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638 vote 0 2002.09.10 (11:22:30)

보도에 의하면 최근 정교한 과학적, 수학적 지식으로 무장하고 창조론
을 옹호하는 과학가그룹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한다.

이들은 부실한 화석증거 등을 내세워 맹목적으로 구약성경을 옹호하던
과거의 창조론자들과 다르다. 수학, 물리학, 논리학에 기초한 학문적
성과를 근거로 세계가 임의의 '지적인 설계'에 의해 탄생되었음을 증명
해내고 있다. 나 또한 이들과 견해를 같이 한다.

세계는 '지적인 설계'에 의하여 탄생되었으며 그 설계의 주인이 존재하
는 바 곧 신이다. 신은 인간의 삶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

인간은 비참한 존재이며 구원되어야 한다. 구원의 길은 신의 편에 서
는 것이다. 신은 문명의 편, 역사의 편, 진보의 편, 진리의 편, 인간의
편에 선다. 곧 구원이다.

혹자는 불만을 터뜨리곤 한다. "신이 있다면 세상이 왜 이리 비참한
가? 왜 악인이 성공하고 의인이 억울하게 죽어가는가? 기적은 일어나
지 않고 기도를 들어주는 일이 없다면 신이 무에 필요한가?"

여기에 대한 신의 대답은 이렇다. "세상은 잘못되어 있지 않다. 그러한
생각은 소박한 감상에 불과하다. 기적은 종종 일어나며 기도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간은 기도하는 방법을 모른다. 신과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고
신의 편에 설 수 없다. 신은 그대의 가치판단방법과는 다른 준거를 가
지고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죽어가던 유태인들의 기도는 들어지지 않는다. 에이즈
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인의 기도는 들어지지 않는다. 왜?

우리는 종종 단일한 하나의 사실과 전체적인 과정을 혼돈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가치는 미학적 자기완결형태로만 수용된다. 즉 유태인의 참상은 이차
대전이라는 전체적인 과정을 통해서 기도가 수용되고 오늘 내 개인의
행동은 오늘 하루일과 차원에서 기도가 들어지는 것이다.

진실로 신의 기도는 들어진다. 단지 죽어가는 유태인은 "나 살게 해주
소서"가 아니라 "독일이 패전하게 해주소서"여야 했다. 에이즈에 걸린
남아공의 어느 흑인은 "나 살려 주소서"가 아니라 "인류가 에이즈를
극복하게 해주소서"여야 했다.

신이 인간에게 유의미한 것은 인간의 일상적인 삶에 개입하고 있기 때
문이다. 기적이 일어나고 기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대가
임의의 가치판단을 내세워서 신에게 강요한다면 그건 아니다.

자기를 완전히 버리고 먼저 욕망과 야심을 말소하고 그대 순수해진 후
에 비로소 신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그때 기적은 일어나며 기도는 들
어진다. 물론 전혀 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신 자신을 위하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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