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695 vote 0 2002.09.10 (12:10:00)

이래뵈도 내가 경제학 전공자라는거 아니냐. 공부는 안했지만 경제학개론은 읽어봤다는거 아니냐. 으아~ 쥐긴다!. 사실 나는 철학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철학에 철학이 없다는건 초딩 때 이미 알아봤다.

나는 과학주의자였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의 의문은 과학과 철학이 왜 따로 노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과학이 틀렸거나 철학이 틀렸거나 둘 중 하나가 틀린거다. 당연히 철학이 틀렸다. 하여간 철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내 관심을 끄는 철학이 없었던 것이다.

철학 나부랑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대부분 '귀신 씨나락을 까보세나' 하는 .. 하여간 영 이건 아니올시다 하는 느낌.. 과학이 그러하듯이 아귀가 척척 맞아떨어지는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여 재현되는 철학은 왜 없는가 하는 의문의 즈음에서 나는 경제학을 발견한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경제학을 과학과 철학의 중간 연결고리 쯤으로 파악한 것이다. 나의 결론에 의하면 이렇다. 과학은 반복하여 검증되는 합법칙성이 있다. 철학은 없다. 왜 없어졌을까?

과학의 한계 때문이다. 즉 과학의 오류다. 철학은 넓고 과학은 좁다. 좁은 곳에 들어맞는 규칙이 넓은 곳에 들어맞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좁은 곳과 넓은 곳의 중간쯤 되는 곳이 경제학이다.

경제학은 반은 과학이고 반은 철학이다. 반은 수학이고 반은 직관력이다. 반은 계산이고 반은 점장이의 예언이다. 사실 경제학에는 주술적인 측면이 없잖아 있다.

각설하고.. 물론 나는 경제학개론만 읽어보고 끝냈다. 내가 필요로 하는 수준에서 대충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애초에 경제학자가 될 생각은 없었고 ..

과학은 좁다. 좁은 부분을 한정해놓고 법칙을 들이대면 들어맞다. 수요고 공급이고 척척 논리대로 들어맞는다. 그런데 넓은 물로 나와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서 대책은 ... 우선순위다.

모든 복잡한 것은 단순화될 수 있다. 세상을 좀 알고 떠드는지 천지를 모르고 까부는지는 그 잉간이 우선순위개념을 가지고 있는가 없는가로 판별할 수 있다. 어려운 것을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은 가짜다. 경제학은 물론 어렵다. 그러나 우선순위의 체로 걸러내면 단순하다.

나는 경제학이 본질에서 매우 쉽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이 어려워진 것은 우선순위개념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중요한 변수와 중요하지 않은 변수를 구분할 수 있는가이다.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수는 매우 많다. 그러나 나의 이론에 의하면 특정한 시점에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언제나 하나이다. 어떤 상황이 있다. 100가지 변수가 있다. 그러나 특정한 시점에서는 항상 하나의 변수가 결정권을 갖는다.

요건 내 이야기고 .. 뭐 길게 이야기할 거 없다. 경제학이든, 경제학이 아니든, 정치든, 철학이든, 과학이든, 개나발이든, 우수마발이든 상관없다. 어려운걸 어렵게 이야기하는 사람과 어려운 것을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천지를 모르는 넘들은 어차피 모르니까 어렵게 이야기해주면 어렵게 이야기해줄수록 좋아한다. 이래도 모르고 저래도 모르는 그들의 목표는 어려운 전문용어 한두개를 배우는 것이다. 그들은 어려운 학술용어 몇 개만 던져주면 '이게 웬 횡재냐' 하고 희희낙락 좋아한다.

여기서 짓까부는 자들의 불만도 그거다. 왜 어려운 학술용어 몇 개로 박살내버리는 학자교수들의 간단한 방법을 최선생님은 왜 사용하지 않느냐는 그거다. 사실 그들입장에서는 굉장한 불만인 것이다.

이거 미국의 무슨 유명대학 무슨 일류연구소 무슨 소문난박사의 200×년 ×월 ×일에 발표된 무슨 골때리는 논문에 의하면 ...이렇게 서론을 달구가지 않으면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다. 그렇다. 그들이 원하는건 숫자와 주소지와 알 수 없는 기호와 간판들과 뭐 이딴 것들이다.

머리가 묵직해지고 골이 지끈지끈해야 뭔가 배워먹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우선순위가 있다. 복잡은 해체된다. 어떤 난해한 이론이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변화를 결정하는 변수는 항상 하나이어야 한다. 그 하나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하여간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척보고 아는 눈 하나는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 참 글타해서 최선생님의 정치에 관한 주장에도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이중꽈배기 나선구조가 들어가는 동네라서 경제보다 더 어렵다.

허허실실이다. 일테면 진중권 같은 경우.. 저넘을 적으로 규정하고 싸워서 물리칠까 아니면.. 우리편으로 하고 굴복시켜 꼬붕을 삼을까 아니면.. 아예 우리편의 지도자로 섬겨 투항할까 아니면 ..중립으로 보고 최소한 적의 편에 가담하지 않게 유도할까를 판단해야 한다. 이런건 고차방정식의 계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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