇듯이 나쁜 정치가 승리한다. 2007년 선거 때는 안보가 이슈로 되지 않았다. 명박이 스스로 안보를 망쳐서 안보이슈를 만들었다.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나쁜 정치의 성공사례다. 자기가 안보를 망쳐놓고 안보이슈로 정권연장 하는 거다. 여기서 핵심은? 안보의 의사결정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방송한 거다.


    안보를 잘하면 안보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국민이 눈으로 보지를 못한다. 국민은 왠지 자신이 손해본 것처럼 착각한다. 안보를 망쳐야지만 안보시스템의 작동과정이 눈앞에 시연되는 것이다.


    그들은 안보시스템이라는 커다란 자산이 존재하여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 한다. 큰 돈 번 것으로 착각한다. 안보를 망치면 호주머니에 100억 재산이 현찰로 생긴 줄 안다. 노인들은 그렇다.


    * 안보를 잘하면 - 뭔가 허전해. 불안해. 어색해.

    * 안보를 망치면 - 우리에게 엄청난게 있었어. 그건 안보야. 좋아좋아.


    박근혜는 민생을 망쳐놓고, 자신이 망쳐먹은 민생을 내세워서 한 번 더 집권할 계략을 꾸민다. 그렇다. 위정자가 정치를 잘 하면 나라가 평안하다. 그러나 왜 정치가 잘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차가 고장나야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정치가 망해야 어디가 문제인지 국민이 알 수 있다. 나라를 망쳐야 유권자가 각성하여 정치가 발전한다. 그래서 정치는 잘 하면 욕 먹는 거다.


    서비스센타 가서 AS 받으면서 친절한 서비스에 왕노릇 하고 온다. 서비스 받고 싶어서 멀쩡한 제품을 일부러 부순다. 그게 이 나라 유권자 수준이다. 이게 정치의 본질임을 인정해야 한다.


    정치는 도덕이 아니다. 프로냐 아마냐다. 우리는 옳은 정치가 아니라 프로의 정치를 해야 한다. 밀당을 잘 하는게 프로다. 그러다가 잘못되면 밀당의 하수 오세훈처럼 한 방에 가는 거다.


    박근혜의 밀당정치가 재미나긴 하지만 스스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점점 더 꼬이고 있다. 밀당하다 파탄난 커플이 한 둘이인가? 국민이 밀당 좋아하는 바보인건 맞는데 아주 바보는 아니다.


    비록 졌지만 나쁘지 못해서 패배한 선거라면 우리가 후회할 일은 아니다. 정치가 밀당에 의해 작동한다는 본질을 알면 그 뿐 우리가 어설프게 망해먹은 오세훈의 밀당을 흉내낼 이유는 없다.


    진보는 진보의 밀당이 있다. 시위도 하고, 저항도 하고, 파업도 하고, 바른 말도 하고 할건 다 하고 가는게 진보의 밀당이다. 국민이 진보의 시스템 밀당에 익숙해지게 훈련시켜야 한다.


    지난 5월에 북한의 전쟁위협으로 한반도가 한 동안 시끄러웠는데 일본의 친구가 한국의 지인에게 소포로 국수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라면사재기가 일어나서 비상식량을 못구할까봐.


    한국의 전쟁위기가 현해탄을 건너면 백 배로 과장된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방사능 위험도 과장되었을 수 있다. 서로의 방식이 있으며 익숙해지지 않으면 ‘너 되게 낯설다’ 이렇게 되는 거다.


    보수는 파업, 시위, 투쟁으로 가는 진보의 시스템 밀당이 낯설고, 진보는 박근혜, 오세훈의 조잡한 삐끼밀당이 우습고. 어쨌든 정치가 밀당으로 굴러간다는건 프로가 알아야 할 기본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은 갑이냐 을이냐다. 을이면 빚이 많을수록 나쁘고 갑이면 빚이 많을수록 좋다. 한국도 이제 선진국이 되었다. 잘 사느냐 못 사느냐는 이 게임의 본질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갑이냐 을이냐가 본질이다. 매달 60억불씩 흑자가 남는다. 자신이 갑이라는걸 모르면 계속 패배할 수 밖에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 받고 40 부르는 정치를 해야 한다.


    프로가 되어야 한다. 정치는 원래 나쁜 거다. 우리가 나쁘기 시합에서 졌지만 지더라도 알고 져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 내부에서의 조잡한 밀당을 잠재우는건 바깥에서의 큰 소식이다.


    김정은은 젊다. 오바마는 셰일가스로 대박을 치고 있다. 세계경제는 회복되고 있다. 다음 미국 대통령은 힐러리다. 지금 이란과 오바마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밀당이 잘 되면 다음은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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